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리마스터링 재개봉 기념, 필람각 왕가위 감독 작품 6

조회수 2020. 12. 2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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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영화 <화양연화>가 스크린 위에 다시 펼쳐진다. 개봉 20주년을 맞은 <화양연화>는 왕가위 감독 특유의 유려한 영상미와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서로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20년 전 개봉 당시 유수의 영화제 및 시상식을 사로잡았던 이 작품은 46개 부문에서 수상하고, 51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영화는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해 장만옥과 양조위가 가장 찬란하던 시절의 얼굴을 보다 큰 스크린에서, 보다 좋은 화질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화양연화> 재개봉을 기념해 왕가위 감독의 작품들 중 필람해야 할 여러 편을 꼽아보았다.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왕가위 감독 영화와 함께 2020년의 마지막 따뜻하게 보내시길.


열혈남아
旺角卡門, As Tears Go By, 1987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는 광둥어로 된 홍콩판과 중국어로 된 대만판 두 가지 버전으로 개봉했는데, 내용은 같고 결말 부분이 약간 다르다. 1989년 국내에 개봉한 버전은 대만판이다. 뒷골목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건달 소화(유덕화)의 집에 어느 날 대만에서 온 아화(장만옥)가 머물게 된다.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화는 아화에게 차츰 호감을 느낀다. 한편 소화와 의형제를 맺은 동생 창파(장학우)가 피투성이가 되어 온 모습을 보고 그는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줄거리만 보면 1980년대 당시 유행해 쏟아져 나오던 홍콩 누아르 영화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홍콩 누아르의 외피를 빌려 어두운 뒷골목을 전전하는 인생을 통해 당시 홍콩의 불투명한 미래와 불안의 정서를 보여준 작품이다. 왕가위 감독 초기작에서 느낄 수 있는 투박함과 함께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청춘스타 유덕화와 장만옥, 장학우의 풋풋했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작품.


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1990

개봉 당시에는 흥행하지 못했으나 이후 인정을 받아 이젠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아비정전>은 그가 연출한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바람둥이 아비(장국영)는 매일 오후 3시 매표소의 소려진(장만옥)을 찾아가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된 소려진은 그와의 결혼을 원하지만 구속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비는 결혼 생각이 없다. 냉정한 그의 모습에 소려진은 떠나고, 그녀와 헤어진 후 아비는 또 다른 여자 루루(유가령)를 만난다. 하지만 둘의 관계도 오래가진 못하고,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난다. 영화는 어려서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탓에 사랑을 믿을 수 없게 된 남자 아비와 그의 곁을 스쳐가는 이들과의 관계를 조명한다. 극중 아비가 ‘발 없는 새’의 사연을 독백하는데, 이는 1997년 영국 반환을 앞둔 홍콩 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한 것으로 그들의 처한 상황과 심리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양조위, 유가령, 장학우 등 당시 홍콩 영화계에서 가장 바빴던 톱스타들의 소싯적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며, 영화는 홍콩금장상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5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왕가위 감독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으로, 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영화다. 1부는 헤어진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녀와 헤어진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짜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으던 경찰 223(금성무)이 노랑머리의 마약 밀매업자(임청하)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다. 2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매일 같은 샐러드를 사 가는 경찰 663(양조위)과 그를 짝사랑하는 알바생 페이(왕정문)가 주인공으로, 우연히 663의 집 열쇠를 갖게 된 페이가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전 여자친구의 흔적을 하나 둘 지워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본래 1995년 개봉한 <타락천사>를 2부 뒤에 붙여 3부작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러닝타임이 길어지는 것을 우려해 따로 분리시킨 작품으로, 홍콩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사랑과 이별을 감각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20년도 훨씬 전의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왕가위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동사서독
東邪西毒: Ashes Of Time, 1994

왕가위 감독이 자신의 제작사 택동영화사를 설립해 만든 첫 작품이자 그가 연출한 첫 무협영화. 백타산의 원주민인 구양봉(장국영)의 꿈은 유명한 검객이 되는 것이다. 그는 꿈을 위해 사랑하는 여자 자애인(장만옥)을 뒤로한 채 고향을 떠나고, 그녀는 구양봉의 형과 결혼한다. 이후 살인청부 중개자가 되어 사막에서 은둔해 살고 있는 그에게 몇 명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매년 복사꽃 피는 시절 그를 찾아와 술을 마시고 떠나는 친구 황약사(양가휘), 자신의 여동생과 결혼을 어겼다며 황약사를 죽여달라고 찾아온 모룡언(임청하), 남동생을 죽인 검객에게 복수를 해달라는 완사녀(양채니),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한 검객 맹무살수(양조위), 협객으로 이름을 떨치고 싶어하는 가난한 무사 홍칠공(장학우). 이들은 모두 아픈 과거를 잊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인물들이다. 영화는 구양봉을 중심으로 각 인물들의 엇갈린 인연과 운명을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장국영과 양조위를 포함한 화려한 캐스팅과 아름다운 영상미는 두말할 것도 없다. 후에 감독이 재편집하여 <동사서독 리덕스>로 2008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되었으며, 2013년 국내에 개봉하였다.


해피 투게더
春光乍洩, Happy Together, 1997

왕가위 감독의 두 페르소나 장국영과 양조위가 투톱으로 나선 퀴어 영화. 자유분방한 성미의 보영(장국영)과 그와는 정반대로 조용한 성격의 아휘(양조위)는 홍콩을 떠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여행을 떠난다. 이과수 폭포로 가던 도중 둘은 다툼 끝에 헤어지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보영은 아휘에게 다시 돌아온다. 제멋대로인 보영의 성격 탓에 두 사람은 이별과 재회를 몇 차례 반복하지만 아휘는 그런 보영에게 지치고, 우연히 대만 출신의 장(장첸)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함께 해서 행복하지만 결코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은, 상반된 성격을 가진 평범한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반복되는 이별로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무너져가는 둘의 관계는 흑백 장면과 컬러 장면으로 표현된다. 국내에서는 당시 동성애 영화라는 이유로 수입이 보류되어 논란이 있었고, 1년이 지나 일부 장면을 삭제한 후 1998년 개봉했다. 왕가위 감독은 이 작품으로 1997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금마장 영화제에서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은 촬영상을, 홍콩금장상영화제에서 양조위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여러 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46
2046, 2004

<아비정전>과 <화양연화> 속 인물들과 사건이 이어지는 작품으로 두 영화의 속편으로 불린다. 영화는 세 가지의 다른 사랑을 다룬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동방호텔 2046호에 머무는 고급 콜걸 바이링(장쯔이)과 2047호에 투숙하는 작가 주모운(양조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바이 링이 떠난 후 2046년 미래 도시에 대한 SF 소설을 쓰기 시작한 주모운이 호텔 주인의 딸 왕징웬(왕페이)을 만나며 시작된다. 그녀는 부모의 반대로 사랑하는 남자 탁(기무라 타쿠야)과 헤어져 실연에 빠진 인물로, 주모운은 그녀가 남자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녀와 가까워진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주모운이 소려진(공리)과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지난 사랑을 떠올리고,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아픈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는 왕가위 감독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다. 영화의 제목인 ‘2046’은 홍콩이 중국에 속하게 된 지 50년째 되는 해이자 중국이 ‘향후 50년간 홍콩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마지막 해인 2046년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화는 이 숫자와 함께 시작된다. 그간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해온 양조위, 장만옥, 유가령, 장첸, 왕페이를 포함해 장쯔이와 공리, 일본의 톱배우 기무라 타쿠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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