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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90년대 스타일? 장만옥과 엄마를 따라 했죠”

씨네플레이 심규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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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솜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사무실을 정리하고 부서 회의용 믹스 커피를 타야 하는 고졸 여직원들. 이런 풍경들 속에서도 ‘삼진그룹 마케팅팀’ 정유나(이솜)는 유일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확연히 드러내는 인물이다. 남성 위주의 사회 분위기와 학력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해 저항하는 유나는 당시 여성들의 자존감을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역할에 딱 맞는 배우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세상 따뜻한 눈웃음과 살짝 꼬리를 물고 올라가는 입매가 여전히 사랑스러우면서도 순응 대신 신념대로 삶을 사는 현재의 젊은 여성을 꾸준하게 담아왔던 이솜은 자의든 타의든 유나의 모습에 닿아있었다.


90년대 사회의 단면을 바라보며 저런 세상을 살았다니 놀라면서도 문득 지금의 주변을 돌아봐도 약자의 세상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마음을 모으고 서로를 다독이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유쾌하게 풀어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현재를 사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도 닿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한 배우 이솜을 지난 10월 6일 만났다.


이솜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로나로 극장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봉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이 영화로 즐거움과 웃음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개봉해서 많은 분들이 보러 오시면 좋겠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유나는 주저하는 동료들을 이끌며 사건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한다. 캐릭터에 어떤 매력을 느껴 참여하게 되었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조금 걸크러시한 캐릭터라 생각해서 고민이 됐다. 최근 비슷한 성격의 역할을 많이 했었기도 하고.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이솜을 생각했다는 이종필 감독님의 설득도 있었고, 고아성 배우가 먼저 캐스팅되었다는 얘기도 들어서 출연에 대해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유나 캐릭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서적인 부분에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유나가 왜 이렇게 말도 많고 또래들 사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영화 속 유나는 원래 비서실에 근무했는데 전무의 성희롱에 대해 항의한 것 때문에 눈 밖에 나 마케팅팀으로 보내졌다. 이런 전사가 정유나의 적극적인 행동의 동력이 된 것 같다.

그 부분이 크다. 좌절의 경험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것에서 더 적극적으로 변화했고, 그게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첨밀밀>의 장만옥(오른쪽).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이솜.

유나는 세련되고 시크한 멋이 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X세대의 전형 같다. 이런 정유나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점에 신경 썼나. 본인이 요구한 것도 있다고 하던데 무엇인가.

당시의 느낌을 가장 표현하기 좋은 캐릭터가 유나라고 생각했다. 그 시대를 과감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유나의 스타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씀드렸다. 갈매기 눈썹, 볼륨 헤어, 입술 라인과 갈색 립스틱 같은 것들을 생각했다. 90년대 잡지나 인터뷰 영상을 많이 봤고 특히 장만옥 사진을 많이 참조했다. 그리고, 가족 앨범을 뒤져 젊은 시절의 엄마를 봤는데 정말 멋있었다. 그 스타일을 그대로 유나에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똑같이 따라 한 장면도 있다.


외양적인 것 외에 캐릭터에 대해 고민한 것이 있다면.

유나의 내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정서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하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유나에게 필요하고 또 그가 원하는 것이 ‘인정욕’이라고 생각했다. 유나는 강한 척, 아는 척을 많이 하는데 그건 회사 상사를 비롯해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주 순수한 욕망 때문인 것 같았다. 솔직한 감정을 넣으니 인간미 있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범죄의 여왕>.

주관이 뚜렷하고 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많이 했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 여성들의 의식을 대리하는 캐릭터로 보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남성 위주의 사회 분위기와 학력 차별에 맞서고, <범죄의 여왕>(2016)의 진숙은 부모의 바람과는 다르게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또 <이번 생은 처음이라>(2017)의 우수지는 직장 내 차별과 부당한 언어폭력에 맞선다. 2∼30대 여성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배우 중 하나다.

어떤 이미지를 염두에 둔 적은 없다. 이런저런 캐릭터들을 맡아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보여졌던 모습을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다.


잼의 <난 멈추지 않는다>가 삽입되어 있다. 영화의 주제와 맞아떨어지는 음악이기도 하더라. 극 중 삽입곡에 대해 이솜 배우도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빛과 소금의 음악이었다 들었다. 낭만적인 곡들이 많아 의외의 선곡이기도 했는데 어떤 노래였나.

90년대 음악을 워낙 좋아한다. 오늘도 차 안에서 계속 듣고 왔다. (웃음) 빛과 소금의 노래 중 <샴푸의 요정>과 <오래된 친구>를 말씀드렸던 것 같다. 듀스의 노래도 떠올랐었고 김성재의 <말하자면>도 생각났다. 삽입곡인 잼의 <난 멈추지 않는다>는 처음 들었는데 영화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오늘 듣고 온 음악은 뭔가.

김현철의 노래다. 너무 좋다. (웃음)

이솜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종필 감독이 배우 출신이다. 이솜 배우와는 <푸른소금>에 함께 출연한 인연도 있다. 이종필 감독의 현장은 어땠나.

감독님을 처음 뵈었을 때 ‘어 어디서 뵀지?’ 했었는데 감독님이 영화 <푸른소금>에 같이 나왔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아 맞다”하고 생각이 나더라. 캐스팅되고 감독님이 어떤 봉투를 주셨는데 열어보니 예전에 <푸른소금> 때 같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있었다. 선물로 주신 거다. 나를 기억하고 작품에 불러줘서 고마웠다. 감독님과는 작품에 대한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연기를 했던 분이라 그런지 디테일한 감정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고아성, 박혜수 배우와 합숙을 했다고 들었다. 직접 파스타를 요리해 주기도 했다고 하더라.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요리는 거의 다 내가 하는 편이다. 잘한다기보다는 파스타 이런 음식은 좀 쉬우니까. (웃음)


요리 말고 다른 취미는 없나.

요즘은 등산을 자주 한다.


등산이 어떤 도움이 되던가.

코로나 시대라 헬스장 가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운동을 너무나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산에 자주 갔다. 마침 집 근처에 산도 있고. (웃음) 초록빛을 보면 기분이 좋다.


등산으로 답답함을 푸나.

꼭 그런 이유는 아니다. 별로 답답함 같은 거 없다. 그냥 내버려 두면 잘 풀리는 스타일이라. (웃음)

한라산 등정인증서 (출처 이솜 인스타그램).

<마담 뺑덕>과 <소공녀>는 이솜에게 어떤 의미인가.

두 작품은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마담 뺑덕>은 상업영화의 주역으로 참여할 기회를 줬고 <소공녀>는 배우로서의 이솜이 좀 더 성장한 작품이다.


<소공녀>의 미소는 취향과 욕망을 위해 집을 포기한다. 궁곤함에서 존엄과 품격을 지키는 미소 캐릭터를 현실화하는 것은 이솜 배우의 힘이다. 현실에 발 디딘 것 같으면서도 판타지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 아마도 남다른 스타일과 개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소는 현실적인 느낌이 들지만, 세상과 조금은 다른 캐릭터다 생각하면서 촬영했었다. 그런 생각들이 캐릭터에 묻어 난 것 같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유나는 어떤 일에도 주눅 드는 법이 없더라. 실제 성격은 어떤가.

유나 만큼 돌직구 스타일은 아니다. 말도 많지 않은 편이고. 그런데 좀 털털한 점은 비슷한 것 같다. (웃음)

이솜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정유나의 토익 클래스에서 영어 이름이 미셸이다. 이솜 배우가 직접 선택했다 들었다. 미셸은 <퐁네프의 연인들>의 줄리엣 비노쉬가 맡았던 역할이다. 이름으로 쓸 만큼 좋아하는 영화인 것 같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따온 것 맞다. 제일 먼저 이 작품이 떠올랐다.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라 좋다. 내가 꿈꾸는 것처럼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이 정말 청춘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무엇엔가 빠져든다는 것, 그런 열정적인 모습이 떠올라 좋아하는 영화다.


2010년 <맛있는 인생>으로 시작했으니 올해로 영화 데뷔 10년이 됐다. 연기 생활 10년에 대한 소회가 듣고 싶다. 그리고 올해 30세가 되었다. 20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놀라며) 정말 그러네, 신기하다. 나 축하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일동 웃음) 한번도 몇 년을 했는지 세어본 적이 없다. 30대가 되었다고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아직 도전할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다.


욕심나는 장르나 역할이 있나.

요즘은 멜로를 하고 싶다. 요새 자주 보는 영화 장르도 멜로다. (웃음)


예전에 액션도 해보고 싶다고 했던데.

그것도 하고 싶다. 다 하고 싶다. (웃음)

이솜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성우, 정가람과 함께한 <출장수사>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떤 영화인가.

출장을 나가서 수사를 하는? (일동 웃음) 제목이 너무 정직해서. (웃음) 배성우, 정가람 배우가 둘 다 형사로 나오고 나는 검사 역을 맡았다. 이번엔 좀 높은 사람 역할이다. (웃음) 모두들 좌충우돌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부산에 간다고 들었다.

맞다. 단편영화를 한편 찍었다. 안재홍 ‘감독님’과. (웃음)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라는 작품인데 부산국제영화제 한국단편 경쟁부분에 초청되었다. 부산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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