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vs. 아만다 사이프리드? 2021년 아카데미 미리 보기

조회수 2020. 11. 2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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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2020년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연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만 없었다면 예년처럼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한 작품들이 슬그머니 공개되기 시작했을 시즌이다. 아쉽게도 개봉이 연기된 영화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상식을 채울 기대작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기생충>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국내외 영화제에서 공개된 작품들을 기반으로 해외 매체들이 2021년 아카데미 예측을 서두르고 있다. 외신들을 바탕으로 다소 이른 감이 있긴 하나 아카데미를 기다리며 주목해 볼 만한 주요 부문의 정보들을 정리해봤다.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4월, 온라인 상영작도 OK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영화산업에 타격이 큰 만큼, 아카데미도 그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매년 2월 열렸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2021년 4월 25일로 연기됐기 때문. 장소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이지만, 앞서 에미상과 같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개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후보에 오를 장편영화들의 자격 기간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개봉된 작품이다. 2년간 개봉한 영화가 같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된 건 제6회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처음이라고. 후보작 발표는 2021년 3월 15일 진행된다.

<아이리시맨>은 오스카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엔 전부 실패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가 하나 더 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상영작 출품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영화들의 극장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물론, 아카데미는 이러한 결정이 일시적인 예외 상황임을 강조했다.


<로마>나 <아이리시맨> 등 기존의 넷플릭스 작품들이 후보에 오르지 않았었냐고? 맞는데 차이점이 있다. 그간 아카데미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작품들은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위치한 상업극장에서 7일 이상 연속 상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야 했다(국제장편영화상과 장편&단편 다큐멘터리 상은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OTT를 통해 공개됐지만 극장에서도 상영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엔 극장 상영이 포함되지 않았다. 온라인을 통해서만 공개됐어도 상영작 출품이 가능하다. 


넷플릭스 시상식이 될까?

위와 같이 예외적으로 풀어진 규정에 가장 유리한 기업. 바로 넷플릭스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TV+도 있지만 넷플릭스에 비할 바는 아직 못 된다. 넷플릭스는 그간 <로마>,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등의 걸출한 수작들을 공개해왔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어가지는 못했다. 타 드라마 시상식들에서 주요 부문을 휩쓸었던 것에 비하면 유독 영화계에선 맥을 추지 못한 셈이다.

출처: 넷플릭스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 <맹크> 포스터

2020년은 코로나로 극장 개봉작의 수가 확연히 줄었지만 반대로 넷플릭스의 활약은 종횡무진이었다. 후보에 오를 주요 작품만 간단하게 언급해보자면 아론 소킨의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 데이빗 핀처의 <맹크>, 스파이크 리 <DA 5 블러드>, 찰리 카우프만 <이제 그만 끝낼까 해> 등이 있다. 아직 개봉되지 않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피시즈 오브 어 우먼>, <더 프롬>, <힐빌리의 노래>도 있다. 해외에서 호평이 끊이지 않는 명감독들의 작품들로 라인업이 채워진 만큼 올 아카데미 시상식이 넷플릭스의 시상식이 되지는 않을지 주목해 볼 만하다.


출처: <남산의 부장들>

한국 출품작은 <남산의 부장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2021년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전후(戰後) 비약적인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고, 지금은 문화적인 흐름을 선도하는 한국의 다소 어두운 역사를 정면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영화”,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이병헌의 연기도 뛰어나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그해 10월 대통령을 암살하기 전 40일간의 기록을 그린 정치 영화다. 지난 11일, 제40회 영평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제42회 청룡영화상 10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에 최우수작품상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이 아카데미의 레드 카펫을 밟을 수 있을지 국내 영화 관계자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 <미나리>

다크호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남산의 부장들>이 국내에서 기대를 받는 반면, 국내 배우 한예리와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는 실질적인 수상 후보작으로 ‘버라이어티’ 등 해외 주요 외신들이 꼽는 다크호스와도 같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 시골 마을로 이주한 한국인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다. 감독의 자전적 배경이 담긴 영화로, 2020년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미국 영화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상영 후 뜨거운 호평을 받기도.

<미나리> 팀

감독상, 작품상 외에도 ‘버라이어티’는 제작과 주연인 제이콥 역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을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언급하기도 했다. 만약 그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된다면, 아카데미 역사 상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로는 최초가 된다. 할머니 순자 역의 윤여정은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인 고섬어워드 최우수 연기상 부문에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나란히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등 내년 오스카의 강력한 다크호스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과연 <미나리>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내년 4월을 기약해보자.


출처: <노마드랜드>

늘 그렇듯 미친 라인업! 작품상 후보는?

지난해 <기생충>의 영광을 이어 받을 작품상 후보는? 클로이 자오의 <노마드랜드>는 경제 대공황 후 밴에서 생활하며 미국 중서부를 유랑하는 60대 여성 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원톱 주연으로 활약하는 작품으로 앞서 개최된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시얼샤 로넌과 케이트 윈슬렛이 연인으로 등장하는 프란시스 리 감독의 <암모나이트>도 있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도 기대해볼 만하다.


출처: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
출처: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넷플릭스 작품 중에서는 1968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주동했다는 이유만으로 벌어진 재판을 그린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아론 소킨 감독), 냉소적이고 신랄한 사회 비평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허먼 J. 맹키위츠가 <시민 케인>을 집필하는 과정을 그린 <맹크>(데이빗 핀처 감독), 분대장의 유해와 숨겨둔 황금을 찾아 베트남으로 돌아 간 4인의 흑인 참전 용사의 이야기를 그린 <Da 5 블러드>(스파이크 리 감독)가 있다. 12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공개되는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레지나 킹 감독), 애플TV+를 통해 2021년 공개될 <체리>(루소 형제 감독)도 외신들의 후보작으로 뽑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장담하기 어렵다.


<노마드랜드> 촬영 현장의 클로이 자오(왼쪽)과 프란시스 맥도맨드(오른쪽).

다양성 이슈 적극 반영! 감독상 부문

작품상과 떨어트릴 수 없는 감독상이기에 작품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눈에 띄는 건 다양성 이슈다. 2022년부터 작품상 선정 기준에 구체적인 다양성 기준을 세운 아카데미의 행보를 감독상을 통해 미리 볼 수 있다. 데이빗 핀처나 아론 소킨, 론 하워드 등 명감독이자 백인 남성들을 제외한 다른 감독들을 살펴보면 또렷하게 보인다. 아카데미는 먼저 인종에 다양성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노마드랜드> 클로이 자오나 <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촬영장 속 레지나 킹(왼쪽) 감독

인종과 여성을 고려한다면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의 레지나 킹 감독이 있다. 배우로 활동해온 레지나 킹의 연출 데뷔작인 이 영화는 실제로 친구 사이였던 흑인해방운동가 말콤 엑스와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가수 샘 쿡, 미식축구 선수 짐 브라운의 만남을 픽션화한 작품이다. 레지나 킹이 감독상 후보에 오른다면 존 싱글턴, 배리 젠킨스, 스파이크 리의 뒤를 이어 감독상 후보에 지명된 7번째 흑인 감독이 된다. 흑인 여성 감독으로서는? 놀랍겠지만 그 어떤 흑인 여성도 오스카 감독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역사가 없다. 즉, 최초라는 말이다.


출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출처: <맹크>

남우주연상 - 채드윅 보스만 VS 게리 올드만

남우주연상 후보는 두 명이 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Da 5 블러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채드윅 보스만과 <맹크> 게리 올드만이다. 지난 8월, 대장암 투병 중 사망한 배우 채드윅 보스만의 유작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오거스트 윌슨이 1세대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를 주제로 쓴 동명의 희곡을 영화화한 것이다. 채드윅 보스만은 트럼펫 연주자 레비를 연기했다. 해외 프리미어 시사회 직후 평론가들이 그의 연기에 극찬을 보내며 2021년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치고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맹크>에서 주인공 허먼 J. 맹키위츠를 연기한 게리 올드만도 유력 후보이나 2018년 <다키스트 아워>로 정말 어렵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번 수상의 영광은 다른 배우에게 돌아갈 듯하다. 이 외에도 <미나리> 스티븐 연, <뉴스 오브 더 월드> 톰 행크스 등이 후보로 언급됐다.


출처: <피시즈 오브 어 우먼>
출처: <노마드랜드>

여우주연상 - 바네사 커비 VS. 프란시스 맥도맨드

여우주연상도 두 명의 배우가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상이 확실시되고 있는 배우가 있다. <피시즈 오브 어 우먼>의 바네사 커비다. 출산 중 아이를 잃은 마사를 연기한 바네사 커비는 해외 비평가들로부터 “(바네사 커비의) 가장 인상적인 스크린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다. <노마드랜드>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경합을 벌였지만 제77회 베니스영화제 볼피컵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바네사 커비의 것이었다.


아카데미도 프란시스 맥도맨드보다는 바네사 커비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상을 준 사람에게 또 주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지만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파고>와 <쓰리빌보드>로 무려 두 번(!)이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지 않았나. 그밖에는 단골손님인 메릴 스트립(<더 프롬>)과 한예리(<미나리>)도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출처: <맹크>

여우조연상 - 윤여정 vs 아만다 사이프리드

2021년 남우조연상은 건너뛰도록 하고, 여우조연상을 들여다보자. 흥미로운 이름이 눈에 띈다. 위에서 다뤘었던 <미나리> 윤여정이다. 그는 이민자 가족 중 할머니 순자 역으로 출연해 해외 평론가를 비롯한 ‘버라이어티’ 등 주요 외신들로부터 연기력에 찬사를 받았다. 오스카 레이스가 수상까지 이어지지 못해도 괜찮다. 윤여정이 2021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가 된다면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 후보에 오르는 것이 되니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윤여정이 독보적인 후보는 아니다. 강력한 적수가 있다.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다. 그는 <맹크>에서 황색 언론의 선구자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의 애인이자 배우인 매리언 데이비스를 연기했다. 시사 직후 ‘데드라인’을 포함한 해외 매체들은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린 연기”,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모든 시상식에서 연기상 트로피를 가져가도 부족함이 없다” 등의 극찬을 쏟아냈다. 화려한 필모그래피와는 별개로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 등 주요 시상식과는 인연이 없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수상에 성공해 무관의 한을 풀 수 있을까? 그 외 후보로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와 <암모나이트> 시얼샤 로넌, <뉴스 오브 더 월드> 헬레나 첸겔이 있다. 


출처: <소울>
출처: <오버 더 문>
출처: <울프워커스>

장편 애니메이션 - 픽사(디즈니+) VS 넷플릭스 VS 애플TV+ 삼파전

장편 애니메이션상 작품상은 OTT 삼파전 구도가 형성될 듯하다. 픽사-라 말하고 디즈니+라 읽는-<소울>, 넷플릭스의 <오버 더 문>, 애플TV+ <울프워커스>다. 먼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10회 수상에 빛나는 픽사의 <소울>은 셋 중 트로피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다. <몬스터 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 총 3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노미네이트, 2회 수상의 영예를 안은 피트 닥터 감독의 신작으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초청작으로 상영해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와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수상작인 <토이스토리 4>에 이어 다시 한번 픽사가 연속 수상의 영광을 가져갈 수 있을까. <소울>은 12월 25일 디즈니+를 통해 릴리즈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오버 더 문>도 만만치 않은 라이벌이다. <러브, 데스 + 로봇>, <블러드 오브 제우스>, <클라우스> 등으로 전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의 지지를 받기 시작한 넷플릭스의 야심작 <오버 더 문>은 디즈니 출신 유명 애니메이터 글렌 킨의 신작이다. 중국 항아 설화를 모티브로, 달에 가고자 하는 12살 소녀 페이페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수려하고 디테일한 그림체와 황홀한 O.S.T.가 만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소울>과 견줄만하다. 


마지막으로 애플TV+의 <울프워커스>가 있다. 늑대 사냥꾼 소녀 로빈이 원주민 소녀를 만나 늑대들의 세계를 지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두 작품과는 달리 빈티지한 질감의 2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카툰 살롱의 공동 설립자이자 <켈스의 비밀>, <브레드위너> 를 제작한 톰 무어 감독의 신작이다. 10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후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다. 12월 11일 애플 TV+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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