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는 전형적인 악인으로? <보건교사 안은영> '매켄지' 역 유태오

조회수 2020. 11.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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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2018년, 칸 영화제에 낯설지만 어딘지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러시아 영화 <레토>로 경쟁부문에 오른 한국 배우 유태오였다. 후에 영화를 관람하고 그의 이력을 되짚어보고서야 왜 그가 빅토르 최를 연기할 수밖에, 아니 연기해야만 했었는지 분명하게 납득이 됐다. 거친 흑백의 화면을 뚫고 빅토르 최가 견뎌야 했던 쓸쓸한 이방인의 감성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는 유태오가 유일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흘렀다. <레토>로 부상한 그는 영화 <버티고>,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초콜릿>, <배가본드>, <머니게임> 속에서 스스로를 변주해가며 제 입지를 차곡히 다져갔다.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그를 수식해야 할까.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만난 유태오와의 인터뷰를 찬찬히 복기해보다 고민들을 말끔히 거둬냈다. 제 민낯을 드러내려고 항상 노력한다며, 질문마다 무언가를 규정 짓길 지양하는 자세로 진솔한 대답을 내놨던 그에겐 수식어가 무용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꼭 맞는 수식어를 붙이자면 이것일 테다. 서두가 길었다. '배우' 유태오와의 대화를 전한다.


-올해도 세 달이 채 남지 않았네요. 요즘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으신가요.

=운동을 열심히 하고, 밥 잘 먹고. 다음 작품 준비하느라 이런저런 조사를 하며 영감을 받으려고 하고 있죠.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이 공개됐어요. 작품은 어떻게 보셨나요. 

=재밌게 봤어요. 우리나라 판 <해리 포터> 같은 느낌이 있어서 좋았고요.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이런 형태의 판타지 드라마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근래에 보았었던 판타지 장르의 드라마를 생각하면 좀 신선하고 다르잖아요. 


-전 세계 190여 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제 입장에서는 많아지니까 기분 좋죠(웃음). 특별히 다른 점은 없는 거 같아요. 숫자로 봤을 때는 양이 많아졌지만 전에도 해외 작품들을 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변한 점이 느껴지지는 않아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이경미 월드’답게 촬영장 분위기도 남달랐을 거 같아요.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감독님이 워낙 베테랑이셔서 현장에서 생각보다 저를 편하게 해준 그런 기억밖에 없어요. 너무 편했어요. 그리고 어린 후배들이 많으니까 확실히 생기가 돌더라고요. 현장에서 좀 기분 좋고 항상 에너제틱하고. 오랜만에 긍정적인 현장을 본 것 같아요.

-원어민 교사 ‘매켄지’는 3편에서 주요인물로 다뤄졌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빌런으로서의 활약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요. 시즌 2 제작이 확정된다면 매켄지가 어떻게 그려졌으면 하는지, 바라는 점이 있나요?

=전형적인 악인으로 그려졌으면 좋겠어요. 


-시즌 1에서 매켄지는 상당히 묘한 인물이죠. 

=네. 감독님이 오묘한 거를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매켄지가 “조금 더 오묘했으면 좋겠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하셨어요. 그게 목적이었어요. 오묘한 자체도 그다음에 캐릭터를 보여주면 관객들에게 와닿는 범위가 커지잖아요. 뭘 해도 해당될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만에 하나 시즌 2가 들어간다면… 판타지 세계가 화려한 액션 판타지로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막 초능력도 쓰고, 귀신과 젤리와 몬스터를 그렇게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제 상상 속에는 그런 세계인데 그렇게 될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출처: <보건교사 안은영>

-매켄지는 부스스한 파마머리에 뿔테안경, 알록달록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너드’에 가까워요. 근데 또 그게 섹시하다는 얘기들이 많고요(웃음). 이경미 감독은 ‘거부할 수 없는 감미로움이 있다’라고 표현하셨어요. 캐릭터의 디테일을 쌓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일단 장르 자체가 현실 안에서 돌아가는 장르가 아니잖아요. 짧게 말하자면 판타지 장르인데, 판타지를 생각하면 해외에 여러 영화나 드라마들이 있어요. <해리 포터>, <백 투 더 퓨처>, <반지의 제왕> 등이 있죠. 각 작품을 보면 오묘한, 신비로운 캐릭터가 나와요. 마법사, 악인, 과학자 같은 사람들이 늘 너디(nerdy)하거나 폭탄머리이거나, 안경을 쓰는 실루엣이 있거든요. 영어로 ‘archetype’이고 한국말로 번역하면 ‘전형적인’, 전형성이 있는 한 줄의 캐릭터 실루엣이 있는 거예요. 그거를 따온 거예요.


출처: tvN <머니게임>

-빌런을 얘기하니 올해 초 방영한 <머니게임> ‘한유진(유진 한)’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인기와 함께 ‘섹시 빌런’, ‘인간 월가’ 등 무수한 별명을 얻었는데.

=기억나는 게, <머니게임> 감독님이 처음에 미팅 갔을 때 “태오 씨 캐스팅은 좀 모험이다. 근데 같이 모험하고 싶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캐스팅이 되고 연기를 할 때 아까 말씀하셨듯이 전형적인 악인의 틀에 맞춰서 연기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정말 자유롭게 내가 생각하는 캐릭터 해석을 연기해야 하는지 그 갈등 사이에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감독님이 그냥 “네 맘대로 해라. 한 번 보자 뭐가 나오는지”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모험적인 연기를 했는데 고맙게 잘 봐주셔서(웃음).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는 아니에요. 맘대로 연기를 했었던 거니까. 


-의외네요. 정확하게 직조된 인물 같았거든요. 딱 맞게 차려입은 수트의 영향인가요(웃음). 

=옷은 저기 스타일리스트 분 덕분에(웃음). 그냥 해외에서 들어오는 ‘금융계의 수컷이다’, ‘알파 수컷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자유롭게 연기했어요. 

-한유진은 극중 계속해서 스스로, 또 타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되묻는 자예요. 그래서인지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여권을 버리며 뒤돌아 웃고 한국에 남기를 택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인상 깊었죠(웃음)! 감독님이 딱 고속으로 찍으시더라고요. “이거 슬로우로 가야 돼, 슬로우로 가야 돼” 이러셔서 속으로 ‘아, 이런 퇴장이구나. 잘 나오겠네’ 했어요. 뒤돌지 않고 안 웃는 모습도 다 같이 찍었는데 감독님이 딱 그렇게 뒤돌아보고 웃는 모습을, 그 테이크를 선택하셨더라고요. 좋았어요. 


-한국인이지만 타지에서 오랜 생활을 해온 유태오 배우도 한유진이 겪는 고뇌에 공감을 했으리라 짐작돼요.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감정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드라마 속에서는 캐릭터의 퇴장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배우로서는 이 캐릭터가 대중들한테 소개되는, 그런 ‘입국’과도 같다고 할까요. 교포 배우로서, 그냥 배우니까 지금은 그 낙인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런 식으로 대중들한테 소개할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작가님이 잘 그려주신 캐릭터라서 전 너무 감사하죠. 누구라도 드라마에서 멋있게 퇴장하고 싶은 로망은 있잖아요. 저한테는 그 장면이 상징성이 있는 거 같아요. ‘배우로서 한국에 도착했다’ 같은(웃음). 


-'애니멀 워크'라는 기술을 쓰신다고 들었어요. <머니게임> 한유진은 ‘실버백 고릴라’를, <아스달 연대기> 라가즈는 <라이온 킹>이나 호랑이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캐릭터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하셨는데.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해서 연기에 입혔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 제가 배워놨던 기술 중에 한 기술이에요. 런던에서는 로열 아카데미를 다니며 셰익스피어 기술들을 배웠고, 미국에서는 '샌퍼드 마이스너(Sanford Meisner)', '스텔라 애들러(Stella Adler)', '리 스트라스버그(Lee Strasberg)' 같은 연기 기술학교들이 있어요. 그중에 리 스트라스버그 안에서 동물을 체험해보고 거기서 나오는 느낌들을 연습하는 리허설 과정이 있어요. 거기서 배운 거죠. 그게 캐릭터의 해석과 딱 붙어야 어울려요. 해석 안에서 그런 여지가 있으면 애니멀 워크를 하는 거지 아니라면 또 다른 기술을 찾아서 할 수도 있어요.


-조금 더 과거로 가볼까요. 뉴욕, 독일 등에서 작품에 출연해오다 2009년 <여배우들>로 한국 영화계에 데뷔했어요. 태어나 쭉 해외에서 자라왔고 연기를 배우기까지 했는데. 한국에서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많이 어려웠죠. 해외에 살다 한국에 들어와 어려워한다면 다시 나갈 수 있는 옵션들은 대부분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스스로 그런 옵션을 안 주려고 했었어요. 결정을 했는데 끝까지 가야죠. 전 하다가 안 되면 피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욕심이 있었어요. 왜냐면 다문화적인 감수성을 갖추고 있는 배우들이 많지는 않잖아요. 내가 소통할 수 있는 문법은 조금 서툴지만 그 문법 공부를 계속하면 영역이 넓어지면서 나중에 더 소통을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추측만 가지고 똥고집을 부린 거죠. 그렇게 해외에 머물던 사람이 한국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을 하고 동시에 한국 아이템들이 OTT 시장 때문에 해외화가 될 수 있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품들이 되고 있잖아요. 시장이 커지고 관객 수가 커지니까. 그런 점에서 아이템들의 내용과 저 같은 배우의 재료가 딱 만났을 때 조화로운 요리가 되는 타이밍의 문제였던 거 같아요. 


-지금이 그 타이밍인 거 같아요. 

=그런 거 같아요. 운을 탄 거죠, 이 시대의 운을. 그런 면에서 제가 운이 좋았었던 거 같아요. 

- 15년간의 무명생활을 지나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레토>에 캐스팅됐어요. 캐스팅 과정부터 크랭크업까지 매 순간 극적이었던 작품이었는데. 고된 시간을 견디고 한국 배우 최초 해외 영화 주연으로 칸영화제 진출까지 해냈어요. <레토>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 플렉스!(일동 웃음) 일단 <레토>는 배우 유태오의 꽃을 피게 해준 작품인 거 같고요. 일주일 전인가, 이수역에 있는 야외 상영관에 가서 <레토>를 봤는데 어… 이제서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이제야 그 캐릭터에서 벗어난 그런 순간이었어요. 2년 반이 걸렸네요. 저한테는 소중하고 운명적인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현실적으로 데이터로 봤을 때 저 같은 케이스가 성공할 수 있는 케이스가 아니거든요. 제가 조금 더 나이가 들었었다면 감독님 캐스팅 제안 카테고리 안에도 못 들어갔을 거고, 조금 더 어렸을 때 했었다면 그만큼 연기에 경험이 없어서 역할을 못 해냈을 거예요. 감독님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그 타이밍과 제가 그 시점에 배우로서 숙성되는 타이밍이 만났을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한 거 같아요. 말이 안 되거든요. 


- <레토> 속 빅토르 최와 당시의 유태오의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해보자면 이방인,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원석, 청춘인 것 같아요. 빅토르 최와 그런 닮은 지점들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나요? 

= 도움이 많이 됐죠. 저와 빅토르 최는 ‘유일성’ 때문에 닮았거든요. 한국 문화에서 나와서 유럽의 문화와 섞인, 그런 아시안-유럽피안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퍼포머인 사람은 별로 없어요. 유일하게 저와 빅토르 최인 거 같아요. 그 유일성과 작품의 감수성이 맞아떨어진 거죠. 그것도 운이었던 거 같아요(웃음). 


-계속 운이 좋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연기를 해오셨잖아요. 끈기와 노력 덕분인 거죠. 

=그렇죠. 그런데 독일에서도 계속 연극을 할 수 있었을 거고, 미국에서도 연극을 하거나 심지어 돈을 못 벌면 길거리에 나가서 버스킹을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애들 앞에서 삐에로 연기를 할 수도 있고요.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에요. 제가 마지막으로 궁금해했던 건 러시아와 프랑스의 전통적인 삐에로였거든요. 되게 아름답고 슬픈 역사들의 표현들 있잖아요.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인데… 말이 새네요(웃음).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넘치는 타입이군요. 그래서인지 취미, 관심 영역이 넓어요. 요즘엔 어디에 흥미가 있으신가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만 얘기하자면 ‘역사’예요. 인류의 역사. 왜냐면 인류의 역사와 인류의 언어가 언제 발전이 됐는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면 인간의 의식이 언제 시작됐느냐, 하고 같은 말이거든요. 거기에 관한 궁금증이 많아요. 다른 취미들은 이후에 작품이나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쨌든 간에 모든 취미들은 저한테 ‘배우로서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나’에 관한 고민이 우선이거든요. 


-‘양말 괴물 테오’를 집필한 동화 작가입니다. 그전엔 ‘리틀 썬’이란 가명으로 시도 쓰셨다고요. 

=저는 아직도 ‘작가’라는 호칭이 좀 낯설어요. 왜냐면 제가 쓰려고 해서 썼던 게 아니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이 안 돼서(쓰는 거예요). 내 속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매체가 없어서 압력밥솥이 터져나갈 거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그다음에 읽는 사람 입장, 아니면 듣는 사람 입장 어느 쪽에서 표현해야 내 감수성이 설득이 되나에 관한 고민으로 들어가는 거죠. 즉,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과 객관적으로 느끼는 것, 그 사이 타협점이 만날 때 내가 생각했었던 메시지가 전달이 될 것인가에 관해 생각해요. 중간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써요. 


-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자주 봐주고 소통하시잖아요. 팬 사랑이 남다른 배우입니다(웃음). 

=인스타그램의 경우 저를 태그 걸었으니 한 번 다 훑어보게 되고요. 디테일하게는 못 보지만 스토리를 누르면 훅훅 넘어가게 되거든요. 어떤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죠, 전. 


​-그분들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도 정성이죠. 생일 광고판 앞에서 춘 챌린지 영상도 인상 깊었어요. 팬들의 존재를 정의 내려 본다면요? 

=브랜드를 붙이자면 카테고리가 ‘정성’이겠죠? 정성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팬들의 관계는 아주 단순화 시키자면… 사랑을 주고받는 그런 관계? 맞는 말이잖아요. 사실 관객이 없고 팬들이 없으면 배우의 존재가 없어지잖아요. 누구 앞에서 연기를 하겠어요.

-감성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이성적인 면이 있는 사람인 거 같아요.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가장 냉정한 사람처럼 느껴져요. 이전 인터뷰들을 훑어보면 ‘이 배우가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저를 스스로 괴롭히는 점이 있기는 해요. 저한테 제일 독한 비난자가 저예요. 그런데 한 사람을 냉정하다, 이성적이다 이렇게 단순화시키기는 좀 어려운 거 같아요. 저만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요? 논리적이고 되게 테크니컬 할 수도 있지만 한 쪽으로는 되게 감정적일 수 있잖아요. 그 두 점이 딱 타협하면서 조화롭게 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항상 그 밸런스를 찾으려고 하는데, 조금 더 명백한 밸런스를 얻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그러니까 극과 극으로 가야 하는 거죠. 


- <레토> 이후 인지도를 위해 회사와 2년간 들어오는 작품을 모두 다 하자고 약속하셨다고요. <버티고>, <배가본드>, <아스달 연대기> 등 배역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들에 출연하며 쉬지 않고 달려오셨는데.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타이밍인가요. 

=사실 그때 차장님이 웃으면서 “다 하면 안 돼요. 그래도 그중에서 좋은 거를 골라야죠, 형” 이러셨는데(웃음). 고맙게도 모든 제안들이 너무나 좋은 작품들이었어요. 지금은 팬데믹 때문에 우연히 좀 쉬어가는 타이밍이에요. 이 타이밍을 즐기고 있어요. 시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에 관해 고민을 많이 하고요. 


-<레토>에서 마이크가 빅토르 최의 음악을 칭찬할 때면 빅토르는 “아직 미완성이야”라고 대답하죠. 개인적으로 빅토르 최가 불렀던 미완성의 곡들이 유태오 배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다듬어지고 있는 미완성의 배우이지만 지금 봐도 충분히 좋다고 할까요. 먼 훗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 제가 결과주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과정주의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인 거 같은데… 저는 과정이 중요한 사람인 거 같아요. 얼마 전 케이블 티비에서 옛날 성룡 영화를 하나 봤거든요. <취권 2>요.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성룡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이 분은 한 인생을 살고 갔다.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였어요. 저는 그런 배우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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