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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담보> 김희원, 내년에는 불한당원들 꼭 보고 싶어

조회수 2020. 9. 25. 11: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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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이지연
김희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악역 전문 배우라고? <아저씨> '방탄유리'로 눈도장 제대로 찍고 <우는 남자>의 파렴치한 변 실장, <카트>의 악덕 편의점주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악역의 길을 걸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주인공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계춘할망> 석호가, <판소리 복서> 박관장이 있었다. 팬덤 '불한당원'을 거느린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게 해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고병갑이 있었다. 최근 <바퀴 달린 집>에서는 수더분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내적 친밀감도 높인 그. 이제 '악역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은 진짜로 보내줘야 할 때다. 2007년 <1번가의 기적>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희원은 지금까지 공백없이 내리 달려왔다. 연극 데뷔로는 1988년 <화랑원술>부터 시작해 올 12월이면 연기에 발을 들인 지 32주년이다.

<담보>

과거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인데 어떻게 극복하고 연기하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는 것, 완벽히 준비한 것, 잘 아는 것 앞에서 쑥스러울 수가 없다"는 대답을 내놓던 김희원. 유독 현실감 넘치던 그 연기의 원천도 긴 고민의 시간, 준비의 시간에 있는 것일까. 이번에는 뭘 해도 어설프고 엉성하지만 속 깊은 종배로 돌아왔다. 담담한 어투에서 느껴지는 견고한 태도가 인상적이던 김희원과의 대화를 전한다.


김희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담보>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할 때 절친 성동일 배우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다른 이유가 있다면.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함께하는 배우나 감독도 중요한 기준이 되겠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작품을 선택할 수가 없다. <담보>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감동적이었다. '담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의 첫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제목은 '담보'인데 내용은 따뜻하고 독특하더라. 제목과 시나리오 사이의 간극, 반전이 좋았다. 그 반전 매력에 영화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 같다.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갖고 캐릭터를 구현해나간다고 들었다. 악역 연기를 할 때는 '최대한 보통 사람의 감정을 가졌다고 전제하고 연기한다'고 했는데, <담보>의 종배 캐릭터를 빌드업할 때는 어떤 점에 신경을 썼나.

=악한 캐릭터든 선한 캐릭터든 그들도 다 인간이다. '인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연기하고 있다. 종배는 따뜻한데 어설프고 실없는 구석이 있다. 실수를 많이 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실수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보 같은 이들이 실수를 하고 똑똑한 이들마저 할 수밖에 없는 게 실수다. 조금 더 열심히 하려다 실수를 종종 저질러버리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종배 연기를 했다.

-<담보> 속 종배의 오열 장면 첫 촬영분이 메모리카드 문제로 날아갔다고 들었다.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던데, 인상적인 장면이었나보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종배는 평소에 실수를 많이 하는 허당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속 깊은 모습을, 진실된 모습을 보인다. 종배의 진심을 더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싶어서 전 장면 촬영을 하면서도 이 장면을 위해 감정을 서서히 쌓아왔다. 촬영 당일에도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현장에 가서 울음을 터뜨렸는데, 기계적인 문제로 촬영분이 날아갔다. 만족스러웠던 것만큼 없어졌을 때 많이 속상했다. 사실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촬영하고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다.

김희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두석 역의 성동일 배우와 함께 촬영할 때 성동일 배우가 뭐든 잘 받아주는 편이었다고 들었는데, 호흡이 좋았던 애드리브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가.

=모든 장면에서 다 잘 받아주셨다. 첫 장면에서 동선까지 아예 다 바꾸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이건 둘이 나란히 걸어가면 하나도 재미가 없겠다'고 생각해서 형님에게 "저는 혼자 뛰어다닐 테니까, 형님이 제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대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형님이 잘 맞춰주셔서 한두 번에 OK가 났다. 사실 뛰는 신이 많으면 힘들기는 해서 아이디어를 내고도 괜히 사서 고생할 일을 만들었나 생각했는데, (웃음) 다행이었다.

-<바퀴 달린 집>에서도 그렇고, 성동일과의 현실 케미가 돋보이더라.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나.

=친해진 계기가 따로 있지는 않다. 형님이 "이거 할 건데 같이하자", "저거 할 건데 같이하자"고 하시며 많이 불러주셨다. 나는 누구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다. 형님은 주변 사람을 잘 챙겨주시는 성격이더라. 10여 년 동안 서서히 가까워진 것 같다.

-하지원 배우와는 2007년 데뷔작 <1번가의 기적>에서 주연-단역으로 만났다가 <담보>에서 주연-주연으로 만났다.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나.

=하지원 씨는 상대 배역을 정말 편안하게 해준다. 내가 뭘 제안해도 다 받아주고, 나도 하지원 씨가 제안하면 너무 좋다 한다. 이견 없이 술술 촬영했다. <1번가의 기적> 때 하지원 씨는 이미 스타여서 말도 잘 못 걸었다. 그때는 대화 없이 각자의 연기를 열심히 했다면 <담보>를 찍으면서는 연기에 대한 대화도 많이 나눴다.

김희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담보>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1990년대처럼 꾸며둔 세트에서 연기하면서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두석의 집 세트를 너무 잘 만들어 두셨다. 20대 때 진짜 그런 집에서 살아서 그런지 세트가 우리집 같고 편했다. 호텔 같은 곳에서 찍었으면 어색했을 텐데, 어려서부터 살던 가정집 같은 곳에서 촬영해서 '그 시대에는 이랬어' 하면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다.

-한창 극단 생활하던 20대 때일 텐데, 승이에게 종배가 그늘막이 되어주었듯 김희원 배우에게 도움을 준 이들이 있는가.

=도움 주신 분들이 너무 많다. 선생님, 선배, 동료, 후배 할 것 없이 다 생각난다. 부족한 것이 많았을 때다. 도움을 받지 않았으면 지금 이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김희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불한당> 고병갑으로 칸에 가고,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도 받고, 팬 대관 행사도 했다. 본인도 애정하는 캐릭터일 텐데. 올해 불한당원 행사는 코로나 19로 취소돼서 많이 아쉬울 것 같다.

=그렇다. 내년에는 꼭 다시 하고 싶다. 코로나 19 사태가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자영업 하시는 분, 타 업계 기업체 등등 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시기가 하루빨리 지나가고 내년에는 꼭 불한당 모임도 하고 싶다.

-얼마 전 <방구석 1열>에 출연해서 <아저씨> 이정범 감독의 모험 정신에 존경을 표한 것을 봤다. 당시 본인과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했던 것과 관련이 있는데. <나를 기억해> 때는 이유영 배우의 캐스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들었다. 요즘 김희원 배우가 생각하는 감춰진 신예 배우가 있는지. 혹은 연기가 인상적인 배우가 있는지.

=요즘 친구들이 연기를 전반적으로 잘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배우들이 연극도 많이 해서 어투에 연극 톤이 있고 사극만 보더라도 운율 있는 대사가 많았다. 요즘엔 연기가 합리적으로 많이 변한 것 같다. 테크닉 면에서는 잘하지만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가벼운 걸 가끔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들 잘하는 것 같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박정민 배우, <국제수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대명 배우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다. 아, 둘은 좀 나이가 있나? (웃음) 어쨌든. 배우는 늘 선택받는 입장이다. 어떤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 아웃풋이 천차만별이다. 사실 누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 이런 건 잘 모르겠다. 누가 딱 맞는 옷을 먼저 입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우정 출연 한 커트더라도 새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일전에 멜로를 해보고 싶다고 했던 것은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부분 해소한 것 같던데. 요즘 맡고 싶은 새로운 배역이 있다면?

=열려있다. 다 하고 싶다. 멜로는, 그땐 아주 잠깐 한 거라 제대로 된 멜로, 정통멜로도 해보고 싶다.

김희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바퀴 달린 집>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네이밍 실력이 남다르더라. 아이유 호칭을 '진구 친구'로 정하던 장면이 소셜 미디어에서 이슈가 되어 '짤'로 돌았었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딱히 웃기려고 한 적이 없는데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편하게 원래 내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꾸미지 않은 모습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영화에서는 센 역할을 많이 맡았었는데 예능에서 평범한 모습을 보이니까, 그게 되려 신선했을 수도 있었겠다.

-술도 잘 못 해서 절친 엄태구 배우를 만나면 카페에서 수다 타임을 갖는다고. 쉴 때 주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지.

=태구랑은 진짜로 카페로만 1차, 2차를 간다. 수시로 만나서 카페 가고, 밥 먹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아메리카노도 잘 안 마시고 카라멜 마끼야또 같이 단 음료를 좋아한다. 초딩 입맛이다. 당구는 즐겨 쳤었는데 3~4년 전쯤 끊었다. 어느 날 재미가 없어졌다.

김희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팬들 정성이 지극하더라. 지하철 생일 광고부터, 김희원 배우가 입은 옷 정보 공유까지. '히언애기'라고 불리며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분들 때문에 더 젊어지고 힘이 난다. <바퀴 달린 집> 촬영갈 때도 팬분들이 준 옷 입고, 신발 신고 간다. 따로 팬미팅은 안 하지만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다.

-팬미팅 계획은 없는지.

=팬분들도 계속 하자고 하시는데 원체 수줍음을 잘 타는 성격이라 용기가 안 난다. 팬미팅은 따로 안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피드백은 하고 있다. 선물 받은 것 인증샷 찍어 보내고 팬레터도 하나하나 끝까지 읽어본다. 선물 주신 것을 꼭 직접 사용한다. 늘 힘이 되고 정말 든든하다. 연기할 때도 나를 바라보시는 분들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작년 <입술은 안 돼요> 촬영부터 올 상반기 <보이스> 촬영, 그리고 지금 <담보>와 <국제수사> 홍보까지.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차기작이 궁금하다.

=10월부터 영화 <사일런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제작이 밀렸던 영화 <스마트폰>도 내년 2월부터 촬영을 시작할 것 같다. <스마트폰>에서 임시완과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다. 출연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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