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현 감독이 직접 말한 <콜>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

조회수 2020. 12. 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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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출처: 넷플릭스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콜>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던 화제작이다. 25살에 연출한 단편 영화 <몸 값>으로 국내는 물론,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52회 시카고국제영화제 등까지 진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이충현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데뷔작이었기 때문.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개봉을 미뤘던 <콜>이 넷플릭스를 통해 관객을 찾았다. 유려한 반전, 실험적인 시도로 남다름을 뽐냈던 <몸 값>만큼 신선한 충격을 전할 만한 작품의 탄생.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호평 일색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데뷔”라는 평가를 받는 데 성공한 이충현 감독을 만나 <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출처: 넷플릭스

- 첫 장편 영화 공개를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행을 택하며 전 세계 관객이 데뷔작 <콜>을 관람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 사실 만들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전 세계 관객이 봐준다고 생각하면… 좋다. (웃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콜>은 매튜 파크힐 감독의 <더 콜러>(2011)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연출을 맡기 전부터 원작을 알고 있었나.


= 작가님이 쓰신 시나리오로 <콜>을 먼저 접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원작을 봤는데, 혹시 원작을 봤나? (“봤다”고 대답하자) 두 작품의 내용이 많이 다르다. 원작의 컨셉이 장점이라 생각해 그 부분만 동일하게 유지했고, 원작보단 시나리오에 더 신경을 썼다.

출처: <콜>

- <콜>의 시나리오를 본 첫인상은 어땠나.


= 한 영화 안에 여러 개의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좋더라. 시퀀스 별로 이야기가 빨리빨리 뒤집어지고 또 뒤집어지고.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런 부분들이 좋아서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 주인공들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뒤바뀌니 인터랙티브 콘텐츠 같다는 느낌도 들더라.


= 안 그래도 관객이 서연과 동일선상에서 이 영화를 관통하고 체험하는 방식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반부 시나리오를 쓸 땐 유튜브에서 호러 게임 같은 걸 많이 참고하기도 했다. 일본의 호러 게임 같은 것. 게임과 영화가 닮은 점이 많더라, 같은 스토리텔링이기도 하고.

출처: <콜>
출처: <콜>

- 두 여성 캐릭터가 맞붙어 끝까지 내달린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게다가 영숙(전종서)은 한국 영화계에선 보기 드물었던 20대 여성 살인마 캐릭터다. 캐릭터의 컨셉을 잡아간 과정이 궁금하다.


= 원작과 다르게 하고자 했던 첫 번째는 두 인물을 비슷한 나이대로 구축하는 것이었다. 어떤 논리를 따랐다기보단 이야기적 직감이었는데, 캐릭터의 대결 구도를 두고 봤을 때 더 좋을 것 같더라. 이후 두 인물의 닮은 점을 만들고, 중후반부 이들의 방향성을 갈라지게 만들고자 했다.


-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 배우의 연기가 정말 놀랍다. 어떤 이유로 영숙 역에 전종서 배우를 떠올렸나.


= 시나리오를 쓸 때 <버닝>을 세 번 정도 봤다. 세 번째는 전종서 배우를 보려고 봤던 것 같다. 배우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는 상태이긴 했는데, ‘전종서 배우가 영숙을 연기하면 너무 재미있겠다’라는 직감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전종서 배우가 지니고 있는 ‘저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런 신비한 느낌에 끌려서 시나리오를 전했다.


- 그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받아치는 서연(박신혜) 역시 만만치 않은 캐릭터다. 박신혜 배우의 어떤 면에서 서연을 발견했나. 개인적으론 그간 보지 못했던 박신혜 배우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인상 깊었다.


= 박신혜 배우를 볼 때마다 단단하고, 중심을 잘 잡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장부 같은 느낌도 있으시고. 무엇보다 눈이 되게 좋은 배우라 생각하고, 장르 영화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박신혜 배우가 그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콜>에서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서연 캐릭터는 우리나라에서 박신혜 배우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밸런스가 좋았다.

출처: 넷플릭스

- 박신혜 배우가 이전 '배우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빼곡하게 채워 넣은 휴대폰 메모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충현 감독의 꼼꼼함을 언급한 바 있다. 어떤 메모들을 적어놨나. 기억나는 메모가 있나.


= 단편영화를 촬영해봤지만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 시스템이 많이 다르지 않나. 꼼꼼하게 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이라 준비를 못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이 있었다. 현장에선 워낙 정신이 없으니까, 늘 촬영 전날 감독으로서 챙겨야 할 것들을 메모해뒀던 것 같다. 김성령 선배님이 경험이 많으시니 기술적인 것, 합 맞추는 것들을 잘 설명해 주시기도 했던 것 같고. 현장도 현장이지만, 신인 감독과 기성 감독의 가장 큰 차이는 후반작업을 해봤냐, 안 해봤냐의 차이가 아닐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드는데. (웃음) 그런 점에서 배운 게 많다.


- 처음이라 더 기억에 남는 촬영장의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 현장에서 마니또를 했다. 누가 몰래 선물을 숨기고, 가져다주고, 그런 것들이 되게 재미있었다. 덕분에 간식이 풍족한 현장이었다.

출처: <콜>

- 통화로 많은 장면이 이뤄져 있지 않나. 배우들이 따로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을 텐데, 연출자로서 어려운 지점은 없었나.


= 따로 촬영하긴 했지만, 배우님들이 촬영이 없는 회차에도 와서 대사를 통해 톤 맞추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덕분에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놀러 올 때마다 간식 같은 거 사 오시고(웃음). 단것을 많이 먹었다.


- 전화기 소재의 영화다 보니 10대 관객에겐 신선하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


= 젊은 관객이 보기엔 생경한 소품들이 있을 거다. 무선 전화기의 개념을 잘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집 전화라는 것이 어떤 반응을 부를지 궁금하긴 하다. 나도 완전 그 세대는 아니진 하지만 촬영하며 반가운 소품을 많이 봤다. 그런 소품을 구하기 쉽지 않더라. 전화기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미리 떠올려놓은 디자인의 전화기 물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 영숙이 머무는 시대를 1999년으로 지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1999년도가 영숙을 표현하기 좋다고 생각했다. 세기말, 혼란, 종말론, 밀레니엄… ‘앞으로 어떻게 될까’를 그리는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것 같다. 패션이라든지 톤이라든지. 현재 '레트로'라고 해서 돌아오는 1990년대의 문화가 지금보다 훨씬 원색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이 영숙의 캐릭터와 잘 맞았다. 서태지가 2000년대 컴백을 한다는 점도 시기적으로 잘 맞았고.

출처: <콜>

- 왜 서태지였는지도 궁금했다. (*극 중 영숙은 서태지의 팬이다)


= 정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지 않나. 서태지가 지닌 반항성, 어긋나려는 느낌, 이런 게 영숙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


- 나 역시 서태지 세대는 아니라, <콜>을 보며 ‘울트라맨이야’를 처음 들어봤다. 가사를 보니 영숙의 각성곡 같은 느낌이 들더라.


= 맞다. 서태지의 노래 가사와 영숙을 매칭해보면 어울리는 게 많다. 영숙의 다이어리에 서태지의 ‘Come Back Home’ 가사가 쓰여있기도 하고.


- 영숙의 의상 역시 서태지와 겹치지 않나. 줄무늬 상의에 빨간 벨트, 청바지, 칼의 조합이 '처키'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 아, 그렇네.(웃음) 그건 서태지가 입었던 의상과 동일한 의상이다. 영숙이 폭주를 하면서부터는 서태지가 화보 촬영 당시 입었던 룩들을 레퍼런스 삼아 영숙에게 그대로 대입했다.

출처: <콜>

- 원작엔 없었던 무당, 신엄마의 소재를 들여왔다는 점도 신선하다.


= 신엄마(이엘)는 영숙에게 있어 브레이크 같은 인물이었다. 무당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가 미래를 보는 것이지 않나. 미래를 보는 인물이 타임슬립에 섞여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고 느껴졌고. 타임슬립과 오컬트의 접목이기도 해서, 그런 면에서 좋은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엘 배우가 지닌 분위기가 워낙 독보적이라, 배우 존재 자체로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셨다.

출처: <콜>

- 서연과 영숙의 집 역시 하나의 주인공이다. 한 공간이 여러 버전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흥미롭더라. 서연과 영숙의 집을 구현하는 데 있어 어떤 점을 가장 중요시했나.


= 질문처럼 집도 하나의 주인공이다. 집이 하나의 생명체인 것처럼, 서연과 영숙의 상황에 맞게 변하는데. 이야기가 요동침에 따라 그 감정에 맞게 집이 어떤 상태와 컨디션을 유지하느냐, 그런 점이 중요했다. <콜>은 많은 감정, 그에 따른 많은 톤의 시퀀스를 지닌 영화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인 집은 그 요동치는 감정선을 심플하게 설명하고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 상황에 따라 운명이 뒤바뀌는, 특히 집이 뒤바뀌는 CG 장면은 구현하는 데 있어 고민을 많이 했을 듯한데.


= 어려웠다. CG 담당 팀장님과 고민을 많이 했고, 늘 방향성을 잘 제안해 주셨다. 다른 장면보다 집이 바뀌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오래 의논을 했었던 것 같다. 기존의 장르와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CG 티를 어떻게 안 나게 할지(웃음).

출처: 넷플릭스

- 이충현 감독 본인에 대해서도 궁금해할 독자들이 많을 듯싶다. 영화에 흥미를 지닌 건 언제부터였나.


= 중학교 때 예고에서 올린 <페임>이란 뮤지컬을 봤고, '저 학교에 가서 예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고에 입학해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연기 수업을 먼저 받았다. 당시 반에 영화를 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비롯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파트를 영화로 옮겼고, 영화를 배우며 ‘딱 맞는다’는 생각이. '영화를 해야겠다!'보단 예술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재미있어 보이는 걸 했고, 그 이후 영화에 빠졌던 것 같다.


- 앞으론 어떤 이야기를 해보고 싶나.


= 스릴러 장르를 여전히 애정하긴 하지만 전혀 다른 장르를 해보고 싶단 생각도 든다. 음악 영화, 드라마 장르의 영화도 해보고 싶고. 지금 가장 멀게 느껴지는 게 멜로이긴 한데, 멜로도 언젠가 해보고 싶고. 한 가지 장르만 하고 싶진 않은 것 같다. 여러 장르를 다 해보고 싶다.

출처: <콜>

- <콜>은 첫 장편 작업이었다. 어떤 경험이었는지 한마디로 정의해 준다면?


= ‘처음’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다. 모든 것들이 다 새로웠고 그에 맞게 열심히 했다. 많이 배웠고. 처음이어서 더 재미있었고, '영화를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좋은 배우님, 좋은 스태프분들을 만나 운이 좋았다’라는 생각도 들고.


- <콜>은 원래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던 작품이었다. 넷플릭스 유저들에게 특별히 추천해 주고 싶은 관람 방식이 있나.


= 스마트폰으로 보더라도 이어폰을 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운드와 음악 작업에 정말 신경을 쓰고 공들인 게 있어서. 그냥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과 이어폰을 끼고 보는 것의 사운드가 천지 차이일 거다.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기시려면 이어폰을 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 말은 꼭 써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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