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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봉준호? 주목해야 할 90년대생 신인 감독 3

조회수 2020. 12. 2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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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기생충> 여파로 영화계에 전례 없었던 부흥기가 찾아올 것만 같았던 2020년. 아쉽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년도 대비 개봉작과 관객 수가 급감하는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그러나 난세에서 영웅이 나오는 법(?)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보석처럼 빛나는 신인 감독들의 작품들은 충무로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2020년 인상적인 장편 데뷔작으로 관객을 만난, 주목해야 할 1990년대 생 신인 감독 3명을 소개한다.


출처: 씨네21
윤단비 감독

윤단비 │ <남매의 여름밤>, <불꽃놀이>

2020년 여름 극장가, 한차례 대작들이 쓸고 간 자리에 관객들의 마음속에 묵직한 돌을 던진 <남매의 여름밤>이 있었다. 딱 1년 전인 2019년 8월 개봉했던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닮은 행보였다. 눅눅하고 불안함이 깃든 그 시절, 방황해야만 했던 옥주(최정운)와 철부지 동생 동주(박승준) 남매의 여름밤을 그린 <남매의 여름밤>은 윤단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시민평론가상, 넷팩상, KTH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영화계에 새로운 기대를 불어넣은 작품이다.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 자리를 두고 최종 후보에 올라 <남산의 부장들>과 겨루었으며, 내년으로 연기된 열린 제41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됐다. 그뿐만 아니다. 해외영화제들의 잇따른 러브콜과 수상 소식이 전해지는 등 국내외로 주목받고 있는 보석과도 같은 올해의 독립영화다.

출처: <남매의 여름밤>
출처: <남매의 여름밤>

<남매의 여름밤>으로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평단으로부터 연출력을 인정받은 윤단비 감독은 <우리들> 윤가은, <벌새> 김보라 감독의 뒤를 이어 주목받고 있는 여성 감독이다. 두 감독이 선보였던 따뜻한 시선, 그 안에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는 아이들 내면의 곪은 상처가 윤단비 감독에게도 깃들어 있다. 거대한 사건 없이도, 각자의 아픈 과거를 굳이 꺼내 보이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있는 성장통의 기억을 환기해낼 줄 아는 윤단비 감독의 매력. 2014년 단편영화 <불꽃놀이>로 데뷔해 천천히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바이다.


출처: <불꽃놀이>(2014)

이충현 감독

이충현 │ <몸 값>, <하트어택>, <콜>

배우 뺨치는 잘생긴 외모로 화제를 모았던 감독이 있다? <콜> 이충현 감독은 올 3월 기자간담회 사진이 공개되고 온라인상에서 외모로 한차례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씨네필이라면 그의 외모보다는 <몸 값>이라는 영화의 제목이 그를 연상하기에 더욱 익숙했을 것. 찾아보기 어려워 ‘전설의 그 단편’이라 불리는 <몸 값>은 2016년 공개된 이충현 감독의 단편 연출작이다.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러 모텔방에 온 한 남성과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렸다. 평범한 스토리 같아 보이나 약 10분이 흐르고 본격적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며 벌어지는 후반부의 스토리가 탁월한 원테이크 연출과 만나 기가 막힌 반전을 선사하며 얼얼한 충격을 남기는 작품이다. 계원예고 재학 시절부터 단편을 연출해왔다는 이충현 감독은 <몸 값>으로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갔고, 영화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출처: <콜>
출처: <콜>

그렇게 제작사 용필름에서 30세의 나이에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것이 바로 <콜>이다. 박신혜와 전종서 두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스릴러 영화로, 한 통의 전화로 20년 전 과거의 영숙(전종서)과 현재의 서연(박신혜)이 연결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무기한 연기, 결국 넷플릭스행을 택하게 되면서 얼마 전 공개됐다. <몸 값>에서 보여준 바 있는 감각적인 연출과 반전 어린 스토리로 다시 한번 제 장기를 확실히 입증한 이충현 감독. 그의 세계에서 발랄하고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을 보고 싶다면 왓챠를 통해 공개된 단편 영화 <하트어택>을 찾아보시길.

출처: <하트어택>

최하나 감독

최하나│ <애비규환>, <고슴도치 고슴>

최하나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출신이다. 1992년생으로 여기서 소개하는 감독 가운데 가장 어리다. 앞서 윤단비 감독에게서 윤가은과 김보라 감독이 연상됐다면 최하나는 <메기> 이옥섭 감독의 개성, 발랄함과 닮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2012년, 한 커플의 생활 연애담을 고슴도치의 시선에서 바라본 단편영화 <고슴도치 고슴>을 통해 독창적인 스토리와 사운드로 호평을 받은 그는 <용순>, <살아남은 아이> 등 웰메이드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사 아토ATO의 선택을 받은 신인 감독이 됐다.

출처: <애비규환>
출처: <애비규환>

각본과 연출력을 갈고닦아 세상에 선보인 첫 장편 영화 <애비규환>은 최하나의 장편 데뷔작임과 동시에 배우 정수정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임산부로 변신한 정수정의 파격적인 연기 도전이 인상적이다. 20대 신인이 펼쳐 보일 수 있는 트렌디한 연출도 눈에 띄지만, <애비규환>의 장점은 한국 가부장제를 비틀어 녹여 낸 통쾌한 각본이다. 그간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어린 임산부들은 타인들의 비난과 지난한 삶을 당연한 것처럼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애비규환> 속 토일(정수정)은 다르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아이를 위해 아이의 친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무릇 판타지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가부장제 사회를 바라보고 담아낸 최하나 감독의 시선은 꽤 통렬하다. 차기작에서도 이와 관련한 지점을 더욱 전면적으로 다룰 예정이라는 그의 당돌한 행보를 응원해본다.

출처: <고슴도치 고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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