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방영을 시작한 후 국내는 물론, 해외 TOP10 리스트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드라마 <사생활>. 자신의 모든 기술을 동원한 사기꾼들이 대기업과 사기 대결을 펼치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배우 고경표의 군 제대 이후 복귀작이기도 하다. 코미디 콩트부터 시트콤, 청춘 드라마, 로맨스부터 스릴러 드라마까지. 소화 영역을 차차 넓히며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맞은 배우 고경표에 대한 TMI를 한자리에 정리해봤다.

고경표의 배우 인생 시작점엔 길거리 캐스팅이 있었다. 학창 시절 길에서 캐스팅 권유를 받은 고경표는 부모님을 설득해 연기 학원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배우의 꿈을 키워나갔다. 인천에 위치한 집과 여의도에 위치한 학원을 오가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고. 학원에서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YG 엔터테인먼트의 배우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당시 동기가 배우 유인나였다고. 이후 건국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했고, 영화로 배우 데뷔를 앞두고 있었지만 출연 예정 작품의 제작이 엎어지면서 다시 배우 지망생이 됐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게 되는 법. 군대를 다녀와야겠다 결심했던 차 KBS 청소년 드라마 <정글피쉬2> 오디션에 합격했고, 고경표는 2010년 제 필모그래피의 첫 줄을 쌓을 수 있었다.

공식 데뷔작은 <정글피쉬2>로 알려졌지만 그 이전 출연작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이다. 살인사건으로 친구를 잃은 고등학생, 안태준을 연기한 연제욱의 패거리 학생 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 상대 학교 라이벌 캐릭터가 도발적인 대사를 던질 때 눈을 부릅뜨며 분노를 표하는 앳된 모습의 고경표를 확인할 수 있다.

<응답하라 1988>을 만나기 전 고경표에게 붙었던 수식어 중 하나, 바로 ‘잘생긴 개그맨’이다. 신인 시절 고경표는 <SNL 코리아>의 크루로 활약하며 얼굴을 알렸다. 다양한 코미디 캐릭터를 탄생시킨 건 물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장진 감독과 함께 위켄드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의 앤디 샘버그라는 말을 듣고 싶어 미국의 <SNL>을 모두 찾아보며 앤디 샘버그의 말투나 표정을 연구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고경표가 꼽은 롤모델, 바로 히스 레저다. 고경표는 “어린 시절 히스 레저를 보며 연기 공부를 했다. 그의 연기를 보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대중이 나의 연기를 보며, 내가 히스 레저에게서 받았던 느낌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응답하라 1988>의 직진 연하남 선우를 연기하며 인지도를 높인 고경표. 알고 보면 <응답하라> 시리즈의 오디션은 처음이 아니었으니. 고경표는 <응답하라 1988> 이전, <응답하라 1994>의 오디션에 도전했으나 낙방한 경험이 있다. <응답하라 1988>은 단편 영화 <인생은 새옹지마> 속 고경표의 연기를 인상 깊게 본 이우정 작가가 배우에게 먼저 오디션을 제안했다고. 고경표는 오디션이 진행된 한 달여 만에 10kg을 급하게 감량하고, <응답하라 1988>의 출연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고경표의 필모그래피에도 천만 영화가 있다. 6년째 국내 박스오피스 관객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화 <명량>이 그의 출연작이다. 고경표는 이순신(최민식)을 따르는 병사 오둑이를 연기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대사 한 마디 없는 단역에 가까워 관객 사이 화제를 모았다는 것.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당시엔 인지도가 낮았으나, 개봉 당시 인지도가 수직 상승해 벌어진 일이다.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개봉 후 인터뷰를 통해 “해상 전투 촬영 당시 카메라의 기준점이 되어줄 배우로 고경표를 캐스팅했다”, 이순신을 다룬 영화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이 자리를 빌어 고경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은 인터뷰를 통해 고경표에게 극찬을 전하기도. 최민식은 “고경표가 눈물을 글썽이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연기를 하는 데 있어) 그 눈빛에 도움을 받았다” “비유를 하자면 (고경표의 역할은) 집 짓는 데 보이는 돌멩이 하난데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튀려고 한 게 아니라 자기가 할 일을 인식하고 해냈다. 너무 예쁘다”고 밝히며 후배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을 전했다.

유튜브를 통해 뒤늦게 주목을 받은 시트콤 <감자별 2013QR3>는 고경표의 인생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7살의 정신 연령으로 살게 되는 하버드 출신의 수재 노민혁을 연기했다. 7살 기억으로 돌아간 노민혁은 동생 노수영(서예지)과 자주 다퉜고, 그 장면에서 등장한 그의 짓궂은 표정이 짤로 돌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전엔 코미디, 개그 캐릭터의 한정적인 이미지에 갇힐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고경표 역시 <감자별 2013QR3>로 탄생한 자신의 짤들을 좋아한다고. 경력과 함께 유연해진 그의 마음가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고경표는 최근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고 밝혔다.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 덕분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멘탈 케어에 더없이 좋은 취미이자 스스로 결과물을 창조해낸다는 것이 이 취미의 장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앞으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 <리틀 드러머 걸> 이후 오랜만에 국내로 복귀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에 캐스팅됐다. 그와 함께 탕웨이, 박해일, 이정현, 박용우가 출연하는 멜로 영화.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조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고경표는 해준을 형처럼 따르지만 수사 방향에선 이견을 지닌 후배 형사 수완을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