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 감독 영화 속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 베스트 10인

조회수 2020. 12. 2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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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객관적인 잣대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배우들의 연기를 평가한다. 기준을 설명하긴 힘들어도 좋고 나쁨은 존재한다. 좋은 감독에겐 분명 좋은 배우가 있다. 봉준호에게 송강호가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데이빗 핀처에겐 누가 있을까. 그의 페르소나는 누구일까. 해외 매체 ‘콜라이더’가 12월 초에 선정한 데이빗 핀처 영화 속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 순위를 소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맹크>를 본 이들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동 10위
(왼쪽부터) 존 캐럴 린치, 드와이트 요아캄
<조디악>의 존 캐럴 린치, <패닉룸>의 드와이트 요아캄

그의 이름은 아서 리 앨런이다. 조디악 킬러로 의심되는 용의자다. 3명의 형사가 그를 찾아간다. 그가 일하는 공장의 휴게실에 앉은 4명의 남자. 카메라는 멀뚱한 표정을 한 앨런의 시계를 클로즈업으로 비춘다. 거기에 조디악(Zodiac)이라고 쓰여 있다. 시계를 만지작만지작하는 앨런을 보면 관객들은 의심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가 범인일 것이다. 존 캐럴 린치가 앨런을 연기했다. 앨런은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캐릭터와 매우 비슷한 인물이다.
<패닉룸>의 연기자들은 모두 유명하고 쟁쟁하다. 조디 포스터부터 포레스트 휘태커, 자레드 레토, 당시 어렸던 크리스틴 스튜어트까지. 이들 가운데 드와이트 요아캄이 있다. 컨트리 가수 스타 출신인 그는 대사가 많이 없는 캐릭터 라울을 연기했다. 라울은 주니어(자레드 레토)와 함께 맥 알트만(조디 포스터)의 집에 침입한 강도다. 말이 없는 라울은 복면까지 쓰고 있어서 더 무서운 캐릭터였다.

9위
<소셜 네트워크>의 앤드류 가필드

화가 난 왈도 세브린(앤드류 가필드)이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의 책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그의 키보드를 빼앗아 바닥으로 던져 버린다. 숀 파크(저스틴 팀버레이크)가 그를 말리러 다가오자 그에게 주먹을 날리는 시늉을 한다. 숀이 움찔하자 왈도는 픽 웃으며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에 대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앤드류 가필드는 공동 창업자인 왈도 세브린을 연기했다. 위의 장면은 페이스북이 점점 커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왈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다. 불만 가득하고 약간 질투심도 느껴지는 왈도 캐릭터를 앤드류 가필드는 뛰어나게 표현해냈다.

공동 8위
(왼쪽부터) 로자먼드 파이크, 루니 마라.
<나를 찾아줘> 로자먼드 파이크,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루니 마라

로자먼드 파이크의 순위가 좀 더 위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를 찾아줘>에서 에이미를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는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의 내러티브 구성에 맞게 착한 아내와 잔인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팜므파탈이 되기도 한다. 그 온도 차가 정말 극심하게 느껴지는 건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 덕분이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루니 마라의 순위는 언뜻 동의하기 힘들다. 사실 뚜렷하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 독특한 헤어 스타일과 피어싱은 근사했다. 루니 마라의 연기가 나빴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리지널 <밀레니엄> 3부작의 누미 라파스의 존재감이 워낙 강해서 상대적으로 루니 마라의 연기는 저평가받게 마련이다.

7위
<파이트 클럽>의 헬레나 본햄 카터

헬레나 본햄 카터는 늘 팀 버튼 감독의 영화와 묶어서 생각하기 쉽다. 당연히 그렇게 보는 것이 맞긴 하다. 팀 버튼과 데이빗 핀처의 작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헬레나 본햄 카터의 필모그래피는 팀 버튼에 더 기울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파이트 클럽>의 말라 싱어는 독보적인 캐릭터다. 선글라스를 끼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아마도 헬레나 본햄 카터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콜라이더’는 말라를 데이빗 핀처의 영화 가운데 가장 멋진 여성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6위
<파이트 클럽>의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와 함께 <파이트 클럽>의 주인공인 나레이터 에드워드 노튼이 6위에 올랐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테일러 더든 역의 브래드 피트가 더 높은 순위라는 의미가 될 듯하다. 물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노튼이 연기한 캐릭터는 이름이 따로 없다. 나레이터라고 불린다. 그만큼 이 캐릭터는 우울하다. 브래드 피트의 테일러와는 정반대 쪽에 위치한 인물이다. 어둠이 있어야 빛도 있는 법이다. 퀭한 눈의 노튼이 연기한 나레이터가 없다면 브래드 피트의 테일러 역시 없다.

5위
<세븐>의 케빈 스페이시

케빈 스페이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콜라이더’는 그가 연기한 <세븐>의 존 도를 5위에 올렸다. 이유는 뭐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다. 스페이시가 연기한 인물은 연쇄살인마라고 자신을 드러낸 순간부터 빛이 나기 시작한다. 빗속에서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와 벌인 추격전 이후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한 다음 스페이시가 본격 얼굴을 드러내고 <세븐>의 이야기가 급격히 스페이시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이건 단순히 스토리나 내러티브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스페이시가 연기한 존 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다.

4위
<파이트 클럽>의 브래드 피트

잠깐. <세븐>의 브래드 피트는? 의문이 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일단 넘어가자. 4위는 <파이트 클럽>의 브래드 피트다. 에드워드 노튼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잠시 언급했지만 <파이트 클럽>은 브래드 피트의 테일러 더든이라는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영화다. 잠시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파이트 클럽>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앞뒤에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1999년 개봉한 <파이트 클럽> 이전에 <조 블랙의 사랑>, <티벳에서의 7년> 등이 있다. 다음 해에는 가이 리치 감독의 <스내치>가 있다. 앞의 두 영화와 <파이트 클럽>과는 연관성이 적어 보이지만 <스내치>와는 은근히 잘 연결되는 느낌이다. <파이트 클럽>의 테일러라는 캐릭터의 영향력이 그만큼 셌다는 의미다.

3위
<세븐>의 모건 프리먼

모건 프리먼을 순위에 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파이트 클럽>에 음의 영역에 에드워드 노튼이 있다면 <세븐>에는 모건 프리먼이 있다. 두 영화가 완벽히 비슷한 구조라고 보기 힘들지만 어리고 불같은 밀스(브래드 피트) 형사의 반대 지점에 모건 프로먼이 연기한 은퇴 7일 전의 소머셋이 존재한다. 두 사람은 반대 성향임에는 틀림없다. 중절모와 레인코트를 입은 이 전형적인 형사 비주얼의 인물은 <세븐>의 등장인물, 캐릭터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는 역할을 한다. ‘콜라이더’는 “프리먼을 데이빗 핀처의 비밀 무기”라고 표현했다. 비밀이라는 단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무기가 화력이 대단하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특히 <세븐>의 엔딩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2위
<세븐>의 브래드 피트

그렇다. 브래드 피트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배우 4위와 2위를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다시 <세븐>의 엔딩을 생각해보자.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기회에 <세븐>을 꼭 보도록 하자. 브래드 피트의 연기 인생에서 <세븐>은 분명한 변화가 시작된 곳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존 도를 향해 총구를 겨누며 고뇌하는 밀스의 얼굴과 표정이 또렷이 기억이 날 것이다. 쉽게 잊기 힘든 장면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존 도의 시점숏으로 이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줬다. 마치 관객이 존 도가 된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밀스의 표정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각인됐다. 브래드 피트 최고의 연기라고 봐도 무리가 없겠다.

1위
<소셜 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

개그맨 공채 시험에서 생긴 것만으로 합격이 된다는 얘기가 있다. 어쩌면 <소셜 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도 그 경우에 해당하는 건 아닐까. 꼬불꼬불한 머리칼부터 생김새가… 아니다. 그건 외모에 대한 편견일 뿐이다. 그럼에도.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기한 마크 주커버그는 정말 그때 거기 있었을 것 같은 하버드대학의 너드(nerd) 그 자체였다. 오죽하면 ‘너드미’라는 이상한 합성어가 생겨났을까 싶다. 사실 그런 외모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소셜 네트워크>의 각 인물들 사이에 존재한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질투와 견제다. 특히 마크 주커버그는 하버드 주변부에 있던 인물이어서 더욱 그렇다. 학내 유명 클럽의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는 비주류가 가지는 어떤 시기어린 마음을 제시 아이젠버그는 기가 막히게 포착해냈다. 마크 주커버그가 <소셜 네트워크>를 싫어했다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기를 칭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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