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수상부터 19금 소감까지? 2021년 오스카 시상식 명장면 모음

조회수 2021. 4. 3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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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더 이상 TV로만 보는 시상식이 아닌 걸까.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2020년 오스카 시상식 4관왕에 빛났던 한국 영화 <기생충>의 활약에 이어,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역시 한국 영화인들의 선명한 존재감을 뽐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전 세계인의 환호를 얻은 윤여정의 수상 장면을 비롯해 오래도록 기억될만한 2021년 오스카 시상식의 명장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출처: 베니티 페어(Vanity Fair)

모두의 예상이 옳았다. 윤여정이 올해 오스카 여우조연상의 주인이 됐다.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무대 위에 오른 윤여정의 수상 소감은 해외 매체 선정 ‘2021년 오스카 시상식 베스트 모먼트 리스트’의 단골손님이었으니.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시상자이자 <미나리>의 제작자였던 브래드 피트에게 “우리가 털사에서 촬영할 땐 어디에 있었나”라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어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글렌 클로즈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나. (후보 배우들 모두) 각각의 영화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우리는 각자 영화의 수상자들이다. 나는 조금 더 운이 좋아 이 자리에 선 것 같다”며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윤여정의 소감을 듣고 “I love her”라고 이야기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

일하는 엄마, 모든 워킹맘들에게 힘이 되어준 소감 멘트 역시 전 세계인의 환호를 받았다. 윤여정은 “열심히 일하게 만든 두 아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이게 바로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이야기하며 웃음과 감동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의 한국어 시상

작년 오스카 시상식 4관왕의 주인공이었던 봉준호 감독은 올해 감독상의 시상자로 오스카 시상식을 찾았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후보들에게 ‘어린아이를 붙잡고 감독이란 직업이 무엇인지 20초 이내에 짧게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를 물었다”고 이야기하며 그들의 답을 소개했다.


감독상 시상은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그의 작년 수상 소감과 같았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어로 감독상 후보들의 답변을 전했고 이는 영어 자막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소개됐다. 오스카 시상식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영화인을 향해 뻗어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다양성의 풍경. 저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감독들의 답변은 시상식에 영화로움을 더했다. 봉준호 감독이 수집한 각 감독상 후보들의 답변을 전한다.

Q. 감독이란, 디렉팅이란 무엇인가.

클로이 자오 감독 <노매드 랜드>

A. 감독이란 결국 이것저것 웬만큼은 할 줄 알지만 뭔가 하나 마스터한 것은 없는, 그런 사람들. 그러다 일이 꼬여가기 시작할 땐 <버든 오브 드림스> 같은 영화를 보면서 ‘아 이런 상황에서 베르너 헤르조크 감독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그런 존재입니다.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 <어나더 라운드>

A. 저 아래 시커먼 물이 출렁이는 절벽 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는지, 전혀 알 수가 없지만 동료 아티스트들과 함께 다 같이 뛰어내린다면 어떤 뜨거운 연대감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죠.

정이삭 감독 <미나리>

A. 영화는 삶에 대한 응답이어야 합니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진정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스토리 텔러는 늘 우리의 실제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만 합니다.

에머랄드 펜넬 감독 <프라미싱 영 우먼>

A. 잔혹 또는 무시무시한 것들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일. 8살 때 “너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엄마가 물었고, 꼬마 에머랄드는 대뜸 이렇게 답했습니다. “전 살인사건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데이빗 핀처 감독 <맹크>

A. 어떤 하나의 신을 찍을 때 그걸 찍는 수백 가지의 방법들이 있지만, 결국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맞는 방법과 틀린 방법.

클로이 자오가 새로 쓴 역사

출처: 베니티 페어(Vanity Fair)

작년 가을 개최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거의 모든 시상식의 작품상을 거머쥔 <노매드랜드>는 여러 매체로부터 2020년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중국인 감독 클로이 자오 역시 <노매드랜드>와 함께 놀라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었으니. 이미 여러 시상식의 감독상을 쓸어 담았던 클로이 자오는 올해 오스카의 작품상, 감독상까지 품에 안으며 아카데미 역사의 새 페이지를 펼쳤다. 클로이 자오는 오스카의 감독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 감독이자 첫 번째 아시아 여성, 비백인 여성 감독이란 기록을 세웠다.


오스카 분장상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성들

(왼쪽부터) 미아 닐, 자미카 윌슨, 세르지오 로페즈-리베라

올해 오스카 시상식엔 최초의 기록이 많았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를 통해 올해 오스카 분장상에 노미네이트된 세르지오 로페즈 리베라와 미아 닐, 자미카 윌슨. 이 중 미아 닐과 자미카 윌슨은 분장상 부문 후보에 오른 최초의 흑인 여성들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해당 부문의 트로피까지 안으며 분장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성들이 됐다. 이들은 수상 소감을 통해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모든 여성들이 이 자리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언젠가 그 풍경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날도 오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부모님의 OO 덕분에…
다니엘 칼루야의 19금 수상소감

출처: 베니티 페어(Vanity Fair)

다니엘 칼루야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를 통해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무대 위에 섰다. 그간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수상자는 많았으나, 다니엘 칼루야처럼 디테일한 감사를 전하는 이들은 없었으니.


“우리가 숨 쉬는 것, 걷는 것, 모두 멋진 일이다”라며 삶에 감사를 전한 다니엘 칼루야는 부모님을 언급하며 “엄마와 아빠가 사랑을 나눴다. 정말 멋진 일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지 않나”(My mom met my dad, they had sex. It's amazing! That's why I am here)라는 소감을 이어갔다. 직접적인 단어 선택을 했을 때 오스카 시상식 카메라엔 다니엘 칼루야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포착되었는데, 당황한 기색이 묻어난 가족들의 리얼한 반응은 시청자들 사이 화제를 모았다.

다니엘 칼루야의 수상 소감 당시 카메라에 포착된 다니엘 칼루야의 어머니와 여동생

다니엘 칼루야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언급한 수상 소감에 대한 질문에 “당분간 어머니의 전화를 피할 것”이란 농담을 던진 후 “어머니는 쿨하다. 유머 감각이 있어 괜찮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렌 클로즈의 Da Butt 댄스

글렌 클로즈는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진 못했지만, 그녀가 장내 분위기를 뒤흔든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시상식의 축하 이벤트 시간. “영화 <스쿨 데이즈>의 삽입곡 ‘Da Butt’을 아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글렌 클로즈는 답을 외치는 대신 흥 오른 댄스를 선보였다. 시상식장 내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의 환호를 받기 충분한 댄스 실력.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수상소감

<노매드랜드>를 통해 작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짧고 굵은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모았다. 먼저 작품상을 수상하기 위해 제작자로서 오른 오스카 무대 위에서 그녀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은 후 “우리의 늑대에게 이를 바칩니다”라고 이야기한 후 늑대의 울음소리를 흉내 냈다. 알고 보면 우울증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노매드랜드>의 음향 담당자, 마이클 울프 스나이더를 기리는 추모가 담긴 행위였다고.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으로는 <맥베스> 속 맥더프의 대사를 인용했다. “나는 할 말이 없다. 이 칼이 나의 말을 대신할 거니까”라고 이야기한 그는 “우리는 이 칼이 우리의 일이라는 걸 안다. 난 일을 사랑한다. 하하. 그걸 알아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이 트로피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무대를 떠났다. 군더더기 없지만 명확한 수상 소감. <노매드랜드>의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이 그녀의 위로 겹쳐 보였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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