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별희>로 스크린에 부활한 장국영의 대표작 5

조회수 2020. 4. 2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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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출처: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출처: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발 없는 새’ 장국영의 마스터피스 <패왕별희>가 스크린을 찾는다. 2017년 재개봉이 한차례 엎어진 후, 지난 4월 1일 재개봉이 확정되었으나 그마저도 코로나로 개봉이 밀려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오는 5월 1일 개봉 예정인 <패왕별희>는 중국 문화대혁명의 역사를 경극 배우인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의 인생사에 풀어낸 대서사시로, 장국영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명작 중에 하나다. 이번 개봉에서는 중국 개봉 당시 동성애 묘사와 정치성으로 상영이 금지됐던 무삭제 버전이 상영된다고. 15분 분량의 삭제신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부제 ‘디 오리지널’이 붙었다.

꾸준히 재개봉을 통해 국내 팬들을 만난 장국영. 홍콩 영화 역사에서 그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만큼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명작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기자의 사심을 담아 5편의 대표작을 선정해봤다. 


영웅본색 A Better Tomorrow, 1986

출처: <영웅본색>
출처: <영웅본색>
감독 오우삼 / 액션, 범죄, 느와르, 드라마 / 15세 관람가 / 94분
출연 적룡, 주윤발, 장국영, 주보의

*<영웅본색 2>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홍콩 범죄 조직에 몸담고 있는 자호(적룡)과 마크(주윤발). 위조지폐 사업으로 이름을 알리며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자호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암흑가 생활을 청산하려 한다. 마크의 부탁으로 마지막 일을 하게 된 자호. 그는 부하인 담성과 함께 대만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함정으로 인해 총상 입고 자수해 경찰에 붙잡힌다. 3년 뒤, 감옥에서 출소해 새사람이 된 자호는 택시 기사로 일하다 마크를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담성과 다리를 절며 거지처럼 살아가고 있는 마크를 보게 된다. 한편, 자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동생 자걸(장국영)은 자호와 달리 경찰의 길을 걷는다. 자호가 대만에 간 사이 아버지가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고, 자걸은 자호가 암흑가의 보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우애가 좋았던 형제는 자걸의 증오로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홍콩 느와르 장르를 이끌었던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1980년대 남성들의 인생 작품 중 하나로, 주윤발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쌍권총과 입에 문 성냥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유행을 탔다. ‘<영웅본색>하면 주윤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매력이 상당하지만, 아픈 손가락인 장국영의 연기도 만만치 않게 오랜 여운을 남기는 터. 무엇보다 죽음을 앞두고 아이의 이름을 남기는 <영웅본색 2> 공중전화신은 장국영의 BEST 연기로 손꼽히는 명장면 중 하나다.


천녀유혼 A Chinese Ghost Story, 1987

출처: <천녀유혼>
출처: <천녀유혼>
감독 정소동 / 판타지, 공포, 멜로, 로맨스 / 12세 관람가 / 98분
출연 장국영, 왕조현

범법자들로 인해 혼란한 중국의 한 시대. 수금을 하러 다니던 영채신(장국영)은 장부가 젖어버리는 바람에 수금도 못한 채 우왕좌왕한다. 궂은 날씨로 하룻밤 묵고 가야 하는데 돈 한 푼 없는 그는 장의사가 가르쳐 준 난약사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은 미모의 귀신들이 남자들을 유혹해 살해하는 귀신 소굴이었던 것. 아름다운 가야금 소리에 홀린 듯이 걷던 영채신은 환생하지 못한 귀신 섭소천(왕조현)을 보게 되고, 섭소천은 영채신을 유혹해 죽이려 하지만 그의 순박함에 반해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귀신과 인간의 시공간을 넘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 <천녀유혼>. 지금 보기에 다소 유치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아련하고 애틋한 사랑이 더 깊은 여운을 남기니 괜찮다. 장국영이 순수한 순정남 영채신을 연기하며 시종일관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어 그의 귀여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영채신의 정체가 들통 날 위기에 처하자 그를 욕조에 밀어 넣은 섭소천이 영채신에게 숨을 불어넣기 위해 입 맞추는 장면은 <천녀유혼>의 명장면으로 뽑힌다. 두 사람의 케미로 1편이 성공을 거두며 2편 <천녀유혼 2-인간도>가 제작되기도 했다.


종횡사해 Once A Thief, 1991

출처: <종횡사해>
출처: <종횡사해>
감독 오우삼 / 범죄, 액션,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07분
출연 주윤발, 장국영, 종초홍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아해(주윤발), 제임스(장국영), 홍두(종초홍). 사부의 지휘 아래 명화와 골동품만 전문으로 훔치는 3인조 도둑으로 성장한 세 사람은 어린 시절과 달리 부를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이들은 자신들이 훔쳤던 명화 ‘할렘의 여시종’을 다시 훔쳐달라는 프랑스 갱의 의뢰를 받고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상하리만큼 쉽게 그림을 훔친 아해와 제임스. 성공의 짜릿함도 잠시, 홍두에게 돌아가려던 두 사람은 괴한의 습격을 받고 그 과정에서 추적을 따돌리려던 아해가 모터보트와 충돌해 죽음을 맞이한다. 연인이었던 아해를 잊고 제임스와 연인이 된 홍두. 시간이 흘러 홍두와의 결혼을 앞둔 제임스는 하반신 장애로 휠체어에 앉은 채 살아있는 아해를 마주한다.


<영웅본색>으로 성공을 거둔 오우삼 감독이 장국영과 주윤발을 재소환한 <종횡사해>는 케이퍼 무비의 재미와 배우들의 스타성을 잡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유머와 무리수(?)처럼 보이는 액션신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훗날 많은 케이퍼 무비에 오마주가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 장국영의 능글거림과 주윤발의 코믹함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일품이다.


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 1997

출처: <해피 투게더>
출처: <해피 투게더>
감독 왕가위 /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97분
출연 장국영, 양조위, 장첸

장국영은 양조위와 함께 90년대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해피 투게더>(<춘광사설>)는 왕가위가 그런 두 사람을 데려다 연인으로 출연시킨 퀴어 영화다. 대체로 조용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아휘(양조위)와 자유분방한 성격의 보영(장국영)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이과수 폭포로 향하던 두 사람은 또 다시 사소한 것으로 다투게 되고 보영은 그대로 아휘를 떠난다. 보영이 떠나고 홍콩으로 돌아갈 돈이 없는 아휘는 탱고바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보영은 두 손을 다친 채 아휘의 아파트에 찾아오고 아휘는 그런 보영을 집으로 들여 간호해 준다.


애증, 진심으로 사랑과 증오가 공존하는 감정을 타인에게 갖기란 쉽지 않다. <해피 투게더> 아휘는 보영에게 끝없는 애증을 느낀다. 열렬히 사랑하다가도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보영을 곁에 두고 있으니 불안함과 증오가 불쑥불쑥 치밀어 오른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그 방식과 본성이 달랐기에 헤어짐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해피 투게더> 속 보영과 아휘, 카메라의 시선엔 애정과 더불어 황량함이 짙게 서려있다. 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장국영의 작품으로, 제50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비정전 Days Of Being Wild, 1990

출처: <아비정전>
출처: <아비정전>
감독 왕가위 / 드라마, 범죄, 멜로, 로맨스 / 15세 관람가 / 100분
출연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어젯밤 꿈에 당신을 본 적 없어요”, “물론이지. 한숨도 못 잤을 테니”. 몸서리칠 정도로 느끼한 작업 멘트일지 몰라도 장국영이 하면 다르다. 바람둥이 아비(장국영)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축구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장만옥)을 찾아온다. 올 때마다 화려한 언변으로 수리진의 마음을 흔드는 아비. 수리진은 아비에게 마음을 주고 결혼하길 원하지만, 아비는 결혼을 거절하고 수리진은 떠난다. 한편, 아비는 댄서로 일하고 있는 루루와 또 다른 사랑에 빠지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한다.


장국영에게 ‘발 없는 새’라는 별칭을 붙여준 작품이자, 그의 외로움과 고스란히 닮아있는 영화 <아비정전>. 아비와 수리진, 루루와 경찰관(유덕화)이 서로의 관계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장면보다는 대사들로 기억되는 <아비정전>은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모든 것이 ‘장국영’ 하나로 귀결되는 영화다. ‘맘보 넘버 파이브(Mambo No. 5)’ 곡에 맞춰 러닝셔츠만 입은 채 리듬을 타는 댄스 신이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장면은 마지막 걸어가는 장국영의 뒷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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