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유해진 "우리 네 배우, 색깔이 어울리는 사람들"

조회수 2021. 2. 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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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
출처: 사진 제공 넷플릭스

‘천의 얼굴’ 배우가 ‘무의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승리호>의 로봇 업동이 역을 맡은 유해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라는 타이틀에 도전한 <승리호>, 그 안에는 생애 첫 모션 캡처를 시도하는 유해진의 도전도 담겨있다. 그의 도전에 대한 평가는 5일, 넷플릭스에서 영화가 공개된 후 관객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미리 본 기자가 선뜻 평가하자면, 역시 유해진이다라고 말하겠다. ​ 

신스틸러 조연에서 주연까지, 그리고 이제는 여러 예능 속 친숙한 이미지로 긴 시간 동안 늘 든든한 존재감을 남겨온 유해진을 만났다. 여러 일화에서 익히 듣던 대로, 그리고 예능에서 보던 대로 그는 차분하면서도 자신만의 재치 있는 대답으로 인터뷰 시간을 채웠다. 여유롭지만 경박하지 않게, 차분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그의 언어 속에서 <승리호>와 영화에 참여한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SF 영화, 모션 캡처 캐릭터라는 새로운 지평선을 연 유해진,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유해진(왼쪽)이 연기한 <승리호>의 업동이

방금 영상 인터뷰를 보니까 네 분이서 정말 호흡이 잘 맞으시는 것 같아요.

이 친구들하고는 이런 활동도 정말 재밌어요. 그게 아마 보이실 거예요. 유쾌한 에너지가 있다, 현장에서도 이랬었던 거 같아요. 제가 이런 표현을 쓰는데, 색깔이 어울리는 사람들인 거 같아요.

그간 예능으로도 꾸준히 활동하셨지만,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을 알려주세요. 

작년에 하기로 했던 작품이 올해로 넘어온 것도 있었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공백기도 가졌고요. 이번 달에 <공조 2>가 (촬영에) 들어가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승리호>는 SF 영화로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잖아요. 재밌게도 이전 두 작품이 근현대사를 그린 사극(<말모이>, <봉오동 전투>)이었었고요. 

너무 점프가 됐네요, 시대상으로(웃음). 

그래서 이번 작품에 호기심이나 열의를 더 가졌던 부분이 있을까요?

제가 얼굴이 안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경험이기도 한데, 저한테 필요한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스크린에서 얼굴이 비치지 않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승리호>의 역할이 그런 것이었고요.

업동이와는 다르지만, CGI 캐릭터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캐릭터 중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허>(그녀)라는 작품 있잖아요. 누군가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런 게 너무 좋고, 작품이 좋잖아요. 연기도 좋고.  

영화 <그녀>에선 스칼렛 요한슨이 A.I. 운영체제 '사만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승리호> 주연 배우 유해진, 진선규, 송중기, 김태리(왼쪽부터, 사진 제공 넷플릭스)

<승리호>는 네 배우(송중기,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가 캐스팅된 것만으로도 화제였습니다. 현장에서의 호흡은 어땠나요?

방금 보고 느끼셨을 테지만 현장에서도 그렇기 때문에 참 분위기가 좋았어요.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서로 그냥, 잘 비벼지는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 

김태리 배우와는 <1987>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에요. 이전과 완전히 다른 관계의 캐릭터로 만났는데, 어떠셨나요?

다른 캐릭터로 만나는 재미도 있겠지만 저는 김태리라는 배우와 함께 또 작품을 하게 돼서 기분이 좋았어요. <1987>에서 연희로 나왔을 때도 너무 좋았고, 이번 작품도 같이 했는데 같이 하면은 맑은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 기대도 되고, 현장이 즐겁고.

출처: <1987>
출처: <승리호>
강꽃님을 연기한 박예린

강꽃님 역의 박예린 배우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을 것 같은데.

그 친구가 너무 잘했어요. 진짜 저희가 정말 귀여워하고. 제가 출근하면 손 모아서 (배꼽인사 흉내내며)“선배님 오셨습니까”(웃음) 이러는 거예요, 그게 너무 귀여워가지고 저도 “후배님 오셨어요?” 이렇게 해주고. 그 친구가 아주 분위기를 좋게 해줬죠.

<승리호>를 보면서 예전 SF 활극 느낌을 받았어요. 좋아하는 SF나 어드벤처 영화가 있을까요? 

SF 영화 중에서는 <콘택트>(1997)를 좋아하고요, 사실 어드벤처 장르는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드라마, 휴먼 드라마 쪽을 좋아하는 편이죠. 자그마한 울림이 있는 것들.

조성희 감독(가운데)

조성희 감독은 독특한 상상력과 비주얼로 주목받은 감독이죠. <승리호> 또한 그런 장점이 잘 살아있는데, 혹시 함께 작업하면서 조성희 감독에 대해 감탄한 순간이 있다면?

작업하면서는 걱정도 많았는데, 왜냐하면 (CG 작업이 많으니) 바로바로 영상이 확인되는 게 아니잖아요. 다 감독님 머릿속에 있는 거니까. 그래서 촬영할 때보단 영화를 보고 나서 ‘와… 정말 천재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저렇게 방대한 얘기를, 그림 한 컷 한 컷을 저렇게 살려냈을까.’ 쉬운 작업은 아닐 것 같거든요. 자기 머릿속에 있는 걸 구체화한다는 게, 자기 입을 빌려서 남들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모든 스태프분에게도 그렇게 해야 하고. 그만큼 머릿속에 확립이 안 돼 있으면 실현되기가 정말 힘든 영화잖아요. 그래서 보고서 정말 놀랐어요. ‘와 정말 천재 같다…’  

그럼 완성된 영화를 보고 상상한 것보다 더 잘 나왔다 싶은 장면이 있을까요? 

전체적으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왔어요. 처음 봤을 때 초반에 근사하게 나오잖아요. 바뀐 지구의, 한국의 모습. 경복궁도, 광화문도 나오고, 여의도도 나오고. ‘아, 초반에 힘주려고 저렇게 하고(웃음) 나중에 문제 되는 부분도 있겠지’ 생각했었어요. 근데 전체를, 첫 장면처럼 똑같은 퀄리티로 만들었다는 게, (조성희 감독에게) 얼마나 외로운 작업이었을까. 자기와의 싸움이었을까 (싶었어요).

액션 장면이 많은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촬영했나요? 

실사영화 찍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하지 못하는 고난이도(액션)가 있죠. 그런 것들은 도움을 받았죠. (액션을 위한) 특별한 준비는 없었어요.

영화 속 업동이의 의상이 굉장히 다양해서 인상적이었어요.

마음에 아름다움이란 걸 지니고 있는 로봇이란 거죠. 저는 후드티를 좋아해서 그런지 후드티가 좋았어요. 제일 무난한 거 같아요. ​ 

업동이 캐릭터를 보면 카드 하는 장면에서 <타짜> 고광렬도 생각나고, 마지막 부분에선 <전우치> 초랭이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혹시 이런 부분은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신 건가요?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된 편은 아닌 거 같아요. 왜냐하면 감독님 머릿속에는 다 짜인 퍼즐처럼 있기 때문에 거기에 새로운 게 들어가기가 여유치는 않았던 거 같아요. 

실제로 우주를 갈 수 있다면?

전 사실 안 가고 싶어요. 저는 지구가 좋아요. 요즘 민간기업에서 우주여행 패키지를 한다잖아요. 저는, 그럴 일도 없겠지만, 그쪽에서 ‘자리 하나 남아서 그런데 공짜로 보내줄게’ (그래도), 절~~대 안 갈 거예요.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데 그걸 타고 (우주선 탑승한 모습을 연기하며) 이렇게 올라간다는 거 그 자체가, 되게 극심한 공포가 있을 거 같고. 저는 그냥 지구에서 공기 좋은 산 같은 데서 있는 게 너무 행복해요. 이 영화에서도 환경에 대한 게 나오지만, 그래서 지구를 더 잘 보호하고 가꿔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 영화의 메시지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예능에서의 친자연적인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러려고 노력을 하죠. 

아까 영상 인터뷰 중, 자전거 얘기가 나왔잖아요. 다들 유해진 배우가 잘 타신다는 눈빛이었는데, 같이 자전거를 타러 가신 적이 있나 봐요? 

캠핑 장소에서 타봤거든요. 제가 그 거리를 너무 좋아해서 저 친구들한테 소개해 줘서, 셋이서 자전거를 탔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자주 타는 편이에요. 등산하거나 자전거 타거나. 자전거도 로드용이 있고, 산악용이 있고.

최근 두아 리파 앨범을 자주 듣는다고 하셨는데,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또 있을까요?

저는 그냥 짬뽕으로 듣거든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나오는 거 많이 들어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등산하거나 자전거 타거나. 저는 그거예요. 술 한잔하거나(웃음). 그게 겨우 숨 쉬는 구멍이죠. ​ 

최근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우연찮은 기회로 <삼시세끼>를 하게 됐는데, 제가 등산을 가고 그러면 많은 분들이 또 안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잘 봤다고. 왜 또 안 하냐고. (<삼시세끼> 촬영은)1년에 한 번 정도잖아요. 그게 팬 서비스가 될 수 있다면…. 그러면서 차승원씨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요. 사실 방송되는 거 말고도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거든요. 아마 다른 쪽이었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하지만 다른 오락 프로 같지 않고 세미 다큐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리고 많이 좋아해 주셔서 나쁘지 않게 생각하죠.  

<승리호>로 삼행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에이~ (웃음) 

아니면 <승리호>를 다른 세 글자 단어로 설명하자면? 

빙고판(웃음).

유해진이 '승리호=빙고판'으로 말한 이유.jpg

<승리호>를 세 글자로? <승리호>는… 음, 그냥 <승리호>는 대단하다. 사실은 조성희 감독에 대한 얘기에요. 대단한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영화를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전하는 인사를 부탁드릴게요.

번에는 얼굴은 안 나오지만 저의 목소리와 몸짓을 보시게 될 것 같아요. <승리호> 많이 사랑해 주시고, 특히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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