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작비 대비 26배 흥행 수익 벌어들인 감독의 신작, <프리키 데스데이> 주역들을 만나다

조회수 2020. 11. 2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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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이지연

어느 12일 목요일 밤 블리스필드 고등학교에 살인자 부처(빈스 본)가 나타났다. 한바탕 홈커밍데이가 지나가고 학교에 홀로 남겨진 밀리(캐서린 뉴튼)는 부처의 타깃이 되었다. 단검으로 습격당한 밀리. 부처에게서 가까스로 도망쳤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13일의 금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살인자의 몸 안에서 깨어난 밀리는 24시간 내로 본래 몸을 되찾아야 한다.

지난 10월 28일 <프리키 데스데이>의 두 주연 배우 캐서린 뉴튼, 빈스 본,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 제이슨 블룸 프로듀서를 만났다. 보통 같았으면 직접 만나 보다 생생하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겠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들에게서 들은 <프리키 데스데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관객이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길 바란다.
- 감독・각본 | 크리스토퍼 랜던
크리스토퍼 랜던

블룸하우스가 낳은 괴물. 크리스토퍼 랜던의 별칭이다. 그의 전작 <해피데스데이>는 480만 달러 제작비로 1억 2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비용 대비 26배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바 있다. <해피데스데이>에서 타임루프를 매개로 호러와 코미디를 절묘하게 엮어내더니 이번엔 바디체인지다. 13일 금요일의 살인과 바디체인지, 익숙하다고? “당연히 이 영화는 <프리키 프라이데이>와 <13일의 금요일>의 하이브리드가 될 운명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프리키 데스데이> 제작에 있어 바디체인지 컨셉의 영화를 레퍼런스 삼지 않았다. “두 영화를 보며 자라서 영화의 존재에 대해,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 전에 다시 보지는 않았다. 나를 헷갈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를 본다는 것 그 자체로 어떻게든 영향을 받아서, 좋지 않은 아이디어로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까.” 랜던은 두 영화와는 다른 그만의 영화를 만들기를 바랐다.

<프리키 데스데이>는 지난 11월 13일의 금요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해 아직까지 그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있다. 그가 또 다른 노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성적을 통해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다. 랜던이 장르 영화의 팬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영화에도 존 카펜터의 <할로윈>,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 <나이트메어> 등 클래식 호러 영화를 오마주했다. 하지만 고어한 것이 랜던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많은 호러 영화가 종종 폭력적인 장면을 만드는 데 몰두하여 캐릭터와 관객 사이 관계를 빌드업하는 것에 소홀했다면 랜던은 그러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호러 영화는 그저 살인이 난무하는 것이어서는 안됐다. 이번 영화에서도 몇몇 장면을 심어 관객이 밀리에 이입하도록 했는데. 그중 그가 가장 아끼는 장면은 “밀리와 부커(우리아 쉘톤)가 차 안에 남겨진 장면”이다. 부커가 연쇄살인마의 모습을 한 밀리에게 고백하는 것이 틀에 박히지 않은 독특한 그림인 데다가, “이때 밀리가 어떤 외형을 하고 있든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사랑스럽다는 것을 처음 깨닫기 때문이다.”


이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도 맞닿는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더 사랑했으면 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에게 마땅히 맞서고 스스로를 돌보기를 바란다.” 랜던은 관객에, 특히 젊은 층의 관객에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영화 초반의 밀리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특히 어린 친구들이 타인의 기분을 맞추다가 자신의 행복을 놓친다. 자신의 행복, 내면으로부터의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각본을 시작으로 이번이 랜던 X 블룸하우스의 7번째 협업이다. 블룸하우스는 저예산 고수익 호러 명가다. 랜던은 제이슨 블룸과 오랫동안 작업을 해 온 이유에 대해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블룸하우스는 괴상한 영화를 만들다. 내 영화처럼 말이다. 다른 제작사라면 거절할 영화다.” 제작비가 커지면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보통의 할리우드 제작 환경에서는 많은 사람이 관여하고 반영해야 할 의견도 많다. 그런데 블룸하우스에서는 내가 진짜 원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이들은 “협력적이고 위험을 감수한다.”


말을 늘이지 않아도 뜻이 통하는 것,
호러 영화의 묘미
배우 | 캐서린 뉴튼
캐서린 뉴튼

“네! 사진 있는 트윗 기억해요! 그거 무슨 말이에요?”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인터뷰를 며칠 앞두고 캐서린 뉴튼이 리트윗한 한국어 글에 대해 기억하는지 물으니 그가 되물었다. 내용을 모르고 리트윗한 모양이었다. ‘포스터를 따라하는 캐서린이 귀엽다’는 한 팬의 애정어린 말이었다고 답하니, 기뻐하며 계속 리트윗하겠다고 화답하는 그. 뉴튼은 가까운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직접 밝힌 적이 있기도 하다. 더 대화를 이어나가기 전부터 그가 가깝게 느껴진 이유다.

5세에 ABC 시리즈 <올 마이 칠드런>으로 데뷔한 캐서린 뉴튼은 올해 데뷔 19년 차다. <레이디 버드>, 넷플릭스 시리즈 <더 소사이어티> 등 2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그의 말마따나 “너드”답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오랜 활동 기간에도 뉴튼은 여전히 열정적이다. <빅 리틀 라이즈>에서 매들린(리즈 위더스푼)의 골칫덩이 딸 애비게일 칼슨이 된 그. 뉴튼이 짓궂은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할 거라 의심하던 장 마크 발레 감독을 설득해 배역을 따낸 것은 그 자신이었다. 새로운 역할에 열려있는 뉴튼이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부처 연기에 자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역할을 못 할 줄 알았다. 내가 연쇄살인마가 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여린 고등학생 밀리와 냉혈한 부처, 접점이 전혀 없는 두 인물을 구현해야 했다. “밀리 연기는 걱정이 없었다.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밀리가 곧 뉴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 나서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잘 따르는 사람이고, 애어른스럽기도 하다.” 회의를 느끼던 그에게 확신을 준 사람은 랜던 감독이었다. 뉴튼과 랜던은 이미 8년 전 <파라노말 액티비티 4>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크리스는 나를 잘 알았고,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니 그의 말을 믿었다.” 공동 각본을 맡은 마이클 케네디와 랜던 감독이 모든 것을 대본에 적어뒀고 그는 “각본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걱정은 무색했다. 1970년대에나 입을 법한 빈티지 스웨터를 벗어 던지고 빨간 재킷을 입고, 전기톱을 손에 쥐면 뉴튼은 부처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살인마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고민했다. 단 한 가지만 생각할 것이었다. “다 죽이겠다.” 일단 타깃을 정하면 자세를 낮추고 몸을 숨기려 했을 것이다. 뉴튼은 빈스 본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몸 연기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했다. 13일의 금요일 아침, 잠에서 깬 밀리의 어정쩡한 걸음걸이는 중년 남성에게서 볼 수 있는 몸짓이었다. 살인마 연기를 할 때 뉴튼은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사 없이도 뜻이 전달되는데, 이게 바로 공포 영화의 묘미다. 부처의 행동을 그저 따라가다 보면 알 수밖에 없다.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란 걸.”


영화에서처럼 몸이 뒤바뀐다면…?
배우 | 빈스 본
빈스 본

빈스 본은 한국 매체 중 씨네플레이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했다. ‘영화에서처럼 24시간 동안 다른 사람과 몸을 바꿀 상황이 생긴다면 누구와 바꾸겠냐’는 마지막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케이팝 스타”가 되고 싶다며 큰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춤을 추던 그였다. 애초에 답을 예상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했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답변이었다. 즉각적인 반응 속도로 미루어 보아 미리 준비해온 듯했는데. 그와의 인터뷰 바로 다음 차례였던 뉴튼이 “빈스가 케이팝 댄스를 보여줬냐”고 재차 물었던 걸 보면 이는 합리적인 추측이다. 한국 팬을 향한 작고 귀여운 선물이었던 것이다.

배우, 프로듀서, 각본가, 코미디언.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하나로 부족하다. 1980년대부터 지금껏 수십편의 작품에 참여해온 본이지만 그의 이력에서 호러 영화는 찾을 수 없었다. “크리스토퍼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호러 장르와 바디체인지의 조합은 처음이었다. 1인 2역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본은 복잡하지 않은 말로 작품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게 <프리키 데스데이>가 특별했던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캐릭터에 대해 다른 배우와 상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앵글 바깥 세계에서의 버릇 등 캐릭터 비하인드 스토리를 구축하는 것, 보통의 배역을 맡았다면 혼자만의 몫이 될 일이다. 영화 속 밀리와 부처의 모습은 두 배우가 어투부터 행동거지까지 함께 궁리한 끝에 완성한 결과물이었다. 자신감 0, 존재감 0 밀리, 호기로운 전략가/살인마 부처, 빈스 본과 캐서린 뉴튼은 몸에 밴 기질을 버리고 양극단에 놓인 두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상기하기도 했다. “누나가 둘 있는데 지금도 사이가 좋다. 어렸을 때 누나들이 늘 공포 영화를 보여주곤 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같이 봤지만 사실 너무 무서워서 밤에 잠도 잘 못 잤다.” 누나들 틈에 끼고 싶어 꾹 참고 호러 영화를 봤지만, 실은 어린 본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영화였던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다들 이해할 거다.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것,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알고 싶은 것, 좋아하는 누군가 앞에서 떨림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본은 그 나이대 본인이 어땠는지 생각하며 공감하며 밀리를 표현했고, <프리키 데스데이>를 마주할 관객들도 본이 그랬던 것처럼 “밀리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랜던 하고 싶은 거 다 해!
제작 | 제이슨 블룸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수장 제이슨 블룸도 영화를 응원하려 몇 마디 더했다. 그가 <프리키 데스데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부처와 몸이 뒤바뀐 밀리가, 친구들에게 본인이 밀리임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만 알아볼 수 있는 춤을 추는 장면이다. 거구의 빈스 본이 허우적대며 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아기자기한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이가 있을까. 괴이함, 유머, 재치를 한데 섞어놓은 이 장면. 이 같은 독특한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는 블룸하우스의 핵심 전략과 어느 정도 연관된 듯하다. “저예산과 재미, 둘 사이에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 블룸하우스에 대해 아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을 들어봤을 스튜디오의 제작 철학이다. “예산을 낮게 잡으면, 스토리나 캐스팅 면에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도 할 수 있다.” 그는 수백 수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영화를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거대 자본을 투자받으면 더 많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사고의 폭이 한정된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이 전략은 랜던 감독을 만나 더 빛을 발한다. 앞서 랜던과의 이야기를 전하며 언급했듯 블룸과 랜던은 여러 차례 작업을 함께했다. “크리스는 타고난 감독이다. 아이디어가 개성이 넘치고 각본과 영화에서도 그것이 드러난다. 그의 의견이라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다.”

한국을 향한 애정도 아끼지 않았다. 블룸하우스의 영화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해피데스데이>의 경우 북미 제외 글로벌 흥행 수익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블룸은 지난 10월 직접 나서 한국 팬들에게 <Freaky>(원제)의 한국 타이틀을 지어줄 것을 요청했고, <프리키 데스데이>는 공모를 통해 탄생한 귀한 이름이다. 코로나 19로 많은 제작사가 영화의 개봉을 미루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신작을 공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블룸은 이 시기 개봉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상영관도 별로 없고 개봉작도 없어서 옛날 영화 재개봉만 반복하고 있다.” 그는 어려운 시기 개봉을 택한 계기에 대해 “보통처럼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으로 영화를 본다고 하더라도, 스튜디오의 파트너들에게 새 영화를 상영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침체된 업계에 조금이나마 활기가 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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