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썼다면 지금처럼 성공했을까? 유명 영화들의 미사용 포스터

조회수 2020. 4. 7.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물건을 사고팔 때, 상품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포장이 시원찮으면 쉽게 눈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영화도 마찬가지, 포스터가 시원찮으면 극장을 오가는 관객을 매표소로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지금은 명작 취급을 받는 이 영화들이 만일 지금의 포스터가 아니라 다른 디자인의 후보 포스터를 썼다면 어땠을까. 유명한 영화들이 고려했다가 반려한 포스터들을 모았다.


[스타 워즈]

<스타워즈> 시리즈 하면 떠오르는 포스터는 톰 정의 오리지널 포스터, 아니면 90년대 스페셜 에디션부터 시리즈의 포스터를 전담한 드루 스트루전의 포스터일 것이다. 그러나 <스타워즈>에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친 화가는 두 사람이 아닌 존 버키다. 존 버키는 '우주 상상화'를 그린 화가로 조지 루카스가 그의 작품을 구매하고 <스타워즈> 관련 소설 표지로 쓰는 등 헌정한 바 있다.

버키 또한 <스타워즈> 포스터를 그렸는데, 최종 포스터로 낙첨된 톰 정의 포스터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존 버키는 이 포스터 외에도 다양한 버전을 어느 정도 작업해놨는데, 유화 특유의 묵직한 양감과 거친 붓 터치가 더해져 역동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배트맨]

1989년 영화 <배트맨> 포스터는 정말 심플하면서 동시에 영화의 핵심을 정확히 담았다. 보기 전엔 궁금증을 유발하고, 본 후엔 포스터만 봐도 여운이 팍 남으니까. 이 포스터를 디자인한 브라이언 D. 폭스는 사실 더 화려한 버전도 준비했다. 검은 배트맨과 노을이 지는 첨탑 풍경의 대비, 양옆에 볼드체로 박힌 출연자 이름,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영화 제목 등 마치 프로파간다 유의 포스터를 연상시킨다. 개인적으로 이 포스터를 사용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느꼈는데, 극중 고딕풍의 고담과 달리 포스터에선 고전영화 <메트로폴리스>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

[쥬라기 공원]

심플한 걸로는 1990년 <쥬라기 공원>도 만만찮다. 이 영화도 <배트맨>처럼 로고 하나만 넣은 걸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고, 영화가 흥행하면서 삼부작 포스터를 이 디자인 하나로 재활용하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간단한 디자인을 생각한 건 아니다. 영화에 공룡이 나오는데 그걸 활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존 알빈 역시 다양한 디자인으로 <쥬라기 공원>을 표현하려 했지만 로고 이상의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다만 그가 디자인한 것 중 공원 앞 디자인이 <쥬라기 공원>이 3D로 재개봉할 때 비슷하게 활용됐다.

[펄프픽션]

인디카가 <펄프 픽션> 포스터를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걸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펄프 픽션>은 사실상 주인공도 없고, 메인 사건도 하나가 아니며, 시간대마저 제멋대로다. '대충 이런 느낌'이라고 말할 순 있어도 단 한 컷의 이미지로 변환하기엔 영화가 너무 다채롭다. 하지만 알다시피 인디카는 그걸 해냈다. 누가 봐도 '싸구려 소설'이란 뜻의 제목 <펄프 픽션> 이미지를, 수많은 범죄자들이 나와 벌이는 난장판을, 획기적인 전개 방식으로 창의력을 한껏 뽐낸 타란티노의 천재성을 한 컷에 담았다. 물론 이 최종 포스터로 오기까지 수많은 버전들이 있었고, 그것들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 최종 포스터만큼 <펄프 픽션>스럽진 않다.

[시계태엽 오렌지]

단색의 배경 위에 깔린 하나의 이미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의 포스터는 일관된 깔끔함이 빛난다. 하얀 바탕에 칼을 들고 있는 알렉스의 모습이 A 모양 틈새로 보이는 <시계태엽 오렌지>의 포스터도 그런 일관성에 일조한다. 이 포스터는 필립 캐슬과 빌 골드의 합작인데, 빌 골드는 이것보다 더 도전적인 형식의 포스터 또한 제시했다. 흑백의 포스터는 누아르 색채가 강하게 풍기고, 다른 하나는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제목만큼 난해한 상징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두 버전보다 색다르긴 하나 최종 포스터만큼 강렬한 것도, 알렉스의 폭력성이 잘 드러난 것도 아니니 최종 포스터의 판정 승!

[엑소시스트]

빌 골드가 디자인한 걸출한 포스터 중 가장 유명한 <엑소시스트>. 구마 의식을 앞둔 신부의 뒷모습과 가로등에서 떨어지는 희미한 불빛이 고독함, 결연함, 스산함 등등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포스터 산업에 수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이 포스터도 뚝딱 나온 것이 아니다. 빌 골드가 디자인한 <엑소시스트>의 포스터는 두 가지가 더 공개됐다.

문틈 사이로 구마 의식이 살짝 보이는 포스터는 구도가 아름답지만 공포보단 범죄 스릴러 영화 느낌이고, 빙의 전 레건의 모습이 담긴 버전은 아이를 구해야 하는 사명감을 자극하면서도 '구마'보단 '실종 사건'에 가까워 보인다.


[쉰들러 리스트]

솔 바스는 산업디자인 쪽에서 얼마나 활약했는지, 이름만 쳐도 작업물이 줄줄이 나올 정도다. 포스터사에도 <샤이닝>, <살인의 해부>, <현기증> 등 명작을 남겼고. 그러나 그런 그도 퇴짜 맞은 포스터가 있으니, <쉰들러 리스트>다. 지금 우리가 본 포스터, 아이와 어른의 맞잡은 손을 클로즈업한 그것은 톰 마틴이 디자인했다.

솔 바스의 포스터는 그의 평소 작업물처럼 좀 더 추상적이었다. '리스트'라는 소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목록을 포스터에 담았는데, <쉰들러 리스트>에 담긴 휴머니즘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람의 얼굴을 형상화한 포스터는 일견 <어둠의 표적> 같은 스릴러 영화처럼 보이고.  


아래 영화들도 사용되지 않은 포스터를 공개했다. 앞서 설명한 영화들에 비하면 비교적 최신이거나, 미사용 버전이 크게 다르지 않아 간단하게만 소개한다. 가장 왼쪽 포스터가 실제로 사용한 포스터고 나머지는 미사용 버전 포스터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