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할리우드 대표 앙숙(?) 휴 잭맨-라이언 레이놀즈의 장난 열전, 11년의 역사

조회수 2020. 9. 13.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이지연

알아주는 11년 지기 절친/앙숙 휴 잭맨과 라이언 레이놀즈. 얼마 전 휴 잭맨은 ‘시리우스 XM’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라이언 레이놀즈 생일에 개똥을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은 대충 이렇다. 오랜 장난 전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둘. 이제 인터뷰 때 서로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휴 잭맨의 생일은 10월 12일, 라이언 레이놀즈의 생일은 같은 달 23일로 둘은 10월만 되면 서로에게 특별한 장난(?)을 선물하곤 했다. 전적을 고려하면 이번 생일에는 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곧 10월”이라며 “만약 레이놀즈 생일에 무언가 이상한 걸 선물한다면, 어떤 것을 주고 싶은지” 묻는 인터뷰어에, 잭맨은 “어릴 적 링 앤 런(Ring and Run)이라는 놀이를 한 적이 있다"고 운을 떼며 "개똥을 줄 것 같다”고 답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링 앤 런은 누군가의 집 현관을 두드린 후 달아나는 놀이인데, 개똥이 가득 찬 상자를 문 앞에 두고 도망가는 상향 버전도 있다고 한다.


물론 농담이다. 말 그대로 ‘아무 말’이다. 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갔던 장난 중 하나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망측한 선물 그 자체로도 충분히 우습지만 잭맨의 반응 속도는 이 장난을 한층 더 빛나게 했다. 버튼을 누르면 레이놀즈를 어떻게 놀릴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출력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즉각적인 대답이었다. 차기작 출연 협상이라도 하는 듯한 잭맨의 진중한 표정도 웃음 포인트다.

두 배우의 장난은 꽤 긴 역사를 자랑한다. 2009년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울버린과 데드풀로 만난 둘은 첫 만남 이래로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장난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팬들도 이들이 또 어떤 장난을 칠지 기다리고, 터졌다 하면 리트윗으로 퍼뜨리기 바빠졌다. 휴 잭맨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모든 교류에 서로를 향한 극딜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장난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공이 돋보이는 몇몇 순간을 엄선해봤다.


감동적인 생일 축하 메시지…?

생일은 누구에게나 조금은 특별한 날이다. 하지만 이 둘에게 생일은 그냥 특별한 날이 아니다. 특별하게 놀릴 기회의 날이다. 작년 휴 잭맨의 생일,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위대한 쇼맨>, <레미제라블>을 통해서도 잘 알려졌듯 잭맨은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 선 적도 있다. 지난해 잭맨은 출연한 영화・공연에서 불렀던 곡들로 공연 ‘더 타이틀. 더 뮤직. 더 쇼’(The Title. The Music. The Show)를 구성하여 월드투어를 했는데, 인디애나폴리스 공연 당시 그날의 퍼포먼스를 모두 마친 뒤 짧게 레이놀즈를 언급한 바 있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거(공연 퍼포먼스) 할 수 있나 한번 보자.” 이런 파워풀한 공연을 레이놀즈가 해낼 리 없다는 것을 전제한 조롱하는 투의 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연장 스크린에 레이놀즈가 등장했다. 파티 모자까지 준비해 머리에 고이 쓴 모습이었다. 방금 잭맨이 한 말에 상처받았다는 레이놀즈. 그래도 축하는 하고 봐야겠으니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바이브레이션까지 넣어가면서 정성 다해 노래하는 것 같더니 노래를 마치자마자 f-word와 함께 “그래 나 전문적으로 (보컬)트레이닝 안받았다 xx야”라고 심한말을 쏟아내며 폭주한다. ‘너 나 놀렸지? 근데 나 노래 안 배웠는데도 너 때문에 이만큼 불렀다?’는 맥락이다. 생일 축하로 둔갑한 즉각적인 복수였던 것. 잭맨은 이 공연 클립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서 “(축하 영상을 보고 놀린 것에 대해) 사과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 근데…”라고 코멘트를 덧붙였다.​


갑분데(드풀)

때는 <데드풀 2> 개봉을 앞두고 있던 2018년 4월. 휴 잭맨은 진심 어린 생일 축하 메시지를 영상으로 남기려던 참이었다. (누구를 위한 축하인지는 모르겠으나 10월이 생일인 레이놀즈는 아니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영상 뒤편으로 보이는 빨간 마스크를 쓴 빌런 때문이다. 입을 쉬지 않고 조잘, 흥얼대는 데드풀 a.k.a 라이언 레이놀즈 때문에 잭맨은 정신 빠져서 영상을 켠 이유도 잊고 급기야 레이놀즈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따라 하고 만다. 잭맨이 2017년 <로건>을 끝으로 울버린을 은퇴했기 때문에 더는 영화 속에서 데드풀과 울버린의 투샷을 볼 수 없지만, 데드풀 수트를 입은 레이놀즈・휴 잭맨 조합이 울버린과 데드풀의 만남을 고대하던 팬들의 마음을 반쪽 정도 해소해준 셈이다. 침대를 점령해서 제방마냥 편히 누워있는 데드풀과 “재한테 관심 주지 말라”는 잭맨의 말이 킬링포인트다.


전설의 어글리 스웨터 파티

전설이 되어버린 2018년 어글리 스웨터 파티 짤. 2013년 <프리즈너스>에서 휴 잭맨과 호흡을 맞춘 제이크 질렌할은 자연스럽게 라이언 레이놀즈와도 친해졌다. 서양권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우스꽝스러운 크리스마스 코스튬을 입는 어글리 스웨터 파티를 하는데, 스웨터 파티를 한다고 라이언 레이놀즈를 속이고는 멀쩡한 옷을 입고 나타난 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할. 사실 파티는 없었다. 화가 잔뜩 난 레이놀즈는 분노의 트윗을 남겼다. “이 xx들이 스웨터 파티라고 했어.” 다행히도 다음 해 레이놀즈는 복수에 성공한다.


쓸데없이 고퀄 정치광고

2018년 가을 1980년대 미국 민주당 상원 의원 게리 하트의 대선 경선을 다룬 휴 잭맨 주연 영화 <프론트 러너>가 개봉했다. 개봉 얼마 후 라이언 레이놀즈는 ‘휴 잭맨에 대한 3가지 사실’이라는 제목의 페이크 정치광고를 만들었다. 11월 초 미국 선거일을 앞두고 업로드된 이 영상은 나름 시의성도 갖췄다. 레이놀즈는 무거운 BGM과 흑백 필터로 <그것이 알고 싶다> 비리 정치인 특집 방송 재질의 영상을 완성했다. 쓸데없이 고퀄이라는 말은 여기다 써야 하는 듯하다. 놀리는 데 진심인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상의 목표는 오스카상 투표권이 있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잭맨이 그리 좋은 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환기하기 것이었다. 레이놀즈는 영상에서 투표 전 잭맨에 대해 알아야 할 세 가지 사실(?)을 밝혔다. 첫째, 휴 잭맨은 진짜 이름이 아니다. 진짜 이름은 휴 마이클 잭맨.(사실이 아니다.) 둘째, 휴 잭맨의 외국인 악센트는 페이크다. 사실 미국 밀워키 출신으로 가짜 외국인이다.(휴 잭맨은 호주 출신 배우.) 셋째, 울버린을 그만두면서 실업률을 올렸다. 그를 대체할만한 배우로 이웃 나라에서 온 외국인, 즉 캐나다 출신 레이놀즈 자신을 추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영상을 보고 잠자코 있을 휴 잭맨이 아니었다. 잭맨은 트위터에 맞영상을 올렸다. 데드풀 코스튬을 입은 레이놀즈 사진 위에 볼일을 본 반려견 영상이다. 잭맨의 개x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던 것일까.


휴전의 의미

작년 2월 라이언 레이놀즈가 ‘휴전’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업로드 한 영상. 라이언 레이놀즈는 지난달 매각하기 전까지 주류회사 에비에이션 진을 운영했고, 휴 잭맨은 공정 무역 커피 브랜드 래핑맨 커피를 운영하고 있다. 둘은 휴전을 선언하고 서로의 브랜드의 광고를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레이놀즈는 래핑맨 커피를 위해 당장 내놔도 손색없을 아주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광고를 만들어왔다. 회사의 핵심 사업도 잘 담아냈다. 진지한 광고를 본 잭맨의 반응, 어쩐지 좋지가 않다. 벙찐 표정이다. 호감 가는 광고와는 거리가 먼 영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영상 속 잭맨은 “라이언 레이놀즈는 xx다. 그래도 진은 맛이 좋아 보인다”며 “언제 한번 꼭 마셔봐야겠다”고 한다. 레이놀즈를 향한 f-word로 시작해 진을 쏟아버리는 것으로 끝나는 영상. 모양새는 갖추겠다고 광고 말미에 에비에이션 진 로고를 띄운 게 킬포다. 휴전을 정말 휴전으로 받아들인 레이놀즈와 휴전마저 장난의 일부로 받아들인 잭맨.


라이언 레이놀즈, 인터뷰어로 전업?

2016년 <독수리 에디> 개봉을 앞두고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이 인터뷰어-배우로 만났다. 뒤켠에 보이는 포스터로 보나 두 사람이 앉아있는 구도로 보나 현장만 봐서는 분명 영화 인터뷰가 진행되는 곳 같긴 한데, 어쩐지 예사 인터뷰 같지가 않다. 우선 인터뷰어가 영화를 안 본 듯하다. 극 중 에디가 테런 에저튼인지 휴 잭맨인지도 모르는 걸 보면.


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모았다며 레이놀즈가 가져온 첫 번째 질문. 캐나다 벤쿠버에 사는 ‘브’라이언 ‘블’레이놀즈 님이 해주신 질문이다. 울버린 영화를 찍을 때 다른 배우보다 키가 커 보이려고 깔창을 썼다던데. 사실인가? 아니면 바보 같은 사실인가? YES OR YES. 듣고 싶은 답은 정해져 있다. 인터뷰는 계속 이런 식이다. 확실한 건 영화 내용과 관련된 질문은 없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전쟁 중

<데드풀>

이들의 장난 열전, 현실 세계에서만 유효하냐고? 영화 속에서도 실천 중이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에서 연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에게 달라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휴 잭맨 종이 마스크를 썼다. <데드풀 2> 오프닝에서는 <로건>에서의 울버린의 최후를 패러디한 바 있다. 쿠키 영상에서는 9년 만에 <엑스맨 탄생: 울버린> 시절의 울버린과 데드풀도 볼 수 있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

11년 장난의 끝은 법정 공방?

트위터 @septimo_mundo

휴 잭맨은 <로건>을 끝으로 울버린과 작별했다. 그렇다고 라이언 레이놀즈의 야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레이놀즈는 울버린의 은퇴 이후에도 울버린X데드풀 콜라보를 성사시키려 밑도 끝도 없이 잭맨을 설득 해왔다. <데드풀 2>에서의 깜짝 만남에도 만족을 못 했는지 현실, 소셜 미디어 가리지 않고 휴 잭맨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다. 이에 잭맨은 재출연은 무리라며 수차례 루머를 일축한 바 있다. 방송에 출연해서 직접 레이놀즈가 일방적으로 들이대는 것에 대해 매력 없다며 부담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레이놀즈가 또. 지난주 레이놀즈는 한 팬이 만든 <데드풀 3> 포스터에 멘션을 달았다. 오른손에 쥔 에비에이션 진부터 타노스 건틀렛까지 킬포가 한둘이 아니지만, 레이놀즈의 눈길을 끈 것은 구석구석 보이는 울버린의 실루엣이었을 테다. 그의 바람을 아주 잘 반영하고 있는 포스터에 레이놀즈는 공개적인 지지를 보냈는데, 이에 대한 잭맨의 반응은 아주 진지(?)했다. 잭맨의 멘션.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레이놀즈에게 초상권 침해에 대한 정지 명령을 내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피해 보상으로 6억 달러를 청구해주세요.'


힘든 상황일수록 유머를 잃지 말자

트위터 @VancityReynolds

라이언 레이놀즈는 지난 5월 한 자선 기구에 코로나19 기부를 했다. 트위터에 기부 소식을 알리면서 주변의 관심을 촉구하고 응원하는 말을 남겼는데, 레이놀즈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격리로 고립돼서 연락이 필요할 것 같은 친구에게 전화하라는 당부에 ‘휴 잭맨의 전화번호는 1-555-(😢)-HUGH야’라고 덧붙인 것.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힘들지만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처럼 유머를 잃지 말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