가성비 좋은 경주 '행복이 가득한 집'
경북 경주시 강동면의 안계리는 양동마을과 이웃한 곳으로 산과 들과 물 그리고 햇살과 바람 등 굳이 지형지세를 풍수로 따지지 않더라도 주거지로서 가히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마을엔 지형지세에 순응하면서 전원주택의 특성과 편리성을 반영해 디자인한 주택이 있다. 번잡한 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전원에서 인생 1막 2장을 시작한 차봉석(55)·배천숙(54) 부부의 복층 경량 목구조 ‘행복이 가득한 집’이다.
글 사진 윤홍로 기자 | 취재협조 나무집협동조합
DATA
위치 경북 경주시 강동면 안계리
지역/지구 보전관리지역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987.00㎡(298.56평)
건축면적 139.57㎡(42.22평)
건폐율 14.14%
연면적 193.95㎡(58.67평)
본채 1층 114.12㎡(34.52평)
본채 2층 54.58㎡(16.51평)
창고(효소실, 보일러실, 화장실 포함) 25.25㎡(7.64평)
용적률 19.65%
설계기간 2015년 4월~12월
공사기간 2016년 2월~6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스페니쉬 기와
벽 - 세라믹 사이딩(아이큐브)
데크 - 현무암 판석
내부마감
천장 - 글루램(THEURL), 편백 루버
벽 - 거실 1층 월 패널(예림), 2층 편백 루버 / 기타 합지
바닥 - 강마루(예림)
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JM) 나등급 R32
벽 - 글라스울(JM) 나등급 R21
외단열 - TyvekⓇ Enecor Wall
창호 독일식 로이 3중유리 시스템 창호(게알란)
현관문 게알란
주방가구(싱크대) 주문 제작(Haatz)
위생기구 계림
난방기구 기름보일러(경동보일러 나비엔)
보조난방기구 팰릿벽난로(태림에너지)
설계 반철현 010-2084-0702
시공나무집협동조합 1811-9663
http://cafe.naver.com/namoohyup
마을이 참 청결淸潔하고 안온安穩하며 명랑明朗하다. 기계-포항 31번 국도에서 산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본 경북 경주시 강동면 안계리의 느낌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시대 반촌班村인 양동마을에서 안개저수지를 따라난 길로 진입했을 때의 느낌은 또 어떠할까.
풍광이 아름다우면서도 도시에서의 접근성이 좋아 외지지 않으며, 삼삼오오 주택이 모여 마을을 이뤄 적막하지 않은 곳. 도시 인근에선 보기 드문 입지다. 이 마을엔 차봉석·배천숙 부부의 정갈하게 가꾼 넓은 정원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경량 목조주택이 있다. 대문 옆에 걸린 현판엔 공사명 ‘행복이 가득한 집’과 함께 시공사, 공사기간, 시공면적, 설계자, 시공자, 준공일 등이 적혀있다. 준공일자가 2016년 6월이니 부부는 이 주택에서 사계절을 두 번 난 셈이다.
정원이 넓어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길이 긴 편인데도 파릇파릇한 잔디와 신록의 수목, 울긋불긋한 화초로 인해 걸음걸이가 가볍다. 단독주택, 특히 자연 속의 전원주택은 크든 작든 정원을 가꾸지 않으면 왠지 짓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정원을 전원주택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하는 것일까.
은퇴 후 무엇을 하면서 노후를 보낼 것인가. 초고령화시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맞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했을 법하다. 경주 주택의 부부가 전원생활을 시작한 이유다.
“우리 부부는 꽤 오래전에 전원생활을 계획했어요. 아무런 준비 없이 퇴직하면 절벽처럼 막막해질 것 같았으니까요. 다행히 저와 집사람이 취미도 비슷하고 정원과 텃밭 가꾸기를 좋아하기에 수월하게 전원생활을 결심했죠. 이 땅은 전원주택지를 찾아다니던 7년 전에 직장 친구를 통해 알았어요. 텃밭 농사를 짓는 그 친구를 따라 이곳에 왔다가 마을 분위기에 반해 올인했다고나 할까요. 그동안 눈여겨본 다른 곳들은 맘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부부는 당시 논인 땅을 사서 성토한 후 지반을 다지고자 3년간 묵혔다. 그러면서 집터를 제외한 부분에 텃밭을 만들어 틈틈이 오가며 농사를 지었다. 여생을 보낼 곳인 마을과 집터와 교감하며 정을 쌓은 것이다.
남편은 어떤 주택을 지을까, 오랫동안 공부하고 궁리한 끝에 목구조로 정했다.
“단열과 내진 등 여러 가지를 살펴서 목구조로 정했어요. 지방이라 그런지 당시 목구조가 낯선 데다 시공사도 드물어 주변에선 철근콘크리트를 권했죠. 애초 우리가 바란 것은 중목구조였는데,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서인지 가성비가 비싸서 경량 목구조로 바꾼 거예요. 그 대신 벽과 천장에 목재를 많이 노출하고 공학목재인 글루램Glulam으로 포인트를 주어 경량 목구조에 중목구조 분위기를 더했어요.”
부부가 설계·시공사로 나무집협동조합(이하 나무협)을 택한 것은 건축 도급 방식과 직영 방식의 장점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목구조 전문 업체를 찾고자 수도권을 수차례 오갔는데, 도급 방식이라 저희가 원하는 자재 사용엔 한계가 있었어요. 기본 사양에서 벗어나면 가격대도 만만치 않았고요. 그래서 직접 자재와 시공자를 정하고 견적을 내더라도 직영으로 공사하자고 결심했어요. 그 과정에서 나무협을 알고 본부를 찾아가 상담하면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설계에서 자재 선택, 시공 등 일련의 건축 과정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조합원인 공종별 전문가들을 추천해줬어요. 그래서 나무협을 시공 파트너로 선택한 거예요.”
목조주택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나무협은 어떤 조직일까. 나무협 박현 본부장의 설명이다.
“나무협은 나무를 사랑하고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자금을 모아서 결성한 조합으로, 도급 공사와 직영 공사의 장점만 취합해 목조 건축 전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사비를 떠나 직영 공사는 문제가 발생하면 건축주에게 책임이 돌아가기에 안전성 면에서 꺼려합니다. 하지만, 나무협이 운영하는 건축주 직영 시스템은 본부에서 건축주에게 공종별 각종 도움을 제공하며, 현장 시공팀은 건축주에게 대가를 직접 받습니다. 따라서 현장 시공팀은 품질에만 신경을 쓰므로, 나무협이 추구하는 완성도 높은 집 만들기에 역점을 둘 수 있습니다.”
주택이 앉혀진 대지는 북측이 넓고 남측이 좁은 부정형이고, 남측에서 서측으로 마을 길이 지나며, 우측은 주택이 들어선 인접 대지에 좌측은 막힌 도로에 접한다. 이러한 대지 여건을 고려해 진입이 편한 남측 마을 길에 대문을 내고, 북측에 남동향으로 좌우로 길게 주택을 배치한 형태다. 그리고 우측 인접 대지 경계에 효소실과 화장실, 기름보일러, 지하수 모터 등을 넣은 창고가 있다. 시야가 트인 데다 채광에 적합한 남동향 배치라 분위기가 전원주택답게 시원시원하면서 밝고 따듯하며 편안하다.
정원과 집터 간 단차를 통해 위계位階를 준 주택엔 정원에서 현관에 이르는 진입로가 앞쪽 계단과 우측 경사로 2개다. 외부 먼지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면서 열린 조망을 극대화하고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의 편리성까지 고려했음을 엿볼 수 있다.
빼어난 대지 조건을 십분 활용해 평면을 계획함으로써 주택의 외부 분위기가 실내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현관에 들어서 중문을 열고 집 안을 둘러보면 부부가 공간 배치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집을 앉힐 때 전원주택만의 특징과 활용도를 고민했어요. 나무협 반철현 설계실장과 상담하기 전, 최적의 방향과 공간 구성을 찾아내기까지 집사람하고 그린 그림만 A4용지 두 뭉치는 될 거예요. 수차례 협의와 변경을 거쳐 반 실장하고 작성한 허가도면대로 집을 지었는데, 집 안 어디에서 바라보든지 외부로 시선이 열려 시원스럽고 햇살이 잘 들어 밝고 환해요. 이러한 배치와 공간 구성에다 일조와 개방감을 극대화하고자, 우리 집에 설치한 3중유리 독일식 시스템 창호만 27개에요. 창호 등 개구부가 많으면 겨울에 춥다는 것은, 우리가 겨울을 두 번 나면서 느낀 것이지만 옛말에 불과해요. 비용이 들지만, 요즘 기능성 창틀과 유리로 이뤄진 고단열·고기밀 창호가 많이 나오잖아요.”
주택 우측 안방 뒤에는 목조주택에서 보기 드문 구들방이 있다. ‘나이가 들면 따듯한 게 좋다’는 남편. ‘분진과 냄새, 그리고 누가 관리하느냐’는 아내. 주택을 계획할 때, 구들방을 둘러싸고 부부 사이에 작은 신경전이 오갔다. 구들을 설치한 지금, 부부의 반응은 어떨까.
주택 우측 효소실을 겸한 창고엔 외부에서 사용하기 편한 화장실과 함께 기름보일러, 지하수 펌프를 설치했다. 보일러실을 본채에서 분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남편의 설명이다.
“기름보일러가 내부에 있으면 처음엔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엔 거슬릴 수 있어요. 기름보일러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소음이 커지니까요. 그래서 나무협 설비팀장하고 상의해 보일러를 창고에 두고, 본채와 거리가 좀 멀기에 배관에 단열을 많이 보강했어요.”
따듯하고 밝은 톤의 세라믹 사이딩과 스페니쉬 기와로 마감한 주택은 벽선과 지붕선, 그리고 창호가 어우러진 입면에서 볼륨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복층 오픈 천장 구조임에도 여름철 일사각을 고려해 설치한 기능성 눈썹처마가 안정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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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주택을 계획할 때 아내에게 2가지를 약속하자고 했다.
“집을 지을 땐 몰라도 퇴직한 후 투자되는 건 안 된다. 그리고 살면서 일이 많으면 안 된다. 집사람하고 이렇게 2가지를 약속했어요. 그래서 창호, 단열재, 내장재 등에 투자하면서 관리하기 편하도록 페이사를 동으로 두르고 데크도 현무암 판석을 깔았어요. 우리 집은 단열이 잘 돼서 그런지 딱 3드럼 기름하고 겨울철 팰릿보일러용 팰릿 15만 원으로 1년을 나요. 겨울엔 집 안에서 반소매만 입고 생활할 정도로 단열성이 우수해요.”
전원생활 2년 차인 아내의 만족도는 어떨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피 물을 올리고 밖을 내다보면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경치에 전원으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가한 첫째와 공군 조종사인 둘째도 아파트에 살 때보다 훨씬 자주 찾아오고, 입대를 앞둔 막내도 만족스러워하고 … 무엇보다 집 안 분위기가 넓고 환해서 너무 좋아요.”
이 마을엔 나무협에서 지은 주택이 5채 있으며 앞으로 지을 예정인 주택이 2채 더 있다. 건축주 부부는 주택을 보러온 예비 전원생활자들에게 기꺼이 문을 열어준다고 한다. 준공한 지 2년이 지난 주택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부부는 주택의 가성비에 흡족해하고, 자긍심도 상당하다. 뭔가 기분 좋고 만족스러운 일이 있으면 얼굴이 밝아지고 자랑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경주 행복이 가득한 집 건축주 부부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