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이준익 감독 "이번 영화, 이야기의 편을 들어준 배우들 덕분"

조회수 2021. 3. 3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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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사진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준익 감독

이준익 감독이 약 3년 만에 신작 <자산어보>를 들고 돌아왔다. 2018년 <변산>에서 힙합에 도전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과 그의 제자 창대를 주인공으로 한 <자산어보>로 다시 사극에 도전했다. 설경구와 변요한의 만남, 그리고 '사극 스페셜리스트' 이준익 감독이 만난 <자산어보>는 '사극 왕의 귀환'이란 호평을 받으며 관객 맞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서학(가톨릭)을 받아들여 유배 온 대역죄인 정약전(설경구)과 한평생 상놈 운명이면서도 한사코 공부를 놓지 않은 창대(변요한)에게서 이준익은 어떤 이야기를 발견했을까. 씨네플레이는 <자산어보> 언론 시사가 진행되고 하루 지난 3월 19일, 비대면 화상 인터뷰로 이준익 감독을 만났다. 흑백의 사극, 서학과 유학의 만남, 설경구와 변요한을 비롯한 배우들의 일화까지, 관객들이 <자산어보>의 깊은맛을 더 음미할 수 있도록 이준익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시사회 때 변요한 배우가 영화 보고 울었다고 했다. 그 이후 어떤 얘기를 하셨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그런 얘기 잘 안 한다, 신기하게. 진심이 느껴지는 건 말하면 (마음이) 날아갈까 봐 그런지 얘기를 잘 안 한다. 울었던 게 공감은 된다. (변요한이) 현장에서 정말 창대라는 인물에게 지독한 애정이 있었다. 같이 옆에 일하는 사람이 다 느껴져. 영화가 1년 반이 지나 처음 본 것이다. 당사자가 그 시간을 버텨냈다는 점이 힘든 게 아니라 벅찼을 것 같다. 

창대 역의 변요한

<자산어보>를 흑백으로 찍은 계기가 흑백으로 된 사극을 만들고 싶다는 이유였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사극을 많이 안 찍어봤으면 감히 이런 시도도 안 했을 것 같다. 사극을 여러 편 찍어봤으니까. 이 영화는 특별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동주>라는 전작이 있어 자신감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극을 흑백으로 찍는다… 인류의 기술이 흑백에서 컬러로 발전하면서 '흑백은 과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흑백은 흑백 자체가 판타지다. 왜냐하면 현실은 컬러니까. 흑백이야말로 논 리얼리티다. 흑백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흑백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컬러가 만연한 시기에 흑백의 특별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21세기에서 사극을 흑백으로 찍은 영화가 얼마나 될까?


근현대 쪽으로 가면 <이다>나 <콜드워> 정도가 생각난다.

할리우드의 <아티스트>도 있지만 그런 건 현대다. 이 영화는 전근대다. 이걸 흑백으로 찍는 거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사극을 많이 찍었으니까 할 수 있는 발상이었던 거 같다. 찍으면서도 흑백이 주는 특별함, 각별함에 배우나 스태프나 감독인 나나 모두가 너무나 흠뻑 젖었다. 흑백이란 게 주는 즐거움에 흠뻑 젖었다. 흑백 영화니까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의미는 있겠지, 근데 재미가 있겠어?' 그렇게 극장에 올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예상을 완전히 바꾸니까 신선한 경험으로 결과를 맺게 된 것이다. 이것을 일반 대중들이 영화의 특별한 경험으로 삼으면 흑백의 선입견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정약전 역의 설경구

많은 분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출연진이다. 이 배우들을 어떻게 캐스팅했나?

캐스팅을 할 때, 제1주인공을 캐스팅한다. 그 외에는 구체적으로 정해놓지도 않는다. 설경구는 <소원>이란 작품을 같이 했고 서로에게 신뢰와 믿음이 있으니까, 딱 시나리오가 마음에 드니까 바로 수락했다. 그다음에 창대는, 가거댁은 누가 하는 게 좋을까 의논했다. 나는 변요한이 머릿속에 없었는데 “변요한 어때요?” 설경구가 얘기했다. 시나리오의 몇몇 특징적인 장면으로 상상했더니 딱 붙더라. 보통 하루 지나면 떨어지기 마련인데 다음 날에도 붙어있었다. 변요한에게 시나리오를 줬는데, 마침 스케줄이 맞아서 캐스팅까지 됐다. 가거댁 이정은은 설경구랑 대학교 후배네? 그래서 바로 시나리오를 줬더니 됐다. 더 중요한 건 우정 출연으로 나오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다. 설경구가 '잘 알려진 배우들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비도 그렇고, 몇 신 안 되는데 그런 배우들에게 해달라고하는 게 예의에 어긋나는 거지.” “그래도 비상업적인 소재의 영화면 익숙한 배우들이 나와야 이야기에 흠뻑 빠질 수 있지, 잘 모르는 배우가 나오면 마음이 잘 안 간다. 잘 아는 배우들로 캐스팅하자” “해주면야 좋지만~ 해주겠냐.” “아, 줘봐요~. 줘서 안 오면 말고!” 그래서 던졌는데 던진 사람들이 다 한다 그랬다. 대표적인 배우가 류승룡이다. 

<자산어보>에 함께한 배우들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

정약용은 잠깐 나오지만,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다 아는 사람이다. 분량이 적은데 잘 모르는 사람이 나오면 ‘저 사람이 정약용이야?’ 하면서 존재감이 좀 약해지니까 존재감이 있는 배우를 해야 했다. 설경구가 ‘요즘 기분이 제일 좋은 배우가 누굴까’ 해서 그때 천만이 넘은 <극한직업>의 류승룡한테 주면 덥석 할 수도 있다(웃음). 그래서 시나리오를 매니저한테 줬다고 문자했는데 10분 후에 전화가 왔다. “감독님, 할게요.” “뭐? 시나리오 봤어?” “안 보고 할 겁니다.” “시나리오 보고 얘기해! 안 봤다고 하면 맡기겠냐, 네가 감독이면?”(일동 웃음)

<평양성> 때 같이 했으니까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거 아닐까.

그래도 역할이 뭔지 알아야 할 거 아닌가(웃음). 배우 입장에선 이런 선택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류승룡뿐인가. 조우진, 김의성, 최원영, 윤경호.

개인적으론 동방우 배우를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았다.

동방우 배우도. 그런 배우들이 턱턱 해줬다. 이 건은 설경구의 제안으로(잘 풀렸다). 이런 계획을 짜진 않았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이야기의 편을 들어준 것 같다. ‘이런 이야기라면 내가 가서 봉사하는 마음으로라도 출연하겠다.’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선택하는 마음, 그 정신. 그게 그 사람들의 배우로서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멋있나. 장면 보면 빛난다.

모든 배우가 감독님께 귀하겠지만, 이 역할은 이 배우가 해서 다행이다 특별히 생각한 배우가 있다면?

그것이 류승룡이다. 정약용, 그냥 이름 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조선 후기의 최고의 학자다. 그 사람을 류승룡이 연기한 게 최고의 성과라고 보고, 그다음은 조우진. 조우진이 흑산진의 지방관리인데 그 못 배운 지방관리 연기를 너무 잘했다. 돈 주고 벼슬 사서 천자문 하나 떼고는 허세 부리면서 그런 걸 너무 잘했다. 너무 고맙다.

조우진의 캐릭터가 정말 재밌었다.

깜짝 놀랐다, 나도 그렇게 할 줄 몰랐다. 조우진은 정말 보물 같은 배우다.

설경구와 이준익은 <자산어보> 전에도 <소원>(오른쪽)에서 함께 했다.

설경구 배우와는 <소원> 때 같이 했다. 그 후 설경구가 '지천명 아이돌'로 급상승했는데, 이번 <자산어보>를 할 때 좀 달라진 게 있었나. 설경구 본인이 아니라 주변 반응 같은 거라도.

주변의 분위기… 가끔 놀려먹긴 한다(웃음). 놀려먹는데 싫어하지 않더라. 즐기더라. '아이돌 스타'라는 일종의 누명인지, 축복인지 모르겠는데 그걸 갖게 되면서 사람이 좀 유쾌해졌다. 밝아졌고. <소원> 때보다 어떤 걸 대할 때 천진난만해지고. 전엔 좀 더 진지한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유쾌한 스타일로. 이번에 홍보할 때도 인형도 깨물고(웃음). 많이 너그러워진 것 같다. 

이준익 감독

의식주에서 식이 돋보이는 영화다. 조선시대 배경인데 탕이나 각종 음식을 어떻게 준비했나.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전반적으로 흐르는 이야기의 바탕이 일상성이란 것이다. 일상이 소재이고 주제인 영화인데, 당연히 일상에서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자산어보>라는 책의 특징을 살려내려면 여러 가지 생물과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음식 전문가를 섭외해서 음식을 촬영 전에 준비를 해뒀다가 카메라 오면 가져와서 촬영하고.

그럼 혹시 촬영장 음식도 호화로운 편이었나.

다들 그렇지만 나도 철칙으로 여기는 것이 소품에 손대면 마라. 왜냐하면 소품도 출연자니까. 음식도 출연하는 거다. 그 생명을 잡아서 먹는 일상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그 생물은 이 영화에 출연해 영화에 기여한다. 출연하는 걸 함부로 먹고 이러는 건 절대 하면 안 된다. 영화 현장의 성스러움이 있다. 그래야 그다음에 나올 수 있는 생물들이 우리에게 소중한 출연진으로 여겨진다. 뭐가 나왔다고 오늘 저녁은 저걸 먹자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이강회 역의 강기영

강회와 창대 시를 주고받는 부분이 <변산>의 힙합이 생각났다. 그런 걸 의도했는지?

그렇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1800년대 초 아메리카에선 백인들이 총 들고 인디언을 내몰고, 갱들끼리 총질하는 야만적인 시기인데 그 시기 조선에선 지식인들이 자신의 온전한 지식 체계와 세계관을 놓고 총잡이의 방아쇠보다 더 강력한 시어를 날리는 시 대결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게 조선 선비들의 지성의 끝판이라고 본다. <왕의 남자>에선 광대가 줄 위에서 사설을 친다. 랩은 미국에서 들어온 장르지만, 그전에 광대들이 줄 위에서 하는 사설이랑 똑같다. 저잣거리에선 광대가 사설을 치고, 선비들은 한시로 시 배틀을 하고. 그것은 수준 높은 문화의 현상이다. 그 시 배틀 장면은 정약용의 독소라는 시를 반씩 나눠서 구성했고, 불자임에도 불구하고 유가 정약용을 스승으로 두는 혜장스님이 정약용의 시를 읊고. 가치 있는, 의미 있는 걸 시로 승화하는 문화가 굉장히 수준이 높다. 나는 멋있다고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강기영 배우가 맡은 이강회라는 역할이 감독님이 생각하는 보통 사람 같은 느낌이다. 스스로 악의는 없지만 창대를 낮춰보는.

그때는 신분 사회다. 신분사회는 수직구조를 가지고 있어 양반과 상민의 간격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이도 비슷한데 자신에게 “상놈이군요, 잘 지내보자” 이러고 가는 강회를 보고 창대가 느끼는 열패감, 차별당하는 감정 이런 것은 현대인이나 그때 사람들이나 느끼는 감정이니까. 심지어 창대는 정약전 선생님의 수제자라고 생각하는데. 강진 선생(정약용) 제자가 와서 낮추는 것에 대한 불만이 신분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그 감정에 공감한다. 창대처럼 이강회도 정약용의 많은 제자 중 둘 사이를 왕래한 것으로 알려진 실존 인물이다.

<자산어보>

그런 장면들도 그렇고 기존 작품에 비해 메시지가 강하다. 기존 작품은 인물이 먼저 보이고 메시지가 보인다면 이번 영화는 인물과 메시지가 같이 보이는 느낌이다.

의도한 건 아니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예를 들면 <동주>는 자신의 사회관을 들추기에 사회적 경험이 미진한 상태에서 젊은이의 순수함만 가지고 자신을 표현해내는 20대 청년이 불행히도 28살에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여운이 있는 건데, 정약전은 유배 갔을 때 이미 40대다. 세상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자기 삶의 가치 기준이 분명한 사람이다. 정약용도 마찬가지고.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대사를 나열했다 이런 건 절대 아니고, 사오십 대 사대부에 대역 죄인으로 유배 온 사람의 언행에 걸맞게 하다 보니 자신의 정치관이나 사회관을 안 드러낼 수가 없다. 창대는 창대대로, 읽을 책이 없어서 못 읽는다는 게 실제 기록에 있을 만큼 똑똑한 청년의 욕망은 무엇이겠나. 상놈은 신분 상승이 욕망이다. 그때 당시의 통치이념 성리학을 자기의 무기로 신분 상승을 꾀하기 위해 부단히 공부하는 거지, 공부가 좋아서 공부만 한 건 아닐 것이다. 욕망이 공부를 하게 하는 동력이었다. 그런 창대의 욕망들과 약전의 본래 사회관이 다른 차이, 그게 부딪힐 때 아까 말한 '무언인가 이야기하려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게 목적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독님의 다른 영화에서 두 인물이 등장하면 서로 끈끈하게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화는 중반에서 서로의 차이를 느껴버려서 인상적이었다.

그 차이가 정당하다. 그럼에도 그 차이를 지나서 영화의 도달하게 되면 두 인물의 가치관은 같다. 가치관을 이루려는 과정이 다른 거지. 창대는 자산어보의 길을 가지 않고 목민심서의 길을 간다. 목민심서는 정약용이 쓴, 성리학을 기초로 한 임금의 품에 들어서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관료가 되는 것. 요즘 말로 하면 공무원 지침서대로, 이 세상을 더 올바르게 하는데 내가 정의로움으로 투신하겠다 (그런 마음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가치를 위해서 목민심서의 길을 간 것이다. 약전은 거기서 온 사람이고. “너 가면 이렇다, 출세하려고 하는 거지? 세상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신분 상승을 꾀하는 거잖아., 솔직해라 이놈아.”

가거댁 역의 이정은

창대가 관료들을 보는 장면에서 현실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최근 공무원 관련한 사건도 있었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 영화를 개봉하는 감독님의 마음은 또 달랐을 것 같다.

(웃음) 사실 그건 최근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공자 시절에도 있었다.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 개개인이 그 건강한 모습들이 식지만 않고 계속 유지만 된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지 않은가.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

이준익 감독

감독님 작품을 돌이켜보면 한 개인 개인의 선의를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그걸 안 믿으면 뭘 믿겠는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선의를 믿지 않으면 어떤 종교도 그걸 대신할 수 없다고 본다. 자신을 믿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깊어진다면 그게 내가 기댈 곳이란 거다. <라디오 스타>도 그렇고 동주와 송몽규, 박열과 후미코도 그렇고.

그래서 감독님 영화가 감동적인 것 같다.

혼자서 세상을 이겨 나간다면 그것처럼 외롭고 힘든 게 없다. 이기면 뭐 해, 혼자인데. 혼자 이기면 뭐 하나. 외로움에 절어 있으면 그게 이긴 건가. 실패를 해도 친구랑 지옥에 가면 지옥에서 웃을 수 있다. 친구를 걷어차고 천국 가면 천국에서 웃을 수 있겠나. 외로움에 절고 괴로움에 죽는 거지.

명언집에 나오는 말 같다.

내가 지은 말이다. 명언집에서 친구랑 지옥을 왜 가겠나(웃음).

변요한 배우가 말하길, 감독님 바이크 타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다고 하더라. 그런 영화를 만들 생각은 있는지 궁금하다.

하고 싶다. 만들고 싶은데 멋진 시나리오를 못 써서 못 찍는 거다. 언젠가 쓰면 찍어야지.

그럼 한 장면 정도 나오실 생각이 있나?

있다. 헬멧 쓰고 지나가면 저게 누군지 모르지(웃음). 나만 아는 거다.

이준익 감독

작품 관련 공부를 많이 하신 거 같은데, <자산어보>가 사극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어떤 작품이라도 자료조사를 확실하게 하는 타입이신지.

애매하다. 영화를 찍을 때만 공부를 하고 영화 끝나면 공부한 게 다 없어진다. <황산벌> 때는 황산벌 공부하고 <왕의 남자> 때는 연산 공부하고 <사도> 때는 사도 공부하고, 그때만 딱하고 지나고 나면 깡통 돼버린다(웃음).

그래도 만드는 동안은 전문가신 거다.

만드는 동안에는 그래야지, 안 그러면 큰일 난다. 배우가 자꾸 물어보니까. 배우가 물어보는데 감독이 대답을 해야지, 잘 모르겠는데 그러면 ‘뭐야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된다. 그때는 이 배우 저 배우 물어볼 때마다 배우에게 응원과 힘을 실어줘야 하니까 확신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 찍고 나면 딜리트(delete). 파일을 지워버린다(웃음). (새 영화 들어가면) 새로운 파일을 다시 장착해서 인풋, 아웃풋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을 관객들에게 추천하자면?

너무 많긴 한데. 역시 창대가 무너지는 순간의 약전의 내레이션이 들리는 부분. 한 젊은이가 타협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순간에 갑오징어의 먹물과 뼈에 빗대어 창대를 은유하는 그 장면은 내 영화로 이렇게 얘기하는 거 반칙이지만(웃음) 생각만 해도 울림이 있다.

<자산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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