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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 <담보> 강대규 감독을 부적격(?)이라 말한 이유

조회수 2020. 9. 26. 18: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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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규한 기자
출처: 사진·CJ엔터테인먼트
성동일

성동일은 으레 스스로를 낮춘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나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늘 손사래 친다. 금방 들통날 겸손이다. 많은 감독들이 작품을 구상할 때 성동일을 미리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빚어낸 무수한 캐릭터들이 모두 배우 성동일이란 이름으로 기억되는 증거일 거다. <담보>로 다시 만난 그는 변함없이 본인의 얘기보다 함께 출연한 동료들의 이야기에 더 열을 올렸다. 김희원 연기에 대한 믿음과 그의 사려 깊은 태도에 대해, 또 어리지만 열정 가득한 박소이에게서 느낀 감동에 대해 그칠 기색도 없었다.


바쁜 홍보 스케줄로 짧은 시간 동안의 만남이 허락되었지만 덕분에 간간이 드러내는 성동일 자신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놓칠세라 빠짐없이 기록한 <담보>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진심이 또렷하게 묻은 연기에 대한 생각을 여기에 옮긴다.


출처: 영화 <변신>
출처: 드라마 <방법>

-열심히 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자주 말하는데, 연기에 대한 평가가 나빴던 적이 없다.

=배역이 나에게 오는 거지 내가 그 배역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지는 않는다. <변신>도 오컬트 이런 장르적인 구분보다는 우리 딸아이 생각하며 연기했다. 내가 잘 쓰는 언어, 그리고 문장으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거다. 어떤 배우는 몰입했던 배역에서 금세 빠져나오지 못한다는데 나는 그 정도 능력을 가진 배우는 아닌 것 같다. (웃음)


-오컬트 영화 <변신>에서 첫 공포연기, 드라마 <방법>에서는 악귀. 오랜만에 편안한 인물로 돌아왔다.

=캐릭터 변신이니 그런 것보다는 그냥 대본대로 편하게 하도록 노력할 뿐이다. 투자받아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 대본이면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 것 아닌가. 대본만 믿고 간다. (웃음)


-<담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어땠나.

=내 나이 정도면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을 했다. 새롭게 꾸미거나 뭔가를 찾아내고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겪어 온 경험으로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출처: 사진·CJ엔터테인먼트
성동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몸에 얹힌다. <담보>의 두석도 평소 모습을 많이 닮은 캐릭터로 보인다. 그래도 특별히 신경 쓰거나 캐릭터의 디테일을 위해 한 일이 있나.

=최대한 내 개성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쉽게 말해 오버하지 않았다는 거다. (웃음) 영화는 어린 승이(박소이), 고등학생 승이와 하지원이 연기한 성년의 승이까지 약 15년의 시간을 보여준다. 내 인생의 어느 시점들을 대입하니 연기하기 편해졌다. 내가 방송 처음 들어갔을 때의 경험, 그다음 조금 먹고살 만했을 때, 그리고 지금 세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의 경험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잘하는 게 제일 중요했지만. (웃음)


-상대 배우에 따라 연기 스타일이 달라진다고 했다. 김희원과는 어땠나.

=경상도 사람을 만나면 경상도 사투리로 해야 서로 이해가 편하듯 연기도 똑같은 것 같다. 이 배우가 이런 면에서 장점이 있으면 내가 거기에 맞추면 된다. (김)희원이도 그렇고 연극 하는 배우들의 습관이 상대의 대사를 잘 듣는 거다. 연극은 영화와 달리 오케이 컷만 나가는 게 아니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그대도 보여지니 잘 듣지 않고서는 제대로 호흡을 맞춰줄 수가 없다. 무대 경험 때문인지 희원이와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연기를 하다 보면 남들 연기하는데 딴짓하는 배우들도 많다. 자기가 살려고 이리저리 궁리하는 거다. 무식해서 단독 드리블한다고. (웃음) 정말 바보 같은 거다.

출처: <담보>
(왼쪽부터) 김희원, 성동일

-김희원 배우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고 했는데 이전까지 함께 출연한 작품은 <미스터 고>(2013) 밖에 없더라. 친해진 계기가 있나.

=예전에 예능 방송을 함께 한 적 있다. 그때 지방에서 일주일 가까이 같이 있었는데 너무 편한 친구였다. 김희원 배우가 출연한 작품들 때문에 선입견들이 있는데 그 이미지와 완전 다르다. (웃음) 엄청 여리고 남의 말도 잘 들어준다. 적이 없는 사람이다. (웃음)


-술 마시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들 스태프들과 가까워지는데도 술이 한몫했다 들었다. 술을 전혀 못 하는 김희원 배우와 만나면 뭘 했나.

=나도 그렇고 희원이도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술 마시는 거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절대 술을 권하지 않는다. 강제로 부르지도 않고. 술 못 먹는 사람은 그게 고통스럽지 않나. 희원이는 술도 못하는데 이런 자리에 빠지지 않고 꼭 참석하더라. 분위기도 띄워주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가끔 4∼5시까지 술자리가 길어지고 다들 취해있다 싶어 돌아보면 희원이는 혼자 음악 틀어 놓고 춤추고 있더라. (일동 웃음)


-강대규 감독과는 첫 작업인데 어땠나.

=영화감독으로는 부적격이다. (일동 놀람) 악해야 하는데 너무 착하다. (일동 웃음) 30년 넘게 별별 감독을 다 봤는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착한 분이다. 현장에서 절대 화내는 일 없고 스태프들 준비될 때까지 항상 기다려주고.

출처: <담보>
(왼쪽부터) 성동일, 박소이

-두석은 투박하지만 속 깊은 정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말은 심드렁하게 내뱉어도 승이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는다. 다그치면서도 슬그머니 인형을 툭 내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더라. 예능 프로인 <아빠! 어디가?>(2013)를 찍으며 성동일도 많이 변했다고 들었다. 어린 승이와 연기에도 이런 감정들이 반영되었을 것 같다.

=내가 진짜 아빠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박)소이 어머니께 “얘가 지금 하기에는 연기라는 게 너무 힘드니까 좀 더 큰 다음에 시키면 어때요”라고. 늦게까지 촬영하고 새벽까지 잠 못 자고 또 다음날 일찍 나와서 애쓰는 게 안쓰러워 보여서다. 그런데 소이는 학교보다 현장이 더 재미있다고 하더라. 학교 가서 친구들 못 만나서 어떡하니 하고 놀려도 마찬가지로 현장이 더 좋다고 했다. “걔는 정말 타고난 거지” (웃음)


-메이킹 영상 보니까 박소이 배우를 많이 챙기는 것 같더라.

=내가 챙겨준 게 아니라 소이가 오히려 우리를 챙겼다. 워낙 에너지가 넘치니까 우리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나는 가족이 있어 연기로 돈도 벌어야 하는 배우고. (웃음) 소이는 정말 이게 좋아서 하니까 걔가 진짜 배우인 거다. (웃음)

출처: 사진·CJ엔터테인먼트

-<변신>의 김홍선 감독도, <담보>의 강대규 감독도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성동일 배우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더라. 배우를 먼저 생각하고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상찬일 수 있다. 어떤 점에서 감독들이 믿음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나.

=믿어주는 것 정말 고맙다. 내가 특별히 연기가 뛰어나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웃음) 성동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쉽게 잘 써주셔서 늘 감사하다.


-영화와 드라마 합쳐 80편이 훌쩍 넘는다. 조연과 주연을 가리지 않고 출연한다.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뭔가.

=그런 게 없다. (웃음) 지금도 우정출연 많이 해주기로 유명한 배우다. 끝나고 술 한잔하는 거로 출연료 대신하기도 하고. 예전에도 한 말인데 내 소원이 쉬지 않고 일하는 거다. 지금은 다행스럽게 그렇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역할에 크고 작고는 중요치 않다. 그러고 보니 작은 조건은 있다. 목수라면 톱도 끌도 망치도 있어야 하는데 내가 지금 가진 게 망치 하나밖에 없다면 어떤 일은 마음과 달리 잘하지 못할 수 있는 거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이 역할을 하기에 내가 부족하면 거절하기도 한다.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

출처: 사진·CJ엔터테인먼트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확실해야 출연하고, 또 감독이나 제작자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에 성동일을 또 찾는 거겠다.

=그렇다. 그리고 또 의리도 있는 것 같다. 어떤 제작사 대표님과 영화 한 편을 찍었는데 정말 잘 안된 영화가 있다. 함께 술 마시며 다음에 또 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주연이든 단역이든 출연료 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정말 나중에 그렇게 했다.


-아직 못해봐서 아쉽거나 특별히 더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없는 것 같다. 배우가 간사하게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먹다 보면 다른 것을 하기 불편해진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짙은 색 옷만 좋아해서 오랫동안 그렇게 했다. 누가 생일이라고 아주 밝은 색 옷을 선물로 줬다. 고맙긴 한데 나이도 있고 이걸 어떻게 입냐고 했다. 그런데 아내가 예쁘니 한번 입어보라고 해서 마지못해 입었는데 아내 말처럼 정말 생각보다 예쁘더라. 연기도 똑같은 것 같다. 그 역할이 나하고 안 맞다 불편하다 그런 것은 내가 만든 편견이더라. 그 뒤로는 어떤 역할도 잘 해내려 한다.


-차기작이 궁금하다.

=지금 찍고 있는 것은 조승우, 박신혜와 함께 하는 jtbc 드라마 <시지프스>다. 이어서 다른 드라마도 준비 중이다. 올해 1년 농사는 다 지어놓았다. (웃음) 올해는 드라마 위주로 했으니 내년에는 다시 영화로 또 스케줄을 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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