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오피스> 말고도 있다! 별나게 웃긴 시트콤 4

조회수 2021. 2. 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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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실리콘 밸리>
<브루클린 나인 나인>

벌써 2월이다. 2021년의 시작을 어떻게 보냈나. 아직까지 웃을 일이 딱히 없었다면, 아래 시트콤 4편에 주목하자. 진짜만 모았다. <프렌즈> <오피스> <모던 패밀리> <빅뱅이론> 등 비교적 국내에 잘 알려진 시리즈 말고 조금 덜 알려진 시리즈로 가져왔다. 회당 분량은 보통 20분, 길어야 30분. 두고두고 정주행하기 딱 좋다. 4편 모두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볼 수 있다.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Parks and Recreation

​웨이브연출 마이클 슈어 │ 출연 에이미 포엘러, 아지즈 안사리, 닉 오퍼맨, 크리스 프랫 │시즌 7 │ NBC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이하 <팍스>)은 포니시(市)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부서 공무원들의 이야기로, <오피스>의 사촌 격인 시리즈다. 본래 마이클 슈어를 비롯한 <오피스> 작가진이 제작을 맡아 <오피스>의 스핀오프로 기획했다가 독립된 시리즈로 나온 것인데. 두 작품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던더 미플린 스크린턴 지점에 점장 마이클 스캇(스티브 카렐)이 있었다면 포니시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부서에는 부부장 레슬리 노프(에이미 포엘러)가 있다. 뺀질대는 것으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레슬리의 동료 톰(아지즈 안사리)에게서는, 켈리(민디 캘링)의 모습이 보인다.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것도 같다. <팍스>는 <오피스>의 순한맛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피스>를 보다 보면, 터무니없는 장난으로 동료를 괴롭히는 마이클이기는 하지만, 그를 향한 짜증이 애정으로 바뀌는 순간이 분명 찾아온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괴짜 캐릭터들에 적응하지 못해 <오피스> 보기를 포기한 이들에게 <팍스>는 괜찮은 대안이다. 마이클의 이상 행동이 ‘어떻게 하면 동료들을 더 재미있게 놀릴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다면, 레슬리의 동력은 일을 잘하려는 과욕과 관련되어있다. 지나친 성실성이 무모한 행동을 야기하는 것인데. 그래서 레슬리의 행동은 귀엽기도 하다. 물론, <오피스>를 재미있게 본 이들도 즐길 작품이다.

<팍스>에는 레슬리 외에도, 유사 부녀 케미를 보여준 론(닉 오퍼맨)과 에이프릴(오브리 플라자) 등 매력 있는 캐릭터가 많다. 어찌 보면 모든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앤디(크리스 프랫)도 빼놓을 수 없다. 앤디를 연기한 배우는 크리스 프랫.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가 되기 전, 좀 더 푸근한 인상의 크리스 프랫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팍스>는 공무원 세계를 그린다. 레슬리가 시의원에 당선되는 과정에 의외의 정치인사가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과 전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본인 역할로 등장했다. 국내에 전 시즌을 볼 수 있는 공식 루트는 없지만, 웨이브에서 <파크 앤 레크리에이션> 시즌1을 볼 수 있다.


브루클린 나인 나인
Brooklyn Nine Nine

넷플릭스연출 마이클 슈어 │ 출연 안드레 브라우퍼, 앤디 샘버그, 스테파니 비트리즈, 멜리사 푸메로 │시즌 7 │ NBC

NBC 시리즈 <브루클린 나인 나인>, 일명 ‘브나나’는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시리즈 중 유일하게 아직 종영을 맞지 않은 쇼다. 방영 중인 미드 시트콤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브루클린 나인 나인>은 브루클린 99 관할서 형사들의 이야기다. 자아 성장이라는 영원한 난제의 답을 찾지 못한 제이크(앤디 샘버그)부터 큰 몸에 그렇지 못한 감수성을 가진 테리(테리 크루즈)까지 모든 캐릭터가 독특한 성격을 가졌고, 그 성격의 색이 꽤 선명하다는 것은 이 시리즈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엉뚱하다, 혹은 이상하다는 말에 그저 담아버릴 수 없는 지나(첼시 퍼레티)의 지나모먼트(일명 GM, Gina Moment)는 특히 소중하다. 이 시리즈의 전반적인 톤을 표현하는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시즌5 열여섯 번째 에피소드의 오프닝 취조실 장면을 꼽겠다. 수사와 익살의 적절한 조화. 혹시 아래 영상을 보고 웃음을 피식 흘렸다면 의심 말고 파일럿을 재생해보자.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도 나름 두터운 팬층이 있는 시리즈이지만, 하마터면 시즌5를 끝으로 쇼가 사라질 뻔했다. <브루클린 나인 나인>을 방영하던 폭스가 제작 취소를 발표했기 때문인데. 트위터에서 #RenewB99 해시태그 구명 운동까지 벌이던 팬들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다행히도 폭스가 취소를 알린 지 30시간 만에 NBC에서 다음 시즌 제작 의사를 밝혔고, 덕분에 한동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새 에피소드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웃겨서, 이 리스트에 브나나를 포함한 것은 맞지만 이 시리즈를 추천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브루클린 나인 나인>은 다양성을 고려한 캐스팅과 소수자를 진지하게 다루는 방식에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사회적 이슈를 에피소드에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제작진은 지난해 다시 한번 대두된 BLM(Black Lives Matter) 이슈를 극에 반영하기 위해 이미 완성된 시즌8 에피소드 4편의 대본을 버리고 재정비하기도 했다. <브루클린 나인 나인>은 넷플릭스에서 시즌6까지 감상할 수 있다.


실리콘 밸리
Silicon Valley

왓챠 연출 마이크 저지 │ 출연 토머스 미들디치, 조쉬 브래너, 재크 우즈, 쿠마일 난지아니 │시즌 6 │ HBO

HBO 시리즈 <실리콘 밸리>는 수조 원의 잠재 가치를 가진 압축 알고리즘 만든 프로그래머 리처드(토머스 미들디치)와 친구들이 벤처 회사 ‘피리 부는 사나이’(Pied Piper)를 창업하는 이야기이다. 줄거리가 꽤 간단하게 정리됐는데, 피리 부는 사나이가 생존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 밸리에 자리 잡는 과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쇼는 거대 테크 기업, 벤처 투자자 등 여럿의 이해관계가 얽혀 예기치 않은 사건이 하루걸러 하루 일어나는 이 세계의 이야기를 꽤나 현실성 있게 그렸다. 그 덕은 어느 정도 제작자 마이크 저지에게 있는 듯하다. 그는 실제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에서 엔지니어로 일 한 경험이 있다. 역시 캘리포니아의 너드의 삶을 다루는 <빅뱅이론>과 종종 비교되곤 하는데. 독립된 에피소드의 묶음이 시즌을 이루는 <빅뱅이론>과 달리, 한 개의 주된 스토리 라인이 긴 호흡으로 이어져 각 에피소드와 시즌 전체를 관통한다는 점, 따라서 쇼가 보여주고 있는 사회(실리콘 밸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결을 확실히 달리한다. 너드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 또한 다르다. 이 쇼에는 그 흔한 러브라인도 거의 없다.


<실리콘 밸리>가 현재의 IT업계를 나름대로 본격적으로 그리고 있는 시리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무거운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시리즈는 시트콤이다. 리처드와 친구들이 짜는 코드는 뭔진 몰라도 엄청난 것인데, 그 대단한 코드를 개발하는 과정에는 캐릭터들의 시답잖은 조크가 있고, 애초에 그 코드가 괴이한 발상이나 동기에서 시작될 때도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주축 인물들 모두 매력적이다. 뜬금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한 방이 더 인상적인 법이니까. <실리콘 밸리> 캐릭터 중 소위 뻘한 웃음 안기는 캐릭터 일인자로 도널드 ‘재러드’ 던(재크 우즈)을 꼽고 싶다. 처음 팀에 합류할 때까지만 해도 현실 감각 없는 너드들 틈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를 회사다운 회사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 이성적 존재 정도의 포지션을 맡았지만, 이내 다른 캐릭터만큼이나 별난 인물임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재러드가 무인 자율주행차 ‘미스터 카’를 타고 무인도에 갇히는 에피소드와, 리처드의 새 비서 홀든(아론 샌더스)을 협박하는 에피소드를 애정한다. 이 배우의 얼굴이 익숙하다면 <오피스> 때문일 것이다. 재크 우즈는 <오피스>의 게이브를 연기했다. <실리콘 밸리>에는 MCU 멤버도 한 명 있는데. 안톤 아빠 길포일, 마틴 스타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선생님 해링턴을 연기하기도 했다.

오프닝을 보는 맛도 있다. <실리콘 밸리>의 타이틀 시퀀스는 실리콘 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10초로 요약한다. 구글, 오라클, 삼성부터 옐프, 레딧까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는 것 등, 인수합병 상황도 놓치지 않고 담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있는지 더 알아보고 싶다면, 위의 영상('Silicon Valley Title Sequence Breakdown')을 클릭해보길. 아쉽게도 한글 자막은 없지만, 타이틀에 어떤 기업이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구경할 수 있다. <실리콘 밸리>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시즌 평균 94%, 최고 신선도 100%(시즌3)를 기록하며 2019년 시즌6를 끝으로 호평 가운데 종영했다. 왓챠에서 시즌4까지 볼 수 있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How I Met Your Mother

넷플릭스연출 카터 베이즈 │ 출연 조쉬 래드너, 제이슨 세걸, 코비 스멀더스, 닐 패트릭 해리스 │시즌 9 │ CBS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는 위 작품들과 비교해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시리즈다. 한때 <프렌즈>와 더불어 영어 공부 자료가 되기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렌즈> <모던 패밀리>에 비해 덜 알려진 이 쇼를 다시 한번 소개하고 싶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의 모든 에피소드는 2030년의 테드(조쉬 래드너)가 아들과 딸에게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화면은 2005년 테드와 친구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테드는 소위 금사빠다. 여자를 만날 때마다 매번 상대가 운명의 짝이라 생각한다. 지독한 운명론자인 듯하다. 테드의 이런 연애는 일찍부터 짝을 찾아 정착한 릴리(앨리슨 해니건)와 마셜(제이슨 세걸) 커플의 연애와 대비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구와도 결혼할 것 같은 테드이지만 그는 번번이 사랑에 실패하고. 마지막 시즌 마지막화를 보기 전까지 테드가 누구와 결혼하게 되는지 알 수 없다. 누구와 맺어지는지 그게 궁금해서라도 끝까지 보게 되는 게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가 가진 마성의 매력이다.


테드와 친구들의 아지트는 테드의 집 아래층에 있는 펍, 맥클라렌이다. 이들은 늘 같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떤다. <프렌즈>의 센트럴 퍼크 카페 주황색 쇼파와도 같은 공간인 것이다. 테드가 로빈(코비 스멀더스)과 바니(닐 패트릭 해리스)를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로빈의 얼굴이 익숙했다면, 맞다. 로빈을 연기한 코비 스멀더스는 닉 퓨리의 오른팔 마리아 힐.) 쇼는 계속해서 ‘테드와 결혼할 여자는 누구인가’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결국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는 테드와 친구들의 이야기다. 연애사부터 시시콜콜한 일상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친구들, 젊은 날의 미친 짓을 함께한 철없던 친구들, 그들의 우정을 그린다. 중반 이후 망가지는 개연성과 기운 빠지는 결말에도 이 시리즈가 밉지 않은 이유는, 이 친구들 중 한 명이 된 듯한 내가 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즐거이, 애틋하게 여겼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는 넷플릭스에서 전 시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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