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인표, "신드롬? 제대하니 나 말고도 유명한 사람 많더라"

조회수 2021. 1. 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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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규한 편집장

기자가 가져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LP를 보고 차인표는 깜짝 놀라며 잠시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앨범 표지 사진 속에 달러가 촘촘하게 박힌 넥타이는 협찬도 없던 신인 시절 MBC 드라마 소품실에서 허겁지겁 찾아내 맨 것이라 저리 촌스럽고, 멋스러운 흰색 재킷은 탤런트 시험 본다고 어머니가 동대문에서 사주신 5만 원짜리라고 했다. 그렇게 빌려 입고 사 입으며 찍은 드라마가 첫 방영을 마친 다음 날 드라마 촬영장엔 자기 브랜드 옷을 입어달라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그야말로 하룻밤 사이 벼락스타가 된 것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잘생긴 데다 반듯하고 착실한, 거기에 피지컬까지 갖춘 차인표는 이때부터 완벽남의 이미지가 생겼다. ‘대중들이 나에게 준 이미지라면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살았다는 그는 이것이 한정된 공간에 갇혀 변화의 기회를 더디게 했다고도 회상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 OST 앨범
<사랑을 그대 품안에> OST 앨범

'차인표가 연기하는 차인표' 조금은 민망할 수 있는 영화 <차인표>를 그가 선택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차인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내가 내가 되어 나를 돌아보는 경험. 비단 차인표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우리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걸맞은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2021년 첫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보며 지난 12월 28일 차인표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기다. 어떻게 지냈나.

거리 두기 열심히 하고 있고, 지금은 창작을 할 조용한 시기가 아닌가 싶어서 독서도 많이 하고 글도 쓰며 지냈다. 


<차인표> 공개 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존의 영화 개봉이나 드라마와는 달리 공개와 동시에 전세계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이점도 남다를 것 같다.

저예산 영화이면서 코미디 영화다. 개인적인 일을 소재로 삼아 소소한 재미를 주는 영화라 크게 부담은 없었는데 넷플릭스와 함께하기로 발표된 후 더빙 들어가고 다른 언어로 자막도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유야 어떻든 <차인표>라는 영화가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 중에서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되고 190여 국가에 선을 보이니까 앞으로 이 영화를 보고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가진 세계 관객들이 우리 코미디 영화에 대한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까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고 (일동 웃음) 자다가 일어나서도 ‘이거 어떻게 하지’ 하며 넋을 놓고 있다. (웃음) 지금은 책임감이 엄청나게 몰려든다.


제목부터 대놓고 차인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기획이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창작한다는 게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일이지 않나. 몇 달 동안 끙끙 앓고 썼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감사한 마음이 우선 들었다. 그러면서도 하고많은 배우 중에서 왜 나를 모티브로 삼아 대본을 만들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또 너무 실험적인 것 같기도 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부담 같은 것이었나.

이게 이렇게까지 해서 영화를 만들어야 할 가치가 있는 소재인가. 내 이름 석 자가 뭐 대단한 거라고, 수많은 대중 연예인 중 한 명인데 굳이 이름까지 제목으로 삼으면서 할만한 이유가 있나.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출연하겠다고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뭔가.

첫째 김동규 감독 때문이다. 이분이 감독 데뷔를 해보겠다고 야심 차게 준비하고 기획을 했는데 내가 몇 번 만나면서 할 듯, 할 듯하다가 막판에 안 한다고 해버린 거다. 김동규 감독 입장에서는 좌절감이 상당히 컸을 텐데도 우리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을지 모른다 다음에 다시 차근차근 준비해서 돌아올 테니 꼭 기다려달라는 장문의 이메일을 내게 보내줬다. 사람이 거절 같은 것을 당했을 때 본심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거절당했던 사람이 이렇게 진심 어린 말을 해주니까 불편해지지 않고 진짜 꼭 다시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좋은 감정이 생겼다. 두 번째는 제작사인 어바웃필름의 김성환 대표 때문이다. 이분이 덜컥 <극한직업>(2019)으로 잘되고 나니까 여기저기서 작품 같이하자는 요청이 들어왔는데도 투자배급사에 나는 <차인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라. 당장에 바로 투자도 잡아 오고 하니까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나도 배우로서 특별하게 돌파구가 안 생기고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래서 하기로 했다.


다들 의리가 있다. 제작자, 감독, 배우 모두.

꾸준함이 있었던 것 같다. 보통 안되거나 하면 일이 틀어지거나 아이템을 바꾸거나 할 텐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서로 진정성 있게 대했던 것 같다.


대본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들었다. 차인표를 연기하는 차인표라 그다지 준비할 게 없었을 수도 있겠다. 어떤가.

맞다. 하지 말라고 그러더라.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근데 벗고 나오는 장면이 많아 몸은 좀 만들어야 할 것 같더라.

SBS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 '분노의 양치질' 장면.

분노 연기가 <목포는 항구다>(2004)에 함께 출연한 손병호 배우의 조언으로 탄생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그게 15년 전 일인데 내가 잠시 착각해서 라디오 방송에서 틀리게 얘기했다. 당시 대본을 뒤져봤더니 대본에 쓰여 있더라. (일동 웃음) 어쨌거나 손병호 선배께 악역에 대한 조언을 받고 내 나름대로 대본에 나와 있는 것을 변형시킨 것은 맞다. (웃음)


분노 연기는 밈으로 돌만큼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있다. 이런 것은 배우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안 도는 것보다는 좋은 것 같다. (일동 웃음) 그런데 양치질 하나에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있다. 배우가 작품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자꾸 밈으로 얘기하니까 거기서 오는 아쉬움이 있다.


영화에도 차용되는 것 같은데 차인표를 설명하는 단어로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런 평가에 대한 부담은 없나.

내 입으로 한 번도 내가 젠틀하다느니 어떻다느니 한 적은 없을 것 아닌가? 어쨌거나 이게 나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라면 또 그게 대중연예인으로서 대중들이 나에게 준 이미지라면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역으로 그런 고민이 어떻게 보면 나를 한정된 프레임에 가두는 결과가 되지 않았나 생각도 들고.

솔직함도 강점이다. 활동 초기 연기력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기라는 게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니고, 또 이게 점수로 딱딱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결국 대중이 선택하는 거고. 솔직했기도 했지만 성급했다는 생각도 있다. 예전에 어떤 드라마 주인공 제안을 받았는데 그 당시 너무 바빠서 못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안 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5∼6부 정도만 특별출연으로 해달라고 부탁하더라. 그 감독님이 너무 괜찮은 사람 같고 평소에 일하고 싶었던 분이기도 했다. 또 배역도 드라마도 좋았고. 주연만 하던 배우가 조연을 하는 거였는데 당시엔 거의 없던 사례다. 나는 단순하게 생각해서 주연하던 사람이 조연도 해보고 다음에 다시 주연하면 되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작품을 하고 났더니 그다음에는 또 비슷한 조연 역할이 들어왔다. 그게 나쁘다 서운하다 이게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더란 거다. 내가 누리고 있던 것에 감사함을 모르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혼자 조금 성급하게 선택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게 됐다.


영화 찍으며 힘든 점은 없었나.

영화 봤나? 나는 아직 못 봤다. (웃음) 힘든 것 없었다. 어떻게 힘들겠나. 내 이름으로 된 영화 내가 찍으면서 힘들다고 그러면 말이 안 되지 않나. (일동 웃음) 나 말고 촬영 중에 비가 많이 와서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왼쪽부터) 차인표, 조달환.

매니저 김아람으로 출연한 조달환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조달환 배우 보통이 아니다. 단수가 높다. 살살 웃으면서 슬슬 스며들면서 남의 속 다 이야기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자기 속내는 잘 안 보여주고. (일동 웃음) 이게 동의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 끝까지 얘기 안 하고 넘어가니까. 농담이다. (일동 웃음) 정말 연기는 잘하고 재능이 있는 배우다. 나중에 신구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속 차인표와 실제 차인표는 어떤 점이 같고 또 어떤 점이 다른가. 김동규 감독은 차인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해서 여기에 불러냈는지 궁금하다.

김동규 감독은 내가 보기에 참 신기한 사람이다. 이분 영화를 전공한 것도 국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아예 대학을 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작가로 시작해서 이제 감독까지 하신다. 사람을 관찰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는 감수성이 정말 발달한 분인 것 같다. 영화 속 차인표와 내가 얼마나 비슷한가를 여기서 얘기해 버리면 관객분들이 볼 게 없을 것 같다.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는 게 맞다. 다만 한가지 완전히 다른 점 하나는 내게 폐소공포증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갇히면 빨리 나와야지 그런 곳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웃음) 촬영할 때도 빨리 나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일동 웃음)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로 소위 하룻밤 만에 대스타가 됐다. 연말에 10대 사건 등에 언급될 만큼 차인표 신드롬이 대단했는데 그때 기억을 듣고 싶다.

인기를 누릴 시간이 없었다. 6월부터 7월까지 드라마가 방송되고 말처럼 갑자기 유명해졌는데 8월 말부터 러시아 카자흐스탄 알마타에서 한 달 넘게 거의 유배 생활하듯 드라마 <까레이스키>를 촬영했다. 돌아와서 12월 1일에 군대 가고, 군대 가서 결혼하고 또 제대하고 나니까 이미 다른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더라. (일동 웃음)


당시 촬영 장소였던 구로의 한 백화점에 사람들이 막 몰려오고 그랬다던데.

맞다. 관심이 지나쳐 차를 싹 털어간 사람들도 있었다. 연기 의상 전부 다 없어지고. (일동 웃음) 어디서 들었는데 당시 중학생이던 지금은 아주 유명해진 가수분이 내 넥타이를 가져갔다고 하더라. (웃음) 누군지는 말 못 한다. (일동 웃음)

원조 몸짱 배우이기도 하다. 당시로써는 몸을 만든 것은 색다른 일이었는데.

연기를 위해 미리 준비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아르바이트로 식당에서 웨이터를 했다. 거기 주방장이 몸이 좋길래 물어봤더니 푸시업을 많이 하라고 하더라. 조언대로 팔굽혀펴기를 항상 했다. 그래서 드라마 들어가기 전엔 몸이 좋았다. 그런데 오히려 <사랑을 그대 품안에> 촬영을 시작하고는 몇 달 동안 매일 밤새고 시간도 없고 운동도 못 해서 살이 10kg이나 빠져 정작 예전보다 몸이 안 좋은 상태였다.


정리정돈하면 아내 신애라 씨다. 본인은 정리정돈 잘하는 편인가.

어젯밤에도 싹 치우더라. 꾸준히 어지르는 사람이 있으니까 정리가 늘었을 것 같다. (일동 웃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웃음) 나는 설거지를 잘한다. (웃음)


최근 교양프로그램 <킹스맨: 인류를 구하는 인문학>에 출연하고 있다. 다양한 인문학적 이슈들이 나오던데 흥미 있어 하는 것 같다.

그렇다. 너무 좋았다. 올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유튜브로 인문학 강의를 많이 들었다. <킹스맨: 인류를 구하는 인문학> 10부작 MC를 하며 스케쥴 표를 보니까 내가 유튜브 강의에서 본 분들이 여기 다 출연을 하는 거다. 너무 만나고 싶었던 분들이라 마치 아이돌 팬이 된 것처럼 매회 정말 재미있게 녹화했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라 아쉽다.

《잘가요 언덕》 《오늘 예보》를 쓴 소설가다. 지금도 소설을 집필 중이라 들었다.

몇 개 동시에 집필하고 있는데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다.


이후 계획은 뭔가.

송일곤 감독과 함께 제작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 <지구를 지키느라 숙제를 못했어요>라는 TV 시리즈다. 어린 친구들이 출연한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드라마다.


새해 넷플릭스를 여는 첫 작품으로 <차인표>가 선택됐다. 관객들께 하고 싶은 말은.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공존한다. 처음 겪는 일 때문에 자식 같은 영화를 만들어 놓고도 개봉 못 하는 한국 영화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빨리 코로나가 없어져서 극장가가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그렇게 좋은 영화들 속에서 <차인표>란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많은 관객과 만나게 되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다. 전 세계 관객들에게 ‘한국 코미디 영화 왜 이래?’ 이런 소리 들으면 안 되니까 부담감은 있지만 가슴 설레며 결과를 지켜보겠다.

사진 · 씨네21 최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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