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얼·라푼젤 만든 디즈니 레전드 원화가의 신작

조회수 2020. 6. 2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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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넷플릭스가 또 한차례 사고 칠 준비를 끝냈다. 그동안 영화계 거장을 적극적으로 밀어준 넷플릭스지만, 애니메이션계의 레전드를 데려올 줄이야. 그 주인공은 디즈니 출신 애니메이터이자 수많은 디즈니 캐릭터의 창시자 글렌 킨. 넷플릭스는 글렌 킨의 신작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을 독점 공개할 예정이다. 글렌 킨이 누구길래 기자가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지, 글렌 킨과 그의 신작 <오버 더 문>을 함께 살펴보자.


에리얼과 라푼젤의 창조자, 글렌 킨

글렌 킨

글렌 킨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1974년부터 2012년까지 근무한 원로급 애니메이터다. 그가 디즈니 출신 애니메이터 사이에서 유독 '레전드'인 이유는 빼어난 캐릭터 디자인 실력 덕분. 그가 디자인한 대표 캐릭터를 읊자면 에리얼(<인어공주>), 야수(<미녀와 야수>), 알라딘(<알라딘>), 포카혼타스(<포카혼타스>), 그리고 라푼젤(<라푼젤>)이다.

글렌 킨은 이른바 '디즈니 르네상스'라 불리는 19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감성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즈니가 3D 애니메이션으로 전면 개편한 후 유독 고전적인 감성이 짙은 단편 <페이퍼맨>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 단편의 메그 또한 그의 산물. 디즈니를 퇴사한 이후 단편 <듀엣>, <납달리>, <디어 바스켓볼> 등 핸드드로잉 단편을 지속적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넷플릭스,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 펄 스튜디오와 함께 장편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을 준비해 2020년 가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오버 더 문>은 무슨 내용?

출처: <오버 더 문> 포스터

이 원로 애니메이터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버 더 문>은 중국의 '항아' 설화를 모티브로 한다. 항아는 벌을 받아 남편과 함께 인간계로 쫓겨난 선녀. 이후 다른 신선에게 약을 하나 받는데, 이 약은 반만 먹으면 불로장생하고 하나를 다 먹으면 천계로 돌아가는 효능을 가졌다. (여기서부터 다양한 버전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항아는 약을 혼자 먹고 천계로 돌아갔지만, 옥황상제는 남편을 두고 온 항아를 달에 유배하는 벌을 내린다. 이 항아 설화를 시나리오 작가 오드리 웰스가 현대를 배경으로 각색한 것이 이번 <오버 더 문>. 이 영화에선 12살 소녀 페이페이가 항아의 전설을 증명하고자 달에 가는 로켓을 제작한다. 로켓을 타고 달로 향한 페이페이는 항아를 정말로 만날 수 있을까.


출처: 넷플릭스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글렌 킨 감독, 제작자 제니 림, 페일린 차우, '항아' 필리파 수, '엄마' 루시 앤 마일스, '페이페이' 캐시 앵

<오버 더 문>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지난 19일(한국 기준) 오전에 열린 원격 프레젠테이션 행사에 참석했다. 해당 프레젠테이션은 글렌 킨 감독을 포함해 제작자 제니 림과 페일린 차우, 그리고 페이페이 역의 케시 앵, 페이페이의 엄마 역 루시 앤 마일스, 항아 역의 필리파 수가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자택에서 <오버 더 문>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들뜬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들의 화기애애함에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이날 대화에서 공개한 <오버 더 문> 핵심 포인트를 세 가지로 나눠 정리했다.


감성을 보듬어줄 뮤지컬

출처: <오버 더 문>

<오버 더 문>의 핵심. 바로 뮤지컬.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에서도 페이페이가 달을 향하는 순간 노래하듯, <오버 더 문>은 다양한 음악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글렌 킨은 작중 8곡을 쓰였으며 캐릭터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다가 "사람의 영혼을 건드리는" 음악을 선택했다고 한다. 항아를 연기한 필리파 수가 항아의 등장 장면을 "슈퍼스타의 콘서트 같다"고 언급하며 음악과 화려한 비주얼이 아우러지는 순간을 암시했다. 특히 <오버 더 문>의 제작자 페일린 차우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장에서 매니저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고, 글렌 킨은 그런 페일린 차우의 경력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밝혔다. ​ 

이날 프레젠테이션 당일엔 대화가 끝난 후 페이페이를 연기한 캐시 앵이 <오버 더 문>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려주기도 했다. 캐시앵은 이번 <오버 더 문>이 장편 데뷔작이지만, 이미 뮤지컬에선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래서 이번 <오버 더 문> 녹음 때도 넘버를 한 번에 소화할 정도로 빼어난 재능을 보여줘 제작진을 감탄하게 했다고. 아쉽게도 그의 노래를 전해줄 수 없지만. 기대해도 좋다는 건 보장할 수 있다.


공주 아닌 소녀의 이야기

출처: <오버 더 문>
<오버 더 문>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 하나는 중국이란 배경, 그리고 하나는 과학에 재능을 가진 소녀가 주인공이란 점. 사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가상의 세계라 해도 서양풍의 배경이 많다. <오버 더 문>은 정반대로 중국의 설화를 바탕인 스토리를 선택했다. 글렌 킨은 영화 연출을 위해 생애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가 중국 방문 당시 가장 충격받은 건 어떤 가정집을 방문했을 때였다고. 마을의 한 집을 보며 내부가 궁금하다고 글렌이 말하자, 가이드가 그 집 가족들에게 허락을 받아 글렌 킨 일행은 모르는 가족과 저녁식사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단다. 이런 낯선 사람을 맞이하는 문화가 미국인 글렌 킨에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고. 그는 둥그런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가족들을 보며 그들 간의 유대가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 되리라고 예감했다. 글렌 킨을 비롯한 제작진은 이런 중국, 넓게는 아시아 문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 실제 아시아계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우리가 잘 아는 한국계 배우 존 조와 켄 정, 산드라 오 또한 <오버 더 문>에 출연한다.
(왼쪽부터)<오버 더 문>에서 출연하는 한국계 배우 존 조, 켄 정, 산드라 오
<오버 더 문>의 주인공, 페이페이(와 토끼 번지)

영화의 주인공 페이페이에게도 주목해야 한다. 페이페이는 가족들이 항아의 전설이 그저 '설화'일 뿐이라고 치부하자 직접 항아를 만나기 위해 달로 떠날 채비를 한다. 12살짜리가 로켓을 만든다는 만화적 상상이 곁들긴 하지만, 스스로 믿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는 진취적인 성격이 돋보인다. 캐시 앵은 페이페이를 "실패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이룰 때까지 밀고 나가"는 인물이며 그가 겪을 여정이 "우리 모두가 자라면서 배우는 어떤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영화를 볼 어린이들에게 '너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메시지를 주는 캐릭터이기에 페이페이를 연기한 건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볼거리 뿜뿜하는 전문가들의 화합

예고편에서 잠깐 나온 항아의 드레스

이날 프레젠테이션의 참석자는 아니었지만,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상승시킨 일등공신이 있다. 의상디자이너 궈 페이(Guo Pei)다. 리한나의 드레스로 유명한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디자이너 궈 페이는 <오버 더 문> 속 항아의 의상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단순히 예쁜 의상을 디자인하는 걸 넘어 옷 곳곳에 항아의 설화와 후예들에 관한 디테일을 꼼꼼하게 새겨 넣었다. 더빙을 위해 항아의 등장 장면을 본 필리파 수는 "비욘세 콘서트보다도 멋졌다"고 회상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캐시 앵도 "진정한 여신의 면모"라며 보탰다.

<오버 더 문>에서 묘사한 달

또 프로덕션 디자이너 셀린 데뤼모(Celine Desrumaux)의 존재도 든든하다. 셀린 데뤼모는 <어린 왕자>에서도 서로 다른 세계를 탁월한 감각을 대비시켜 감각을 뽐냈던 바, 이번 작품에서도 달 세계를 현실 세계와 완전히 다르게 대비시키면서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채워 넣었다고 한다. 베테랑 글랜 킨조차 셀린 데뤼모가 디자인한 달 세계에 페이페이를 위치시켰을 때, 말로는 표현 못 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실제 아시아계 배우들을 대거 포진한 만큼, 그들의 특징을 캐릭터에 고스란히 새겼다. 글렌 킨은 '입꼬리'에 포인트가 있다고 귀띔했다. 입술의 모양이나 두께 등도 중요한 포인트지만 입꼬리야말로 수많은 곡선을 세밀하게 묘사해 아름다운 모양이 됐다고 말했다. 엄마 역을 맡은 루시 앤 마일스 또한 "입모양이 너무 정교해서 깜짝 놀랐다"고 언급했으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에서 얼마나 배우들의 특징과 행동을 정확하게 짚어냈는지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출처: <오버 더 문>

글렌 킨의 이런 집요한 캐릭터 묘사는 디즈니 재직 당시 한 멘토에게서 들은 말 덕분이라 한다. 멘토에게서 "캐릭터가 무엇을 하는지 그리지 말고,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그려내도록 해"라는 조언을 들은 글렌은 캐릭터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에 들어가 캐릭터 자체가 되길 지향했다. 그러다 언젠가 캐릭터가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스스로 평생 그 캐릭터를 알았던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순간이 온다고. 이전에 작업한 그의 캐릭터들처럼 <오버 더 문>의 페이페이에게서도 그 순간을 맞이했고, 그 외의 캐릭터들 또한 애니메이터들이 배우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그들의 캐릭터에 반영할 수 있게끔 방향을 잡았다. ​ 

<오버 더 문>은 올가을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된다. 디즈니의 레전드라 불린 애니메이터 글렌 킨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꿈같은 영화를 올해 말이면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오버 더 문>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글렌 킨의 전설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지, 얼른 가을이 돼 그 실체를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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