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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어려운 영화들로 <테넷> 포인트 대사 이해하기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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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교수피셜 "알아서 더 어렵다"

문과는 모르겠단다. 그래서 이과를 불렀다. 그런데 이과도 모르겠단다. <테넷>을 본 관객들의 반응이다. 8월 26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테넷>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도 꾸준히 화제에 오르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중심엔 '얼마나 이해했는지'가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 얼마나 어려운 영화이길래, 모두가 입을 모아 '어렵다'고 하는 걸까. <테넷>이 왜 어려운지, 그리고 이 어려운 내용의 이해를 도울 법한 간단한 가이드를 준비했다.



1. <인셉션>보다 더 어려운 이유

출처<테넷>

출처<인셉션>

<테넷>에 의외의 소환을 당하고 있는 영화는 <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중 근미래적 상상력이 첨가되고, 작중 구성이 복잡한 것이 <테넷>과 닮았기 때문. 놀란 감독 스스로도 <테넷>을 "<인셉션>의 아이디어에 스파이 영화를 섞었다"고 설명한 적도 있다. ​ 

그러나 <인셉션> 입장에서 보면 <테넷>과의 비교는 억울할 수도. 왜냐하면 <인셉션>은 구성이 독특하지, 스토리는 간결한 편이다. 팀원을 모아 타깃의 꿈으로 들어가 무의식을 변화시킨다. <인셉션>은 이 심플한 줄거리를 '꿈 속의 꿈'과 '무의식의 기억'을 결합시켜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처음 볼 때는 '꿈에도 단계가 있다'는 설정이 낯설어서 그렇지, 다시 보면 복잡했던 이야기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인다.


<테넷>은 일단 설정부터 <인셉션>보다 어렵다. 인버전은 엔트로피를 역행하는 기술이다. 사실 이건 물리학적으로 이 기술을 설명하기 위함이고, 쉽게 말하면 시간을 거꾸로 거스른다고 할 수 있다. 사물을 바로 다른 시간대로 이동시켜주는 기존의 시간 여행과 달리 인버전은 사물이 그 시간대로 가는 과정이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시간대 이동 과정이 중첩되는데, 그 시간의 흐름이 다르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인셉션>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게 아니라 실제로 더 어렵다. '주인공이 미래 기술을 이용해 세계 종말을 막는다'는 한줄 요약이 유독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이 영화의 과정(인버전)이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스토리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인셉션>은 특정 시간대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꿈 속의 꿈은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점을 이용, 일정한 시간을 계속 확장한다. 그래서 전혀 다른 장소, 상황이더라도 인물들이 동일한 시간대에 있는 건 명확하다. 꿈이 끝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도 <인셉션> 나름대로의 친절함이다. 하나의 사물을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특정한 시간을 현미경으로 배율을 높이면서 보는 게 <인셉션>의 방식이다.

인물이 많으나 대체로 한 방향으로 향하는 <인셉션>의 타임라인과 달리

<테넷>은 적은 인물 수에도 수많은 타임라인이 중첩돼있다.

반면 <테넷>은 같은 시간대를 중첩시킨다. 하나의 시간대를 정방향과 역방향, 두 가지를 중첩시킨 것은 물론이고 이 두 가지 방향의 시간을 멈추지 않고 진행돼 또 다른 시간을 중첩한다. <인셉션>에서 꿈의 단계가 깊어질수록 필요한 등장인물을 덜어냈던 것과 달리 <테넷>은 시간대가 중첩되면서 인물들의 행적이 더 많아진다. 익숙하지 않은 시간 진행 방향부터 많은 인물들까지 신경쓸 게 많으니 더 어려울 수밖에. 어울리는 비유가 있다면… 하나의 덩어리에서 수많은 갈래가 나오는 수타면 같은 영화?


2. 사실 <인셉션>보다 <000>에 가깝다

<테넷>의 비교 대상으로 <인셉션>이 많이 거론되지만, 가장 비슷한 건 <메멘토>라 할 수 있다. <메멘토>는 단기기억상실증을 앓는 레너드(가이 피어스)가 아내를 살해한 '존 G'라는 인물을 추적하는 내용. 일반적인 영화와 달리 결말을 먼저 보여주고 사건 순서를 거꾸로 전개하는 비선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비록 <테넷>처럼 시간 자체를 역행하는 건 아니지만, 사건을 선행하는 타임라인(흑백 시퀀스)와 역행하는 타임라인을 동시에 제공해 둘의 접점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방식은 <테넷>에서도 유사하게 묘사된다. 놀란 감독도 "<메멘토>의 오프닝에서 <테넷>이 비롯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스케일이야 <테넷>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메멘토>는 흑백 시퀀스는 선행시키고

컬러 시퀀스는 역행하는 배치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분할시키고, 통합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조응은 <인터스텔라>를 닮았다.

<메멘토>를 제외하면 <인터스텔라>도 <테넷>과 호응하는 면이 있다. 과거와 미래가 조응하며 인류의 위기를 봉합한다는 큰 그림은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그 미래와 과거의 맞닿는 과정이 새로운 차원의 입구 '웜홀'과 엔트로피를 역행하는 '인버전'이란 차이가 있긴 하지만.


3. 됐고 예시를 좀 가져와봐

<테넷>을 글로만 설명하면 그 글조차 어려워질 지경. 그래서 <테넷>의 핵심 포인트 대사와 함께 이해를 도와줄 법한 작품을 소개해본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 <테넷>은 이걸 '운명'(주도자)이나 '현실'(닐)이라고 언급한다. 복잡한 전개 때문에 이 말이 더 어려웠다면, 영국 드라마 <닥터 후> 뉴 시즌 3 10화 'BLINK'를 보자. <테넷>의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라는 명제가 어떤 의미인지 와닿을 것이다. 샐리(케리 멀리건)는 어느 날 괴이한 경험을 한다. 오래된 폐허에서 '샐리, 당장 피해요'라는 낙서를 발견하고, 자신의 친구가 60년 전에 보낸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친구의 동생에게서 DVD에 담긴 영상이 자신과의 대화를 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역시 글로 보기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지만 이 40분짜리 에피소드가 웬만한 시간 여행 영화의 핵심을 꿰뚫는다.

이 에피소드의 핵심 대사는 "시간은 일직선으로 가는 사건의 연속이라고 생각하지만, 비연속적이고 비주관적 시점에서 본다면 시간은 구(球) 같은 겁니다. 앞뒤가 없이 뭉쳐진 덩어리죠"라는 닥터의 말이다. '구'라는 말을 들으면 연상되는 영화. <컨택트>. 갑자기 세계 곳곳에 나타난 외계 비행체와 이들의 언어를 해석해야 하는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아담스)가 주인공이다. 루이스가 외계 생명체 '햅타포드'의 언어를 분석하면서 알아낸 사실. 그들의 언어는 동그란 구 형태를 띠며 과거, 현재, 미래를 의미하는 시제가 없다. 시간이 하나의 구라는 닥터와 시제 없는 구 형태 언어로 대화하는 햅타포드. 이 두 편이 그리는 '시간' 이야기는 <테넷>의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출처<컨텍트>
“할아버지 역설 ”

<백 투 더 퓨처>에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첫눈에 반하자

사진 속 형제의 모습이 희미해진다.

<테넷>에서 다소 낯선 단어로 설명한 '할아버지 역설'. 내가 과거로 가서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시간 여행 역설을 의미한다. 사실 영화 팬에게는 이렇게 말할 필요도 없다. 그냥 "<백 투 더 퓨처>"라고 하면 "아!"할 테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에 갔다가 엄마 로레인과 아빠 조지의 만남을 방해한 아들 마티(마이클 J. 폭스). 이게 딱 할아버지 역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지 못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이런 식의 역설은 영화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곤 한다. 역사적 사건을 막았더니 더 큰 변화가 일어난다거나, 개인적인 일을 막았더니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됐다는 등.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은 이 할아버지 역설을 완벽하게 비튼 소설 <당신들은 모두 좀비>(All the zombies)를 집필했다. 에단 호크가 출연한 <타임 패러독스>의 원작이다.

출처<타임 패러독스>
"자네와 나의 우정은 여기까지야"

출처<테넷>

앞서 말한 <닥터 후>를 본 시청자라면 <테넷>에서 주도자와 닐의 관계가 익숙했을 것이다. 뉴 시즌 4에서 첫 등장한 리버송과 닥터의 관계가 딱 두 사람과 비슷하다. 이때 리버송은 첫 등장임에도 "내가 본 닥터 중 가장 젊다"라는 의뭉스러운 말을 하고 첫 만남에 그런 말을 들은 닥터는 어리둥절해한다. 즉 리버송은 미래의 닥터를 보고 과거에서 지금의 닥터를 만났기 때문. 시즌을 거듭하면서 이 둘의 관계가 상세하게 묘사되는데, <테넷>의 주도자와 닐처럼 미래와 과거가 엇갈리며 발전한 사이.

닥터와 리버송의 관계는 시즌 4(2007년)부터 시즌 10(2017년)까지 이어진다.
현재페이지1/총페이지3

이 관계를 한 편으로 요약한다면 일본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제목부터 시간 감각을 마비시키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흔히 말하는 일본식 최루성 멜로지만, 단 하나 특별한 부분은 타카토시(후쿠시 소우타)와 에미(고마츠 나나)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단 점. 멜로라서 엄청 탄탄한 복선을 통한 논리적 접근보다는 두 인물의 감정선에 몰두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엇갈린 시간 속 연인이란 점 하나로 단점을 차치한다. <테넷> 주도자와 닐의 브로맨스 대신 진짜 로맨스를 만나보는 것도 도움이 될지도.

출처<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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