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 프룬디치 남편이 말하는 아내 줄리안 무어는 어떤 사람?

조회수 2020. 4. 2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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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촬영 현장. (오른쪽부터) 바트 프룬디치 감독, 미셸 윌리엄스, 애비 퀸

인도에서 아동 재단을 운영 중인 이자벨(미셸 윌리엄스)는 세계적 미디어 그룹 대표 테레사(줄리안 무어)로부터 2천만 달러 후원을 제안받는다. 이 비현실적인 제안에 조건이 있다면, 이자벨이 직접 뉴욕에 와서 테레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 생판 모르던 남의 결혼식에 참석한 이자벨은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고, 테레사와 자신이 단순한 사업 파트너가 아님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자극적인 소재를 최대한 섬세하게 풀어내는 방법을 택한 영화다. 빠르고 극적인 전개 방식을 배제하고, 배우들 내면에 이는 미세한 감정의 파동에 집중한다. 연출을 맡은 바트 프룬디치는 데뷔 시절부터 이 분야의 재능을 인정받았던 감독이다. 데뷔작 <사랑의 이름으로>부터 <애프터 웨딩 인 뉴욕>에 이르기까지, 그는 어긋난 관계에서 피어난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촬영 현장. (왼쪽 사진, 왼쪽부터) 바트 프룬디치 감독, 줄리안 무어.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바트 프룬디치가 아내 줄리안 무어와 감독-배우로 함께한 네 번째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영화의 국내 개봉을 맞아 바트 프룬디치 감독, 주연 배우 줄리안 무어와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그중 바트 프룬디치 감독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정성스럽고 풍성한 답변이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의 여운을 더해줄 것이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원작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하다. 어떤 면에 매료되어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의 연출/각색을 맡기로 결정했나.


=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적인 스토리라서 매력적이었다.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고, 우리가 살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이들로부터 오는 기쁨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우린 모두 삶이란 여정 한가운데 있지만, 어디로 갈지 선택할 순 없다. 이 점이 중요했다.  


- 시나리오 초안을 여러 버전으로 작성했다고. 원작과 차이를 두고자 한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원작에서 가장 주목했던 지점은 캐릭터를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하나의 시각이 아닌, 겹겹의 시각을 활용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여성들이 중요한 선택을 내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마주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라고 생각했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크로스 젠더’ 캐스팅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 제작자인 조엘 B. 마이클스와 리메이크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논의하던 중 나온 의견이었다. <애프터 웨딩>은 두 명의 남성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마이클스는 두 명의 여성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가는 게 훨씬 더 좋을 것이라 판단했고, 나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여성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엔 한계가 있다. 그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다행히도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크로스 젠더로 리메이크된다면 <애프터 더 웨딩>도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그렇다면 반대로, 리메이크 작품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던, 원작의 결을 살려내고자 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 원작 속 날 것 그대로의 감성과 멜로드라마 플롯에서 우러나오는 거대한 울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몇 가지 설정 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탐구하면서, 원작의 감정선에 충실하고 싶었다. 주인공들의 성별을 바꾸기로 결정했을 때 그것이 이야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한다.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결말을 얼마나 진실되게 전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주요 인물들의 인생을 뒤바꾸는 장소, 바로 뉴욕이다. 영화의 배경으로 미국의 뉴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나는 뉴욕에서 자랐고, 그곳에서 많은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뉴욕 지리에 밝은 편인데, 영화를 찍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인도와 뉴욕, 테레사와 오스카의 전원주택에서 오는 대조를 통해 이자벨과 테레사의 문화적, 재정적 차이가 얼마나 큰지 생생하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촬영 장소는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영화 속 뉴욕은 늘 근사한 도시니까!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만의 비밀을 품고 있다. 그래서 결말을 모르고 볼 때와 알고 볼 때 각각 다른 재미가 있더라.


=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큰 비밀을 품고 있다. 함께 작업해보니, 재능 있는 배우들은 아주 사소한 움직임과 짧은 단어만으로도 캐릭터 내면에 있는 더 많은 말을 전달하더라. 그들의 연기는 몇 겹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테레사는 극 후반부까지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데, 두 번째 관람할 때 극의 흐름과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약간의 힌트가 보이기도 한다. 


-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 묘사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것 같다. 


= 가장 큰 도전은 이들의 감정을 언제 드러내고 언제 절제해야 할지를 아는 일이었다. 이번 영화를 촬영할 때 알렉사 65라는 거대한 카메라 장비를 사용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로마>를 촬영할 때 사용했던 카메라다. 그 카메라로 클로즈업해서 배우들의 얼굴을 담으면, 관객은 마치 풍경화를 보듯 배우들의 표정을 관찰할 수 있다. 캐릭터의 내면에 담긴 배우들의 감정과 생각까지 투영됐길 바란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애프터 웨딩 인 뉴욕>엔 생생한 인도의 풍경이 담겼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 좋은 추억들이 정말 많다. 촬영 장소를 물색하고, 배우들과 인도에서의 장면을 촬영하느라 인도 타밀나두주에 14일간 머물렀다. 우리를 편하게 해주고, 찾고 있는 걸 정확히 이해해 주는 최고의 팀원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매우 붐볐던 시장에서 비르(비에르 파치시아)가 출연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커다란 뿔을 가진 황소를 카메라 앞에서 밀어내려고 애썼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나라의 색채와 열기가 카메라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왼쪽부터) 비에르 파치시아, 미셸 윌리엄스

- 이자벨이 운영하는 아동 재단 속 인도 아이들의 맑은 얼굴도 인상 깊었다. 이자벨의 아들과도 같은 제이를 연기한 비에르파치시아 배우는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이 데뷔작이던데.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 비에르는 그 역할에 최적화된 배우였다. 뭄바이에서 캐스팅 디렉터와 함께 왔는데, 그가 지닌 자연스러움이 마음에 들었다. 천진난만한 큰 눈동자를 가진 배우다.

출처: (왼쪽 상단부터) <사랑의 이름으로> <세계 여행자> <트러스트 더 맨>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의 줄리안 무어

- <사랑의 이름으로> <세계 여행자> <트러스트 더 맨>에 이어 <애프터 웨딩 인 뉴욕>까지. 아내 줄리안 무어와 네 번째로 함께한 영화다. 10여 년 만에 같은 현장에서 일하게 됐는데. 감독으로서 함께 일하는 줄리안 무어는 어떤 배우인가.


= 아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줄리안 무어는 가장 훌륭한 배우 중 하나라고 믿는다. 그녀는 자신의 캐릭터에 맹렬히 몰입하고, 매 순간을 진실되고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 애쓴다. 냉정한 겉모습으로 거대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테레사로 변신한 줄리안 무어의 연기를 보는 게 좋았다. 감정을 크게 표출하는 연기는 단연 최고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극 후반부 줄리안 무어의 오열 연기를 보고 촬영장에 있던 모두가 울컥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감독이자 가족으로서 줄리안 무어의 어떤 연기를 가장 좋아하는가.


= 맞다. 그 감정 신에서 줄리안 무어는 정말 놀라웠다. 그런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 생생한 날 것의 감정과 그를 정교하게 살려낸 연기란,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촬영 장면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줄리안 무어는 한 장면이나 연기를 고를 수 없는 위대한 배우다. <스틸 앨리스>(2014) <사랑의 슬픔 애수>(1999) <에브리바디 올라잇>(2010)… 모두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같은 깊이와 아름다움을 지녔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촬영현장의 바트 프룬디치 감독과 리브 헬렌 프룬디치. 줄리안 무어 인스타그램.

-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아내 줄리안 무어가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딸 리브 헬렌 프룬디치도 프로덕션 어시스턴트로 참여했다고. 가족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환경은 어땠나.


= 가족과 함께 일하는 건 내게 긍정적인 측면밖엔 없다. 보통 영화를 작업할 땐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고, 완전히 영화 속 세계에만 몰두해야 한다.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줄리안 무어와 함께 캐스팅 윤곽을 잡았고, 스크립트도 함께 썼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심지어 주말이나 피곤할 때에도 까다로운 장면들에 대한 몇 가지 좋은 해결안을 떠올릴 수 있었다. 줄리안 무어는 정말 멋진 대화 상대다. 딸도 영화 일을 해서 늘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예고편

- 극 중 인상 깊었던 대사에 대한 감독님의 답이 궁금하다. “우리가 세상을 지나가는 걸까? 세상이 우리를 지나치는 걸까?”


= 고맙다. 나도 그 대사를 사랑한다. 우리가 스스로 인생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 실존적이면서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우리가 내린 선택이 우리의 삶을 정의한다고 믿지만, 그 결과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우리에게 없다고 믿는다. 운 좋게도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음의 짐을 덜고 호기심을 지닌다면 세상,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이들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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