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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자산어보> 변요한, "연기 외골수라 인기에는 큰 관심이 없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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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자산어보>의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끝난 당일. 부지런히 포털 메인을 장식하던 기사들의 대다수는 '변요한의 눈물'이란 수식어를 내세웠다. 기자간담회 당시 벌건 눈을 하고 나타난 변요한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이 울었다며, 울컥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요한의 감정은 쉽사리 정돈되는 얄팍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간담회 직후 진행된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 직전까지도 변요한은 눈물을 추스르지 못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입장에선 감정이 격양된 배우와 마주 앉아 '좋은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앞섰지만, 대화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걱정은 걷히고. 그의 눈에 그득한 눈물, 아니 진심에 빠져들게 돼버렸다.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변요한은 왜 그리도 눈물을 흘렸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많이 흘렸다.

굉장히 복잡했던 것 같다. 긴장도 됐고…. 사실 내가 출연한 영화지만, 남의 영화를 보듯이 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집중이 잘 되기도 한 것 같다. 지금도 사실 어느 지점에서 눈물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운인 것 같다. 시나리오를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어떤 평가를 내릴 순 없지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좋은 영화다'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역시 영화고, 영화는 참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어려운 시기에 개봉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여러 감정이 얽혔나 보다.

맞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오늘은 당시 현장의 기운이나 공기가 느껴졌다. 촬영하면서 스태프들과 사이가 너무 좋아서 그때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 힘든 시기라 개봉을 못 하고 영화가 묶여 있었는데, 대들보처럼 덤비자는 마음 하나로 개봉을 확정 짓고 이렇게 나아가니까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 스태프들이 이 기사를 볼지 모르겠지만 꼭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

<자산어보>는 변요한의 '눈물 버튼' 같기도 하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분장을 마친 설경구 눈만 봐도 눈물을 흘렸다고 하던데. 오늘은 어땠나.

오늘 내 옆에 수트를 입고 앉아있는 경구 선배님을 보며 괴리감을 느꼈다. (웃음) 촬영할 때와 마찬가지로 경구 선배 눈을 못 보겠더라, 너무 눈물이 나서…. 사실 선배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 그리고 설경구 배우의 연기를 보며 자란 세대다. <자산어보>에 함께 하게 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처음 캐스팅이 되고 나선 영광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늘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참 운이 좋은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마음속으로 정해 놓은 출발선은 사실 40대 이후부터다. 20대는 방황하고 반항하고, 30대는 조금의 노하우를 아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30대 중반에 운이 좋게도 정말 수준 높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값진 지혜를 배운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정말 냉정할 수도 있는 언론시사회 자리에서도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이준익 감독과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처음 친분을 쌓았다고 들었다. 그래도 오며가며 이준익 감독을 마주쳤을 것 같은데 혹시 첫 만남을 기억하나?

다 기억한다. 처음엔 영평상 시상식에서 잠깐 뵀었다. 내가 신인상을 받았을 때인데, 드라마 촬영가기 전에 잠깐 뒤풀이 자리에 들렀었다. 그다음엔 코엑스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어떤 중년의 남성이 굉장히 멋있게 바이크를 타고 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분이 이준익 감독님이었다. 난 굉장히 내추럴한 모습으로 비니를 쓰고, 수염을 기른 채로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사실 '진짜' 첫 번째 만남이 따로 있긴 하다. 이 이야기를 감독님이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대학교 1학년 때 대학로 아르코 예술 극장에서 감독님을 뵌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연극영화과 학생인데요. 저 나중에 감독님이랑 꼭 작품 할 거예요"라고 했었다. 셀카도 찍고 헤어졌었는데 10년도 넘은 이야기라 기억하실지는 모르겠다. (웃음)

이준익 감독과 처음 작업을 함께 했다. 이준익 감독 영화 속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이 창대라는 인물 그리고 변요한이라는 배우가 참 자유로워 보이더라. 변요한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이준익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았을 것 같다.

현장에서 나도 굉장히 자유롭게 연기했고, 모든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를 했다. 사실 '잘 맞았다, 안 맞았다'는 나한테 너무 작은 표현이다. 그저 정말 감사한 감독님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설경구 선배에 대해 얘기하려면 밤을 새워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설경구에 대한 감정도 남다르다고.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선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연기할 때는 한없이 냉철하고, 연기가 끝난 후에는 한없이 따뜻한 사람. 딱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웃음)

좀 더 이야기를 들려주자면. (웃음)

내가 후배지만, 경구 선배는 나를 후배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창대로, 촬영이 끝나면 배우 변요한, 아니 동생 변요한으로 봐주신다. 그러다 보니 굉장히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나눌 수 있는 대화의 폭이 굉장히 넓었던 것 같다. 특히 촬영 내내 태풍이 많이 불었는데, 그때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서 꺼내 듣곤 했다. 말이 없어도, 서로 먼 창문을 바라보면서 음악에 취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관계다. 경구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내가 정말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물고기에 관한 지식과 글공부에 대한 지식을 교환하며 성장하는 창대와 정약전처럼, 배우 설경구와 무언가를 거래할 수 있다면 가져오고 싶은 건 무엇이고, 주고 싶은 건 무엇일까.

경구 선배의 지혜와 됨됨이를 배우고 싶다. 사람을 대할 때 늘 변하지 않고 한결같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뻔뻔함? (일동 웃음) 나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긴 한데 그래도 경구 선배보다는 좀 더 뻔뻔한 것 같다.

창대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은 정약전처럼, 변요한에게도 정약전 같은 어른이 있나.

사실 정약전이 창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 서로 뿌리는 다르지만 함께 하면서 어느 순간 가치관이 조금 달라진 것뿐 아닐까? (웃음) 현실에서 이미 전 그런 분들을 만난 것 같다. 우선 이준익 감독님. 그리고 그 외 좋은 어른이 딱 세 분이 계시다. 근데 말씀은 못 드리겠다.

흑백 영화다 보니 자연히 배우들의 얼굴을 더 유심히 보게 되더라. 섬세한 묘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외모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완벽해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뭔가 목소리가 좋다고 하면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그런 것들? 근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강박을 다 없애 버렸다. 완벽해지느니 차라리 서툴러지자, 그 대신 진심을 다하자. 완벽한 연기 말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이해하고 말하고, 이해하고 듣고, 이해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근데 생각보다 내가 잘 내려놓는 편이다. (웃음) 영화를 보는 내내 새로운 모습이 많더라.

이준익 감독도 그렇고 설경구 배우도 촬영 현장에서 변요한이 보여준 '동물적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더라.

감독님을 믿고 상대 배우들을 믿었다. 내 계산이 아니라 오로지 상대 배우를 보고 느끼고 들었을 때 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다. 모르겠다. 이번엔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30대 중반이니까 이제 더욱 으쌰으쌰 해야 하는 시기인데. <자산어보>를 하면서 감독님과 선배님, 두 권의 백과사전을 마주한 느낌이다.

창대는 어업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마음속엔 글공부라는 꿈을 품고 산다. 변요한에게도 이런 게 있을까.

사실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웃음) 연기 외에 갈망하는 게 없다. 부모님이 연기자의 길을 거세게 반대해서 갈등을 빚었을 때부터, 배우라는 꿈 외에 다른 꿈을 꾼 적이 없다. 요즘 <자산어보>를 홍보하면서 생각이 드는 건 ' 좋은 배우가 되자'는 결심보다는 '초심'을 향한 마음을 다지자는 거다. 한 끗 차이지만… 갈망하는 건 그것뿐이다. (웃음)

변요한과 창대는 비슷한 듯 정말 다르다. 변요한이라는 배우는 창대처럼 권력욕이 없다고 해야 할까. 인기나 명성을 얻는 것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연기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웃음)

정확하다, 정말 정확하다. (웃음) 아이, 모르겠다. 사실 인기는 너무 달콤하지만…. 아 말 잘해야 하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진 것 같다. 정말. 이건 진짜 내 속마음이다. 난 인기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 대중의 사랑을 받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인기에 휘둘리기보단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외골수적인 성향이 세서, 음식도 먹고 싶은 음식만 먹는다. (웃음) 지금은 내 인생에 연기밖에 없다 정말. 너무 솔직해서 재수 없을 수도 있지만, 진심이다.

변요한이 책을 쓴다면 '연기 빼고' 어떤 분야의 책을 내고 싶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 질문은 할 수가 없겠다. 연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서. (웃음)

아, 연기 외에는 놀이책? 내가 재미있게 놀았던 것들에 관련된 책을 내면 어떨까. 음악일 수도 있고, 연기일 수도 있고, 쉬는 방법일 수도 있고…. 사실 요즘 영화를 보면서 우는 모습이라던가, 다큐를 보면서 우는 모습처럼 그냥 내가 나를 담고 있다. 사실 내가 나를 찍는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놀이라고 생각해서 찍고 있다. (웃음)

어떤 방식이든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록의 중요성'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군대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었다. 군대를 갔다 와서 연기를 시작했으니까, 군대 안에서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내 꿈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기 위해선 늘 기록을 해야 했다. 배우가 되고 나서는 연기 일지를 쓰기도 했는데, 군대 일기에서 연기 일지가 되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지금은 무언가를 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설프게 띄엄띄엄 쓸 바에는 짧게라도 매일매일 쓰려고 하는 편이다.

2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쉬는 동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미스터 션샤인> 전에도 2년 정도 쉬었다. 그땐 몸이 좀 안 좋았었다. 과도기가 왔다고 생각하고 일을 가장 열심히 해야 될 시기에 과감히 휴식을 선택했다. 쉬는 동안 노는 법도 알게 됐지만, 그렇게 푹 쉬고 나니까 지치지가 않는다. 그 에너지를 통해서 <자산어보>를 찍었고, 연기에 대한 원동력, 열정에 대한 부분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촬영 내내 한 권의 백과사전을 습득한 것 같다. 몇 페이지를 원하면 몇 페이지가 저절로 나온다. (웃음) 이건 머리로 계산이 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

변요한의 인생을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인 때는 다사다난했으니까.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그냥 해야 될 때 해야 할 것을 한 것 같다. 배우가 되기 위해서 해야 될 것들이 있지 않냐. 의무적으로 군대를 갔다 와야 하고 그런 것들. (웃음) 대학교를 자퇴하고, 반항도 해보고. 독립 영화 찍으면서 말도 잘 들어봤다가 힘들어도 봤다가. 그런 과정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 과정들이 되게 순탄했다고 느끼는 편이다. 별로 안 힘들었다. (웃음)

때를 놓치지 않았다는 말과도 같겠다.

맞다. 때를 놓치지 않았다. 딱 맞는 시기에 연기를 시작한 것 같고, 딱 맞는 시기에 <미생>을 통해 대중들을 만났고, 또 필요한 시기에 성장통을 겪은 것 같다. 미리 아픈 게 나으니까. (웃음)

연출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

주변에서 굉장히 많이들 이야기한다, 잘할 것 같다고. (웃음) 사람 앞일은 모르는 거니까, "안 찍겠습니다"라고는 말 못하겠다. 근데 건방져 보이게 "찍겠습니다"라고도 말 못 하겠다. 그냥 가능성은 열여 두는 것으로…. 지금은 본업을 잘하고 싶다.

<미생>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필요한 배우'라는 답을 한 적이 있다. 여전히 유효한 수식어인지 궁금한데.

아까 아침에 인터뷰를 했는데 똑같이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근데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필요한 배우'. 이 말을 잠깐 잊고 살았었는데, '필요한'이라는 말이 망설임 없이 나오는 걸 보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물론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필요한 아들도 되고 싶고, 필요한 친구도 되고 싶고. 필요한 남자친구, 필요한 남편도 되고 싶다. (웃음)

인터뷰하는 내내 창대를 향한 애정,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떤 작품이든, 어떤 배역이든 온 마음을 쏟아내는 편인가.

이번에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다. 나한텐 너무 좋은 일이다. 어떻게 모든 캐릭터가 기억에 남겠냐. 쉽게 잊히는 캐릭터도 있고, 내가 잊지 않으려고 꼭 쥐어도 사라지는 캐릭터가 있다. 모르겠다. <자산어보>를 하면서 내가 더 성숙해졌고, 캐릭터를 사랑하는 방법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창대는 유난히 마음에 남는다.

창대는 어떻게 늙었을까.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웃음) 사실 창대 분장 피팅을 하고 얼굴을 늙게 하는 어플로 창대의 미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그 얼굴을 보자고 마음을 먹어서 안 보고 있다가 나중에 감독님께 보여드렸다. 창대가 미래엔 배움에 대한 갈망을 내려놓고, 속세를 떠나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창대는 항상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니까, 여전히 잘살고 있을 것 같다.





글 ·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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