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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지키러 한국에 다시 왔다는 레전드 뮤지컬

조회수 2020. 3. 3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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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불멸의 로맨스 명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30주년을 맞아 서울을 찾았다. 지난 2012년 25주년 기념 내한 이후 7년 만의 방문이다. 이번 공연은 2001년 초연 이후 국내 최초로 부산, 서울, 대구 3개 대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바, 국내 팬들의 기대는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서울 개막을 앞두고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급증한 것. 작년 12월부터 2월 초까지 부산 공연을 성료한 배우들이 잠시 쉬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간 사이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배우와 제작진들은 고심 끝에 무대를 기다려온 국내 팬들을 위해 다시 한번 한국행을 선택했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무사히 서울에서 막을 올릴 수 있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공연장 입구에서부터 들뜬 사람들로 사방이 가득했다. 여러 번의 관람 수칙 안내와 주의 덕분인지 관객들은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연기를 내뿜는 거대한 소독 기구를 지나야 문을 열 수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입구에서부터 관계자들이 열 감지 카메라로 관객들의 체온을 모니터링하고 있었고, 손목의 체온을 재지 않으면 입장 자체가 불가했다. 사방엔 손 소독제가 배치되어 있어 수시로 사용할 수 있었다. 공연장 내부는 더욱 엄격했다. 마스크를 조금이라도 내리면 스태프가 달려와 주의를 줬다.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철저한 처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극장의 불이 꺼지기 3분 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양해의 말과 함께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고자 한다는 연출진의 사려 깊은 감사 메시지가 떴다.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출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고전 뮤지컬의 힘!
최장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910년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 <오페라 극장의 유령>을 토대로 뮤지컬계의 전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손에서 재탄생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래로 현재까지 꾸준히 매진을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다. 2012년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정식 등재된 바 있으며, 전 세계 39개국 188개 도시에서 17개의 언어로 공연 중이다. 국내에서만 4번의 프로덕션 동안 누적 관객 100만을 돌파한 뮤지컬계 불패의 흥행작. 제라드 버틀러와 에미 로섬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 <오페라의 유령> 역시 2004년 개봉 당시 157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은 라울의 과거 회상을 통해 단숨에 우리를 1870년 파리 오페라 하우스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그곳엔 정체를 숨기고 지하에 숨어 사는 유령이 있다. 베일에 가려진 유령의 행패에 기존의 프리마돈나인 칼롯타는 무대를 떠나고, 그 자리에 대신 발레단 단원이었던 크리스틴이 오르게 된다.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크리스틴. 마침 그녀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였던 라울 백작이 크리스틴을 알아보고 분장실로 찾아가 저녁 식사를 요청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는 자신의 ‘음악 천사’인 유령에게 납치되고야 만다.


출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 하면 넘버!
역대 최연소 ‘유령’ 조나단 록스머스와
‘웨버의 뮤즈’ 클레어 라이언의 환상적인
라이브

<오페라의 유령>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귀에 익은 익숙한 음악들이다. 칼롯타의 한차례 소동이 끝난 후,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흐르는 첫 곡 ‘생각해 줘요(Think of Me)’이 클레어 라이언의 시그니처인 청아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며 단숨에 어수선했던 극장 안의 공기를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유령과의 첫 듀엣 ‘음악의 천사(Angel of Music)'로 미스터리한 유령의 등장을 알리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출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정점은 메인 테마곡인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 울려 펴질 때다. 거울 너머로 지하세계를 향해 내려가며 시작되는 간주에 관객 모두가 벅차오르는 마음을 감추고 숨을 죽였다. 음산한 분위기를 가르며 지하 호수를 지나는 배, 그 위에 탑승한 유령과 크리스틴의 앙상블이 최대치에 이르렀다. 조나단 록스머스가 웅장한 중저음 목소리로 외치는 ‘나를 위해 노래해(Sing for me!)'에 이끌려 끝없이 올라가는 클레어 라이언의 흔들림 없는 소프라노는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어 크리스틴을 향한 유령의 고백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는 조나단 록스머스 만의 한층 더 풍부한 감정 표현이 더해져 관객석까지 그 애절함이 닿을 정도였다.


라울과 크리스틴의 하모니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미녀와 야수>, <시카고>, <스위니토드> 등 다수의 브로드웨이 작품을 통해 노래 실력과 연기력을 입증해온 라울 역의 맷 레이시는 담백하게, 그러나 유령 못지않은 간절함으로 크리스틴에게 구애의 목소리를 냈다. 오페라하우스 지붕 위,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바램은 그것 뿐(All I Ask of You)'은 잠시 두 사람 사이 유령의 존재를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출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샹들리에, 지하 호수 등...
영화보다 화려하고 생생하게 구현된 무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무대 장치들이다. 서서히 상승하며 본격적으로 1막의 시작을 알리는 ‘샹들리에’는 극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주요 장치다. 이번 공연을 위해 기술팀은 알루미늄 소재로 샹들리에의 뼈대를 만들어 무게를 줄였으며, 6천 개가 넘는 비즈 장식과 LED 조명을 달아 화려함을 더했다. 덕분에 지난번 공연보다 1.5배 빨라진 초속 3m의 속도로 하강하며 긴장감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했다.


가장 압권은 오페라 하우스 그 자체다. 커튼이 내려가며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기둥과 무대는 단숨에 관객들을 블루스퀘어가 아닌 19세기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 관객석에 자리하게 만든다. 이는 영화로는 느낄 수 없었던 뮤지컬 고유의 체험이다. 무엇보다 무대 예술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2막의 시작을 알리는 ‘가면무도회’다. 무대 디자이너 비욘슨의 손에서 탄생한 무대와 다양한 색채가 어우러진 의상들이 펼쳐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대 아래, 유령이 숨어 지내는 지하 미궁 세계는 영화보다 더욱 음산하게 구현됐다. 지하 호수는 넘실거리는 안개로 실제 물이 출렁이는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냈으며, 촛대로 음산함을 더했다. 이 밖에도 마담 지리의 지팡이, 원숭이가 달린 뮤직박스 등 소소한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출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보너스로 한국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도 있다. 은퇴가 예정된 극장주가 퇴장하기 전 읊조리는 ‘제주도에 가야겠어’와 같은 대사는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서울 공연은 6월 27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은 공연이 없으니 예매 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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