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165억, 복제인간, 티빙 오리지널.. 소문난 잔치 <서복> 재밌을까?

조회수 2021. 4. 16.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드디어. 지난 12일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서복>이 베일을 벗었다. '드디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서복>을 보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년 12월 개봉을 못 박은 <서복>은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악재와 맞물려 길을 잃었고, 꽤나 긴 시간 침묵을 이어왔다. 말 그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관객 앞에 고개를 든 <서복>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언론시사회 반응을 바탕으로, <서복>의 관람 포인트 그리고 알고 보면 더 좋을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 <서복>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는 없으나 <서복>과 관련된 상세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 영화 최초로
복제인간 소재를 다룬다.

수많은 영화 관계자 그리고 영화 팬들이 <서복>을 기다린 이유는 분명하다. <서복>은 한국 영화 '최초로' 복제인간 세계관을 내세우는 작품이다. '최초'의 무게를 짊어졌다는 점, <서복>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다. 사실, 복제인간이란 소재 자체는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는 신선하다거나, 신세계를 기대하게 하는 특별한 무언가는 아니다. 주연 배우인 공유의 말을 빌리자면 "외국 작품들에서 수도 없이 전했던" 이야기 중 하나. 그럼에도 '한국영화표' 복제인간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서복>은 국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 내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은 배우 박보검이 연기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방법론인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 진시황 시대, 불로초를 찾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 실존 인물 '서복'으로부터 기인한 이름이라는 점에서 추측해볼 수 있듯 '서복'은 영생이 가능한 존재다.


서복(박보검)은
어떤 복제인간일까.

<서복> 1차 예고편 중

그렇다면 한국 영화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은 과연 어떻게 그려졌을까. <서복> 1차 예고편이 공개됐을 당시부터 많은 이들이 서복이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걸 눈치챘다. 나뭇잎으로 보이는 조각들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역행해 나뭇가지 근처로 되돌아가는 아주 짧은 장면. <서복> 예고편을 자세히 본 이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팬들의 날카로운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박보검이 연기한 '서복'은 그저 편리한 목적만을 위해 설계된 복제인간이 아니다. '서복'은 초능력을 가진 복제인간이다. (물론 이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능력은 아니며 하나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것이라 이용주 감독은 직접 밝혔다.)


'서복'은 뇌파를 통해 전자기력을 발생시키고, 제 뜻대로 염력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특별한 기운을 가졌다. 이러한 설정을 두고 많은 이들이 <아키라>(AKIRA, 1991)와 <서복>을 비교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어리고 연약해 보이는 실험체, 인간복제 그리고 염력. 세 가지 설정을 모두 펼쳐낸 <서복>은 어딘지 모르게 K-<아키라> 같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익숙하다'는 것이 곧 부정적 평가로 이어지진 않는다. <서복>의 오락적인 볼거리, SF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규모감 역시 서복의 능력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 과연 '서복'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에서 친절히 설명돼 있지는 않지만, 시나리오 작업 중에서도 지적받았던 부분 중 하나인데, 저는 서복의 능력이 창대해질 것이라고 주요 인물들이 크게 예상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사이드 이팩트(부작용)의 일종이라 생각했었고 서복이 만들어진 근본적 이유 자체는 ‘영생’ 때문이다."

<서복> 기자간담회 中 이용주 감독의 코멘트

순제작비만 165억 원대.
오랜만에 돈값 제대로 하는 영화 될까?

<서복>에 대한 원론적인 평가는 잠시 제쳐두고. 언론시사회를 통해 미리 만나 본 <서복>은 '반가운' 영화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웃도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넷플릭스 행을 선택했기에.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대작, <서복>을 스크린으로 본 이들은 반가운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복>은 베일을 벗기 전부터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돼 화제를 모았다. 순제작비만 165억 원대, 손익분기점만 470만에서 500만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 정말 <서복>은 돈 값하는 영화였을까? 그건 관객이 무얼, 어떻게, 얼마만큼 상상하느냐에 달렸다. <서복>은 곳곳에 유려한 비주얼이 펼쳐지는 작품임이 분명하나, '화려한', '압도적인',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과 같은 수식어보다는 '서정적인', '밀도있는' , '묵직한' SF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기 때문. 러닝타임 내내 자본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규모있는 특수효과가 펼쳐지길 기대한 이들에게 <서복>은 SF가 아닌 '복제인간과 인간의 로드 무비'로 느껴질 수 있다. 


<불신지옥>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 8년 만의 신작

공유와 박보검의 '훈훈한' 캐스팅 소식뿐만 아니라, <서복>은 <건축학개론>을 연출한 이용주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평단의 기대를 모았다. <건축학개론>이후 무려 8년 만에 <서복>으로 돌아온 그는 <서복>의 초고를 완성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만만찮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서복>은 이용주 감독을 8년 동안 괴롭힌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복제인간과의 특별한 동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담고 싶었다"는 그는 <불신지옥>과 <건축학개론>에서 보여준 제 장기를 한데 모아 <서복>을 완성시켰다. 이용주 감독의 핵은 역시나 감정을 묘사하는 점에 있었다. <서복>은 액션, SF, 드라마 등 여러 장르가 혼재된 작품이지만, '이과적인' 영화라기보단 '문과적인' 영화에 가깝다. 죽음을 앞둔 기헌(공유)이 낯선 존재인 서복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감정선은 물론이거니와, 복제인간 서복이 마주하는 혼란스러운 내면이 섬세하게 담겨있다. 


결국, <서복>은 볼거리가 아닌
메시지에 집중해야 하는 영화

앞서 여러 차례 이야기한 것처럼, 결국 <서복>은 보여지는 것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만드는데 더 공을 들인 영화다. 이용주 감독 역시 이를 반복해 강조했다. 기자간담회 당시. <서복>이 “할리우드 마블 영화식의 (히어로) 장르물로 보여질까봐 걱정”이라고 밝힌 그는,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SF 장르 그리고 복제 인간이라는 소재를 선택하게 됐을 뿐, 제 야심이 처음부터 장르물을 바랐던 건 아니었다는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는 영화의 진행 방식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서복>은 후반부에 몰아치는 VFX 촬영 신과 액션신을 제하면 대개 기헌과 서복의 '선문답'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SF 영화의 스펙터클한 구성만을 떠올린 관객이라면 당혹감을 내비칠 수도 있는 지점.


이용주 감독은 데뷔작 <불신지옥>의 테마였던 두려움의 감정을 확장하기 위해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다. 복제인간 영화가 익히 담아내는 생명윤리가 아닌 죽음에 관한 두려움을 줄기로 잡았다는 점에서 <서복>은 차별성을 가진다. '답이 없는' 질문들을 통해 유한한 인간이 가진 두려움을 끊임없이 상기하는 <서복>은 장르적 야망이 아닌, 감독이 한 번쯤은 묻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꾹꾹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용주 감독에게 8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이기도.

" 두려움과 욕망을 동전의 양면처럼 응축시킬 수 있는게 서복의 존재라 생각했다.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영생에 대한 욕망에 대해 근원적인 죽음이란 두려움이 양면의 거울과도 같다 생각해 서복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서복> 기자간담회 中 이용주 감독의 코멘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만남
공유와 박보검의 연기합은 어땠을까

<서복>은 기헌과 서복의 동행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영원히 죽지 않는 서복과 죽음을 목전에 둔 시한부 요원 기헌. 정반대 상황에 직면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변화시킨다. 각각 기헌과 서복을 연기한 공유와 박보검의 만남은 <서복>의 가장 큰 기대 포인트였다. 두 사람의 비주얼을 한 화면 안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복>은 제 임무를 다한 영화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터져 나왔을 정도. 결론적으로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성공적이라는 평이 다수다. 묵직한 영화 분위기 곳곳을 환기한 두 사람은 기헌과 서복의 극명히 다른 온도를 적절히 표현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감독님이 원하셨던 그림이 있다. 촬영 전부터 영화 '레인맨'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서복과 기헌이 동행하면서 티격태격하고, 말대꾸도 많이 하고 서복 때문에 제가 곤란해지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리액션들이 작은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우리 영화에서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요소다. 무거운 신에 비해 남자 둘이 알콩달콩 브로맨스를 펼치는 게, 저도 쉬어갈 수 있는 신이라 따뜻했다"

<서복> 기자간담회 中 공유의 코멘트

티빙(TVING)과 극장 동시 공개.
집에서 봐도 괜찮은 영화?

<서복>의 평가에 많은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 <서복>은 티빙(TVING)의 첫 번째 오리지널 영화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도 불구, 극장개봉을 고수해왔던 CJ ENM은 165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된 <서복>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서복>은 15일 티빙과 극장을 통해 동시 공개된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극장가 상황 속 적자가 빤히 예상되는 <서복>을 위해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한 것. 물론 이 결정은 여러 상황과 시기가 맞물려 내려진 것이기도 하다. 업계 내 분석에 따르면, 티빙 역시 OTT 대세론에 발맞춰 개별 법인을 설립하는 등 여러모로 몸집을 불리려던 참이었기에, <서복>이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티빙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결정이 됐다. 과연 첫 번째 티빙 오리지널 영화 <서복>은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