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지만 안! 괜찮아, 영화 속 사이코패스 캐릭터 9인

조회수 2020. 7. 30.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

사이코패스는 공감 및 죄책감이 결여된 사람들로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이 얕은 게 특징이다. 교묘하게 거짓말을 하고, 지루함을 참지 못하며, 자극을 추구하고, 사회규범을 쉽게 위반하는 성격을 가진 이들은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스릴러 영화의 단골소재로 사용된다.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리는 그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영화임을 알면서도 섬뜩함을 느낀다. 오늘은 수많은 사이코패스 캐릭터 중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꼽아 볼 예정이다. 만약 리스트에 없다면, 내 마음속 최고의 사이코패스 연기는 누구인지 댓글로 남겨주면 감사하겠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사이코패스의 한 줄

동전 던지기로 가장 크게 잃어본 건 무엇인가?

‘끝판왕이 벌써?’ 라고 생각한 분도 있을 수 있겠다. 코엔 형제의 명작으로 불리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속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는 가장 현실적인 사이코패스 묘사로 인정받았다. 안톤 시거의 어린시절이나 뒷배경을 알 순 없지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모습에서 관객은 그가 순도 높은 사이코패스라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동전 던지기를 통해 상대방의 운명을 결정하려는 행동은 그의 안에 죽음과 폭력이 혼재되어 있으며 일말의 양심과 공감능력이 없는 걸 보여준다.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한 줌의 감정도 보여주지 않는 안톤 시거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퍼니 게임>
폴(아르노 프리스치)

사이코패스의 한 줄

어때요, 이 사람들이 살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느 쪽에 거실래요?

<퍼니 게임>(1997)은 보고 나면 찝찝하고 불쾌하기로 시네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영화다. 계란을 빌리러 온 폴(아르노 프리스치)과 친구는 피해자 가족의 호의를 제대로 배신한다. 일부러 계란을 깨고는 다시 빌려달라고 하거나, 전화기를 물에 빠뜨리는 등 온갖 불손한 행동을 해놓고 피해자 가족이 불쾌감을 표현하자 자신들을 무시했다며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영화 속 불문율은 무시한지 오래고 선(善)이 결국엔 승리한다는 규율조차 다 부셔버린다. 화면 너머에 있는 관객들에겐 마치 한 패인 것처럼 말을 건다. 절망하고 있는 피해자를 뒤로 하고 관객에게 슬며시 윙크를 보내는 그의 모습이 ‘너도 한패잖아, 나 잘했지?’라고 하는 듯하다. 그리고는 모두를 죽여야 이기는 게임처럼, 그들은 ‘퍼니’(Funny)한 게임을 시작한다.


<이치 더 킬러>
카키하라(아사노 타다노부)

사이코패스의 한 줄

잘 들어, 누군가에게 고통을 줄 때, 그 사람이 느끼고 있을 고통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에만 집중해. 그것이 진정한 마조히스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살인자 이치(오모리 나오)가 폭력적이다, 라고 말하는 건 많이 절제된 표현일 것이다. 극도로 과격한 폭력 묘사를 잘하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야마모토 히데오의 만화 <고로시야 이치>를 각색해 만든 <이치 더 킬러>(2001)는 그 폭력의 수위가 너무도 높아 몇몇 국가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극도의 사도마조히즘(사디즘과 마조히즘이 혼재된 상태)적인 카키하라(아사노 타다노부)는 거액의 돈을 갖고 사라진 보스를 찾는 과정에서 의심되는 인물은 모두 잡아 고문한다. 그 고문의 형태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형태다. 등가죽을 갈고리에 걸어 들어올리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조차 못할 고문을 행한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사이코패스보다 훨씬 혼란스럽고, 질척거리며, 변태적이고, 그래서 치명적이다. 만약 이 영화를 보고 싶다면 마음 단단히 먹길.

야마모토 히데오의 <고로시야 이치>.
도저히 전체 이용가용 사진을 못찾겠다.

<케빈에 대하여>
케빈(에즈라 밀러)

사이코패스의 한 줄

내가 행복했던 적이 있어?

위에서 다룬 영화들에 비해 정도가 가벼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만, 위의 인물들의 시작일수도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선정했다. <케빈에 대하여>(2011)는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고립되고 모든 걸 잃어버린 것 같은 10대 청소년 케빈을 연기한 에즈라 밀러는 위험하리만큼 사이코패스를 ‘섹시하게’ 연기했다. 이 영화 때문에 에즈라 밀러에 입덕한 팬들이 대다수일 정도. 영화 자체는 사이코패스가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언젠가 그럴 것 같을 때 어떤 모습일 것인가, 그리고 이때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내 아이가 케빈과 같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는 아이는 단지 사랑스러울 것이며 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산산히 조각난 순간을 명확하게 포착했다.


<저수지의 개들>
미스터 브론드(마이클 매드슨)

사이코패스의 한 줄

네가 알고 있거나 모르는 건 별로 신경 안 써. 

하지만 어쨌든 난 널 고문할 거야.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냐. 

경찰을 고문하다니, 정말 재밌어! 하고 싶은 말 다 해도 돼. 전에 다 들어봤으니까.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죽기를 기도하는 것 뿐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1992)은 당시 선댄스영화제를 뒤흔들어놨다. 그중에서도 브론드(마이클 매드슨)가 경찰(키르크 발츠)을 고문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스틸러스 휠의 ‘스턱 인 더 미들 위드 유’(Stuck in the Middle with You)라는 신나는 노래와 함께 춤을 추며 고문을 하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데도 등골이 오싹하다. 그에게 춤을 추는 행위와 고문이 주는 기쁨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비록 영화 속에서 그의 역할이 가장 큰 것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와 대비되는 그의 행동이 브론드라는 캐릭터를 잊을 수 없게끔 만든다.

둠칫 둠칫.

<미저리>
애니 윌킨스(캐시 베이츠)

사이코패스의 한 줄

난 당신이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폴… 아니었어. 

당신도 거짓말하는 지저분한 새일 뿐이야.


<다크 나이트>
조커(히스 레저)

사이코패스의 한 줄

아버지는 엄마를 낄낄대면서 죽이고선 

나한테 와서 말했지,

"왜 그렇게 심각해?"

(Why so serious?)

공감 능력 결여된 정신이상자, 집단 살해, 정신분열증 광대. 히스 레저는 조커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조커를 준비하기 위해 몇 주 동안 모텔 방에 틀어박혀 조커의 목소리부터 웃는 모습까지 세세하게 연기하고 만들어냈다. 심지어는 자신이 직접 조커가 되어 인물 일기를 쓰기도 했다. 캐릭터 메이크업도 디자인하고, 조커의 홈비디오 촬영에도 관여했다. 그의 치밀한 준비덕에 관객들은 희대의 조커를 만날 수 있었다. 광기 어리고, 자기 세계에 철저히 갇힌 조커를.


<시계태엽 오렌지>
알렉스 드 라지(말콤 맥도웰)

사이코패스의 한 줄

나는 완전히 치유되었다.

범죄 본능은 치료될 수 있는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 <시계태엽 오렌지>(1971)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강간, 폭력, 베토벤. 이 세 가지로 요약되는 알렉스는 무고한 시민을 폭행하고 윤간을 저지르면서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는 사이코패스다.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다시는 그 노래를 맑은 기분으로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가장 유명하고 악명 높은 영화인 이 영화는 오늘날까지도 아름다운 음악과 스타일리시한 편집, 그리고 섹스와 폭력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로 충격을 준다.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렉터 박사(안소니 홉킨스)

사이코패스의 한 줄

탐욕의 시작이 뭘까? 일상에서 본 것을 탐하게 되지. 

자네 몸에 쏟아지는 시선처럼…

한니발 더 카니발(식인종 한니발) 토마스 해리스 소설 <레드 드래곤>에 처음 등장한 이 캐릭터는 전직 정신과 의사로 뛰어난 통찰력과 분석력을 지녔다. 게다가 4개 국어에 능통하며 예술에 조예가 깊은 인텔리다. 신사적인 성격의 그는 미식을 중요시 여기는데, 재료가 사람이다. 식인종 한니발 렉터 박사를 연기한 안소니 홉킨스는 단 16분 남짓 출연했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오히려 적은 출연이 긴장감을 축적시켰고, 그의 등장은 축적된 감정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그는 진정한 사이코패스라고 하기엔 어려운데, 그의 심리적인 프로파일은 성격 장애의 특징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비정상적인 천재적인 두뇌와 세련됨, 그리고 때때로 보여주는 공감 능력은 사이코패스에게 흔치 않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