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잡던 이정재는 언제부터 콧수염을 붙이기 시작했을까

조회수 2020. 8. 21. 17: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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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유정아

언제부터일까. 영화 속 이정재의 얼굴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콧수염이 장착된 캐릭터들이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정재가 콧수염을 붙이고 등장한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을 하기도 했고(<대립군>이라는 함정을 제외한다면), 관객들의 뇌리에 박힐만한 명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사실, 10년 전만 해도 이정재는 말수도 적고 폼 이 나는, 쉽게 말해 각 잡는 인물에 특화된 배우였다. 그러던 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기적으로도, 외형적으로도 말이다.


오늘은 이정재의 연기 인생을 그의 외모적인 변화를 중점으로 돌아보려고 한다.


<모래시계>(1995)
수트'빨'의 시작

이정재라는 배우를 스타덤에 올린 귀한 작품 <모래시계>. 서브 남주라는 신조어도 없던 시절, 이정재는 과묵한 보디가드 역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실상은 당시 이정재의 연기 실력이 미흡해 과감히 대사를 줄인 것이라 한다. 어찌 됐든 말보단 검도 실력으로 고현정을 지켜준 '백재희'는 전국의 여심을 들썩였다.
<모래시계> 당시 이정재의 나이는 23살. 각 잡힌 수트 입고선 항상 꼿꼿하게 서 있었다.

<정사>(1998)
밤톨 머리의 원조

파격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따라붙는 영화 <정사>에서 이정재는 이미숙과 뜨거운 베드신을 펼치며 화제가 됐다. 앳된 청년과 성숙한 남성, 두 얼굴이 모두 담긴 작품이다. 하지만 당시 이정재는 베드신이 아닌 'Bad' Scene의 시기였다고. 군 제대 후 연기적인 측면에서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정사>(1998) 당시 이정재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 이전 이정재의 밤톨 머리가 있었다. 풋풋하다.

<태양은 없다>(1999)
양아치 패션의 교과서(?)

두 배우의 젊은 시절. 보기만 해도 청량하고 뜨겁다. 퍽퍽하지만 뜨거움 가득한 청춘들의 모습을 그려낸 <태양은 없다>를 통해 이정재는 연기 인생에 불을 지핀다. '청룡영화제'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정재는 속된 말로 '잘생긴 양아치' 캐릭터를 소름 끼치도록 복제해냈다. 지금 다시 봐도 이정재와 정우성의 패션이 촌스럽지가 않다.
봐도 봐도 좋은 두 배우의 모습. 그 시절 인싸.jpg

<시월애>(2000)
따뜻하고 로맨틱한

연달아 남성성이 짙은 작품을 맡아 온 이정재는 이 무렵부터 의식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미간의 힘을 뺀 이정재는 자상하기 그지없는 성현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2000년대 초 이정재는 목폴라가 잘 어울리는, 니트처럼 부드러운 그런 남자였다.

<선물>(2001)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개그맨

1년 뒤엔 영화 <선물>로 관객들을 찾았다. 이정재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이영애)의 죽음 앞에서 개그쇼를 펼쳐가는 무명 개그맨 용기 역을 맡았다. 훤칠함이 빛나는 캐릭터만 해오던 이정재가 개그맨 역을 소화한 건 일종의 도전이었을 거다. 그의 '잘생긴' 외모보다도 안타까운 눈물 연기가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라는 데 의미가 있을 터.

<태풍>(2005)
다시 몸에 힘을 주기 시작(...)

코미디 영화 <오 브라더스> 이후, 다시금 강인한 남성 캐릭터로 돌아왔다.
<태풍>에서 이정재는 해군 장교인 강세종 역을 연기했다. 당연지사 이정재의 남성성이 돋보인 작품이다. 이 역할을 위해 이정재는 술과 담배를 끊고 근육질 몸매를 만드는 데 올인했다고. 부드럽게 다져 놓은 미간에 다시금 힘을 주기 시작한(...) 작품이다. 이후 작품들에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이정재는 드디어 회심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하녀>(2010년)
자연스러운 귀티

바로, <하녀>다.
이정재는 2010년 <하녀>라는 작품을 기점으로 다시금 연기의 색을 찾기 시작했다. 이정재 자신도 "연기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는 작품.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를 원했던 임상수 감독의 바람대로 이정재는 마치 그 집에서, 원래 그렇게 살던 사람처럼 연기를 펼쳤다. <하녀> 이후, 이정재는 흥행 길을 걷게 된다. (<대립군>은 기억 속에서 지우...)

<도둑들>(2012년)
콧수염의 시작

'콧수염'의 본격적인 시작, 뽀빠이의 등장이다.
콧수염의 시작, 아니 이정재 특유의 연기 톤이 발휘, 아니 악역 캐릭터를 소화하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 됐든 모든 면에서 이정재는 <도둑들>을 기점으로 변화한다. '이정재'로서 기억되기보다는 캐릭터의 이름으로 기억되기 시작한다. 뽀빠이의 비열한 욕망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신세계>(2013년)
여전한 수트빨

'이정재 성대모사'의 시작이 된 작품이랄까.
드디어 이자성이 등장했다. 지금에서야 마니아 팬층을 형성한 캐릭터로 기억되지만, 영화를 준비하면서 이정재는 황정민과 최민식과 함께 연기할 생각에 많은 걱정을 했다고. 결론적으로 이정재는 정적인 동시에 복잡한 속내를 가진 이자성이란 인물을 긴장감 있게 잘 표현해냈다. (아무리 이정재가 멋짐을 내려놓았다고 해도 섹시한 옷태를 감출 순 없었다)

<관상>(2013년)
역대급 아우라

이정재가 콧수염 붙이면 정말 성공하는 걸까.
필모그래피에 정점을 찍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관상>을 통해 이정재는 배우로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도 "하이에나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조선 시대라 근육도 일부러 다 망가트렸다"는 이정재는 수양대군의 폭발적인 야욕을 100% 구현해냈다. 뽀빠이, 이자성, 수양대군까지…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회자 될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암살>(2015년)
60대 노인 연기까지

또 콧수..
이젠 정말 '탈 이정재(잘생김)'를 완성했다고 말하고 싶은 작품 <암살>. 영화의 마지막 장면, 과감한 망가짐을 선택한 이정재는 염석진이라는 인물의 끈질긴 추악함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정재가 콧수염을 붙이면, 아니 악역을 맡으면 영화가 흥행한다는 속설이 생기기도.

<인천상륙작전>(2016)

(아쉬운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다양한 성향을 가진 작품과 캐릭터에 접근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들게 한 작품.

<대립군>(2017)

여기서도 콧수염을 붙이기는 했는데…

<신과 함께: 죄와 벌>(2017)

또(..!!)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임에도 이정재는 핵심 인물인 염라대왕의 존재감을 위해 과감한 분장에 도전했다.

<사바하>(2019)
평범해서 특별한

"나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었다는 그의 말처럼, 지금까지 해오던 연기의 틀에서 벗어난 이정재는 속물인 동시에 복잡한 의문을 가진 박 목사를 통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존재감이 강했던 이전의 모습들과는 다르게 극 중 균형을 잡아주는 연기를 보여줬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이정재가 레이로 돌아왔다. 흰 코트 휘날리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이정재의 말처럼 레이는 이정재의 모든 걸 쏟아부은 인물이다. 자칫하면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도 '이정재라서' 소화가 가능했다. 이제 정말 그는 '이정재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한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정재의 화려한 패션쇼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그의 옷태는 따라올 자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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