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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이준혁이 말한 <비밀의 숲2> 엔딩 속 서동재의 대답

글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사진 씨네21 김재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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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의 캐릭터엔 ‘닮은 꼴’이 없다. 제 살길을 위해 권력자들에게 빌붙는 뻔뻔함이 못내 밉지 않은 서동재(<비밀의 숲2>, 제 믿음을 향해서라면 한치의 굽힘도 없던 악역 오영석(<60일 지정생존자>), 선악의 경계에 서서 갈팡질팡하던 박중위(<신과함께> 시리즈), 자신의 실패를 자양분 삼아 제자의 도전을 든든히 응원하던 야구 코치 진태(<야구소녀>)까지. 그는 늘 색다른 캐릭터에 도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한 폭씩 넓혀왔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면, 이준혁의 ‘본체’ 역시 남다르다는 것. 이 배우가 서동재와 오영석을 연기했다고? 인터뷰를 하며 만난 이준혁은 그간 본인이 탄생시켜왔던 강한 색을 지닌 캐릭터들과 다소 먼 거리에 서 있는 배우였다. 카메라 앞 소파에 앉자마자 의지할 곳을 찾는 듯(!) 소품으로 놓여있던 쿠션을 무릎 위에 올리고, 약간의 긴장이 묻은 표정으로 질문을 기다리던 모습은 그간의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 고민 어린 눈으로 질문을 듣던 이준혁은 대답 자판기처럼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다가도, 쑥스러운 듯 귀나 스웨터의 넥 라인을 자주 만지작거렸다. 무엇보다도 배우로서 자신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의 공을 함께 온 매니저와 소속사 식구들, 스타일리스트 등 자신의 ‘팀’과 함께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배우. 자신보다 식구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 올해로 14년차 배우인 그가 데뷔 이후 줄곧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유다.


<비밀의 숲>, 서동재

추석 연휴 마지막을 <비밀의 숲2> 마지막 회와 함께했습니다. 본방 사수는 하셨나요?


봤어요. 이모랑 엄마랑 셋이서 같이. 무슨 내용이냐고, “저거 어떻게 되는 거야” 자꾸 물어보셔서.(웃음) 잘 설명해드렸죠. 


<비밀의 숲2> 대본 리딩, 첫 촬영 당시 기억나시나요? 몇 년 만에 서동재와 재회한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처음에 대본을 봤는데 말이 너무 많아서, ‘이거 어떻게 하지’란 생각을.(웃음) 개인적으로는 <비밀의 숲> 시즌 1 당시 동재 캐릭터가 완성형인 것 같아서, ‘이 캐릭터를 두 번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비밀의 숲> 시즌 2의 동재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심화되어 있는 것 같아 ‘할 게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이제야 동재의 속내를 조금 더 알게 되고, 아픈 부분도 알게 되고. 저도 이제야 그 친구와 조금 더 친해진 것 같아요. 내가 옛날에 알던, ‘보기 싫은 놈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웃음) 


시즌 1 당시의 동재를 싫어하셨나 봐요?(웃음) 


배우로서는 상당히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실 동재가 사석에서 보고 싶은 상사라든가, 후배 스타일은 아니죠. 그래도 <비밀의 숲> 시즌 2 땐 ‘이런 친구 있어도 괜찮겠다’란 느낌은 받았던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동재가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셨나요? 


<비밀의 숲> 시즌 1의 서동재는 마음껏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 좋았어요. 시즌 1 엔딩에서 변하지 않은 동재를 보여줌으로써 클리셰도 타파한 것 같고요. 어떤 인간성을 초월해서 개과천선하고, 용서받고, 그러면 이 캐릭터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잖아요. 동재를 보면서 우리보다 조금 부족한 인물을 보는 듯한 편안함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동재는 1편의 수많은 아수라장, 지옥도에서 계속 살고 있는 불쌍한 인물이에요. 제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고 싶었던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동재가 대사를 쉼 없이 이어가는 8분가량의 롱테이크 신이 화제를 모았어요. 대사를 외우는 데엔 얼마나 걸렸어요?


그냥 계속했어요. 일단 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제 평소 말투로 나가면 2∼30분을 잡아먹을 것 같아서, 그럼 너무 큰일이니까.(웃음) 그냥 툭 치면 바로 나올 정도로 계속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계속 그 대사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걸 할 때도 보고. 연습을 엄청 많이 했죠.  


동재의 부지런함이 재조명받기도 했습니다. ‘동재의 시간은 48시간이다’라는 반응도 있던데요. 


(무언가 생각난 듯 손을 올리며) 어 그런데, 진짜 저 <비밀의 숲2>를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과 함께 촬영하면서 진짜 48시간을 살아서. 어떻게 보면 메소드가 아니었나.(웃음) 촬영 기간이 전반적으로 거의 다 겹쳐서 진짜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진짜 48시간 동안 왔다 갔다 해서 연기엔 도움이 된 것 같아요(웃음). 


동시기 촬영했던 <비밀의 숲 2> 속 서동재,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의 지형주가 완전히 상반된 온도차를 지닌 캐릭터들이라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서동재라는 캐릭터를 처음 선보이는 것이었다면 부담이 더 컸을 거예요. 동재는 이미 만나본 애니까, 다행스럽게도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의 성향이 있어 기댈 수 있었죠.

<비밀의 숲2> 촬영 중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장면들도 궁금해요.


시목 형(조승우), 여진 누나(배두나)와 촬영장에서 재회했을 때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오랜만에 셋이 있으니까. 그런 신이 하나밖에 없기도 했고요. 엔딩에서 희서 씨 처음 만났을 때도 기억에 남아요. 그날 처음 뵀는데(웃음) 동재를 돌봐주시는 신들이 있고 해서 고마웠어요. 그래서 살짝 애드리브 같은 걸 하기도 했고요. (어떤 애드리브를 했냐고 묻자 시선을 돌리며) 비밀이에요. (웃음) 


<비밀의 숲2>의 엔딩에서 서동재의 존재감이 어마 무시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선 원래 뭐라고 대사를 했어요. 방송에 나오진 않았죠. 그 장면도 애드리브여서. 결과적으로 ‘안 나간 게 나았다’ 생각하기도 했어요. 


여러 인터뷰에서 음식 비유 답변을 들려주셨죠. 서동재를 음식에 비유한다면요? 


클린 푸드는 아닐 것 같아요. 약간 과자 쪽에 가까울 것 같긴 한데. 감자칩인데, 여러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 있는. 고가의 감자칩은 아니고, 약간 빨간 양념 묻어있는 과자 있잖아요. 맛보면 자극적인데, 손에 뭐도 묻고. 먹으면서 물티슈로 닦아내야 하니까 굉장히 짜증 나기도 하는데 맛있기도 하고. 나 이걸 끊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날 또 먹어보고 싶은 그런 느낌? (일동 탄성) 


# 영화광, 이준혁

쉬는 날엔 주로 집에서 영화 관람을 즐기신다고 들었어요.


네. 며칠 전 <파이트 클럽>을 봤고,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한 <굿타임>을 봤어요. 


영화광으로도 유명합니다. 언제부터 영화를 즐겨 봤나요? 


어렸을 때 이모가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를 보시는데, 뭔지도 모르고 우연찮게 함께 보다가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영화를 계속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모도 영화 좋아하니까, 비디오테이프 빌려서 몇 편씩같이 보며 외로움을 달래곤 했죠. 학교 다니면서 영화에 대해 뭐 물어보면 내가 대답해 줘야겠다,라는 사명감도 생겼고요. 


인생 영화로 꼽는 작품이 있나요? 


인생작은 매일 달라요. 오늘은 <팬텀 스레드>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얼마 전엔 타란티노 영화를 떠올렸고요. <파이트 클럽>은 엔딩을 다시 보니 은근 멜로 영화더라고요. 별 다섯 개 영화들은 주로 너무 강렬한 인상을 받은 좋은 영화지만 두 번 보긴 두려운 영화들이에요. 정신적으로 마음이 아프지만 공감이 되기도 하죠. <팬텀 스레드> <마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기생충>… 의외로 많아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

# 내가 출연한 작품, 시청자로 봐도 좋은 작품이었으면

서동재 이전 수많은 캐릭터가 이준혁 배우와 함께했습니다. 지금까지 연기해온 캐릭터 중 본인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사실 없어요. 드라마 주인공이 저와 닮기가 힘든 게, 모두가 아시겠지만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정말 대단한 범주에 올라간, 정신적으로 위대한 사람들이 많죠. 그나마 <한여름의 추억>이라는 작품 속 해준이 일반적인 감성으로 와닿긴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은 누구나 거쳐가는 보편적인 감정이니까. 


가장 큰 애착이 갔던 캐릭터도 궁금한데요? 


저는 항상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 좋아요. (예전에 연기한 캐릭터들은) 이제 안 보니까, 그 친구들은. 애정을 둬봐야 오영석이 절 부를 것도 아니고요. 의절해야죠, 그만큼 서로 마음 아프게 싸우고 했으면.(웃음) 


이준혁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장르의 편중이 없죠. 늘 새로운 장르의 작품으로 찾아와주시는데, 최근 흥미를 느꼈던 장르가 있다면요?


<비밀의 숲>은 스릴러/미스터리 장르였죠. 완전 휴머니즘인 영화 <소방관>을 촬영했어요. 마치 작년의 <야구소녀>와 같은. 그러고 보니 또다시 휴머니즘 작품으로 돌아왔네요.(웃음) 이제 시작할 작품은 <다크 홀>이라는 드라마예요. 괴물들이 나오는 작품은 처음이에요. 굉장히 많은 영화나 게임에서 죽이거나, 죽는 걸 봐왔던 크리처들에 대한 헌사! 드디어 그들을 만나네요. 


액션 연기를 기대해봐도 될까요? CG 촬영도 남다를 것 같네요. 


액션도 있죠. CG 촬영도 새로울 것 같아요. 전 사실 <신과함께>에서도 공룡 나와서 되게 좋았거든요. (웃음)


필모그래피에 공백이 거의 없어요. 꾸준히 일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전작과 다른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 계속 같은 캐릭터를 만났다면 지쳤을 것 같아요. 함께하는 팀도 중요해요. 매니저를 비롯해 모든 멤버들이 다 오래 함께했거든요. 그런 팀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감도 있고요. 작품을 많이 하는 건, 그만큼 시간을 팬들과 함께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해요. 좋아해 주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계속 말을 걸고 노크를 하는 거죠. 하지만 한 번 또 쉴 땐 쉬어야지.(웃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목표가 있나요? 배우로서도 목표가 있다면요? 


10년 후 아침에 조깅할 때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달리다 보면 되게 감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의외로 전 그런 게 있더라고요. 잘 달려지는구나.(웃음) 배우로선 좀 다른 것 같아요. 팀이 생각하는 목표나 성취가 있으면, 그걸 함께 이루고 누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예를 들어 시청률이 좋았을 때 모두가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제게도 신나는 일이거든요. 동시에 하고 싶은 역할을 하고 싶고,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고, 제가 출연한 작품이 제가 소비자였을 때 좋은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두 가지인 것 같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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