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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만들다 남는 시간에 외전이 흥행! 왕가위의 즉흥 연출의 끝은 어디?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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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

출처씨네21 제공

게으른 천재라는 말이 있다. 분명 겉보기에 노력은 안 하는데, 그래서 그 재능의 무궁무진함이 더욱 빛나는 천재들. 왕가위 감독은 결코 게으른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즉흥적인 현장 지휘 스타일 때문에 그 재능이 더 위대해 보인다. 매 작품마다 비하인드 스토리만 한 묶음씩 나온다는 왕가위 감독의 현장, 가장 유명한 그의 즉흥 연출 비화를 소개한다.


'계획만 세운다고 다 되는 게 아니구나'
<열혈남아>

여러 영화에 시나리오를 쓴 왕가위는 <열혈남아>라는 작품으로 입봉한다. 유능한 시나리오 작가였지만 첫 작품이었기에 이때는 왕가위 또한 꼼꼼한 사전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현장에선 수많은 준비와는 별개로 무수히 많은 변수들이 있었고, 그 때문에 왕가위는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다. 다행히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경험이 풍부하니 현장에서 시나리오나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변경하는 편이었는데, 연기를 전문으로 배운 적 없는 장만옥이 대사보다 움직임에 감정을 싣자 그의 캐릭터 아화를 대사보다 움직임으로 표현할 수 있게 조정했다. 홍콩 누아르였지만 현실적인 드라마를 강조한 <열혈남아>는 엄청나게 흥행했고, 왕가위 감독의 영화적 입지를 다지는 초입이 됐다. 덕분에 왕가위는 다음 작품에 전권을 부여받아 차기작에 들어간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아비정전>

이 뜬금없는 엔딩은 사실

2부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교두보였다.

<아비정전>을 처음 봐도, 다시 봐도 마지막 엔딩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한 번도 안 나오던 양조위가 갑자기 등장하고, 옷매무새를 확인한 후 외출한다. 그리고 끝. '도대체 이게 뭐야' 싶은 이 장면은 <아비정전> 2부로 이어지는 교두보. 하나 <열혈남아>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아비정전>은 배신 그 자체였고, 결국 흥행에 대실패하며 2부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왕가위가 기획한 <아비정전>은 1967년 홍콩의 '67폭동' 전후를 그리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촬영 시간은 촉박했고, 세트는 준비되지 않았으며, 처음 시도하는 동시녹음은 촬영을 지연시켰다. 개봉 2주 전에야 후반부 필리핀 로케이션 촬영을 간신히 끝냈고, 시사회 직전까지 후반작업을 했을 정도니 얼마나 촉박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후일담은 왕가위의 필모그래피가 더해질수록 예삿일이 된다.


본편 만들다가 남는 시간에 만든 외전이 흥행한 건에 대하여
<동사서독>

이 배우들이

이렇게 됐다가다시 이렇게 돌아왔다(한 명 빼고)

다시 이렇게 돌아왔다(한 명 빼고)

왕가위의 악명 높은 '지지부진'은 이 영화 하나로 정의할 수 있다. 바로 <동성서취>. <동성서취>는 유진위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 영화인데, 이 영화 출연진이 모두 <동사서독>을 기다리다 지친 배우들이다. 장국영, 임청하, 양가휘, 양조위, 장만옥, 장학우, 유가령 등이 촬영을 위해 사막에 모였는데, 왕가위 감독이 늘 그랬듯 촬영이 계획대로 안 되고 배우들 대기 시간만 길어지니 <동사서독> 제작자 유진위 감독이 배우들의 협조를 구해 흥행을 노린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다. 덕분에 <동사서독> 촬영 이후 촬영 지연과 불륜 스캔들로 자의 반 타의 반 하차한 왕조현 또한 <동성성취>에서 다른 배우들과 합을 맞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성서취> 촬영 후 <동사서독>도 무사히 끝나는 듯했으나 재촬영에서 캐릭터와 배우를 바꾸고 새로운 캐릭터를 합류시키는 등 왕가위 특유의 즉흥 연출로 초기 기획과는 상당히 다른 영화가 됐다.


감독님, 촬영감독님 맞고 있는데요ㅠㅠ?
<중경삼림>

청킹맨션의 수많은 군중은 당시 실제 거주민들이었다.

공교롭게도 <동사서독>의 다사다난함은 <중경삼림>을 탄생시켰다. 왕가위는 <동사서독>의 긴 촬영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위태로워지자, 보다 쉽게 촬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에게 "학교 졸업 작품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으니 말 다 한 셈. 그는 조명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빠른 카메라 이동을 위한 핸드헬드로 신작의 포인트를 잡았다. 이 정도만 들으면 무난하게 촬영했을 것 같지만, 영화 속 배경인 청킹맨션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고 촬영하다가 크리스토퍼 도일이 경비원들에게 얻어맞았다는 일화가 있으니 사건사고가 없던 건 아니다. 그래도 비교적 가볍게 찍은 <중경삼림>이 흥행하면서, 왕가위는 <중경삼림>의 세 번째 파트로 구상한 이야기를 <타락천사>로 만들 수 있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해피 투게더>

<해피 투게더>

다큐멘터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 <해피 투게더>(춘광사설)에 참 어울리는 말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동성애 커플을 주인공으로 한 <춘광사설>은 제작 과정의 수많은 에피소드로 훗날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라는 다큐멘터리 제작까지 이어졌다. 이 영화에서도 왕가위의 무대책 즉흥 연출은 계속됐는데, 오죽하면 장국영의 월드 투어가 잡혀있는 일정까지 촬영을 마치지 못해 보영(장국영의 캐릭터)이 이별을 고하는 전개로 갈 수밖에 없었다. 혼자 남은 양조위도 이구아수 폭포를 촬영하러 이동할 때, 몰래 빠져나와 도망치려고 홍콩행 비행기를 예약했었다고 털어놨다. 그 외에도 입국 첫날부터 현지 제작사의 실수로 여권을 몰수당하고, 왕가위 본인도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등 왕가위 작품 중에도 손에 꼽히는 현장이었다.

비화를 듣고 나면 그의 표정이 약간 다르게 보인다.


우리, 사실 원래 갈 데까지 갔었어요.
<화양연화>

<화양연화> 삭제 장면 일부

주연 배우가 영화를 보고 "이 영화가 이런 영화였군요"라고 말했다면 믿겠는가. <화양연화>를 본 후 양조위가 했다는 말이다. 21세기를 연 마스터피스로 유명한 <화양연화> 또한 왕가위 감독의 시나리오 없는 연출로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가장 큰 변화는 차우와 첸 부인 사이의 스킨십이 암시되는 장면이 있었다는 것. 왕가위는 양조위에게 "차우가 순수함보다는 영악해"서 첸 부인을 유혹한다고 설명했었는데, 정작 완성본에선 차우의 그런 성격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으니 양조위로선 당황했을 수밖에. 두 사람이 앙코르 와트에서 재회하는 엔딩 외에도 싱가포르에 갔다 온 차우가 애인 루루의 손에 이끌려 아파트에 왔다가 재회하는 장면도 있다. DVD를 통해 공개된 삭제 장면만 30분은 되니까 처음 기획 대로였다면 두 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였을 듯.

심지어 춤추는 장면도 있었다!


영화제 프리미어 상영을 못 할 뻔한 최초의 영화
<2046>

<화양연화>는 칸영화제에서 가편집본으로 공개됐다. 후속작 <2046>은 칸영화제에서 공개하고 또 추가 촬영했다고 한다. 상영 일정을 한 번 미뤘는데도 상영본을 상영 시작 3시간 전에 받아서, '일정 연기에도 상영 못 할 뻔한 최초의 영화'로 기록됐다. <2046>은 <화양연화>와 비슷한 시기에 기획됐으니 제작 과정은 5년으로 <동사서독>보다 더 오래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명성에 익숙한 주연 배우들은 괜찮은데 기무라 타쿠야는 왕가위식 즉흥 연출을 맛보고 "트러블이 있었다"고 자백(?)했다. 원래 <2046>에는 심혜진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이렇게 제작 일정이 미뤄지고 늘어나면서 하차했다. 제작 초기 언론으로 보도된 내용과 완성본의 내용도 판이하게 달랐다. 영상은 화려했고, 이야기의 상징과 은유는 더 풍부해지면서 다양한 반응을 낳았다. 모두가 입을 열어 말한 건 "왕가위는 왕가위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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