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계급 갈등 조장? 중국에서 상영 금지된 천만 영화들

조회수 2020. 8. 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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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출처: <테넷>

할리우드 기대작 <테넷>의 중국 개봉이 가능해졌다. 중국은 지난 20일부터 현지의 일부 극장 운영을 재개했으나 코로나19의 재확산을 우려해 ‘상영작의 상영 시간은 120분 미만일 것’이라는 새로운 보건 지침을 내렸다. <테넷>의 공식 러닝타임은 150분으로, 약 30분이 초과되어 상영이 불투명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국이 <인터스텔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 2시간이 넘는 영화들의 재개봉을 허용하면서 <테넷>에 대한 논란도 사라진 것이다. 이 경우 말고도 여러 이유로 중국에서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상영이 금지된 영화들이 있다. 국내에선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으나 중국에선 개봉 실패 및 상영이 금지된 영화들을 모아봤다.


<왕의 남자>

출처: <왕의 남자>
출처: <왕의 남자>
WHY? '동성애' 묘사가 있어서

이성이 아닌 동성들의 사랑은 중국 내 영화 검열에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는 요소다. 그룹 ‘퀸(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동성애가 묘사되는 부분을 전부 삭제하고서야 개봉할 수 있었다. 웹드라마‧영화처럼 온라인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되고 있는 시장에서 정부는 동성애 주제 콘텐츠 게재 금지를 명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이유로 중국 내 상영이 금지된 건 2005년 개봉한 <왕의 남자>도 해당된다. 공길(이준기)에게 관심을 갖고 집착하는 연산(정진영)의 모습에서 동성애가 묘사된다는 이유로 <왕의 남자>는 극장 내 상영이 금지되었고, 이후 DVD 발매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변호인>

출처: <변호인>
출처: <변호인>
WHY? 정치적인 이유가 다분해서

중국은 공산당이 건국한 공화국으로, 사회주의 이념을 따르는 국가다. 때문에 공산당과 사회주의 이념에 반하는 정치적 의도가 들어간 경우, 검열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그 예로 먼저 2013년 개봉한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이 있다. <변호인>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개봉 당시 1137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흥행에 성공했다. 대학생 진우(임시완)가 의도치 않게 공안에 붙잡혀가 고문을 당하게 되고, 국가 권력의 부조리함에 맞서 진우를 변호하게 되는 변호사 우석(송강호)의 이야기다. <변호인>에서 공권력은 부당하게 그려지며, 소시민은 권력에 저항하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무자비한 처사에 희생당한다. 이러한 스토리는 사회주의 체제하에 수용될 수 없기에 <변호인>은 한한령 규제가 들어가기 전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개봉에 실패하였다. 그러나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암암리에 조회 수 10만 건을 넘어서는 등 좋은 평가를 받으며 영화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택시운전사>

출처: <택시운전사>
출처: <택시운전사>
WHY? 톈안먼(천안문) 사태를 연상시켜서

개봉은 했으나 후에 상영이 금지되며 흔적도 없이 지워진 천만 영화도 있다. 2017년 개봉한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각색한 <택시운전사>는 한한령을 뚫고 중국 개봉에 무사히 성공했다.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도 <택시운전사>에 대한 호평이 줄줄이 잇따르며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오기도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몇몇의 네티즌이 ‘<택시운전사>가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글을 올리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톈안먼 사태(천안문 사건)’은 1976년과 1989년 중국 천안문에서 발생한 중국 정부의 시민 무력 진압 사건이다. 일반적으로 톈안먼 사태 하면 떠오르는 1989년 사건은 중국 정부가 학생‧노동자‧시민들에 대해 무력진압을 전개하면서 1만 5천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최악의 유혈사태다. 톈안먼 사태를 금기시하는 중국 정부는 <택시운전사>의 스크린을 모두 내리고 상영을 금지시켰을 뿐만 아니라 관련 온라인 페이지 전체를 삭제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중국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참고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던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 역시 중국 내 상영 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부산행>

출처: <부산행>
출처: <부산행>
WHY? '좀비'가 나와서

중국 문화 검열에서 금기시하는 키워드는 동성애와 정치적 이유 외에 마약, 외계인 등이다. 여기엔 눈에 보이는 ‘물질’만을 믿고 의존하는 공산주의의 유물론 사상에 반하는 귀신이나 좀비, 강시, 뱀파이어 같은 불멸의 존재도 포함되어 있다. 2016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한국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로 1157만 관객 동원에 성공, 국내 좀비 영화 계보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대만과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에 역대급 흥행 신드롬을 불러왔고, 이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까지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부산행>이 넘지 못한 벽이 있었으니, 바로 중국이었다. 죽지만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인 ‘좀비’가 주 소재였기에 검열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다. 거기에 일찌감치 판권이 팔렸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상대로 문화 규제가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개봉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불법적인 루트로 유통되면서 중국 역시 <부산행> 신드롬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편, 좀비 영화가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지자 2017년 중국은 영화 산업 매출을 늘리고 쇠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좀비 영화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신과함께> 시리즈

출처: <신과함께-죄와 벌>
출처: <신과함께-인과 연>
WHY? 사후세계, 미신을 조장해서

국내 프랜차이즈 영화 최초, 쌍천만의 신화를 쓴 <신과함께>도 마찬가지다. 사후세계나 미신도 유물론 사상에 반하기 때문이다. 죽음 뒤의 사후세계를 배경으로 한 <신과함께>를 개봉시키기 위해 제작사인 덱스터스튜디오는 중국에 심의를 신청했으나 받아지지 않았다. 사후세계라는 미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된 것. 회사 관계자는 “메인 투자‧배급사가 롯데엔터테인먼트라는 점이 영향이 있는 거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월 <신과함께> 제작사인 덱스터스튜디오가 중국의 파트너사인 'QC Media'와 <신과함께> 애니메이션 리메이크 제작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신과함께> 중국 내 개봉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기생충>

출처: <기생충>
출처: <기생충>
WHY? 계급 갈등을 조장해서

<기생충>으로 전 세계 시상식을 휩쓸며 할리우드의 벽을 가볍게 부숴버린 봉준호. 그러나 중국만은 예외였다. 앞서 <기생충>은 한차례 수난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시닝퍼스트청년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선정, 상영될 예정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상영 하루 전날 취소됐다. 사유는 ‘기술적인 이유’였다. 여기서 ‘기술적인 이유’란 중국의 문화 검열로 통한다. 이로 인해 상영을 기다려온 중국 영화팬들은 웨이보에 비난의 목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기생충>의 중국 개봉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한령의 해제 여부와 상관없이 <기생충>이 담고 있는 주제 때문이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네와 박사장(이선균)네로 빈부격차와 계급 간의 갈등을 현실적이고도 유려하게 담아냈다. 빈부 격차 문제가 심각한 중국 내에서 <기생충>과 같이 사회적인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는 영화는 불편한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에 판권은 판매된 상태지만 언제쯤 검열을 통과하고 스크린에 걸릴 수 있을지 가능성은 미지수다.

출처: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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