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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해전야> 염혜란, 이동휘가 2020년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 뜻밖의 순간은?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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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감초 조연 배우', '신 스틸러'라는 언어가 조금은 낡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두 사람의 이름을 수식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염혜란과 이동휘. 조연의 영역과 주연의 영역을 편안하게 오가는 두 사람을 그저 감초라는 말로 포장하기엔 두 사람의 존재가 너무 무겁다. 아니 무거워져 버렸다. <남쪽으로 튀어> 속 단역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이동휘는 어느새 <재심> <극한직업> <어린 의뢰인>을 이끈 주역이 되었고, <살인의 추억> 속 스쳐 지나가는 소현 엄마로 얼굴을 비췄던 염혜란은 <새해전야> <빛과 철> <아이>, 연초 무려 세 편의 영화에 주연 배우로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니 말이다. 조연과 주연에 한정되지 않고 제3의 영역을 개척해낸 두 사람. 마치 영화계 치트키와도 같은 이들이 <새해전야>를 통해 남매로 만나게 됐다. 염혜란과 이동휘가 처음 호흡을 맞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더욱 뜻깊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실제 오누이처럼 유쾌한 말들을 주고받다가도, 연기를 향한 태도나 마음가짐을 묻는 말엔 한없이 진지하고 겸손한 맘을 드러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작품에 현실감을 덧입혀주는 이들의 연기는 타고난 실력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향한 진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염혜란과 이동휘의 만담(!)을 생생하게 전한다.


완성된 작품을 오늘 처음 봤다고 들었다. 촬영할 때와는 또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이동휘: 아무래도 영화 속에 여러 커플이 출연하다 보니까, 다른 커플들이 나오는 장면을 볼 땐 정말 '남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더라. (웃음) 색다르면서 신선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니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염혜란: 홍지영 감독님이 원래 영화를 처음 볼 땐 다들 본인 연기밖에 안 보일 거라고 말씀하시더라. (웃음) 그래서 그런지 내 연기에서 아쉬운 것만 잘 보여서 속상하더라. 다른 배우들은 현장에서 거의 뵌 적이 없기 때문에 그분들 연기는 진짜 구경하듯이 봤다. (웃음) 또 감독님이 영상미가 워낙 좋고, 해외 로케이션 장면들도 많아서 작품의 영상미가 더욱 돋보이는 느낌이더라. 보는 내내 ‘안구 정화’가 됐다. (웃음)

곧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가장 바쁜 주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염혜란 배우는 지난주에 <경이로운 소문>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새해전야>와 <빛과 철>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더욱 바쁘겠다.


염혜란: <경이로운 소문> 끝나고 좀 쉬었다. 한 열흘 정도 쉬고….

이동휘: 열흘 밖에? (일동 웃음)

염혜란: (웃음) 좀 쉬고, 이제 쭉 다시 달리려고 하고 있다.

이동휘: 나는 요즘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웃음)

<경이로운 소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염혜란 배우는 2019년엔 <동백꽃 필 무렵>으로, 2020년엔 <경이로운 소문>으로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배우 인생에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소감이 어떤가.


염혜란: 원래 배우 인생에 굴곡들이 있지 않냐. (웃음) 앞으로는 계속 내려갈 일만 있을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된다. (웃음)

이동휘: 아이~ 그 말 취소! 취소! (일동 웃음)

염혜란: (웃음) 늘 그렇지 않냐. 언제나 그런 시기가 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행복을 조금 '거리 두기' 하려고 한다. 행복도 '거리 두기'해야 한다. 지금 기분에 취하면 큰일 날 것 같다. (웃음) 누리는 건 하루만 하면 된다. 시청률 최고 찍었을 때, 그날 하루 다 누렸다. (웃음) 제 인생에 올 수 없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새해전야>는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만 9명(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이동휘, 천두링, 염혜란, 수영, 유태오)이다.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 흔치 않아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새해전야>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염혜란: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가 주는 기쁨들이 있다. 설레고 밝은 영화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이 대본이 왔을 때 굉장히 기뻤다. 무엇보다 여러 배우들이 함께 나오니까 뭐랄까. 책임감도 N분의 1이 되는? (웃음) 조금은 부담감이 덜 해지는 느낌이더라. 평상시에 정말 좋아했던 배우들이 함께 나오니까 함께 찍는 장면이 많이 없어도 행복했다. (웃음)

이동휘 배우는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곧바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웃음)


이동휘: 홍지영 감독님의 팬이라서 (대본을 안 보고) 결정을 했다가······. (일동 웃음) 아 그게, 홍지영 감독님과 작품을 정말 하고 싶었던 차에 <새해전야> 대본을 받아서 정말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본을 자세히 읽고 나서 한국어 대사가 많이 없다는 걸 확인하곤 (웃음) 겁이 많이 났다. '큰일 났다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편으론 도전해보고 싶은 맘이 들었다. 외국어(중국어) 연기를 한다는 게 처음이니까 성실하게 도전을 하면 나의 또 다른 부분이 빛나지 않을까 싶어서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정말 큰 공부가 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혜란 선배님은 '좋아하는 배우들'이 참여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염혜란 선배님 때문에' 선택했다. 꼭 작품을 같이 하고 싶은 선배님이었다. (웃음)

염혜란: 하, 정말 노련하다. (일동 웃음)

이동휘: 아니, 아니 정말로! 내가 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함께 작품을 찍고 싶다고 이야기한 배우는 단 두 분밖에 없다. 진선규 형과 염혜란 배우. 이제 한 명 더 얘기하면 이제부터 조금 위험해지는데···. (웃음) 그래도 아직은 두 분 밖에 없다. (일동 웃음) 정말 평상시에 염혜란 선배님과 작업해보고 싶었고, 또 다른 캐릭터로 만나서 작업을 다시 해보고 싶다. 최고의 배우다.

<새해전야>에서 만나기 전부터 두 분이 친분이 있었나.

염혜란&이동휘: 전혀 몰랐다.


이동휘: 나만 알았다. (웃음) 너무 팬이라서. (일동 웃음)

혹시 어떤 작품을 보고 염혜란 배우를 좋아하게 됐는지 말해줄 수 있나.


이동휘: 일단 감히 염혜란 선배님을 '훌륭한' 배우라고 느낀 작품은 <증인>이었다. <증인>을 통해 최고의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 작품 하면서도 더 대단하다는 걸 느꼈고. 또 최근에 출연한 <경이로운 소문> <동백꽃 필 무렵> 등 안 본 작품이 없다. (웃음) 요즘 내가 보는 모든 작품에 선배님이 출연한다. (일동 웃음) 꼭 다시 한번 작업해 보고 싶은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염혜란: 훌륭하다 아주. (일동 웃음)

이동휘: 아, 선배님은 자꾸 이게 장난인 줄 아신다. (웃음)

출처(왼쪽부터) <증인>, <응답하라 1988>

이제 염혜란 배우가 이동휘 배우 칭찬을 할 차례다.(웃음)


염혜란: 나는 이동휘 배우를 <응답하라 1988>때부터 좋아했다. <극한직업>도 물론이고. 아, 최근에 개봉한 <국도극장>을 못 봐서 안타까운데 꼭 볼 거다. (웃음) <응답하라 1988>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첫 만남 같지가 않은 그런 느낌이 있더라. 여러 번 맞춰본 것 같은 친숙한 느낌이 들어서 우리가 궁합이 좋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에서 남매로 출연하다 보니까 리얼한 '남매 케미'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들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촬영하는 동안 실제로도 친하게 지냈는지 궁금하더라. 영화 속에서 '찐 남매'같은 순간들이 많아서. (웃음)


이동휘: 슛 들어가면 정말 남매처럼 보여지게끔 편안하게 분위기를 리드해주셔서 선배님께 많이 의지했다. 사적인 이야기들은 작품이 끝난 이후에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웃음) 저희가 고양이를 같이 키우다 보니, 아니 ‘모시다’ 보니까 (웃음) 서로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공유하고 있다.

염혜란: 촬영 전에는 이동휘 배우가 굉장히 바빴다. (웃음) 촬영 들어가기 전에 미리 만난 것보다 그 이후에 더 많이 만났다.

촬영 현장도 남달랐을 것 같다. '생활 밀착형 연기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배우가 만난 현장이었으니 말이다. 서로의 연기를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였는데, 바로 옆에서 본 염혜란 배우는 어떤 배우였나.


이동휘: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인물을 연기하실 때 선배님은 그 인물 자체다. 더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하지가 않다. <새해전야> 촬영 현장이 정말 공부가 되고, 도움이 되는 현장이었다. 내가 막 어설프게 해도 누나가 완벽하게 캐치해줄 걸 알기 때문에 정말 많이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염혜란: 준비 많이 했네~~~! (일동 웃음)

그러고 보면 함께 작업을 한 후배 배우들이 전부 다 염헤란 배우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다. <경이로운 소문>의 조병규 배우도 얼마 전에 한 인터뷰를 통해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연기) 비법을 꼭 전수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더라. 혹시 봤나.


염혜란: (화들짝 놀라며) 그걸 누가 안다고! (웃음)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그 친구도 인터뷰를 그렇게 잘한다. (일동 웃음) 전혀 그렇지 않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고 자신만의 연기가 있는 거지 비법은 없다. 따로 내가 (조병규 배우에게) 카톡 해야겠다.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웃음)

그렇다면 옆에서 본 이동휘는 어떤 배우였나. 평상시에 생각하던 이동휘 배우의 이미지와 촬영 현장에서 만난 이동휘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었다면?


염혜란: 애드리브 많이 하겠지? 애드리브 잘하겠지? 이런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애드리브를 잘 안 하더라. 오히려 내가 애드리브성 대사를 했을 때 그걸 정말 잘 받아 주더라. "만약 거기서 그렇게 하실 거면 저는 이렇게 받을게요"라고 하면서 굉장히 나를 배려해줬다. 애드리브라는 게 사실 극에 활력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상대 배우를 곤욕스럽게 한다든지, 극의 흐름을 망칠 수 있는데 이동휘 배우는 즉흥적인 부분들을 굉장히 자제하고, 하더라도 굉장히 상대 배우를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동휘: 중국어가 많아서…? (일동 웃음)

염혜란: (웃음) 정말로 어떨 때는 애드리브가 공격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이동휘 배우는 애드리브가 되게 배려가 있는 편이다. 오히려 방금 영화를 보고 나선 내가 더 생활감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 이동휘 배우는 전혀 안 그렇더라. (웃음)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라 어쩔 수 없이 삭제된 캐릭터들의 서사나 전사가 궁금해지더라. 분량의 문제로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 말이다. 용미(염헤란)와 용찬(이동휘)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과거를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는지 궁금하다.


염혜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용미가 더 옛날 사람 같고 극악했다. 아무래도 경상도 사투리를 강하게 쓰다 보니까 좀 더 센 이미지였다. 그런데 내 생각에 야오린(천두링)과 용미의 서사가 전통적인 시누이-올케의 대립 관계로 보이면 안될 것 같아서 용미의 말투나 행동을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다듬어 나갔다. 또 사실 원래 시나리오엔 용미&용찬에 관한 더 상세한 전사들이 담겨있다. 그러한 전사들, 남매가 과거에 함께 나눴던 추억들이 야오린으로 인해서 '건드려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단순히 시누이-올케의 대립이 아니라 용미가 지키고 싶었던 영역 안에 새로운 것들이 치고 들어오는 느낌 말이다.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었는데 야오린의 등장으로 인해서 추억이 뺏기는 상실감이랄까.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동휘: 용미는 누나지만, 용찬에게는 엄마 같은 존재여서 (엄마와 아들) 그렇게 보이려고 좀 더 노력했고, 가족은 단 한 명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둘만의 친밀한 부분들을 표현하려고 하는데 유념했던 것 같다.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다 보니 전사를 다 풀어내지는 못한 아쉬움이 있다.

방금 말한 것처럼 용미와 용찬은 미우나 고우나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뭉클함을 선사하는데, 혹시 두 사람에게도 이런 존재가 있는지 궁금하다. 영혼의 동반자랄까. 꼭 남편이나 여자친구가 아니어도 삶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존재가 있나.


이동휘: 하나, 둘, 셋 하면 고양이! (일동 웃음)

염혜란: (웃음) 나는 요즘 특히 공감하고, 의지하는 배우가 '육아를 겸하고 있는 여배우'다.

<새해전야>에 깜짝 출연(!)한 라미란 배우인가. (웃음)


염혜란: 언니는 거의 육아를 끝냈다. (웃음) 애가 많이 컸다. 사실 육아를 겸하고 있는 여배우들끼리 생기는 어떤 공감대가 있다. 우리가 정말 프로 배우기는 하지만 육아도 놓을 수 없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에 워킹맘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많이 의지가 된다. '그래 우리만 아는 것들이 있지', '우리만 아는 어려움들이 있지' 하면서 서로 의지한다. 나만 지금 힘든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최근엔 장윤주 배우도 그렇고, 촬영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동료 배우들에게 육아 공감대가 있으면 갑자기 확 친해지게 되더라. 별로 만나지 않았더라도 육아 이야기로 갑작스럽게 친해진다. (웃음)

이동휘 배우는 어떤가.


이동휘: 요즘 나는 사람보다 그림에 빠졌다. 사람에게 털어놓지 못할 말들을 그림을 그리면서 하고 있다. 너무 TMI인데, 사실 배우가 창작하는 에너지를 혼자 만들어 내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 연기를 하려면 동료 배우, 무대, 연출, 시나리오가 다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그림은 나 혼자 힘을 쏟아붓고, 나 혼자 창작의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는 분야다 보니까 그림에 빠지게 됐다.

염혜란: 정말 멋지다.

이동휘: 전혀 그렇지 않다. (웃음) 내가 그리는 그림은 멋이 없기 때문에. (웃음)


나중에 '이동휘 전시회'를 기대해봐도 되는 건가.


이동휘: 지금은 그럴 계획은 없다. (웃음) 혼자 소통하고, 혼자 에너지를 쏟아붓는 창구라 생각하고 열심히 그리고 있다.

<새해전야>에서 가장 위로가 됐던 건 결국 한 사람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가 그 사람을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메시지였다. 두 사람에게도 이런 '전화위복'의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이동휘: 아무래도 나는 모든 일이 지나간 뒤에는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편이다. 내게 벌어진 일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결과적으로는 '나한테 배움이 됐구나, 이러려고 그랬구나' 이런 식으로 마인드 세팅을 하는 편이다. 매번 그런 생각들의 반복이다.

염혜란: 나는 그 지점에서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행운이고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끼리 힘든 시기를 이야기할 때 이런 얘기를 한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배우가 되려고 이렇게 힘들까. 물론 지금은 그런 시기는 아니지만,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웠던 시기들이 배우에게는 굉장히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고통을 스스로 찾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아 이 고통을 기억해야지'라고 오히려 되뇐다.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행운이기도 한 것 같다.

두 분 모두 필모그래피가 정말 빽빽하다. 영화 속에서도 '번아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너무 바쁘게만 지내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올 것 같은데.


이동휘: 번아웃보다는 한 번에 작품을 여러 편 찍다 보면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다. 어후, 이동할 땐 차에서만 자야 해서 잠도 많이 못 자고 하다 보니까 막 안 아팠던데 아프고 그렇게 있다. (웃음) 그럴 때 생각하면 다시 현장으로 가기가 두려울 때도 있다. 그런데 배우라는 게 내 마음대로 어떨 때는 일을 하고, 어떨 때는 쉬어야지가 되는 직업이 아니지 않냐. 그 중간에 밸런스를 잘 찾는 게 좋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지금은 작품을 조금 쉬고 있는 시기여서 그때 내가 보내왔던 시기들을 좀 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염혜란: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이런 기회가 다시 올 것 같지가 않다. 지금은 신선해서 나를 많이 불러 주지만 나중엔 지겨워질 거다. '쟤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하는 때도 분명히 올 거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배우가 좀 반가워야 하는데 나올 땐 막 물타기 하듯 계속 나오니까. 그래서 나는 '번아웃'을 즐기는 면이 있다. 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까 이렇게 일이 많을 때면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래서 지금은 약간 '견딜 수 있는 과부하 상태'인 것 같다. 못 견디면··· 그만둬야겠다. (웃음) 아니 좀 쉬어야겠다. 체력도 중요하지만 배우에겐 물리적인 시간도 굉장히 중요하더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면 '이거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분명 생기니까. 그런 경우가 오면 좀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동휘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고양이, 이갈로

출처(@dlehdgnl)

이동휘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고양이, 이갈로

출처(@dlehdgnl)

2020년에도 두 분이 굉장히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새해전야'를 누릴 새도 없이 2021년을 맞이했을 것 같은데, 이제 와서 2020년 한 해를 돌아본다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이동휘: 6월 18일이다.


오, 어떻게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나.


이동휘: 2020년 6월 18일에 <국도극장> GV를 하러 갔다가 고양이를 구조했다. 처음에는 사실 반려동물을 처음 키워보는 것도 있고, 내가 알레르기도 있어서 애를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이 작년 한 해 중 가장 행복한 날이 됐다. 사실 지금도 빨리 집에 가서 놀아 줘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웃음) 6월 18일이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친구를 만나면서 좋아진 게 정말 많다.

염혜란 배우는 작년 한 해 어떤 순간이 가장 행복했나.


염혜란: 나는 배우가 제일 행복할 때가 예정된 작품이 있으면서 쉴 때라고 생각한다. 작품 없이 쉬는 건 너무 괴롭고. (웃음)


취업준비생이 입사할 곳을 정해두고 쉴 때가 가장 행복한 것과 같은 마음이겠다. (웃음)


염혜란: 맞다. 합격하고 쉬는 그때가 너무 행복한 거다. 내가 요즘 일주일 정도를 그렇게 쉬었다. 작년 한 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 쉬는 시기에 남편도 없이 아이와 둘이 껴안고 잠이 드는데 그 순간이 정말 행복하더라. 마치 아이가 엄마의 부재에 대해 보상을 받으려는 것처럼 나를 꽉 껴안고 잠이 드는데 ···. 사실 아이와 같이 있어서 정말 좋다는 생각을 많이 못 해봤다. 너무 힘들다 보니까 좀 어디라도 보냈으면 좋겠다, 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근데 이번에 일을 쉬면서 아이랑만 집중하고 있는 그 시간이 정말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져서 근래 들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두 분 다 바쁘다 보니 가족한테 늘 미안한 마음이 들겠다.


이동휘: 늘 미안하죠. 사실 안 바빠도 소홀……. (일동 웃음


아까 영상 인터뷰 촬영할 땐 가족을 굉장히 잘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웃음)


이동휘: 챙긴다기보다는 오지랖이 넓어서 가족들한테 잔소리를 많이 한다. (웃음) "마스크 좀 잘 쓰고 다니세요", " 손 소독 잘하세요" 이런 거. (웃음)

(왼쪽부터) 작년 두 편의 독립영화 <메소드 연기>와 <국도극장>으로 관객을 찾은 이동휘

염혜란 배우에겐 '연극'이 이동휘 배우에겐 '단편 영화'가 초심을 일깨워주는 고향 같은 존재라고 들었다. 연극과 단편 영화가 일깨워주는 마음가짐엔 어떤 것이 있나.


염혜란: 내가 연극을 할 때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마치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 어딘가 정말 살아있는 인물처럼 다가온 적이 있다. 이 인물이 작품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정말 '만져지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 이후로 내가 연기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한 사람을 만들 때 그분에게 절대 실례가 되지 않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피상적인 말이 아니라 정말 어느 순간부터 그 인물이 나에게 와서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절 왜 그렇게 단편적으로 그리셨어요. 저 그런 생각 가진 사람 아닙니다. 저 피와 살이 흐르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만들고 있는 인물이 살아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접근 자체가 좀 겸손해지는 것 같다. 이거 하나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동휘: 나도 비슷하다. 어쨌든 나는 영화가 너무 좋아서 연기를 시작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겸허해진다. 더 정성 들여서 만들어야지, 그냥-그냥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초심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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