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욕망에 잠식되면 괴물이 되어버리는 괴물화 사태가 닥친 가상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스위트홈>은 동명 웹툰 바탕의 탄탄한 스토리와 실감 나는 크리처 CG, 매 순간 보는 이의 손바닥에 땀을 쥐게 만드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놓칠 수 없는 <스위트홈>만의 매력이 있다면 각자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 그중에서도 주·조연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독보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소방관이라는 캐릭터의 개연성을 피지컬로 구현해 화제를 모은 서이경 역의 이시영을 필두로, 그린홈에서 괴물과 두려움에 맞서 고군분투한 여성 캐릭터,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불평불만만 가득한 중2병 캐릭터인 줄 알았으나, 어른보다 깊은 속을 지니고 있던 십 대 소녀. 뼈 때리는 옳은 말만 골라 하던 사이다 캐릭터 은유는 <스위트홈>의 시청자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 <마녀>에서 정겨운 욕(...)을 입에 붙이고 살던 발랄한 여고생 명희를 연기하며 신스틸러로 얼굴을 알린 고민시가 그를 연기했다. 고민시는 영화 <봉오동 전투>, 드라마 <라이브> <좋아하면 울리는>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번 작품을 통해 ‘리틀 김민희’라는 수식을 얻은 그녀의 차기작은 드라마 <지리산>. 다시 한번 이응복 PD와 호흡을 맞추게 된 이 신인 배우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터무니없는 재앙 한가운데에서도 침착하고 강단 있게 앞을 바라볼 줄 아는 인물. 긍정적이고 씩씩한 매력이 돋보이는 베이시스트 지수 역은 박규영이 맡았다. 2016년 웹드라마를 통해 데뷔한 박규영이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선 눈치 없는 신입사원 오지율을, <녹두꽃>에선 신분의 벽에 가로막힌 사랑으로 속앓이를 하는 양반집 아씨 명심을, 올해 여름 화제작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선 강태(김수현)의 동료이자 그를 짝사랑하는 남주리를 연기하며 눈도장을 찍어왔다. <스위트홈>과 함께 주목을 받으며 연세대 출신이라는 독보적인 이력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녀의 차기작은 드라마 <악마판사>. 시원시원한 매력을 지닌 형사 윤수현을 연기할 예정이다. 

배우로 데뷔하기 전부터 ‘얼굴 천재’로 유명했던 고윤정.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보건교사 안은영>의 에피소드 한 편에 잠깐 등장한 게 경력의 전부였던 그녀는 <스위트홈>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 신고식을 치렀다. 천식 환자로 호흡기 없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도 남의 생명이 우선인 간병인 유리는 무뚝뚝한 말투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많은 속마음을 눈빛으로 전하는 캐릭터다. 대사에 담기지 않은 유리의 복합적인 속내마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데 성공한 고윤정의 안정적인 연기를 본 이들이라면 그의 또 다른 매력이 돋보일 차기작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 아직 확정된 소식은 없으나, 많은 관계자들이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린홈에서 가장 깊은 속내를 지닌 어른을 단 한 명만 꼽으라면 대부분의 이들이 선영을 꼽지 않을까.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타인을 우선시하며 그들의 분노를 따스한 마음으로 보듬을 줄 알았던 선영은 그린홈 내 기성 시대의 모범과도 같은 인물이다. 1992년부터 연극을 시작, 올해로 연기 경력 30년을 맞은 베테랑 배우 김현이 선영을 연기했다. 18년 동안 극단 생활을 하고, 2007년부터 매체 연기에 도전한 그녀는 그간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국도극장>, 드라마 <신의 퀴즈> <화정> <보이스> 등 수많은 현장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을 찾아왔다. 적은 분량으로도 주연급 인상을 남긴 데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2020년에만 무려 5편의 영화로 관객을 찾은 이 배우의 다작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보자. 

그린홈의 리더 은혁(이도현)과 갈등을 빚는 진옥은 작품 초반부 그린홈 내 팽팽한 긴장을 조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타적인 인물로 성장하며 입체적인 변화를 그리는 진옥, 일일 드라마를 자주 챙겨 보는 이들이라면 그를 연기한 배우의 얼굴이 반가웠을 것.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내 딸 금사월> 등 제목 한 번은 들어봤을 유명 드라마에 다수 출연한 김희정이 진옥을 연기했다. <스위트홈> 외 <스타트업> <구미호뎐> 등 올해의 화제작엔 모두 얼굴을 비친 능력자. 다음 작품 역시 믿고 볼만한 작품일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드라마의 원작 웹툰을 본 이들이라면 손혜인 캐릭터의 행적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을 터. 원작과 다소 다르게 각색되었으나 제 개성만은 뚜렷하게 챙긴 드라마 속 손혜인은 배우 김국희가 연기했다. 역시 최근 개봉작을 부지런히 챙겨 봤을 이들이라면 반가웠을 얼굴.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를 엄마처럼 품던 캐릭터 은자를 연기하며 영화를 따스함으로 포장한 이가 바로 그다. <소공녀> 역시 그녀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작품. 집안일에 치여 반짝이던 꿈을 잃어버린 현정 역으로 등장해 분량 대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외 <82년생 김지영> <나를 찾아줘> 등 굵직한 작품에서도 신스틸러로 활약해왔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캐릭터. 명숙은 원작 웹툰 속 주요 인물들의 성장과 각성에 동력을 제공하는 인물이다.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다수의 영화에서 신스틸러로 성실히 활약해왔던 이봉련이 임명숙을 연기하며 깊이 있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택시운전사>의 극 초반, 만섭(송강호)의 택시에 탑승한 만석의 임산부로 얼굴을 알린 이봉련은 이후 <암수살인> <마약왕> <생일> <엑시트> <82년생 김지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을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캐릭터로 스크린을 찾으며 관객에게 얼굴을 익혀왔다.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활약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잠정 연기된 연극 <햄릿>에서 여성 햄릿으로 활약할 예정이며,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런 온>에선 미주(신세경)의 룸메이트 박매이 역으로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말 수가 적은 그린홈의 주민, 지은은 원작 웹툰엔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의 오리지널 캐릭터다. 대사는 몇 마디 없지만 몇 마디 없는 대사 모두가 ‘맞는 말’뿐인 데다, 탄탄한 연기력에서 비롯된 짙은 호소력까지 더해져 시청자에게 자연스레 각인될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 독립영화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한눈에 알아봤을 배우, 정하담이 지은을 연기했다. 정하담은 데뷔 2년 차에 만난 영화 <스틸 플라워>를 통해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제37회 청룡영화상의 신인여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믿보’ 라이징 스타다. 같은 해 진행된 들꽃영화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선 각각 여우주연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며 고른 활약을 펼쳐온 그녀가 다음엔 또 어떤 깊이 있는 연기로 관객을 놀라게 만들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