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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무명끝에 러시아 영화 주연으로 칸에 간 이 배우

조회수 2020. 10. 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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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출처: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알록달록하지만 어딘가 섬뜩한 젤리의 세계,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이 지난 9월 25일 공개됐다.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으로 젤리를 제거하는 ‘안은영(정유미)’, 신비로운 기운이 감싸고 있는 한문교사 ‘홍은표(남주혁)’, 젤리로 인해 이상한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까지 이경미가 재창조해낸 ‘안은영 월드’에는 온갖 귀엽고도 괴상한 것들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시선을 끄는 이가 있었으니. 곱슬거리는 파마머리에 원색 티셔츠, 뿔테안경을 쓰고 의문의 계획을 실행시키는 원어민 교사 ‘매켄지’ 역의 유태오다. 


올해 초 tvN 드라마 <머니게임> ‘유진한’ 역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쌓아 올린 베테랑 배우다. 그의 필모그래피와 인터뷰들을 토대로 배우 유태오에 대한 TMI를 10가지 정리해봤다.  


출처: 유태오 인스타그램(@teoyoo)
어린 시절 유태오

1. 본명은 '김치훈', 독일 출생이다.

유태오는 1981년 독일 쾰른에서 출생했다. 파독 광부셨던 아버지와 간호사이신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오랜 시간 독일에서 자라왔으나, 단 한 번도 독일 국적은 가져본 적 없는 한국인이다.


유태오의 본명은 김치훈으로, 10대 시절 농구선수를 꿈꿨으나 17살에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고. 이후 우연히 들어간 동아리에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입학 전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떠난 뉴욕에서 연기 클래스를 수강하며 본격적으로 배우의 꿈을 다지기 시작했다.


출처: <여배우들>

2. 2009년 <여배우들>로 한국 영화계에 데뷔했다.

뉴욕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으나 동양인 배우라는 이유로 작은 단역만 들어왔던 신인 시절. 결국 유태오는 2009년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출연하게 된 국내 데뷔작이 바로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이다. 파티를 위해 와인잔과 안주를 가지러 집에 간 고현정이 데리고 온 회사 신인배우 ‘에밀’ 역으로 출연했다. 2분 남짓한 분량이었으나 수준급의 독일어 실력으로 관객들에게 인상을 새기기엔 충분했다. 이후 <러브픽션>(2011),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이퀄스> 등의 작품에서 단역과 조연으로 얼굴을 비춘 유태오는 2015년 <서울 캠프 1986> 작품으로 장편 첫 주연을 맡게 된다.

출처: <서울 캠프 1986>
출처: <서울 캠프 1986>

<서울 캠프 1986>은 1980년대 중반, 모국 체험캠프에 참여한 6명의 10대 소년·소녀가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코믹 로맨스물이다. 유태오는 독일 교포 2세 ‘클라우스 킴’을 연기했다. 쑥스러움을 타는 모습부터 공중전화를 붙잡고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까지, 연기를 향한 유태오의 갈증과 스펙트럼을 확인해볼 수 있다. <서울 캠프 1986>은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뿐만 아니라 시애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며 독립영화로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출처: <레토>

3. 15년 무명생활 끝에 <레토>로 칸영화제 입성했다.

연기를 향한 배우의 갈망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오랜 무명을 지나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어두운 동굴 끝에도 반드시 빛은 있는 법. 2017년 유태오는 자신의 인생을 뒤집을 터닝포인트와 같은 작품을 만나게 된다. 러시아 영화 <레토>다.


1981년 러시아 대중음악계를 풍미했던 그룹 ‘키노’. 영화 <레토>는 키노를 이끌며 당대 자유와 저항의 아이콘으로 올라선 빅토르 최가 음악적 재능을 펼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자전적인 영화다. 유태오는 무려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 최 역에 캐스팅됐다. 유태오는 <레토>의 오디션 소식을 듣고 직접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제작했으며, 모스크바로 날아가 단 4일의 준비 기간 끝에 캐스팅 오디션을 보아야 했다고. 빅토르 최 역에 낙점됐다는 기쁨도 잠시, 단 2주의 준비 기간 후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극한의 스케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처: <레토>

자신의 어렸을 적 시절,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바탕이 되어 빅토르 최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유태오는 <레토>를 위해 러시아어를 공부했을 뿐만 아니라 노래까지 직접 소화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더했다. <레토>는 2018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으며, 유태오는 한국 배우 최초로 해외 영화 주연으로 칸 영화제에 진출한 배우가 됐다. 2019년 주목해야 할 충무로 스타의 탄생이었다.

제71회 칸영화제 <레토> 유태오
제71회 칸영화제 <레토> 팀

출처: tvN <머니게임>
출처: tvN <머니게임>

4. 인생작이 <레토>? 인생 캐릭터는 <머니게임> 유진한!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고 돌아온 유태오에게 쏟아지기 시작한 러브콜들. 그는 무명시절의 서러움을 씻어버리고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 뇌안탈인 ‘라가즈’로 출연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퇴장했으며, 이어 SBS <배가본드>에선 여객기 추락 사고의 범인이자 미국 용병회사 ‘블랙 썬’ 소속 용병 ‘제롬’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톡톡히 부여했다. JTBC 드라마 <초콜릿>과 영화 <버티고>를 통해 로맨스/멜로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의 필모그래피에서 그의 베스트 캐릭터를 뽑으라면 단연 tvN 드라마 <머니게임>의 ‘유진한’이다. 월스트리트 ‘바하마’ 한국지부 지사장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뒤흔들려는 야심을 지녔으며, 개인 과거사를 투영해 기획재정부 사무관 이혜준(심은경)에게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는 인물이다. <머니게임>은 드라마의 완성도, 유진한의 매력이 입소문을 타고 드라마 팬들 사이에 알려지며 정주행 열풍이 일었다. 유태오는 이 역할로 ‘섹시 빌런’ 등의 별명을 얻으며 대중들에게 제 존재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5. 결혼 14년 차! 아내는 11살 연상의 사진작가 ‘니키 리’

이쯤에서 아쉬운 소식(?) 하나. 유태오는 결혼 14년 차 유부남이다. 2006년 11월 유태오는 11살 연상의 사진작가 니키 리와 결혼식을 올렸다. 니키 리는 ‘더 펑크 프로젝트’(1997), ‘더 여피 프로젝트’(1998)를 비롯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해 온 유명 사진작가다. 유태오와 니키 리는 유학 시절 뉴욕에서 처음 만났다고. 유태오는 칸영화제 당시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날 버리고 포기했을 때 배우 생활을 할 수 있게 끝까지 믿어준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라며 “아내는 나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녀에게 내 정체성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출처: 얼루어

출처: '양말 괴물 테오'

6. 동화 작가다.

학창 시절 ‘리틀 썬’이라는 필명으로 시를 쓰기도 했던 유태오는 남다른 문학 감수성의 소유자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2015년 동화책 ‘양말 괴물 테오’를 집필한 동화 작가라는 점이다. 뉴욕 유학 시절 ‘양말이 꼭 한 짝씩만 사라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것에서 탄생한 상상 속 작은 괴물 ‘테오’를 주인공으로 했다. 테오의 개성 있는 모험담이 담긴 이 동화는 유태오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키워 온 이야기로, 1부만 세상에 나왔으나 3부작으로 구상된 것이라고 한다.


씨네플레이 'A-ROOM' 인터뷰 중

7. 반려 거북을 키운다(feat. 모모)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 스타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반려 거북이라면? 유태오는 2013년 레오파드육지거북 ‘모모’를 입양해 키워오고 있다. 이름은 미하엘 엔데의 동화 소설 ‘모모’에서 따온 것으로, 유태오가 5살 때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모모>(1986)-라고 한다. 그는 모모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이기도 한데, 사진을 통해 모모를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유태오 공식 팬카페 이름은 모모에서 파생된 ‘모모즈(MOMOs)’이며, 팬들을 부르는 애칭 역시 모모다.


요리하는 유태오

8. 수준급의 요리실력을 지녔다.

유태오의 취미는 요리다. 종종 본인 또는 친구들의 SNS에 인증 사진이 올라오곤 하는데, 단순 취미 그 이상의 요리 실력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버티고> 기자간담회 당시 천우희와 전계수 감독은 “유태오의 요리 실력이 출중하다”, “집에서 순대와 소시지도 직접 만든다”라며 칭찬한 바 있다. 유태오가 가장 잘 하는 요리는 독일식 족발인 ‘학센’이라고. 몇 달 전 인스타그램 스토리엔 ‘집에서 만드는 수제 샤퀴테리-염장, 훈연, 건조 등 다양한 조리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육가공품. 하몽, 프로슈토 등이 속한다-’라는 말과 사진이 올라와 소소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 인터뷰에서 유태오는 “돼지를 부위별로 연구해서 소시지를 만들었다. 요리를 하면 일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다. 열심히 만들면 결과물이 남고, 사람들과 나눠 먹을 수 있다”라며 요리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출처: 유태오 인스타그램
누가 집에서 샤퀴테리를 만들어 먹어요...?

팬들과 SNS 라이브 소통 중인 유태오

9. 소통왕 유태오? 남다른 팬사랑을 자랑하는 배우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스타들은 많다. 그런데 유태오의 팬 사랑은 각별한 수준이다. 40대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그. 씨네플레이 ‘A-room' 인터뷰에서 밝히길, 소통에 있어 롤모델이 'BTS'라고. 유태오는 팬들의 선물을 매번 멘트와 함께 정성스레 찍어 올리는 것은 기본, 최소 1시간 이상의 라이브 방송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중 절반가량을 팬들과의 1:1 라이브 방송에 할애하는데 팬들보다 더 열정적(!)이다. 얼마 전, 지하철역에 걸린 자신의 생일 광고판을 찾아가 그 앞에서 춤을 춘 영상을 직접 편집해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태오 생일 광고 인증 영상. 직접 본인이 제작한 것이라고.

출처: <더 윈도우>

10. 2021년에도 글로벌하게 열일 예정! 차기작은?

2020년 <보건교사 안은영>과 <담보>로 하반기를 마무리한 유태오의 차기작은? 먼저 해외로 시선을 돌려보자면 일본 후지TV와 독일 제2텔레비전(ZDF) 합작 드라마 <더 윈도우>가 있다. 잉글랜드 슈퍼리그 시즌 막바지에 선수를 거래하는 국제프로축구를 둘러싼 수십억 달러의 사업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유태오는 조재연 역으로 출연, 최근 벨기에에서 3주간 촬영을 마치고 입국했다.

출처: 씨네21

검토 중인 작품도 있다.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커플들의 현실적인 이별 스토리를 그린 ‘이별 액츄얼리’로 수애, 이엘, 윤정희 등이 캐스팅됐다. 유태오는 프리랜서 패션전문 포토그래퍼 윤재국 역을 제안 받아 긍정 검토 중에 있다. 데뷔 후 첫 드라마 주연을 맡아 수애와 호흡을 맞추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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