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인연과 이웃하는 제주 하내린주택

조회수 2018. 5. 30.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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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목구조 주택】

전원에서의 삶을 꿈꾸던 사람도 막상 생활하다 보면, 적적함과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도시로 회귀하곤 한다. 그럴 때 살짝 기댈 만한 이웃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만나면 늘 반가운 사람 몇몇이 모였을 때, 누군가 “제주에서 함께 살아 보면 어떻겠냐”고 한마디 툭 던졌다. 제주 애월읍에 5채로 이뤄진 동호인주택단지는 그렇게 시작됐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 사진 ㈜창조하우징(실내 사진) | 취재협조 ㈜창조하우징

HOUSE NOTE

DATA

위치 제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지역/지구 생산관리지역

건축구조 중목구조

대지면적 1,186.00㎡(358.76평) / 

  단지 4,308.64㎡(1303.35평)

건축면적 209.41㎡(63.34평)

건폐율 9.81%(법정 20%, 차고 제외)

연면적 168.41㎡(50.94평)

  1층 116.41㎡(35.21평)

  2층 52.00㎡(15.73평)

  차고 41.00㎡(12.40평)

용적률 14.19%(법정 60%)

설계기간 2016년 11월~2017년 5월

공사기간 2017년 4월~2018년 3월

건축비용 3억 2,000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갈바륨 단열패널(니치하)

  벽 - 청고벽돌, 고파벽돌

  데크 - 화산석

내부마감

  천장 - 적삼목 무절루버

  벽 - 레드파인 글루램

  바닥 - 원목마루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R37(존스맨빌)

  벽 - 글라스울 R30(존스맨빌)

  외단열 - 글라스울 R19(존스맨빌), 네오폴 T70

  내단열 - 글라스울 R11(존스맨빌)

계단실

  디딤판 - 레드파인 집성목

  난간 - 평철 및 환봉

창호 로이 3중 유리 시스템창호(이건창호)

현관 단열문(YKK VENATO)

주요 조명 LED(룩스몰)

주방가구 원목가구(우림퍼니처)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경동)

설계건축사사무소 소요헌

 070-4473-9790 www.soyohun.com

시공 창조하우징 031-420-5537

https://blog.naver.com/changjoblog

동호인단지의 이름은 하늘이 내린 인연이란 뜻의 ‘하내린’으로 지었다.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 단지는 숲으로 둘러싸인 남북으로 긴 형태다. 5채 주택 모두 남쪽의 한라산을 등진 채 북쪽 바닷가를 바라본다. 지형은 남쪽과 북쪽이 약 6m 레벨 차가 나지만, 대지가 제법 길어 경사가 완만하기에 지반地盤 안정적이다. 주택은 지형 조건에 따라 1~2m 레벨 차를 두고 지그재그로 배치해 단조롭지 않다. 이러한 배치로 인접 주택 간 시선을 차단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마당도 양지바른 정남 또는 남동과 남서쪽에 자리 잡았다.

도로는 대지 동쪽에 연접해 주택 측면으로 자연스럽게 외부 진입 동선이 이어진다. 완만한 단지 내 도로 측면을 따라 현무암으로 낮은 담을 쌓아 주택으로 들어서는 길에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주거공간 배치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현관을 거쳐 실내로 들어설 때 거실 전면이 너무 드러나지 않게 한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방문객에게 실내 분위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설렘을 안겨주기 위해서다. 한편으로 시선을 한 번 더 걸러주기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취향과 개성 고려한 공간 배치

라이프스타일과 성향이 각기 다른 건축주의 마음을 한데 모아 모두 만족스러운 주택을 얻게 한 하내린 동호인단지는 소요헌에서 설계를 맡고 중목구조 전문인 ㈜창조하우징에서 시공했다.


건축주들이 단지를 계획할 때, 입을 모아 요구한 건 조화와 통일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의 취향과 개성이 은은하게 드러나길 바랐다.

따로 또 같이, 개성과 어울림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마을. 건축가는 설계 초기 단계에 주택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찾아낸 해법이 주택의 방향과 간격을 조절하면서 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배치, 즉 엇갈린 형태의 주택 배치다. 주택의 콘셉트는 동일하게 잡았지만, 설계를 진행하면서 각 대지의 조건과 건축주들의 요구에 맞춰 외부 진입 동선과 현관 그리고 공간 구조 일부를 변경해 변화를 줬다. 특히, 실내 공간을 계획할 때 건축가는 “우리나라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아파트 평면 구성에 길들여져 있다”며, “하내린 동호인단지의 주택은 각 건축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천장 높이나 마감재, 가벽, 가구 등으로 영역을 자연스럽게 구분했다”고 한다.

인테리어는 밝은 바탕에 목재를 사용해 환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천장에 보를 드러내 중목구조 특유의 묵직한 맛을 냈다.

공간구성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주방/식당이다. 가족이 함께 식사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며, 누군가는 책이나 신문을 읽고, 간단한 작업 또는 업무를 해결하고… 이처럼 다양한 일상이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단순히 식탁 하나만 놓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주거자의 생활 패턴을 먼저 해석해야 했다. 그 결과물이 식당 일부(1.5m 정도)를 외부로 돌출시켜 테라스와 연결한 부분이다. 이 공간은 3면 모두 창호를 설치해 개방감이 느껴진다. 테라스는 동·서로 열린 개방된 구조지만, 남쪽은 지붕과 연결해 벽을 세워 시선을 차단하면서 답답하지 않게 직사각형 개구부를 내 가족의 다양한 일상이 머무는 곳으로 맞췄다.

주방/식당은 11자 배치이며 시선은 마당을 향한다. 식당 일부를 외부로 1.5m 돌출시킨 3면은 개방감이 들도록 유리를 설치했다. 거실과 주방/식당은 시선처리를 위해 가벽으로 분리한 뒤 두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 2개를 뒀다.
침실은 가구가 따로 필요 없도록 빌트인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우측으로 보이는 안방의 전실이다. 좌측의 벽이 거실과 경계를 이루면서 안방으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한다.
패턴을 이용해 살짝 변화를 준 안방의 파우더룸. 가로로 설치한 거울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동선은 현관부터 거실, 주방/식당, 침실을 한 번에 지나가도록 최대한 간결하게 처리했다. 인테리어는 화사하고 시원스러운 화이트 톤을 주조로 중목구조 특유의 구조부재를 드러내 포인트를 줌으로써 모던하고 심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러한 공간 배치 및 인테리어를 기본으로 건축주들의 성향에 맞춰 주택마다 살짝 변화를 줬다. 이렇게 하내린 동호인단지에 유사하지만, 다른 모습의 주택 5채가 자리 잡았다.

주택 남쪽에 배치한 계단실은 시선이 막히지 않아 답답하지 않고, 2층도 같은 콘셉트로 연출해 통일감을 줬다.
클래식한 조형미로 입맛에 맞춰

새소리, 바람 소리만 들리는 고즈넉한 하내린 동호인단지는 주변 환경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점토벽돌로 마감했다. 건축주의 주택은 붉은색감이 도는 고벽돌로 마감하고, 다른 4채의 주택은 무채색의 청고벽돌로 마감해 채도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같은 지붕재를 사용한 박공과 반듯한 사각형 모양의 입면으로 통일감을 줘 디자인적인 균형을 맞췄다.

조적 마감재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중후한 멋을 내고 관리하기도 편하지만, 자칫 투박한 디자인과 만났을 땐 답답하고 초라한 외형을 보일 수 있어 세련된 디자인 감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적 마감재의 단점은 작은 것에 변화를 줘 보완할 수 있다. 예컨대, 창호를 계획할 때 깊이감을 주는 것이다. 창이나 발코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리워진 음영은 입면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면서 외관의 심미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곳 주택들의 매스가 사각형과 삼각형으로 이뤄진 단순한 형태지만, 지루하지 않은 건 입면마다 시원하게 낸 개구부와 적재적소에 낸 창호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복층 구조임에도 최고 높이가 9m에 달해 웅장한 느낌을 주면서, 테라스와 주차장이 양옆에 날개처럼 자리 잡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다른 조형미를 자아낸다.

본채와 같이 박공지붕에 고벽돌로 마감한 주차장으로 인해 전체 입면이 더욱 웅장하면서 다채로운 조형미를 보여준다.

제주 특성상 추위에 그리 민감하지 않지만, 하내린 동호인단지는 해발 350m에 한라산 주변으로 건축이 가능한 최전방 지역에 있는 만큼 단열에 신경 썼다. 지붕은 글라스울 R37을 적용해 중부지방 단열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연질폼과 열 반사 단열재가 합쳐진 기능성 지붕재(갈바륨 단열 패널)로 한층 더 강화했다. 내단열에 140㎜ 글라스울을 채우고 외벽에 70㎜ 가등급 단열재를 추가해 이중단열로 외기를 차단했다.


가장 즐거운 여행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훌쩍 떠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이 옆에서 같이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내린 동호인단지가 행복으로 가득한 까닭은 이들이 제주에서, 그것도 바로 이웃하며 살기 때문이다.

5명의 지인이 모여 조성한 하내린 동호회단지는 남북으로 긴 장방형 대지에 프라이빗한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대지 따라 서로 엇갈린 형태로 배치했다. 모든 주택은 박공에 조적으로 마감해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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