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 고정관념을 깬 채 나눔

조회수 2017. 10. 17.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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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상가주택】

영종도 상가주택의 건물 구조는 3가구가 각자의 중정 공간을 품고 있는 스킵플로어 방식이다. 3층짜리 상가 건물을 지을 때 통상적으로 1층에 상가를 두고, 2층에 2가구, 3층에 주인세대 1가구를 두지만, 이 건물은 3가구 각 세대가 2, 3층과 옥상까지 단독으로 쓰는 구조이다. 땅콩주택 식으로 위로 올라가는 구조이지만, 중정과 스킵플로어 방식의 계단 적용에서 개념을 달리한다.


조병규(투닷건축사사무소 소장)

사진 박건주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인천 중구 햇내로안길

용도지역/지구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제1종 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305.90㎡(92.53평)

건축면적 181.68㎡(54.96평)

건폐율 59.39%

연면적 421.77㎡(127.58평)

          1층 140.50㎡(42.50평)

          2층 139.42㎡(42.17평)

          3층 141.85㎡(42.90평)

          다락 41.82㎡(12.65평)

용적률 137.88%

설계기간 2015년 12월 ~ 2016년 3월

공사기간 2016년 4월 ~ 10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외벽 - 테라코 코리아 테라코트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위 벽지

             내벽 - 미장 위 벽지

             바닥 - 장판

계단실 디딤판 - 오크 40㎜

         난간 - 평철 난간

단열재 지붕 - 정현산업 비드법 보온판 220㎜

          외단열 - EPS코리아 비드법 보온판 125㎜

          내단열 - 테크론 열반사 단열재

창호 윈체 시스템창호

현관문 자체 제작

주방가구 자체 제작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경동보일러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 010-7704-0701

시공 마루디자인건설 010-6219-8775

건축주는 분당에서 가구를 만드는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좀 더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해지자, 주거와 작업실 및 판매점을 병행할 수 있는 상가주택을 짓기로 했다. 이를 위한 부지를 찾아서 경기도 일대를 누빈 끝에 2015년 9월에 영종도하늘도시의 h2라고 부르는 이주자택지 내 92.53평의 상가주택지를 사들였다. 인구유입 및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신도시의 여건을 갖춘 데다 운서역 역세권이라 건축 목표에 적합한 입지라는 판단에서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자의 사무소를 찾아온 건축주는 지구단위계획상 가구 수가 3가구로 제한된 곳에 주변 주택 대부분이 취하는 2층 2가구, 3층 1가구 형식에서 벗어난 상가주택을 원한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정답인 것처럼 내놓는 주택 구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좀 더 나은 거주 환경을 고려한 방식의 주택 구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 고민은 건축물 내에서는 가구별 독립성, 가구 내에서는 구성원 각자의 독립성에 대한 것이었다.

1층은 상가 2, 3층은 3가구의 주거 공간으로 계획한 상가주택

주택의 배치에 있어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위계와 차별이 뚜렷한 주변의 주거 형태는 임대인이나 임차인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물리적, 심리적 경계를 만드므로 더불어 살아감에 방해 요소가 될 뿐이다. 이 부분에서 필자와 건축주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한 건물에 3가구가 따로 또 같이

영종도 상가주택의 프로젝트 콘셉트는 임대인과 임차인 세대 간 위계가 없는 ‘동등한 거주 환경 제공’이란 수평적 관계 맺기였다. 이것은 채광, 환기, 소음 등의 외부 환경 조건에 대해 동등한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중정을 중심으로 3가구 모두 복층 형식의 구성과 동일한 면적으로 채를 나누어 배치하고 각 세대 안에 광정光井을 계획했다. 이로 인해 각각의 채는 독립적인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층별 구분이 모호해져 연속성을 띤다. 광정을 통한 환기와 채광에 있어 각 가구뿐만 아니라 개별 방도 동등한 환경의 조건을 갖는다.

주방과 거실. 하나의 덩어리로 엮어 개방감을 주고 화이트 톤으로 세련되게 디자인했다.

메인 침실. 고창을 내어 환한 빛을 담아냈다.

채와 채 사이에 계단을 배치하고 채는 자연스레 반 층씩 엇갈리는 구조를 갖도록 계획했다. 동선의 경우 보통의 다가구주택에서 공용 계단은 필요하지만 거추장스러운 존재이다. 주택의 공간 구성에 제한 조건이며, 동등한 주거 환경 구성의 제약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단실을 해체하면 주택의 공간 구성에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한다. 영종도 주택의 경우 주거 공간인 2, 3층을 복층화하고, 한 층에 3가구를 구성해 공용 계단은 2층에서 끝나게 하고, 2층의 수평적 복도는 3가구가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는 소통의 장으로 계획했다. 계단은 채를 잇는 수평 동선이자 수직 동선이 된다. 특히 주택 내부 계단은 다락을 거쳐서 개별 옥상정원까지 이어진다.

침실마다 조망뿐만 아니라 채광과 통풍을 고려해 적절한 크기의 창을 배치했다.

3가구 모두 전용 다락이 있다.

활용도를 높이고자 화장실과 별도로 외부에 세면대를 설치했다.

건축주는 3가구가 각기 2, 3층과 테라스와 다락과 옥상정원을 단독으로 쓰는 구조, 그리고 땅콩주택과 개념을 달리한 중정과 스킵플로어 방식의 계단 적용에 만족스러워한다. 살면서 느낀 중정과 스킵플로어 방식의 장점에 대해 “중정을 통한 바람길을 스킵플로어 방식의 반 층씩 올라가는 구조가 극대화한다”면서 “전에 살던 단순한 복층 구조는 여름에 위층이 후덥지근했는데, 이 집은 아래위로 창문을 열어 놓으면 2층과 3층, 그리고 다락방까지 온도 차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주택 환경의 질을 논할 때 채광만큼 중요한 것이 환기다. 주택은 생활 습기가 많아 환기가 원활하지 않으면 결로나 곰팡이 등으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영종도 주택의 경우 좁고 긴 평면 형태의 3가구를 나란히 배치하고, 그 중심부에 중정을 뒀다. 그럼으로써 각 실은 외부와 중정 방향으로 맞창을 낼 수 있어 양호한 환기와 채광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계단에서 바라본 현관

세대별 내부 계단. 다락을 거쳐 개별 옥상 정원까지 이어진다.

긴 평면 형태로 3가구를 나란히 배치하고, 그 중심부에 중정을 계획했다.

한편 1층 상가 배치에 있어 매력적인 거리 풍경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물리적 조건과 도시의 규모에 비해 과다한 점포 숫자로 인해 뚜렷한 전략이 필요했다. 즉, 외부 환경에 기대어 존재하기보다 스스로 매력적인 공간을 품고 목적성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매력적인 공간의 핵심은 내부 공간으로 위요圍繞된 중정 공간이다. 상가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중정은 특징 없는 주변 가로 환경과 대비되어 내부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음압陰壓의 공간이 될 것이고, 강한 집객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인테리어는 내·외부 모두 통일성 있게 화이트로 마감했다. 개별 실의 다양한 쓰임과 가구 등의 배치를 담아낼 배경으로 화이트 마감이 가장 적절하다고 보았다. 단열의 경우 기본적 성능은 외단열이 담보하며, 외기에 면한 외벽은 내부에 열 반사 단열재를 추가로 설치해 결로 등의 위험을 방지했다.

침실 외부 테라스

각각의 가구는 독립된 테라스와 다락과 옥상 정원을 갖는다.

주택 출입구. 출입구 안쪽 공용 계단은 2층에서 끝나고, 2층의 수평적 복도는 3가구가 우연한 만남을 기대할 소통의 장이 된다.

주차장 쪽 중정. 상가 1층 공간의 핵심은 내부로 위요된 중정이다.

독립가구가 늘어나고 욜로Yolo 라이프(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와 같은 문화 현상이 이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 삶의 조건은 변화해 가지만 주택은 이를 따라가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주택의 채 나눔은 이에 대응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족의 삶을 담기도 하고 때론 이방인이 만나 생활의 부분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도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는 집이 될 것이다.

3가구 모두 위계를 두지 않고 복층 형식의 구성과 동일한 면적으로 나란하게 배치했다

우측에서 바라본 모습. 각 세대 안에 있는 광정을 통해 각각의 공간은 환기와 채광에 있어 가구별뿐만 아니라 개별 방도 동등한 환경의 조건을 갖는다.

좌측에서 바라본 모습 

뒤에서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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