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

코로나19 사태에 엉겁결에 강제 재평가 받은 <감기>가 이번 달 말, 대만에 상륙한다. 한국과 홍콩에서 개봉한지 7년이나 됐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라는 전염병에 주목하고 있는 요즘 대만에서도 이 영화에 관심을 갖는 모양이다. 4월 30일 개봉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다리면서, 그동안 아시아 국가에서 흥행에 성공한 사례들을 만나보자.

※ 환율은 2020년 4월 8일을 기준으로 한다.

2016년 유일한 천만 돌파 영화로 기록된 <부산행>은 다른 나라에서도 기록을 하나둘씩 세웠다. 홍콩에선 2주 동안 1위를 지키며 4주간 6600만 홍콩 달러(약 104억 원)를 벌어들여 홍콩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로 기록됐다. 말레이시아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싱가포르에서도 <미녀는 괴로워>를 제치고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하기도. 대만에서도 3억 7600만 타이완 달러(약 152억 원)의 수익을 남겨 역대 최고 흥행 영화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저렴하게 만들어서 역대 관객 수 2위까지.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 <극한직업>은 해외 성적이 어땠을까. <극한직업>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개봉했다. 대만에서는 1위를 한 번 차지하고, 이후 5주 동안 상영하면서 1억 200만 타이완 달러(약 41억 원)를 벌었다고. 홍콩에선 1200만 홍콩 달러(약 19억 원) 수익을 남겼다. 타국에서의 흥행치고는 쏠쏠한 편이지만 국내의 대박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성적이긴 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마지막 대박 영화, <백두산>. 2019년 12월에 개봉해 2020년 1월까지 꾸준히 롱런하며 825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비를 생각하면 대박까진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오면서 가장 최근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로 이름을 남겼다. 대만에서 12월 27일, 홍콩에서 12월 26일 개봉한 <백두산>은 각각 1억 1600만 타이완 달러(약 64억 원), 1800만 홍콩 달러 수익(약 28억 원)을 남겼다.

타국에서 거둔 흥행 성적을 보며 '아쉽다'고 표현한 이유는 끝판왕 <신과함께> 2부작의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신과함께>는 2부작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내 성적만큼 아시아 성적이 화려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대만의 역대 흥행 성적에서 18, 19위를 나란히 차지할 정도. 10위권도 아닌데 호들갑이냐 싶겠으나 1위부터 16위는 전부 할리우드 영화이고 17위가 자국 영화 <하오자이 7번지>다. 실제 흥행 수익도 5억 1300만(약 208억 원), 4억 8000만 타이완 달러(약 194억 원)로 단위가 다른 수준.

홍콩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할리우드 영화와는 감히 비빌 수 없지만, 자국 영화들과는 자웅을 가릴 수 있을 정도. 자국 최고 흥행작 <코드네임 : 콜드워>가 6624만 달러인 반면 <신과함께-죄와 벌>이 5443만(약 85억 원), <신과함께-인과 연>이 4823만 달러(약 76억 원)이기 때문. 물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신과함께-죄와 벌>은 5505만 달러의 <무간도>와, <신과함께-인과 연>은 4875만 달러의 <색, 계>와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은 <기생충>의 아시아 국가 흥행 성적은 어떨까. 지난해 6월 대만과 홍콩에서 개봉 당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과 맞붙으면서 아쉽게도 1위 자리는 넘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9주 동안 10위권에 머무르며 롱런했고 1억 5천만 타이완 달러(약 61억 원)를 벌었다. 홍콩에서의 화력은 조금 아쉽게도 1400만 달러(약 22억 원). 그래도 근 10년간의 황금종려상 작품 중 오프닝 성적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