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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시험 8번 떨어진 무면허 감독이 찍은 영화?

조회수 2020. 9. 1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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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드라이브>(2011)에 9년 만에 다시 극장가에 걸렸다. 두 남녀 주인공 사이의 아스라한 로맨스, LA의 야경을 담아낸 촬영, 관객의 인내를 시험하는 폭력적인 이미지 등이 어우러진 수작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기념하며 <드라이브>에 관한 팩트들을 정리했다.


휴 잭맨 / 닐 마샬

─── 본래 <드라이브>는 블록버스터 규모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휴 잭맨이 주인공 역을, <디센트>(2005)의 닐 마샬이 연출을 맡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 감독을 맡게 되면서 영화 규모는 팍 줄어들었다. 총제작비는 1500만 달러, 5년 후에 제작된 <라라랜드>의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 니콜라스 윈딩 레픈과 라이언 고슬링의 첫 만남은 좋지 않게 흘러갔다. 당시 레픈은 아파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고, 고슬링은 이 자리가 지루해서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다. 함께 돌아가는 길, 라디오에서 REO 스피드웨건의 노래를 듣고 레픈은 그걸 따라부르다가 고슬링에게 “<드라이브>는 한밤중에 팝송을 들으면서 LA를 운전하는 남자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바로 그때 REO 스피드웨건이 나오지 않았다면 <드라이브>는 물론, 그다음 작품 <온리 갓 포기브스>(2013)도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 운전이 주가 되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차에 대해 어떠한 흥미도 없었다. 운전면허도 없었을 뿐더러, 면허 시험에서도 8번이나 낙방했다고.

─── 드라이버는 과묵하다. 100분의 러닝타임 중에 (891개 단어를 이루어진) 116 마디를 내뱉을 뿐이다.


─── 드라이버는 아이린이 나누는 대화는 극히 드물다.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은 그들이 함께 하는 신이 ‘무드’에 초점에 맞춰지길 바라며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들을 최대한 덜어냈다. 멀리건에게 <드라이브> 촬영이란 “매일 몇 시간씩 고슬링을 그리워하며 바라보는 일”이었다.

─── 라이언 고슬링과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 드라이버의 대사를 대폭 줄인 후, 브라이언 크랜스턴은 섀넌이라도 따발총처럼 말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거의 대부분의 대사를 애드립으로 꽉꽉 채웠다. 한편 크래스턴은 감독과 시나리오를 함께 읽다가 섀넌이 팔이 그어져 죽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결국 그렇게 정해졌다.

출처: <X파일> / <브레이킹 배드>

─── 브라이언 크랜스턴은 ‘드라이브’라는 제목을 단 <X파일>의 1998년 시즌 한 에피소드에 출연한 바 있다. 그때 시나리오 작가 빈스 길리건을 처음 만나게 됐고, 동정을 유발하는 악역을 능히 소화한 크랜스턴의 연기력에 매료돼 10년 후 그를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 월터 화이트 역에 그를 낙점했다. 그리고,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드라이브> 제작진들이 <브레이킹 배드>를 보고 크랜스턴을 섀넌 역에 섭외했다.

알버트 브룩스

─── 버니를 연기한 알버트 브룩스는 이전에 악역을 거의 맡지 않았다. <니모를 찾아서>(2003) 속 말린의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그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을 만날 때 그를 벽에 몰아세워 위협적인 투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감정이란 없는 것 같은 버니의 성격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눈썹까지 밀어버렸다.

론 펄먼

─── 론 펄먼은 니노를 “이탈리아 갱스터가 되고 싶은, 뉴욕에서 자란 유대인”이라고 해석해 그 역할을 따낼 수 있었다. 사실 니노는 가명이고, 버니는 딱 한 번 니노를 ‘이지’라고 부른다. 유대인 사회에서 이지는 ‘아이작’ 혹은 ‘이자도르’의 애칭으로 불린다.



─── <드라이브>의 포스터 문구는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의 것과 같다. “말끔한 도주란 없다. (THERE ARE NO CLEAN GETAWAYS)”

출처: <자유의 이차선>

───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영화는 다른 작품들의 영향이 짙게 드러난다. <드라이브> 역시 마찬가지. <포인트 블랭크>(1967), <자유의 이차선>(1971), <드라이버>(1978), <도둑>(1981)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화 속 로맨스는 <조찬 클럽>의 존 휴즈 감독의 작품, 촬영 스타일은 장 피에르 멜빌의 범죄 영화들이 영향을 미쳤다.

출처: <도둑>

─── 마틴 스콜세이지의 <택시 드라이버>(1976)의 레퍼런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특히 드라이버가 홀로 앉아 파이를 먹는 신은 명백히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가 파이 먹는 걸 그대로 가져왔다고 할 만하다.


<드라이버> 시나리오를 쓴 호세인 아미니

─── <드라이브>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연출작 중 유일하게 직접 각본을 쓰지 않은 영화다. 시나리오 초고를 읽은 레픈은 낮에는 스턴트맨, 밤에는 도주 드라이버로 일하는 인물의 이중 정체성에 큰 흥미를 느꼈다.

─── 수많은 스턴트 드라이버들이 크레딧에 올랐지만, 라이언 고슬링은 스턴트 드라이빙 코스를 통과해 여러 강도 높은 운전 신을 직접 찍었다.


캐리 멀리건과 니콜라스 윈딩 레픈

─── 캐리 멀리건과 시나리오 작가 호세인 아미니는 영화 촬영 당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집에서 지냈다.

출처: <언 에듀케이션>

─── 아이린(캐리 멀리건)과 스탠다드(오스카 아이작)은 원래 히스패닉 부부로 설정돼 있었으나, 레픈의 팬이라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힌 캐리 멀리건이 캐스팅 되면서 아이린에 관한 전사(前事)가 대거 수정됐다. <드라이브>는 멀리건이 <언 애듀케이션>(2009)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 처음 결정한 차기작이었다.

출처: <드라이브>

───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읽고 영감을 받아 <드라이브>를 “LA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화”처럼, 드라이버를 동화 속 영웅처럼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다. 어두운 동화 특유의 테마를 그대로 구현해, 드라이버가 선한 이를 보호함과 동시에 악한 이를 무참히 죽이는 뼈대를 만들었다.

─── 금색 전갈이 새겨진 드라이버의 새틴 재킷은 밴드 ‘키스’와 케네스 앵거의 실험영화 <스콜피오 라이징>(1963)에서 영감을 얻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 재킷이 키스의 노래 ‘I Was Made for Loving You’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 타이틀 시퀀스를 채운 핫핑크 폰트는 톰 크루즈의 초기작 <위험한 청춘>에서 영감을 얻었다.

─── 영화 오프닝을 장식하는 노래, 카빈스키의 ‘Nightcall'은 편집감독 맷 뉴먼의 추천으로 배치됐다. 이 곡은 브라이언 크랜스턴과 <드라이브>의 의상감독 에린 베내치가 참여한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2011)에도 사용된 바 있다. <드라이브> 곳곳을 채운 복고풍 음악은 사실 2007년과 2011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 <트윈 픽스> 시리즈,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데이빗 린치의 오랜 음악 파트너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드라이브>의 음악을 만들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결국 스티븐 소더버그와 많은 작품을 함께 한 클리프 마르티네즈가 음악감독을 맡게 됐다. 이후 마르티네즈는 <온리 갓 포기브스>, <네온 데몬>(2016), TV시리즈 <투 올드 투 다이 영>(2019)까지 꾸준히 레픈과의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인사이드 르윈>. 왼쪽 끝이 오스카 아이작, 오른쪽 끝이 캐리 멀리건.

─── 오스카 아이작과 캐리 멀리건은 2년 후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2013)에서 다시 만났다. <드라이브>에서 부부를 연기한 두 배우는 <인사이드 르윈>에선 헤어진 연인 관계로 나왔다.

─── 베스 미클을 <하프 넬슨>(2006)에서 처음 연을 맺은 라이언 고슬링의 추천으로 <드라이브>의 미술감독을 맡게 됐다. 40명의 크루들과 함께 하루 16~18시간씩 일하며 수많은 공간들을 구축한 미클은 <드라이브>의 프로덕션 디자인 예산이 이전에 작업했던 작품의 10배가 넘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근 10년이 흐른 현재, 그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2021)를 작업 중에 있다. 의상 디자이너 에린 베나치 역시 <하프 넬슨>에서 고슬링과 작업한 바 있다.

───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드라이버가 아이린이 보는 앞에서 킬러의 머리를 짓밟는 신을 찍기 위해 가스파 노에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노에는 <돌이킬 수 없는>(2002)에서 무자비한 구타 장면들을 선보여 악명을 떨친 바 있다. 하지만 NC-17 등급을 받기에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재편집을 거쳐야 만했다.

───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주인공의 이름은 ‘드라이버’ 혹은 ‘키드’로만 언급된다. 심지어 엔딩 크레딧에도 ‘드라이버’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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