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버즈 오브 프레이'에 아이폰이 안 나오는 이유

조회수 2020. 1. 1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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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

<버즈 오브 프레이> 마고 로비, 크리스 메시나, 캐시 얀 감독 인터뷰

지난해 3월 21일, 미국 LA의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의 <버즈 오브 프레이> 촬영 현장을 방문했다. 마고 로비의 액션 신이 있던 촬영 현장을 구경하고 제작진과 배우들을 만나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직접 만난 할리 퀸! <버즈 오브 프레이> 미국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촬영 현장기’에 미처 담지 못한 배우 마고 로비, 크리스 메시나, 감독 캐시 얀의 인터뷰를 전한다.

마고 로비

출처: IMDb

오랜 기다림 끝에 마고 로비가 인터뷰장에 들어왔다. 방금까지도 촬영을 하고 와 <버즈 오브 프레이>의 할리 퀸 모습 그대로였다. 세트장에서 수십 번이고 반복된 액션 장면을 촬영하느라 지칠 법도 한데 그녀는 기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가 익히 알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머리가 짧아졌다는 것? 역시나. 첫 질문은 그녀의 변화된 헤어스타일에 대한 것이었다.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대해 말해주시겠어요?

= 초반 할리가 이별을 경험한다는 걸 말해도 괜찮을까요? 할리는 조커와의 이별을 감당 못하고 술에 취해 머리를 자르죠. 그래서 이렇게 고르지 못한 앞머리와 들쭉날쭉한 머리가 나오게 됐어요. 저는 참 마음에 들어요.

당신의 캐릭터인 할리 퀸의 어떤 점을 좋아하나요?

= 예측불가라는 점. 배우로서 재밌는 부분이죠.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 예상 가능한 리액션을 하지 않아요.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고, 한순간에 최고의 친구에서 최악의 적이 될 수도 있죠. 선택사항이 무궁무진해 흥미로웠어요. 촬영이 끝날 쯤 되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떠날 준비가 됐다고 느끼지만 때로는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끝낼 때도 그랬어요. 할리에 대해 아직 알고 싶은 게 더 많다고 느꼈어요. 저는 그냥 이 캐릭터를 정말 사랑해요.

출처: IMDb

처음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던 계기는?

= 어느 한 가지를 꼽을 순 없는데요. 제가 실제로는 여자 친구들과 많이 어울려 다니거든요. 저는 이렇게 여자 친구들(‘Girl gang’이라 표현)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는데 영화에선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할리도 함께 어울릴 ‘Girl gang’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이 시작이었고요. <수어사이드 스쿼드> 촬영 때문에 코믹스를 읽기 시작했는데요. <할리 퀸>과 <수어사이드 스쿼드> 시리즈를 읽고 나서 <버즈 오브 프레이>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당시 저는 헌트리스 캐릭터에 굉장히 끌렸어요. 복수하는 이야기의 스토리는 쉽게 몰입되잖아요.

출처: IMDb

저는 이 영화가 CGI가 많이 필요한 세상의 종말이나 건물이 붕괴되는 설정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장면을 보면 둔감해지고 진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거든요. 이미 기존에 그런 많은 영화들이 있었고 CGI가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예전의 갱스터 무비 느낌으로 돌아갔으면 싶었어요. 지금껏 그려지지 않은 고담시의 한 면을 보여주는 셈이기도 하죠. 고담 시가 뉴욕이라고 비유하면 그 안에는 맨해튼, 퀸스, 브롱스, 브루클린이 있죠. 브루스 웨인의 고담시가 (중심지인) 맨해튼이라면 저희의 무대는 브루클린이나 퀸스, 브롱스라고 할 수 있죠.

출처: IMDb

할리의 내레이션은 극에 어떤 역할을 하나요?

= 할리는 신뢰할 수 있는 내레이터는 아니에요. 이러한 형식은 사람들이 할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할리의 내레이션은 두 가지 효과가 있어요. 우선 할리의 생각 체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고요. 틀에 박힌 서사구조가 아니라 내레이션을 통해서 시공간을 이리 튀고 저리 튀게 만들어 정신없고 예측불가하게 만들죠.

우리가 할리를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 (웃음) 그렇죠. 절대 믿어서는 안돼요.

본인의 성격이 할리 퀸처럼 되어 가고 있나요, 아니면 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글쎄요. 할리 퀸처럼 되고 싶다고 느끼진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할리가 되는 순간들은 아주 즐기고는 있지만요. 제 일상 생활이길 바라지는 않네요. 그러면 너무 아수라장일 것 같아요.


출처: IMDb

프로듀서로서 이 영화에 참여한 소감은?

= 제가 프로듀서로 있는 회사(럭키챕 엔터테인먼트)의 장편영화입니다. 저희 회사는 TV와 영화 부서가 있고 저마다 다른 단계의 15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글링 하듯 균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은데 저는 이런 일이 좋습니다. 처음엔 프로듀서와 배우 일을 100%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실제로 둘 다 해보니 오히려 프로듀서 일이 배우로서 일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촬영장의 모든 상황들을 더 잘 파악하게 됐고요. 촬영하기 몇 년 전부터 프로듀서로서 할 일이 많은데요. 이번 영화는 프로듀서로서 4년이나 준비했어요. 3개월 반 동안 촬영하고 다시 프로듀서 역할로 돌아왔죠.

에린 베나치(코스튬 디자이너)의 할리 룩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 에린은 정말 최고예요. 만나 보셨나요? 제가 그녀의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옷만으로도 아주 감각적이고 재밌게 표현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파이트 클럽>에서 브래드 피트가 핑크색 목욕 가운을 입은 장면 같은? 우리 영화에도 과장되면서도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원했어요. 에린과 나눴던 이야기 중 하나가 여자들의 연인과의 관계에 따라 옷 입는 게 달라진다는 거였는데요. 저는 할리가 조커와 연인일 때 조커를 위해 옷을 입었다면 이별 후엔 자기 자신을 위해 옷을 입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버즈 오브 프레이> 의상들은 조커가 생각하기에 할리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아니라 할리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 어울리는 옷인 거죠. 

출처: IMDb
(왼쪽부터) 마고 로비, 로지 페레즈, 캐시 얀 감독

캐시 얀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 선댄스영화제에서 캐시 얀 감독의 <데드 피그스>를 봤는데 굉장했어요. <버즈 오브 프레이>는 정해진 시간 안에 여러 캐릭터들의 특징을 담아야 했고, 앙상블 장면들이 중요했거든요. <데드 피그스>에서 앙상블 장면들을 보고 그녀와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캐시와는 만나자마자 정말 잘 통했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녀와 저는 비슷한 옷장을 가졌어요. 만날 때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나타난 적이 많았어요. 이상하죠? 프로듀서로서 현재 남성 감독과 여성 감독 비율에 대해 생각해보면 여성 감독에게 훨씬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최종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지만요. 캐시는 주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도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를 벗어나지 않았어요.

우먼 임파워링(Women Empowering)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 네 맞아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긴 해요. (영화 속 세계는) 좀 과장되게 묘사돼 있습니다.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의 해방을 위한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죠. (영화 속 인물들은) 그걸 해내고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임파워링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크리스 메시나

빅터 재즈 역의 크리스 메시나는 세트장에서 기자들을 제일 먼저 맞이한 인터뷰이였다. 오늘 촬영이 없던 그는 비니 를 푹 눌러쓴 채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했다. 기자들이 앉아있던 어두운 간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을 때엔 배우인지조차 몰랐을 정도였다. 인터뷰 당시 크리스 메시나는 자신의 분량 촬영이 거의 다 끝났다고 했다.

아직 영화화된 적이 없는 캐릭터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 사실 전 코믹스의 엄청난 팬이 아니라서 이 캐릭터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이 역할을 위해 모든 오리지널 스토리를 읽었습니다. (모자를 벗더니) 제 머리색을 보세요. (모자를 눌러쓰고 온 이유가 있었다.) 그는 원래 백금발이었고, 대머리가 돼요. 그래서 저도 백금발을 하기로 했죠. 빅터 재즈는 사람을 죽일 때마다 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새겨요. 그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이죠. 빅터 재즈는 모든 사람들을 좀비라고 생각합니다. (살인으로)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라고 믿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영화에 이 캐릭터가 아주 짧게 등장한 적 있는데요. 등장한 적은 있지만 캐릭터로서 깊게 표현된 건 처음이죠.

칼을 활용한 액션신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 칼에 대해 아는 친구가 있어서 그가 칼의 종류에 대해 알려줬어요. 칼로 트릭을 부리는 것도 시도해 봤지만 잘 안되더라고요. 영화에도 아마 안 나올 거예요. 

출처: IMDb

빅터 재즈는 블랙 마스크를 위해 일하잖아요. 이완 맥그리거와 함께 일하는 건 어땠나요?

= 그는 다정하고 재밌는 사람이에요. 이 영화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악당이 두 명이라는 것입니다. (웃음) 함께 일하기도 하고요. 이완은 이런 역할을 한 적 없었던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좋은 쪽으로 놀랄 것 같아요. 그의 연기를 보면 무섭지만 매력적이고 호감 가죠. 안타깝지만 다들 아주 나쁜 남자인 그와 사랑에 빠질 거예요.

두 캐릭터(블랙 마스크, 빅터 재즈)에게 여성 혐오적인 면이 있나요?

= 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 딱 맞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모든 남자는 아니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남자들이 아주 나쁜 놈이랍니다. 그래서 혼쭐 날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그 안에도 다양한 층위, 레벨이 있어 완전히 흑백논리로 볼 수는 없어요. 다만 여성이 스스로 목소리를 찾는데 핵심이 있죠. 이런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악역을 맡은 기분은?

= 좋습니다. (웃음) 할리우드에서 한 번 어떤 역할을 하면 비슷한 역할만 들어오곤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TV 시리즈 <식스 핏 언더>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변호사 역을 맡았는데요. 그 뒤로 제 커리어는 그와 비슷한 좋은 남자 역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나쁜 역을 맡았죠. 악당을 연기하는 건 자유로운 기분이에요. 이런 미친 역할을 하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캐시 얀 감독

출처: IMDb

<버즈 오브 프레이>에는 할리우드의 신인 여성 영화인들이 대거 기용됐다. 캐시 얀은 중국계 감독으로, <데드 피그스>로 2018 선댄스 영화제에서 블랙 코미디가 훌륭하다는 평을 받으며 월드 시네마 부문을 수상해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데드 피그스>는 그녀의 장편 데뷔작이었다. <버즈 오브 프레이>가 두 번째 장편작이다.

첫 메이저 영화 진출하게 된 소감?

= (첫 메이저 영화 진출이) 아주 빨랐죠. <데드 피그스>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한지 3개월 만에 이 영화를 맡게 되었으니까요. 굉장했어요. 프로덕션 사이즈 자체가 달랐죠. 그러나 감독으로서 제 업무는 비슷해요. 수가 훨씬 많아지길 했지만 사람들을 이끄는 것 똑같죠. 인디 영화 제작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이번 영화 작업에도 적용할 수 있었어요.

오늘 촬영한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는지.

= 할리가 다른 여자들과 힘을 합쳐 갱들을 물리치는 장면을 찍고 있었어요. 이 시퀀스는 영화의 3막 즈음에 해당하는 부분이고요. 각각의 캐릭터들이 자기만의 구역에서 고담시의 갱단과 맞서죠.

출처: IMDb

할리 퀸을 비롯한 DC 코믹스 캐릭터들에 대해?

= 스크립트와 컨셉이 매우 훌륭해요. 재밌으면서도 어두운 톤이 정말 좋습니다. 무엇보다 할리 캐릭터가 매력 있어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마고가 이 캐릭터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잘 해줬죠. 그러나 아직 할리 퀸 캐릭터엔 우리가 아직 알아보지 못한 수많은 것들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배우이자 프로듀서로서의 마고 로비는?

= (배우와 프로듀서) 둘 다 훌륭합니다. 열성적이고 모험을 통해 더 큰 목표를 두는 사람이죠. 마고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이 영화를 처음 만든 사람이기도 하죠.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었고, 작은 디테일도 상세하게 묻고 노트에 기록해 둡니다.

이완 맥그리거와 일하는 것은 어땠나요.

= 그는 훌륭하고 프로답습니다. 그의 어두운 연기를 보는 것도 재밌었어요. 동시에 영화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요. 촬영장에서 그는 정말 재밌고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출처: IMDb

비주얼적으로 레퍼런스가 된 영화들이 있나요?

=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나 <택시 드라이버>…. 빈티지스럽지만 모던한 느낌이 있죠. 일부러 여러 영화와 광범위한 시대의 레퍼런스를 이용했어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조합으로 느껴지게요. 예를 들어 우리 영화에는 오직 납작한 스크린의 블랙베리 핸드폰만 등장하는데요. 일부러 아이폰을 고르지 않았어요. 너무 현대적이고 익숙하기 때문에요. 또한 영화에 나오는 차들은 1990년대 차들이에요. 블랙 마스크는 예외적으로 더 이전시대의 빈티지 카를 갖고 있긴 하죠. 1970년대풍 의상들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시대를 뒤섞어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미래적이면서도 빈티지한.

후속편에서 다른 DC 히어로들이 등장할까요?

= 아뇨. (웃음) 저는 이 영화를 인디영화와 비슷하게 접근했어요. 프랜차이즈나 시퀄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시퀄도 아니고 그냥 그 자체의 영화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인디 영화로 시작해 성공한 남성 감독들이 많았다. 점점 여성 감독들에게도 비슷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느껴지는가.

= 그러길 바랍니다. 제가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요. 여성 감독이라고 페미니즘 영화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여성 감독이 만든 ‘배트맨’, ‘본드’도 보고 싶어요. 이런 움직임이 점점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여성과 관련된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에도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발 들일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코믹스 영화들과 어떤 면에서 차별화하고 싶은지.

= 저는 모든 면에서 기존의 코믹스 영화들과 달랐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아주 색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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