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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여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여름 가족 영화 5편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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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은 여름방학 동안 아빠, 고모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잠시 머물게 된 옥주(최정운), 동주(박승준) 남매가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처럼 여름밤과 꼭 어울리는 이 작품은 오래전 내가 꼬마이던 그때 그 시절의 우리 집안을 보는 듯 익숙한 풍경을 화면에 펼쳐낸다.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 <남매의 여름밤>을 포함해 눅진한 한여름 밤의 공기와 잘 어울리는 영화 5편을 꼽아보았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남매의 여름밤
Moving On, 2019

<남매의 여름밤>은 옥주와 동주가 아빠(양홍주)의 승합차, 다마스에 짐을 다 싣고 할아버지 집으로 가며 시작된다. 대번에 봐도 할아버지 혼자 지내기에 커보이는 2층 양옥집은 그해 여름 옥주 동주 남매와 함께 아빠와 고모(박현영) 남매까지 살게 되며 꽤나 북적북적해진다. 노쇠한 할아버지는 거듭 병원 신세를 지지만 옥주의 선물과 동주의 재롱으로 간간이 웃음을 보인다. 아빠는 오랜 시간 잊고 지내던 기억을 꿈을 통해 상기해내고, 다 큰 어른처럼 보이는 고모는 아직도 엄마 꿈을 꾼다. 한창 예민할 나이의 옥주는 (이혼한 것처럼 보이는) 엄마가 밉지만 한편으로는 보고 싶어 엄마 꿈을 꾸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해맑은 동주는 누나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현재의 기억과 현실 같은 꿈 사이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여름밤을 관통해 나간다. 소소한 일상으로 엮어진 이들의 이야기를 관망하다 문득 감정이입을 하게 된 것은 이것이 우리 모두의 혹은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시간이 지나도 쉬이 잊히지 않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의 추억, 별스러운 것이 아니라 더욱 깊게 남는 이야깃거리들까지. 두 남매가 오기 전 적막으로 가득 찬 집을 메워주었을 김추자의 노래 <미련>은 영화 전반에 다양한 버전으로 배치되어 여러 감정을 일게 만든다. 덧붙여 영화를 더욱 현실에 와닿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다. 옥주와 동주는 물론 아빠, 고모, 할아버지까지 진짜 가족의 모습을 보는 듯한 생생함이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Shoplifters, 2018

할머니 하츠에(키키 키린)와 아빠 오사무(릴리 프랭키), 엄마 노부요(안도 사쿠라), 노부요의 여동생 아키(마츠오카 마유), 그리고 두 아이 쇼타(죠 카이리)와 린(사사키 미유)은 도쿄의 한 지붕 아래 사는 ‘시바타’ 가족이다.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은 같은 성(姓) 아래 묶여 있지만, 사실 모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다. 그럼에도 여느 가족 못지않은 끈끈한 가족애로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는데, 뜻밖의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들의 많은 작품들 가운데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이 많았는데, <걸어도 걸어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등 감독이 연출한 다수의 작품들이 가족을 중심에 두고 플롯을 쌓아가기 때문. 그중 굳이 <어느 가족>을 고른 것은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린을 위해 가족 모두가 바닷가로 놀러 가 추억을 만든 장면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 여름 해변 장면은 행복해서 더 슬프게 느껴진다. 감독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생각해온 것을 모두 담은 영화”라고 표현했듯 <어느 가족>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 가장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보여준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미국인들도 가고 싶어 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지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 어린이들의 꿈과 환상으로 가득 찬 이 테마파크의 건너편에는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모텔 ‘매직 캐슬’이 있다. 6살의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그녀의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는 이곳에서 하루하루 겨우 먹고살고 있는 장기투숙자들이다. 무니와 그녀의 또래 친구 스쿠티(크리스토퍼 리베라), 그리고 근처 또 다른 모텔에 이사 온 젠시(발레리아 코토)는 디즈니월드 지척에 살고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기란 도통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 아이들은 근처 대형 마트와 폐허촌을 놀이터 삼아 뜨거운 여름을 보낸다. 미국의 혁신적인 젊은 감독이라 불리는 션 베이커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찍어내는 데 파스텔톤의 색감을 십분 활용한다. 밝은 보랏빛으로 덧칠된 모텔 건물 안에는 언제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살고 있고, 희망이 없는 삶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도 무지개를 찾아내고 해맑게 웃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안녕을 고하는 무니의 손을 잡고 디즈니랜드로 뛰어가는 젠시, 포스터에 뜬 무지개처럼 무니와 친구들의 미래에도 무지개가 뜰 수 있을까.


프리다의 그해 여름
Estiu 1993, Summer 1993, 2017

이 작품의 주인공도 여섯 살의 소녀다. 1993년 여름,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프리다(라이아 아르티가스)는 외삼촌(데이비드 베르다거)과 외숙모(브루나 쿠시), 사촌동생 아나(파울라 로블레스)가 있는 카탈루냐의 시골집으로 가게 된다. 프리다는 그저 자신을 사랑해 줄 가족을 원했을 뿐인데, 외삼촌과 외숙모는 아나만 예뻐하고 자신을 홀대하는 것 같다. 어린 마음에 외로움과 시기만 쌓여가고 프리다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찾아가겠다며 한밤중에 짐을 싸고 집을 나선다. 영화는 카를라 시몬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는 감독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프리다의 시선을 따라가며 천천히 진행된다. 엄마의 죽음과 낯선 환경으로의 이사,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일은 여섯 살 아이가 감당하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영화는 아이의 심리를 차분하고 담담하게 묘사해낸다. 이 과정에서 프리다를 연기한 라이아 아르티가스의 놀랍도록 현실적인 연기가 빛을 발한다. 생전의 엄마와 나누었던 대화를 재연하는 듯 아나와 소꿉놀이를 하는 것부터 짐짓 아닌 체하지만 숨길 수 없는 서운한 눈빛,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들과 함께 가겠다고 떼쓰는 장면까지, 마치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중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기쿠지로의 여름
菊次郞の夏, Summer Of Kikujiro, 1999

<기쿠지로의 여름>은 싱그러운 초록의 포스터 때문인지 여름이면 단박에 떠오르는 작품이다. 도쿄의 할머니 집에 살고 있는 아홉 살의 마사오(세키구치 유스케)는 여름방학이 반갑지 않다. 할머니는 생계유지에 바쁘고, 친구들은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먼 곳으로 돈을 벌러 갔다는 엄마의 주소를 알게 되고, 엄마 사진 한 장과 주소를 덜렁 들고 엄마를 찾아 떠난다. 여로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직 야쿠자 현직 한량의 미스터리한 아저씨(기타노 다케시)가 우연찮게 합류하게 되고, 보호자로 활약할 줄 알았던 그는 되려 마사오의 엄마 찾기 여정을 방해하기만 한다. 아저씨는 마사오를 두고 시종 ‘우울한 녀석’이라 부르지만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마사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고, 미숙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마사오를 챙긴다. 끝내 엄마의 집을 찾지만 슬픔만 깊어진 소년에게 무심한 듯 ‘천사의 종’을 건네는 부분이 하이라이트.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히사이시 조가 작곡하고 연주한 테마곡 ‘Summer’다. 화면 가득 흐르는 맑은 선율은 유쾌하면서도 다소 엉뚱하고 서정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꼭 알맞게 표현해 내 영화에 감흥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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