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담보> 하지원, 그녀가 울면 유독 더 슬퍼보이는 이유

조회수 2020. 10. 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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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출처: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하지원
<담보>

<담보>는 손수건을 준비해야 하는 영화다. 눈물을 만들어내는 방아쇠가 되는 말은 아마도 아저씨 혹은 아빠가 될 것 같다. 1993년 인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게 됐다. <담보>는 그렇게 한집에 살게 된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의 탄생을 담은 영화다. 하지원은 어른이 된 승이를 연기했다. 영화의 초중반, 어린 승이가 귀여움과 깜찍함을 담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른 승이는? 분명 눈물 담당이다. 8월의 무더위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날(8월 20일), 하지원에게 <담보>의 감동 포인트에 대해 들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코로나19로 새로운 일상을 살고 있는 시기다.

=자연이랑 노는 걸 좋아한다. 캠핑도 가고. <바퀴 달린 집> 촬영도 재밌게 다녀왔다. 바다나 계곡에 가서 별, 나무를 보면서 자연 안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


-<담보>는 오랜만에 출연하는 (국내) 영화인 것 같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지 몰랐다. 해외에서 오우삼 감독님의 <맨헌트>(2017) 촬영하고 드라마 찍고 하다 보니까. 타이밍이 안 맞았다. <담보>는 (영화의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님께서 제안을 해주셨다. 이야기의 처음과 마무리 짓는 부분에서 진정성 있게 관객들에게 탁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출연 분량은 적았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


-어떤 부분이 특히 그랬나.

=내가 생각하는 명대사를 맨 뒷페이지에 써봤다. 아저씨라는 말이 나오는데 나중에는 아빠라고 얘기를 한다. 개인적으로 아빠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영화에서 그려지는 그리움이 더 크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라고 부르는 그 말 자체에서 눈물이 나더라. “아저씨, 아저씨 어디야, 나 왜 안 데리러 와” 이런 대사만 봐도 너무 눈물이 났다.


-포인트가 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딸들은 아빠에 대한 뭔가 그런 게 있다. 나만 그런가… 나랑 비슷하게 느끼는 그런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출처: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우는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가 있더라.

=감사하다. (웃음) 머릿속을 하얗게 지우고 연기했을 때, 만들어낸 감정이 아닌 진짜 같은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을 맞이했을 때는 기분이 좋다. 진짜 그 공간에서 무언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렇게 연기한 눈물 연기를 나중에 다시 보면 어떤가.

=슬프다.


-왜 슬플까. 연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연기를 잘했다 그런 게 아니라. 진짜라서.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기분인가.

=그런 것 같다. 처음 그런 걸 <다모>에서 느꼈다. 종사관(이서진)이 죽을 때 내가 옆에서 묶여 있는 상태로 바라보는 신이었다. 해가 지고 나는 묶여 있는 이런 상황들이 진짜 같았다. 내가 더 울어야 해, 이런 감정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버린 상황이다. 배우로서 귀한 장면이다.


-얘기를 듣다 보니 액션 여배우, 여전사 이미지보다 눈물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더 어울리는 듯하다.

=(웃음) 윤제균 감독님을 <색즉시공>(2002) 때 처음 뵀다. 그때 감독님이 “지원아, 나는 너가 울면 너무 슬퍼”라고 하셨다. <색즉시공>에서도 <다모>와 비슷한 느낌으로 찍은 장면이 있다. 실제 (임창정) 오빠가 차력을 해주시고 저는 그거 보고 그냥 우는 거였다. 촬영 전에 감독님이랑 따로 얘기하거나 리허설도 없었다.


-<색즉시공>이 10년 전쯤 전인가.

=훨씬 더 전이다. (웃음)


-데뷔한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담보>의 시대 배경이 1990년대다. 제작보고회 때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좋아했다는 말을 했다.

=중학교 다닐 때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다. 그들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영화에서 그 노래들이 나오나.

=승이가 좋아하는 가수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다.


-특히 좋아했던 노래가 있나.

=‘너에게’, ‘하여가’ (웃음) ‘발해를 꿈꾸며’ (웃음) ‘교실 이데아’ (웃음)


-서태지와 아이들 팬 맞는 것 같다. (웃음) 문득 궁금한데 그때 그 시절과 지금, 둘 가운데 언제가 더 좋나.

=지금이 좋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지금 이 순간이다. 과거와 미래도 존재하지만 항상 우리는 지금만 살고 있지 않나. 지금 이 시간에 더 많은 걸 느끼고 즐기면서 그렇게 사는 편이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긍적적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것 같다. (웃음)

출처: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얘기로 돌아가 보자. 어른 승이는 정부 고위층 인사의 중국어 동시통역사 캐릭터인 것 같던데.

=장관 통역사다.


-아, 인천에서 만난 9살 승이가 참 잘 컸다.

=너무 잘 자란 거다. (웃음)


-준비했던 과정이 궁금하다.

=실제로 고위급 인사들의 통역을 하시는 분한테 제스처까지 배웠다. 그분이 통역할 때의 눈빛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혹시 어린 승이를 연기한 친구의 연기를 봤나. 어땠나.

=감정 표현이 섬세하다. 아역 배우들은 엄마가 하라는 대로, 배운 대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는 뭔가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앞서 성동일, 김희원 배우들과 함께 영상 인터뷰를 했을 때 김희원 배우가 어린 승이를 연기한 배우 박소이가 관객 300만 명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동의하나.

=소이 역할이 엄청 크다. 정말 소이가 잘해줘야… (웃음) 아니, 잘했다.


-시나리오 얘기할 때 분량이 적다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원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분량이 적다는 게 낯설다.

=<담보>라는 영화가 좋아서 분량이나 이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감동과 진정성이 좋아서 참여한 거다.


-성동일 배우는 “이 영화 자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생각인가.

=지금 시대에 보기 힘든 그런 이야기다. 사람들 안에 있던 따뜻함을 끄집어낸다. 사실 그런 걸 느꼈을 때 내 안에 있던 좋은 에너지들이 나오지 않나. 분명히 내가 느꼈던 그 느낌을 영화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누군가에게 담보를 줘야 할 상황이 된다면 어떤 걸 줄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반대로 이건 절대 담보를 잡힐 수 없다. 가장 아끼는 소중한 것은 뭔가.

=가족이다. 이 영화처럼 내 가족을 누가 괴롭히면 맞서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여전사 캐릭터다.

=완전. 지켜줄 수 있다. (웃음)


짧은 인터뷰에 하지원의 ‘웃음’이 많이 등장한다. 사진을 봐도 그는 늘 웃고 있다. 이 인터뷰 기사에서는 웃음 소리를 들려줄 수 없지만 유쾌하고 듣기 좋은 소리다. 윤제균 감독의 말이 이해가 되는 듯하다. 이렇게 잘 웃는 하지원이 눈물을 흘려야 하는 걸 보게 된다면 관객들도 함께 슬퍼할 수밖에. <담보>를 보러 갈 결심이 섰다면 손수건, 적어도 티슈라도 챙겨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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