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모 좀 꺼줄래? 실존 인물 연기하려 외모 버린 배우들

조회수 2020. 7. 2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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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출처: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7월 8일 개봉한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하 <밤쉘>)이 13일,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밤쉘>은 2016년 그레천 칼슨이 '폭스 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가 성희롱을 일삼았음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실제 사건을 과하지 않게 극으로 옮긴 영화에서 명명백백하게 멋진 연기를 보인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존 리스고.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이들의 연기만큼, 이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들의 얼굴이 아니었으니까. <밤쉘>처럼 분장으로 변신을 선보인 배우들을 소개한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존 리스고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분장상 수상자로 <밤쉘>의 분장팀이 호명됐다. <조커>, <주디>, <말레피센트 2> 등 쟁쟁한 상대를 제치고 거머쥔 분장상. 영화를 보면 왜 이들에게 상이 돌아갔는지 너무 명백하다. 그들의 분장은 과하지 않으면서 배우의 얼굴을 가리고 실존 인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샤를리즈 테론은 메긴 켈리를 연기해 영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촬영 전 분장만 3시간을 받았다. 주로 턱선과 코를 중점적으로 고쳤고, 컬러 렌즈로 눈동자 색깔 또한 바꿨다. 니콜 키드먼 역시 아래턱과 코를 수정해야 했고, 니콜 키드먼이 아닌 그레천 칼슨으로 스크린에 들어올 수 있었다. 각각 <몬스터>와 <디 아워스>로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인 두 사람은 <밤쉘>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변신에 성공했다.

영화 전면에 드러난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 키드먼의 변신. 둘 못지않게 분장에 깊게 녹아든 인물은 로저 에일스를 연기한 존 리스고. 로저 에일스의 육중한 체구를 위해 얼굴뿐만 아니라 신체 전반에 특수분장을 했다. 축 늘어진 턱살이나 귓불 등은 분장이라고 알고 봐도 도통 분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디테일의 산물.


[링컨]

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는 완벽주의자다. 그가 연기를 위해 노력한 일들은 그 자체가 영화만큼 유명한 일이 되곤 했다. 그런 그가 미국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을 맡게 됐으니, 분장도 허투루 넘어갔을 리가 없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에이브라함 링컨을 연기한다고 발표했을 때, 그가 링컨을 훌륭하게 소화할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터가, 스틸컷이 공개됐을 때의 충격은 더 컸다. 모두가 '링컨이 저기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분장에 공들였으면 보통 '변신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하기 마련인데, 작품의 무게감이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는지 상대적으로 공개한 정보가 적다. 아쉽게도 그해 분장상 수상에도 실패했고. 하지만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빼어난 연기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그를 세계 유일 아카데미 주연상 3회 수상자로 이끄는 데 한몫 했다.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

마고 로비

이런 걸 보면 마고 로비가 참 똑똑한 배우구나 생각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할리퀸으로 스타가 된 마고 로비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그중 자신의 연기 역량을 잔뜩 뽐낼 작품도 빼놓지 않았다. 하나는 <아이, 토냐>였고, 하나는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다. <아이, 토냐>야 국내에 개봉하면서 그의 분장이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는 촬영 당시 유출된 모습으로 더 화제였다. 반쯤 벗겨진 듯한 머리와 하얀 메이크업은 마고 로비의 열정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보면 마치 교과서에서 본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가 걸어 다니는 듯 느껴질 정도.


[라 비 앙 로즈]

마리옹 꼬띠아르

그의 진짜 얼굴을 알든, 모르든 <라비앙 로즈>의 마리옹 꼬띠아르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에디트 피아프와 판박이여서, 그러면서 그 얼굴에서 꼬디아르를 찾을 수 없어서. 이제는 가수 본인이나 곡 제목(Non, Je ne regrette rien)보다 <인셉션>의 '그 곡'으로 더 유명한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한 마리옹 꼬띠아르는 손으로 그린 얇은 눈썹과 두껍게 칠한 입술 등 과장된 분장 속에서 피아프의 파토스를 아련하게 그렸다. 그야말로 명배우와 명분장사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에디트 피아프. <라비앙 로즈>는 프랑스 영화임에도 그해 미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과 분장상을 거머쥐었다.

분장 중인 마리옹 꼬띠아르

[다키스트 아워]

게리 올드만

게리 올드만 최고의 분장은 <한니발>의 메이슨 베르거겠지만, 실존 인물이 기준이라면 단연 <다키스트 아워>의 윈스턴 처칠이 1등이라 할 수 있다. 체구부터 다른 영국 총리가 되기 위해 게리 올드만은 폼바디를 착용하고 얼굴 전체를 덮는 방식의 분장을 매회 견뎌야 했다. 신기하게도 이런 분장 속에 윈스턴 처칠과 게리 올드만이 동시에 보이니, 그의 아우라에 감탄하게 된다. 게리 올드만은 그동안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는 '콩라인'의 수모를 씻듯 <다키스트 아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좋은 배역을 받지 못해 미국으로 진출한 영국 노동자계급(워킹클래스) 출신 배우가 영국 총리를 연기해 상을 수상했으니, 배우 본인이 감격스러운 만큼 전 세계인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수상이었다.


[프리다]

셀마 헤이엑

이상하다. 분장을 많이 했는지 모르겠는데, 딱 봐도 뭔가 다른 사람인 줄은 알겠다. <프리다>의 셀마 헤이엑은 정말 시선 강탈하는 '눈썹' 하나로 완벽하게 프리다 칼로가 됐다. 물론 진짜 그것만 했을 리 없다. 프리다와 유사한 눈과 입은 그대로 두었지만 코에도 분장을 더해 좀 더 완벽한 프리다로 거듭났다. 셀마 헤이엑은 프리다 칼로 역에 이만한 열정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프리다 칼로 전기 영화를 위해 직접 제작에 뛰어든 것은 물론이고, 멕시코 국적 배우로서 멕시코에서 프리다 칼로가 어떤 존재인지 명확하게 알았기 때문. 셀마 헤이엑의 혼을 다한 연기는 분장으로 영혼을 얻었고, 그동안 '섹시한 남미 배우'라는 틀에 갇혀있는 셀마 헤이엑의 진가를 드러냈다. <프리다>를 통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셀마 헤이엑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루퍼]

조셉 고든 레빗

보통 분장은 역사 속 실존 인물, 아니면 아예 새로운 인물이 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루퍼>는 그래서 특이한 사례다. 주연 배우가 함께 연기할 상대 배우를 닮아야 하는 분장이기 때문.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와 조우하는 스토리에서 라이언 존슨은 CG보다 2인 1역을 택했고, 각각 조셉 고든 레빗(과거)과 브루스 윌리스(미래)를 캐스팅했다. 다만 모두가 생각하듯, 두 사람의 외모가 상당히 달랐던 것. 그래서 조셉 고든 레빗은 눈썹과 코, 입 주위의 특수분장을 받아 브루스 윌리스의 외모적 특징을 반영했다. 덕분에 2인 1역의 싱크로율은 역대 최상급. 참고로 이 <루퍼>의 특수분장을 담당한 사람이 <밤쉘> 분장팀의 가즈 히로인데, 당시엔 아카데미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분장을 위한 촬영한 <루퍼>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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