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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하느냐 못하느냐, 잘나가는 시리즈의 스핀오프 성적은?

조회수 2020. 5. 1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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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출처: <존 윅> 시리즈에 등장한 발레리나
이제는 시리즈가 아니다. 유니버스의 시대다. 많은 영화들이 흥행을 하거나 팬덤이 생기면 속편만 만드는 게 아니라, 작품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내놓는다. 이런 '스핀 오프' 영화가 유기적으로 모이면 하나의 유니버스를 성립시킨다. 최근엔 <존 윅> 시리즈가 극중 등장한 발레리나 캐릭터를 모티브로 <발레리나>라는 스핀 오프를 발표한 바 있다. 과연 그동안 스핀 오프를 발표한 시리즈들은 얼마나 이익을, 혹은 손해를 봤을까. 유명 시리즈의 스핀 오프 흥망사를 정리해봤다.

잘 된 밥에 금수저 얹기
<분노의 질주> 시리즈
<분노의 질주: 홉스&쇼>

시작은 단순했다. 위장 경찰(언더 커버) 스토리를 레이싱 영화로 만들기. <분노의 질주>는 이 심플한 콘셉트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제작비 3800만 달러의 다섯 배가 넘는 2억 728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빈 디젤이 하차한 2, 3편은 조금 미적지근했지만 다시 합류한 4편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부터는 밥값보다 훨씬 많이 벌는 효자 시리즈에 등극했다. 7편 <분노의 질주: 더 세븐>과 8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10억 달러 수익으로 '빌리언 달러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폭풍처럼 질주하는 시리즈는 의외의 것에 발목이 잡혔다. 터줏대감 빈 디젤과 5편부터 합류한 드웨인 존슨의 불화였다.
출처: 드웨인 존슨이 불참한 9편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촬영 현장
두 배우는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갈등이 있었지만 잘 해소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드웨인 존슨이 9편의 출연 대신 스핀 오프 <분노의 질주: 홉스&쇼>를 선택했다는 소식은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드웨인 존슨은 해당 시리즈에서 데카드 쇼로 출연한 제이슨 스타뎀과 함께 콤비를 맞췄다. 그리고 전 세계 7억 9500만 달러의 흥행 수익. 영화사에 '가장 성공한 스핀 오프'로 기록해도 좋을 결과를 거뒀다.

굴러들어온 돌, 시리즈의 마무리를 장식하다
<슈렉> 시리즈
<장화신은 고양이>

출처: '집사붐'이 오기 전 이미 관객을 사로잡은 장화신은 고양이
'어른들의 디즈니'. <슈렉>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 안겨준 별명이다. 녹색 괴물 슈렉을 중심으로 동화 비틀기에 성공한 <슈렉>은 애니메이션으로 드물게 극장 개봉용으로 4편이나 제작되면서 드림웍스의 대표 시리즈이자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전복적인 동화 세계에서 특히 인기를 끈 캐릭터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한 장화 신은 고양이. 검술에 능한 암살자면서 비겁하게(?) 귀여운 표정으로 상대를 무장 해체시키는 이 캐릭터는 2편에 등장해 시리즈 전체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로 여겨질 만큼 사랑받았다.
그 결과 <슈렉>의 완결편 <슈렉 포에버>가 개봉한 이듬해 스핀 오프 <장화신은 고양이>가 개봉했다. 2편에서 활약한 캐릭터라 너무 늦게 나온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래도 전 세계 5억 5498만 달러를 벌면서 제작비 1억 3천만 달러의 세 배가량을 벌면서 성공했다. <슈렉 2>의 9억 달러 수익에 비하면 반 토막에 가깝지만, 그래도 시리즈의 마스코트라는 명성에 걸맞은 성적이다.

말년 망친 첫째, 대기만성 둘째, 하드캐리 막내
<엑스맨> 시리즈
'울버린' 삼부작
<데드풀> 시리즈

"나 때는 말이야"하고 입을 열면 빠질 수 없는 영화, <엑스맨> 시리즈. 마블 스튜디오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정착시키기 전, 20세기폭스는 스핀 오프로 <엑스맨> 세계관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매그니토', '갬빗', '울버린' 중 울버린만이 <엑스맨 탄생: 울버린>으로 스핀 오프의 서막을 열었다('매그니토'는 이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 흡수됐다). '울버린'은 스핀 오프 답지 않게 <더 울버린>, <로건>으로 이어져 삼부작으로 완성됐는데, 1편의 미완성본이 유출되고 촬영 전 자연재해로 2편의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전체적으로 혹평도 많이 받았고 흥행 수익도 3억 7300만 달러, 4억 1482만 달러로 그럭저럭 평타를 쳤으나 마지막 편 <로건>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6억 1902만 달러라는 대박을 터뜨려 대미를 장식했다.

<엑스맨> 시리즈가 <엑스맨: 다크 피닉스>로 영 좋지 않은 마무리를 지은 현재, 최후의 승자는 <데드풀>로 결정됐다. <데드풀>또 스핀 오프로 제작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데드풀을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가 원작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사비까지 들였으니까. 이렇게 열성적인 배우의 노력이 들어간 <데드풀>은 영화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의 개봉금지에도 7억 8261만 달러를 벌었고, 속편 <데드풀 2> 또한 7억 8579만 달러를 기록했다. 20세기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된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으나, 디즈니가 이 황금알 낳는 거위를 가만 둘리가.

바 바 바 바 바나나
<슈퍼배드> 시리즈
<미니언즈> 시리즈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슈퍼 배드>, 미니언. 이들을 한 번에 설명하자면, '애니메이션 사상 최단기 슈퍼스타'가 적당하지 않을까.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데뷔작 <슈퍼 배드>로 제작비 6900만 달러의 7배 5억 4311만 달러를 벌었다. 그리고 그 영화의 미니언은 주인공 그루나 세 자매보다 더 많은 인기를 모았다. 이 역대급 대박에 일루미네이션은 스핀 오프 <미니언즈>를 제작했다. 2015년 개봉한 <미니언즈>는 2년 전 <슈퍼 배드 2>가 아슬아슬하게 넘지 못한 10억 달러 수익을 돌파하며 '빌리언 달러 클럽'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슈퍼 배드 3>조차 <미니언즈>의 11억 5939만 달러에 못 미치는 10억 3479만 달러에서 멈추면서 스핀 오프가 본편보다 더 흥행한 사례가 됐다. 원래대로면 2020년 7월에 <미니언즈2>가 또 기록을 갈아치울지 지켜볼 수 있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돼 당장은 만나기 어려워졌다.

"우리 구하러 왔구나" "아니 나도 망했어"
<데어데블>
<엘렉트라>

고집과 아집은 한 끗 차이다. 관철한 의견이 좋은 결과를 거두면 고집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집이기 쉽다. 하지만 영화계 모든 사람들이 이 스핀 오프는 아집이라고 느꼈을지 모른다. <데어데블>의 스핀 오프 <엘렉트라> 말이다. 2000년대 초, 히어로 영화가 비주류인데 이미 영화로 흥행했거나 흥행하고 있는 슈퍼맨, 배트맨, 엑스맨도 아닌 데어데블이라니. 그래도 <데어데블>은 벤 애플렉, 제니퍼 가너, 콜린 파렐 등 나름 스타 캐스팅이란 셀링 포인트가 있었다. 그런데 그 영화가 1억 7900만 달러를 벌면서 간신히 제작비만 회수한 마당에 <엘렉트라>라니. 모두가 예상하듯 <엘렉트라>는 제작비 4300만 달러보다 조금 더 많은 5699만 달러의 수익으로 적자를 봤다. 하필 그즈음 먼저 개봉한 <캣우먼>이 제작비만큼도 못 벌고 망해버려서, 여성 히어로를 기다린 팬들의 원망과 관객들의 불신만 높아지고 말았다.

흥행이 중요한가요, 잘 팔리면 되지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
<숀 더 쉽> 시리즈

출처: <월레스와 그로밋> 단편에서 처음 등장한 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의 대표 시리즈 <월레스와 그로밋>. 1989년 단편 <화려한 외출>로 등장한 콤비는 2010년을 마지막으로 긴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남긴 유산은 아드만 스튜디오의 선봉장으로 지금도 맹활약하고 있다. 바로 1997년 단편 <월레스와 그로밋 - 양털 도둑>에 등장하는 양 숀이다. 숀은 귀여운 외모와 양이 맞는지 의심할 만큼 영특한 행동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2007년 TV 애니메이션 <못말리는 어린양 숀>이 제작됐고, 이후 2010년 극장판 <숀 더 쉽>, 2019년 <숀더쉽 2>가 공개됐다. 원조인 <월레스와 그로밋>이 처음부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니 앞선 사례들처럼 흥행으로 척도를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숀이 엄청난 인기를 끌어 일본에서 테마 카페가 열리고, 스웨덴에 테마파크가 오픈하는 등 그 인기가 월레스와 그로밋 못지않은 건 쉽게 알 수 있다.

네 액션이 너무 후져서 하차한 주연 배우도 돌아오겠다!
<제이슨 본> 시리즈
<본 레거시>

박수칠 때 떠나지 않으면 벌어지는 참사.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으로 이어진 '제이슨 본' 삼부작은 특유의 맨몸 액션과 핸드헬드 카메라워크, 현실적인 특수 요원 묘사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른 액션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제작비도 저렴했기에 영화사는 이 '가성비' 좋은 시리즈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억지로 4편을 제작하려다가 맷 데이먼이 하차를 선언하자 부랴부랴 스핀 오프 <본 레거시>로 방향을 돌린다. 엄밀히 따지면 주연배우로 발탁된 제레미 레너도 <허트 로커>로 인정받은 배우였고, 토니 길로이 또한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천재적인 연출력이란 평가를 받았으니 폴 그린그래스-맷 데이먼을 이을 만한 듀오긴 했다. 문제는 관객들이 '본' 시리즈에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못 했던 것. 결국 <본 레거시>는 시리즈 최대 제작비를 들여 간신히 본전만 뽑고 욕만 먹은 사례가 됐다. 이후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이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9년 만에 <제이슨 본>을 제작했다. 이조차도 삼부작의 명성에 못 미쳤으나 흥행 자체는 4억 달러를 돌파하며 썩어도 준치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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