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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 그녀의 마음에 꽂힌 한 장면은?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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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화면 속 빈 의자가 보인다. 이윽고 천우희가 그 자리에 앉았다. 조금은 낯선 인사를 나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의 인터뷰는 이런 식이다. ‘줌터뷰’(화상회의 서비스 프로그램 줌(Zoom)+인터뷰)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인터뷰 내내 기자는 어색해했고, 배우는 덤덤히 자신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때로는 들뜬 목소리로 들려줬다. 그 모습이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소희와 닮아 보였다. 부산에 사는 소희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엄마와 함께 헌책방을 운영한다. 그에겐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병으로 누워 있는 언니 소연(이설)에게 온 영호(강하늘)의 편지를 전달하고 대신 답장을 보낸다. 선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 랜선을 통해 만난 천우희에게도 그런 인상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특별한 시간이었나.

지난해 7월까지 <비와 당신의 이야기>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됐다. 그러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많이 바뀌었다. 정말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대가 와 버렸다. 가장 중요한 게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사실이 정말 크게 와 닿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열망하는 무언가, 단순한 즐거움들을 우선시하자고 생각했다. 2020년은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

영화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식상한 질문이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인상이 궁금하다.

(웃음) 그러면 나도 식상할 수 있겠지만 인터뷰에서 많이 해왔던 이야기를 하겠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1990년대 2000년대 때 봐왔던 그런 감성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흔치 않은 작품이 하나쯤은 나와주는 게 좋지 않을까. 분명히 찾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빠르고 자극적이지 않은 느린 호흡의 잔잔한 영화도 분명히 좋게 봐주고 매력적으로 봐주실 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이런 작품을 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연기하면 또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함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에필로그였다. 끝맺음을 잘해준 것 같고 뭔가 잔잔하게 스미는 느낌이 있더라. 게다가 강하늘이라는 배우가 영호를 연기한다고 하니까 하늘씨와의 호흡도 궁금하기도 했고. 음…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너무 기대하면서 선택한 작품이다.

이런 역할은 처음이라고 했다. 소희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다. 연기하면서 어땠나.

이전 작품에서 무겁고 선이 굵은 캐릭터의 연기를 하다 보니까 이렇게 잔잔한 영화 속의 주인공이 낯설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더라. 그런 에너지 차이의 간극이 크다 보니까 나름의 재미가 느껴졌다. 연기적으로 정말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 장르든 캐릭터든. 지금까지 선이 굵직굵직한 역할을 해왔지만 편안하고 일상적인 것들, 섬세한 연기도 항상 해보고 싶었다.

유치한 질문이다. 선 굵은 캐릭터와 일상적인 캐릭터 가운데 연기하기 쉬운 쪽은 어딘가.

(웃음) 카메라 앞에 서면 쉬운 연기, 편한 연기는 없는 것 같다. 정말 극한으로 에너지를 표출하는 것이 쉬운 건 아니지만 섬세함을 표현하는 것도 어렵다. 혹시라도 내가 놓치고 갈 수 있는 것들이 생길 수 있고. 쉬운 건 없지만 두 가지 연기 모두 재밌긴 하다.


편지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영화 속 편지의 글씨를 직접 썼는지 궁금하다.

손글씨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나름 열심히 연습했다. 거꾸로 쓰는 연습도 했는데 감독님한테 보여드렸더니 선택을 안 하셨다. (웃음) 내 글씨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는 직접 글씨를 썼지만 화면에 잡힌 글씨는 전문가 분이 써주신 걸로 나가게 됐다.

안타까운 사연이다. 혹시 편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을까.

어렸을 때 편지를 정말 많이 썼다. 특히 부모님에게. 항상 마무리는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자, 사랑해’라고 쓴 기억이 난다. 그런데 딱히 답장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웃음) 나중에 보니 그걸 다 모아 놓으셨다. 최근에 ‘마미북’, ‘대디북’이라는 책을 선물해드렸다. 부모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완성하는 책이다. 그 책의 마지막에 편지를 쓰는 게 있다. 부모님이 나에게 편지를 써주셨다. 정말 평생 간직하고 싶은 특별한 책이 됐다. 그 편지와 함께.

영화의 주인공은 영호와 소희지만 두 사람은 다른 공간에 있다. 소희가 직접 호흡하는 사람은 엄마, 언니 등인데 특히 언니는 병으로 누워지낸다. 말도 하지 못하고 손끝에 연결된 작은 종을 울려 의사 표현만 할 수 있다. 이런 상대역과의 연기는 특별한 뭔가가 있었을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여러 가지 처음을 해본 것 같다.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도 그렇고 언니 캐릭터와의 연기도 그렇다. 언니 소연을 연기한 이설이라는 배우는 예전부터 눈여겨봤다. 소희의 언니 역할을 한다고 해서 기뻤다. 그 친구가 갖고 있는 맑은 눈과 표정이 소연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장면들은 내가 혼자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교감이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말을 하지 않았어도 눈빛이 상황을 다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시나리오 상에서도 병원 신이 좋았는데 언니와 자음과 모음이 쓰여 있는 보드판으로 말을 만들고 호흡하고 편지를 읽어주는 장면이 영화에서 훨씬 더 잘 표현된 것 같다. 이설 배우가 잘 해줬기 때문이다. 그 교감들이 좋았다.

자동차 안에서의 엄마와의 대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 전체가 동화 같은 분위기였는데 엄마가 갑자기 너무 현실적인 슬픈 이야기를 한다. 배우 입장에서 특별히 꽂힌 신이 있을까.

꽂히는 신? 에필로그 운동회 장면을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연기한 장면을 얘기를 해야 되겠다. (웃음) 방금 전 얘기한 것처럼 언니와 함께한 병원 신들이 좋았다. 영화로 봤을 때 더 뭉클했다. 밤에 자다가 깬 언니를 다독이며 무서운 꿈꿨냐고 묻는 장면은 덤덤하게 오랫동안 간호했던 사람의 모습이 보여진 것 같다.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것 같아서 기억이 남는다.

영화 속의 소희는 프로 간병인이다.

맞다. 언니가 밤에 깼을 때 소희는 거의 반사적인 반응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아픈 가족을 돌봐온 사람들은 환자를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애기 다루듯이 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렇지 않은 듯 신뢰감과 안도감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미묘한 차이를 영화 속 언니한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다.

언니와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분명 멜로영화다. 멜로영화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멜로영화를 가장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명한 작품들은 다 보고 좋아한다. 사랑에 대해서 소소하게 풀어가는 것들, 섬세하게 풀어가는 작품은 다 좋아했던 것 같다.

혹시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를 추천한다면.

지금 딱 생각나는 영화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첨밀밀> <노팅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이런 영화들이 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아닐까. 잔잔하고 섬세함이 보여지는 영화들. 이 영화들처럼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영화 속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2003년과 2011년의 시간이 교차된다. 2011년에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다. 10년 전이기 때문이다.

헉. 벌써 10년 전인가.


그렇다. 그래서 말인데 생뚱맞은 질문이지만 지난 10년의 배우 생활을 돌아보면 어떤 기분인가.

음… 문득 내가 뭘 했지, 지난 시간 동안 뭘 하고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일 매일 분명히 치열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정말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과 한 작품, 한 작품 해낸 것들이 큰 영양분이 됐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차기작,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앵커>는 촬영을 마친 걸로 알고 있다.

<앵커>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3월 말부터는 김희원 선배, 임시완씨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작품(동명의 일본영화 리메이크작)을 촬영하고 있다. 6월 말까지 촬영할 계획이다. 그다음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이다. 유튜브 업로드는 왜 안 되고 있나.

(일동 웃음) ‘희희낙낙’(천우희의 유튜브 채널)을 아시는군요. 희희낙낙은 취미 찾기가 컨셉이다. 지금도 딱히 큰 취미는 없지만. 그런데 코로나19 시국이다 보니까 어느 공간을 가기가 쉽지가 않더라. 또 영화 촬영도 계속 있었고. 지금은 일단은 리뉴얼에 들어간 상태다. (웃음) 새로운 컨셉의 컨텐츠는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진짜 마지막이다. 영화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은 개봉을 하게 되서 너무너무 설렌다. 많은 분들이 극장에 와주셨으면 좋겠는데 개봉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분들이 편하게 꺼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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