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돌아다닌 각본? 드라마틱한 <퀸스 갬빗> 비하인드

조회수 2020. 11. 2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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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퀸스 갬빗>

지난달 23일 공개되어 입소문을 타고 오랜 기간 전 세계 넷플릭스 많이 본 콘텐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리즈 <퀸스 갬빗>은 안야 테일러 조이의 체스 드라마다. 고아원 지하실의 관리인으로부터 남성들의 게임이라 여겨지던 체스를 배운 소녀 베스 하먼(안야 테일러 조이)이 자신보다 2, 3배 많은 경력을 지닌 남성 선수들을 가뿐히 제치고 전 세계 체스 1인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는다.

출처: <퀸스 갬빗>

승부를 논하는 데에서 오는 쫀득한 긴장, 어렵게 거머쥔 승리가 감동과 재미를 더하는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일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더 주목해보시길. <퀸스 갬빗>은 자신을 갉아먹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립하고 제 정체성을 또렷이 쟁취하는 데 성공한 한 여성의 성장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깊은 작품이다. 베스 하먼의 삶만큼 드라마틱한 비하인드를 지녔다는 점도 이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 <퀸스 갬빗>에 매료된 이들이 작품을 더 흥미롭게 기억할 수 있는 비하인드를 한자리에 정리해봤다.



출처: <퀸스 갬빗>

― 제목 ‘퀸스 갬빗’(Queen's Gambit)은 체스 오프닝 가운데 하나다. 일부러 자신의 말을 희생해 이후 포지션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는 전략을 일컫는다.


― 넷플릭스 코리아에선 의역되어 소개되었지만, <퀸스 갬빗>의 영문 에피소드 제목은 모두 체스 용어로 이뤄져 있다. 1화부터 7화까지 순서대로 오프닝(Openings), 익스체인지(Exchanges), 더블드 폰(Doubled Pawns), 미들게임(Middle Game), 포크(Fork), 어드전(Adjournment), 엔드게임(End Game)이다.

출처: <퀸스 갬빗>

― <퀸스 갬빗>의 체스판은 실제 체스 선수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만큼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묘사됐다. 영국의 체스 챔피언인 데이비드 하웰은 “체스 경기 장면이 잘 짜였고 사실적”이라는 평을 전했고, 조반카 하우스카는 “체스의 감정선마저 잘 전달했다. 환상적인 TV 시리즈”라는 감상을 전했다. 

출처: <퀸스 갬빗>

― 미국의 체스 마스터 브루스 판돌피니와 그랜드 마스터 게리 카스파로프가 <퀸스 갬빗>의 체스판을 컨설팅했다. 브루스 판돌피니는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엔 대본과 일치하는 92개의 체스 게임을 구성했고, 나중엔 이를 바탕으로 350개의 게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퀸스 갬빗>은 역대 드라마나 영화 가운데 체스 경기가 가장 많이 나온 작품이 됐다.

출처: <퀸스 갬빗>

― 안야 테일러 조이는 스스로를 정말 훌륭한 체스 선수라고 믿도록 제 자신을 속이며 촬영에 임했다.


― 주인공 베스 하먼을 연기한 안야 테일러 조이는 체스 챔피언,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한 연기로 평단의 대호평을 받고 있다. 알고 보면 작품에 들어서기 전 안야 테일러 조이의 체스 지식은 “0, none”.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가까웠다고.

출처: <퀸스 갬빗>

― 베스 하먼의 라이벌이자 동료인 베니 왓츠를 연기한 토마스 생스터, 해리 벨틱을 연기한 해리 멜링 역시 체스에 대한 지식이 없던 건 마찬가지였다. 안야 테일러 조이 등 배우들은 체스를 몇 년이나 한 것처럼 말을 자연스럽게 옮기는 등의 자세를 익히기 위해 브루스 판돌피니에게 특훈을 받았다.


출처: <퀸스 갬빗>

― 베스와 양어머니 알마(마리엘 헬러) 사이 유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두 배우의 립 컬러는 하나로 통일했다.

(왼쪽부터) <퀸스 갬빗>의 안야 테일러 조이, 나탈리 우드

― 베스의 외형을 구현할 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인물은 배우 나탈리 우드였다. 1960년대 유행한 웨이브 헤어 스타일을 위해 우드의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다고.

(왼쪽부터) 소설 <퀸스 갬빗>, 월터 테비스

― <퀸스 갬빗>은 월터 테비스가 쓴 1983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허슬러>(1961),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1976), <컬러 오브 머니>(1986) 등 월터 테비스의 다양한 소설은 영화화되어 관객을 찾은 바 있다.


― 소설 <퀸스 갬빗>은 출간되자마자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월터 테비스가 쓴 다른 소설들처럼 자연스레 판권 협상에 들어섰는데, 월터 테비스가 소설 출간 이듬해인 1984년 갑작스레 사망하며 <퀸스 갬빗>의 영화화는 물거품이 됐다.

(왼쪽부터) 히스 레저, <퀸스 갬빗>의 베스를 연기한 안야 테일러 조이
체스를 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히스 레저(오른쪽)

이후 <퀸스 갬빗>의 판권을 손에 넣은 이가 바로 <퀸스 갬빗>의 크리에이터 알랜 스콧. 1992년 <퀸스 갬빗>의 판권을 구매한 알렌 스콧은 2007년 작품의 영화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당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던 이가 배우 히스 레저. 어린 시절 호주에서 체스 주니어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도 했던 히스 레저는 <퀸스 갬빗>을 장편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고, 마음이 맞은 알랜 스콧과 히스 레저는 이 작품의 대본 초안을 완성하기도 했다. 히스 레저는 이 작품의 작은 역할과 감독을 맡을 예정이었고, 주인공으론 당시 <주노>로 인상 깊은 10대 임산부 연기를 펼친 엘렌 페이지를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히스 레저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운명을 달리하며 <퀸스 갬빗> 프로젝트는 또다시 엎어지고 말았다.

출처: <퀸스 갬빗>

― 결국 <퀸스 갬빗>은 알랜 스콧이 판권을 손에 넣고 30년이 흐른 2020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알랜 스콧의 나이 50대에 만난 작품을 80대가 되어서 선보이게 된 것. 넷플릭스, 그리고 <로건>의 각본가인 스콧 프랭크를 만난 <퀸스 갬빗>은 장편 영화 대신 7부작 시리즈 형식으로 재탄생되어 관객을 만났다. 알랜 스콧은 이 작품의 제작과 각본을 담당했다.


출처: <퀸스 갬빗>

― 베스 하먼의 어머니를 연기한 배우 클로이 피리는 안야 테일러 조이 주연의 영화 <엠마>에서도 그녀의 혈육을 연기했다. <엠마>에서 클로이 피리는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한 엠마의 언니 이자벨라를 연기했다.

출처: <퀸스 갬빗>
출처: <퀸스 갬빗>
출처: <퀸스 갬빗>

― <퀸스 갬빗>엔 유럽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베스 하먼을 연기한 안야 테일러 조이는 미국 출신의 영국-아르헨티나 배우, 하먼의 체스 동료들을 연기한 토마스 생스터, 해리 멜링, 제이콥 포춘 로이드는 영국 출신 배우다. 러시아의 체스 챔피언 바실리 보르고프를 연기한 마르친 도로친스키는 폴란드 출신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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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퀸스 갬빗>

― 엔딩 장면의 베스가 차에서 내려 공원을 거니는 장면은 베를린에서 촬영됐다.


― 이 장면에서 베스는 체스판 위의 퀸처럼 하얀 코트와 바지, 모자를 쓰고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이는 “베스가 이미 체스판 위의 여왕이고, 그의 세계가 체스판 그 자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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