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소품을 갖는다. 많은 마니아들이 한 번쯤 마음에 품어봤을 꿈일 것이다. 영화 산업이 발달한 할리우드에선 소품을 경매에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래된 소품을 전문 보관 기관에 보내야 할 때, 혹은 기부 목적으로 예산을 모을 때 등의 이유다. 최근엔 1989년 <배트맨>의 배트맨과 조커의 의상이 경매로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어떤 영화 속 소품들이 관계자, 팬들의 눈길을 끌었는지 몇몇 사례를 소개한다.

이제 최근 경매에 나온 영화 속 소품들을 살펴보자. 서두에 언급한 1989년 <배트맨>의 의상은 얼마에 팔렸을까? 마이클 키튼이 착용한 (고개를 돌릴 수 없다는) 배트맨 슈트는 6만 5천 파운드에 낙찰됐다. 한국 돈으로 약 9600만 원. 잭 니콜슨이 입은 조커의 블링블링 보라색 정장은? 6만 파운드(약 8900만 원). 배트맨 슈트가 훨씬 높은 가격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고무 재질 때문에 낡은 티가 나서인지 생각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요즘 액션 영화의 대명사가 된 '존 윅'은 어떨까. <존 윅 3: 파라벨룸>에서 존 윅이 글래스하우스에서 입은 정장은 1만 4천 달러(약 1500만 원)에 낙찰됐다. 동일한 영화에 나온 2013년형 DSR 제로 모터사이클이 6천250달러를 받았으니 존 윅의 의상이 두 배 넘게 비싼 셈. <존 윅 - 리로드>에 처음 등장하며 세계관 확장의 키가 된 '코인'은 산전수전 다 겪은 모습으로도 5250 달러(약 580만 원)를, 3편에서 나온 '하이 테이블 코인' 5개 세트는 7천500 달러(약 8300만 원)를 기록했다.

영화계의 양대 판타지, <해리 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서도 경매에 나온 소품이 있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나오는 '호그와트 입학통지서', 즉 시리즈 전체의 포문을 여는 이 중요한 소품은 2만 3천 파운드(약 3400만 원). 조촐한 구성이지만 시리즈를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지갑을 열게 만든 듯하다. 반면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서 아라곤이 사용하는 검 안드릴은 43만 7천 파운드(약 6억 4천만 원)로 낙찰됐다. 검이라서 소품이라도 비쌀 수밖에 없지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예측한 것보다도 훨씬 높은 가격이었다는 사실.

전설의 시작과 끝.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파일럿 대본, 마지막화 대본 중 어떤 게 더 비쌀까? 정답은… (두구두구두구) 마지막화 대본이다. 두 대본 모두 주연배우들의 친필 사인이 돼있으니 가격이야 둘 다 비싸지만, 파일럿 대본은 1만 5천500 달러(약 1700만 원), 마지막 화(의 파트 1) 대본은 2만 2천 달러(약 2400만 원)로 낙찰됐다.

최근 영화 중 눈에 띄는 물품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등장한 차량들. 극중 배우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의 차량은 각각 4만5천 파운드(약 6600만 원), 5만 파운드(약 7300만 원)에 낙찰됐다. 재밌는 건 달튼의 차량은 예상 낙찰가에 딱 맞는 수준이었는데, 부스의 차량은 추정가보다 두 배가량 높은 가격에 낙찰됐단 것. 연기한 배우 때문인 걸까, 아니면 단순히 차량 디자인이나 브랜드 때문인 걸까.

마지막으로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된 영화 소품 12위까지 정리하며 포스트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