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러닝타임 내내 긴장하게 된다는 <서치> 감독의 차기작 <런>의 관람 포인트

조회수 2020. 11. 25.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아니쉬 차간티 감독. 이름이 영 낯설다. <서치>의 감독이라고 하면 어떤가. 그래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와 영화 속 컴퓨터 스크린 이미지가 먼저 생각난다. 거의 모든 영화가 노트북 화면으로 구성된 색다른 컨셉의 <서치>를 연출한 감독이 아니쉬 차간티다. <서치>의 진정한 팬이라면 이름을 기억해뒀을 것이다. 참고로 <서치>는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장 크게 흥행했다. 한국 영화팬들의 덕을 톡톡히 본 차간티 감독의 신작 <런>이 11월 20일 개봉했다. 국내외 반응이 뜨겁다. 어떤 점이 기대되는지 살펴보자.


소포모어 징크스와 로튼토마토지수 100%

영화 감독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데뷔작 이후 두 번째 영화의 실패를 의미한다. 차간티 감독의 <런>은 보기 좋게 이 징크스를 날려버렸다. 우선 평단의 평가가 뛰어나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홍보자료에는 로튼토마토지수가 100%라고 했지만 11월 18일 현재 로튼토마토지수는 97%다. 영화의 개봉 전이기 때문에 관객 점수는 없고 기자와 평론가들의 평가만 30개 등록돼 있다. 100%가 아니면 어떠리. 30명의 평단 가운데 97%가 호평을 했다는 건 딱 1명만 별로라고 평했다는 뜻이다. 차간티 감독이 야구 선수라면 현재 타율이 2타수 2안타, 1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상의 소재와 히치콕의 서스펜스

단 1명을 제외한 사람들의 호평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많은 이들은 긴장감, 서스펜스가 훌륭하다고 평한다. 차간티 감독 역시 “영화의 러닝타임 90분간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라는 평가에 대해 “자신이 의도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스스로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호명했다. “<런>은 <서치>와는 굉장히 다른 영화다. 이 영화는 매우 강하고 클래식하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히치콕스럽다”고 전했다. 또 “일상의 평범한 소품들을 이용하면서 서스펜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공간의 제한과 심리전

<런>은 제약이 많은 영화다. 이러한 제한이 일상이 공포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먼저, 영화의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 하반신 마비, 천식, 심장 질환, 피부 질환 등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클로이(키에라 앨런)와 극진하게 딸 클로이를 돌보는 다이앤(사라 폴슨)만이 등장한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외딴 2층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극한 한정된 인물과 공간을 통해 관객은 집안에서만 생활해온 클로이에 감정 이입하게 된다. 감독이 의도한 것이고 그 연출에 관객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 클로이가 우연히 식탁에 놓인 장바구니에서 엄마의 이름이 적힌 의문의 약을 발견한 이후 다이앤을 의심하듯, 관객은 감독이 보여주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한다. 이 두 삶의 관계는 진짜 무엇일까. 끊임없는 의심, 행동 반경의 제한과 움직임의 시간이 느린 클로이와 컴컴한 화면과 사운드에만 반응해야 하는 관객의 입장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관객은 차간티 감독이 설계해놓은 이 심리전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사라 폴슨 그리고 키에라 앨런

<런>의 서스펜스와 정교한 심리전은 배우들의 연기에서 탄생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 할지라도 제몫을 다해주는 배우가 없다면 그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라 폴슨은 <서치>의 존 조 만큼이나 칭찬 받아 마땅한 배우다. <오션스8>, <글래스>, <노예 12년>과 TV시리즈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래치드> 등에 출연한 사라 폴슨이 <런>의 중심에 있다. 사실 사라 폴슨보다 더 눈에 띄는 배우는 클로이를 연기한 키에라 앨런이다. 앨런은 신인이다. 그는 실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컬럼비아 대학생인 그가 학교에서 촬영한 오디션 비디오를 보고 차간티 감독이 반하고 말았다. 앨런의 연기는 “기존 할리우드와 너무나 달랐다.” 할리우드비평가협회 설립자인 영화비평가 스콧 멘젤은 “사라 폴슨은 늘 그렇듯 놀라웠지만 정작 스토리를 이끄는 건 신인 키에라 앨런이었다. 그녀는 베테랑처럼 영화를 이끌고 간다”고 평했다.


<서치>는 제작비의 75배의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런> 역시 많은 예산의 영화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서치> 못지않은 흥행을 기대해볼 수… 올해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라는 걸 잊을 뻔했다. 재능 있는 감독과 뛰어난 배우들의 훌륭한 합작품이 공개되기에 2020년 늦가을은 결코 좋은 시절이 아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런>은 훌루(hulu)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된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