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해줄 수 있니? 비수기면 생각나는 아이맥스 상영작
사실 생각 못했다. 3월이면 보통 극장가 비수기고, 아이맥스 상영작이 없거나 상영을 포기할 때가 있어서 고른 아이템일 뿐이다. 그런데 한달동안 코로나19 사태가 더 악화됐고, 덕분에 극장은 텅텅 비어 아이맥스 같은 특별관뿐만 아니라 일반 상영관도 재개봉작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가 참 머쓱하기도, 민망하기도 하나 그래도 이 아이템의 리스트를 뽑을 때 아이맥스에서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한 번쯤 고려해주길 바라며.
2017
IMAX 필름 촬영
1.43:1
크리스토퍼 놀란의 장인 정신이 정점을 찍은 영화, <덩케르크>. 아날로그적 감성을 고수하는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를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했다. 아이맥스용 필름 카메라는 무게나 부피가 상당한 만큼 필름의 가격도 비싸고 소음도 큰 편이라 상업영화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해도 일부분만 사용하거나. 하나 <다크 나이트>부터 꾸준히 아이맥스 촬영을 도전한 그는 <덩케르크>에서 전체 분량의 75% 이상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한다.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한 만큼 아이맥스관에서 보는 것이야말로 <덩케르크>를 제대로 보는 방법인 것이다.
또 <덩케르크>는 국내 영화마니아들에게 특히 각별한 작품이다. 용산의 아이맥스관가 국내 아이맥스 중 최대 스크린 크기와 4K 레이저 영상기로 리뉴얼한 이후 최초로 상영한 영화이기 때문. 거기에 <덩케르크>의 아이맥스 필름 화면비 1.43:1를 온전하게 상영할 수 있는 유일한 상영관이어서 암표 문제로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을 정도. 영화만 봐도 훌륭한데 아이맥스라는 상징까지 가졌으니, 훗날 코로나가 물러나고 새로운 아이맥스관 리뉴얼이 지속된다면 개막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IMAX 디지털 전체
1.9:1
아이맥스 입장에서 <덩케르크>만큼 기념비적인 영화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 영화는 상업 영화사상 최초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물론 앞서 설명한 아이맥스 필름은 아니고 아이맥스 디지털 카메라긴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히어로 영화의 인기를 한 번에 보여주는 선택인 셈. 이런 점에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전까지의 마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종점이자 영화 전체를 화면비 변화 없이 1.9:1로 볼 수 있는 '빅 이벤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2011
IMAX 필름 일부 촬영
1.9:1
아이맥스 상영작의 가장 큰 특징은 화면 비율일 것이다. 시네마스코프(2.35:1)보다 위아래가 넓은 1.9:1을 기본 화면비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똑같은 영화라도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보면 수직적 이미지가 극대화되는 경우가 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영화의 명장면이 무엇인가. 포스터까지 장식한, 이단 헌트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빌딩의 벽면을 타고 침투하는 과정이다. 상하가 넓어진 화면은 원경을 많이 담으면서 인물(이단 헌트)를 더 작게 느껴지게 해 부르즈 할리파의 높이를 극대화한다. 다음 영상을 보면 어떤 느낌인지 간단하게 맛 볼 수 있다.
1.9:1
앞선 영화들과 비교하면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정적인 편이다. 그렇다면 아이맥스에 별로이지 않을까? 천만에 말씀. 이 영화의 아이맥스 상영이 왜 압도적인지 알려면 OST를 들어보자. 낮은 저음이 점차 반복되며 증폭되는 곡들은 극장의 우퍼가 아니라면 쉽게 만끽할 수 없다. 아이맥스관에서는 이 강렬한 사운드를 의자에 진동으로 전해질 만큼 웅장하게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단지 사운드만은 아니다.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의 카메라이 담아낸 프로덕션 디자이너 알레산드라 쿠에졸라, 데니스 가스너의 미래사회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지휘하는 K(라이언 고슬링)의 여정을 항층 더 고급스럽게 해준다. 상영관을 꽉 채우는 사운드와 웅장함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미, 이 두 가지를 겸비한 <블레이드 러너 2049> 또한 아이맥스관에 제격이다.
2018
IMAX DMR(Digital Re-mastering)
2.35:1
"이게 아이맥스 개봉을 했었어?" 싶은 관객도 있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이 국내 개봉하던 시절, 이미 <아쿠아맨>이 아이맥스에 걸려있었다. 이전엔 <신비한 동물사전과 그란델왈드의 범죄>가 있었고. (디즈니를 제외한) 애니메이션이 상대적으로 관객수 몰이 마땅치 않으니 자연스럽게 상영관 수도 적었다. 그마저도 3D 상영이라 일반관보다 영상미를 감상하기엔 부족한 조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미려한 영상미와 흥겨운 OST, 그리고 캐릭터들의 매력에 빠진 관객이라면 상상해봤을 것이다. 이 영화를 용산의 아이맥스관에서 보는 걸. 비록 화면비 변환 같은 아이맥스만의 장점은 없어도 그 큰 스크린으로 이 '21세기 코믹북'을 언젠가 만나볼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