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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안은진, 천만원짜리 연기수업 받은 사연

조회수 2020. 6. 1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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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씨네플레이 심규한 편집장 | 사진 씨네21 박종덕 객원기자

인터뷰를 목전에 두고 있던 때 안은진 배우 자료를 찾으러 소속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당황했다. 트래픽 초과로 홈페이지가 닫혀 있는 것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종영 후 쏟아지는 안은진 배우에 대한 관심이 아마도 주요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새침한 듯하면서도 언제나 묵묵히 일 잘하는 산부인과 전공의 추민하의 양석형 선생(김대명)에 대한 저돌적 사랑을 응원하지 않은 시청자는 아마 없었을 거다. 전형적일 것 같은 캐릭터도 안은진에 닿으면 개성이 입혀진다. 그러면서도 일상의 빈틈을 슬쩍 드러내며 캐릭터에 현실감까지 부여한다. 뮤지컬과 연극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드라마로 날개를 단 그는 올해만 해도 <검사내전>, <킹덤> 시즌2를 통해 분주하게 활약했다. 그리곤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또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넓혔다.

서둘러 인터뷰 장소를 물색하다 결국 씨네플레이에서 만나게 된 안은진은 되레 처음으로 우리 사무실을 방문한 의미 있는 배우가 되었다. 늘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던 공간을 유쾌한 웃음소리로 가득 채웠던 그와의 대화를 옮긴다.


빅보스 엔터테인먼트(안은진의 소속사) 홈페이지 다운된 거 알고 있나.


진짜인가. 드라마의 힘이 실감 난다. 아까 영상 인터뷰에서 답한 “내게 <슬의생>이란”은 “트래픽 초과자다”로 바꿔야겠다. (웃음)

<슬기로운 의사생활> 마지막 방송은 봤나.


마지막 방송을 다 함께 밥 먹으며 보려 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조)정석 선배 회사 옥상에 조용히 모여서 보고 얼른 헤어졌다.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어제 방송을 볼 때보다 마지막 촬영 날 섭섭함이 더 컸었다. 마지막 촬영 신이 익준쌤(조정석)과 떡볶이 먹는 장면이었다. 오늘이 선배들 만나는 마지막 날이라 슬프다고 계속 징징댔다. 그러다가 집에 왔는데 정말로 슬픈 거다. 작품 끝나고 감정이 오래가는 편이 아닌데 이번엔 달랐다. 내가 정말 <슬기로운 의사생활> 팀을 좋아했나 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이 있다면.


8화 에피소드 전체가 다 기억에 남는다. 산부인과 온갖 일을 다 챙기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데다가 또 환자에게 큰일까지 생기며 힘든 상황이었는데 처음 집도한 수술에서 산모와 아이 모두를 지켜내며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 이 화를 기점으로 민하는 성장하고 변화했다.

양석형 교수(김대명)와의 관계도 바뀌었다.


4화부터 계속 싫은 감정이 쌓였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무뚝뚝한 것 같은 양석형 교수가 산모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면서 ‘이 사람 뭐지?’ 하는 궁금함도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따뜻하고 심지어 귀여운 면도 있었다. 이런 감정이 차츰 쌓이다가 8화에서 양석형 교수가 민하에게 직접 마음을 표현하면서 석형쌤에게 완전히 빠지게 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이우정 작가님과 신원호 감독님이 메디컬 드라마를 한다는 소문을 듣던 차에 오디션 제안이 와서 보러 갔다. 제목도 모르고 시놉도 없어 정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본 거다. TV에서 보던 분들을 가까이서 보니 신기했다. (웃음) 어떤 스타일의 드라마인지 어떤 캐릭터를 찾으시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냥 현장에 있던 대사 몇 개를 읽고 집에 왔다. 그리고 몇 개월 동안 연락이 없어서 떨어졌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드라마 제목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란 얘기를 들을 때쯤엔 정말 떨어졌다 확신했다. 그런데 얼마 있다 오디션을 다시 보자는 연락이 왔다. 이때 추민하 캐릭터를 알았고 그 대본으로 오디션을 봤다. 그 후 연락이 와서 곧 전체 리딩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정말 캐스팅 막차에 오른 거다. (웃음)

신원호 감독이 안은진 배우를 보고 나서 추민하 캐릭터를 구축한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이우정 작가님이 이 작품을 2년 동안 썼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캐릭터가 이미 머릿속에 생생하게 자리 잡힌 것 같았다. 출연이 결정되고 나서 들었는데 추민하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를 오랫동안 찾았다고 하더라.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고 주위에 무한 신뢰를 받지만, 할 줄 아는 건 공부뿐, 연애는 낙제, 패션은 오버, 화장은 에러다. 추민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다.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나.


전체 리딩 직전에 캐스팅돼서 걱정이 많았다. 신경외과 선빈쌤으로 출연하는 (하)윤경에게 “나도 하게 되었는데 어떡하냐” 하소연하니 윤경이는 감독님과 NS팀(신경외과)끼리도 모이고 했다는 거다. 그러다 감독님을 처음 뵈었는데 그때 캐릭터 얘기를 들었다. 굉장히 세보이고 미워 보이지만 우직한 면이 있다고. 대본을 받고 보니 정말 표현이 세더라. 뒤에서 막 욕도 하고. 그래서 이런 사람 특징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세 보이지만 악의가 없고 표현하는 게 전부고 뒷끝 없는 그런 캐릭터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촬영 며칠 전에 받은 대본에 화장을 이상하게 하는 컨셉이 보이더라. ‘아. 나는 그냥 웃긴 캐릭터였나?’ 하며 혼란의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웃음)

SNS에서 직진 추민하라고 하더라. 돌려 말하는 법도 모르고 궁금하면 적극적으로 알아본다. 감정도 숨기지 않고. 실제 성격과도 비슷한가.


싫은 것 얘기할 때 직진은 아니다. 눈치 보며 돌려 말하는 조심스러운 타입이다. 좋아한다는 이야기 할 때 어쩌면 직진일 수 있는데 이건 마음이 힘들기 때문이다. 추민하 대본을 받았을 때도 이런 생각을 했다. 나 혼자 힘들 수 없으니 내 마음을 알아달라 이런 마음이 비슷하다. (웃음)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 추민하는 어떻게 변해있을 것 같나.


지금은 아는 게 없다. 연말에 대본을 받아봐야 알 것 같다.

본인이 원하는 추민하 선생의 모습이 있나.


추민하 이대로가 좋다. 이런 건강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부딪히는 일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궁금하다. 일단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석형쌤의 전 부인인 신혜씨라고. (웃음)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나는 가망 없다 느끼는 분들이 있더라. 그래서 사람들에게 장난으로 “신혜씨 누구예요?” “부인 분 누구예요?” 묻는다. 내가 알아야 미리 준비할 수 있지 않겠나. (웃음)

예능 출연이 화제다. 첫 예능 출연 어땠나.


정말 떨렸다. 연기할 때는 쓰인 대로 하면 됐는데, 예능에 나온 나는 정말 온전한 나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너무 떨리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눈치도 좀 빨랐어야 했는데 아무 말이나 막 나가니까 더 당황했다. 끝나고 친구들이 어땠냐 물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할 말이 없더라. 나중에 방송을 봤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보통은 예능에 적합한 대답을 하려 일부러 노력하는데 솔직함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어휴. 정말 다행이다.

<빙의>의 최순경, <국민 여러분!> 백경캐피탈 막내딸, <타인은 지옥이다> 소정화 순경, <검사내전> 성미란 실무관 등 전형적일 것 같은 캐릭터도 특별하게 만든다. 개성이 뚜렷하다. 그러면서도 일상의 빈틈을 조금 드러내며 캐릭터에 현실감까지 부여한다.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 사실 연기하느라 바빠서 그렇게까지는 생각 못 해본 것 같은데 큰 칭찬을 들은 느낌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소정화 순경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이창희 감독님이 힘주지 말라고, 이분들은 그냥 직업일 뿐이니 그걸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엄마가 1000만원을 보이스 피싱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연히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동생과 엄마가 경찰 앞에서 막 흥분해 있는데 제 또래로 보이는 경찰분들은 너무 차분하더라.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에게는 이게 일대의 사건이지만 저분들에겐 어쩌면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구나 한 거다. <타인은 지옥이다> 소순경은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다. 현장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천만원 짜리 연기수업을 공짜로 받았다고 하더라. 다행스럽게도 바로 출금 정지가 되어 1000만원도 지켰으니까. (일동 웃음)

현장에서 매우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더라.


원래 늘 현장에서 불안해한다. 오늘 대사 어떡하지. 오늘 신 중요한 건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팀은 다들 너무 편안했다. 이런 현장이니까 나도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야 잘 될거란 생각이 들면서 내가 즐거워야 캐릭터도 재미있게 나올 수 있겠다 생각했다.

<숫자녀 계숙자>로 드라마에 진출했다.


김형섭 감독님이 연극 <유도소년>을 너무 재미있게 보셨다 하더라. 그런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우정 작가님이랑 신원호 감독님도 <유도소년>을 보고 오디션에 부르셨다 했다. 아마도 <유도소년>의 캐릭터가 에너지가 넘치고 밝아서 추민하 캐릭터와 맞닿아 있던 것 같다.

터닝 포인트라 여길만한 작품과 배역은 무엇인가.


2015년에 출연했던 연극 <꼬리솜 이야기>다.

<꼬리솜 이야기>는 극단 차이무의 20주년 기념작이다. 대학 은사이자 극단 차이무 예술감독 이상우 감독 작품이고. 어떤 점에서 기억에 남나.


이상우 교수님이 학교에 계실 때 올린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오디션을 봤고, 교수님이 함께하자고 하셨는데 그때가 25살이다. 경험도 별로 없었으니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함께하는 배우들도 다 쟁쟁한 분들에 극단 차이무의 20주년 첫 공연작이어서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 오더라. 나름대로 그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봤는데 당연히 안되더라. 결국 공연 때 잘 못한 것 같다. 선배님들과 이상우 교수님께 폐를 끼친 것 같은 마음이 오래갔다. 그러다 <타인은 지옥이다> 할 때 이중옥 선배님을 공연 후 처음 뵈었는데 저 <꼬리솜 이야기> 공연 때 너무 바보같지 않더냐 물으니 아니라고 하시는 거다. (이)선균 선배님은 (전)혜진 선배가 <꼬리솜 이야기> 출연하셔서 연습실에 몇 번 오셨었는데 <검사내전> 때 만나 연극 할 때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고 너무 못해서 죄송했다 했더니 그런 거 아무것도 아니다 하시더라. 지나간 것에 고민은 나만 하고 있었다. <꼬리솜 이야기>가 왜 터닝포인트냐 하면 그 이후 작품이 너무 마음에 안 들 때도 많았고 잘 못 할 때도 많았는데 그때도 이겨내고 다 지나갔는데 하니 위로와 힘이 되더라.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길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다. 작품을 할 때마다 고민이 많지만 목표는 별탈 없이 무난하게 하자다. 애써 시간 내 본 영화나 드라마, 공연 모두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느낄만한 배우가 되면 좋겠다.

뮤지컬, 연극에서 인정받고 드라마로 날개를 달았다. 영화 출연 제의도 많을 듯한데.


영화 너무 욕심이 난다. <킹덤>으로 영화 현장을 조금 경험했다. 이런 곳이 영화 현장이구나 하면서. 밥도 주시고, 멀면 숙소도 잡아주시더라. (웃음) 한 신을 콘티에 의해 꼼꼼하게 찍는 그런 경험이 좋았다.

<킹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시즌2에서 원자 곁에 남기 위해 상궁으로 일하며 궁궐에 남았다. <킹덤> 시즌3에서는 비중이 커질 것 같은데.


나도 궁금한데 뭐 알고 있는 거 없나? 언제 촬영하는지도, 심지어 내가 등장하는지도 궁금하다. (웃음) 얼마 전 상암동에서 <킹덤> 제작사 PD님을 마주쳤는데 시즌3 언제 하냐고 물으니 회사가 바뀌었다더라. 시즌3 들어가려면 언제 시간되냐 물어볼 때가 되었는데. 같이 했던 선배들도 굳이 말씀이 없으신 것을 보니 정말 내가 안 나오나? 그래서 얘기 안 해주나? 설마 대사로 ‘어머니는 이랬다’ 이러는 거 아닐까. (일동 웃음)

흑화되어 중요해지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정말 궁금하다. 내 아들이 필구(<동백꽃 필 무렵>의 김강훈)인데. (웃음)

차기작은 무엇인가.


드라마 <경우의 수> 촬영 중이다. 조금 냉소적이고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10년째 연애 중인 좋은 사람에게만큼은 마음을 여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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