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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디자이너였다가 '할리우드 로코킹' 된 동양계 배우

조회수 2019. 12. 13. 09: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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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라스트 크리스마스> (왼쪽부터) 헨리 골딩, 에밀리아 클라크

연말이 되면 꼭 봐줘야 할 것 같은 장르, 바로 크리스마스 로맨스다. 올해 역시 <러브 액츄얼리>의 명맥을 이을 작품이 극장을 찾았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뭐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살던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가 우연히 노숙자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톰(헨리 골딩)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휴대전화도 없고 데이트 신청도 안 하지만 다른 남자와 다른 톰. 케이트는 그에게 점점 끌리는 제 자신을 발견한다.


그에게 반한 건 케이트뿐만이 아니다. 훤칠한 키, 고전 배우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조각 같은 얼굴, 전매특허 따스하고 상냥한 눈빛과 미소, 휴 그랜트나 콜린 퍼스와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격식 있는 영국 악센트까지.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과 관객은 1년 전부터 톰, 아니 그를 연기한 헨리 골딩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여왔다. 데뷔 이후 1년 만에 할리우드 대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계 영국 배우, 헨리 골딩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헤어 디자이너

여행 프로그램 진행자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해 방청객의 머리카락을 다듬어준 헨리 골딩

헨리 골딩은 말레이시아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말레이시아의 동쪽에 위치한 트렝가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8살에 영국 서레이로 이주해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의 첫 직장은 바버샵. 주말 아르바이트로 바버샵에 출근해 고객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등 잡일을 도맡았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엔 그간의 경력을 바탕 삼아 헤어 디자이너로 일했고, 이름을 알려 런던의 중심에 자리 잡기도 했다.

<BBC> <더 트래블 쇼>(The Travel Show)를 진행한 헨리 골딩

이직을 결심한 건 그로부터 2년 후. 2008년 <MTV 아시아>를 보며 활기찬 에너지에 영감을 받은 헨리 골딩은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는 꿈을 품었고, 20대 초반 쿠알라룸푸르로 거주지를 옮겨 <BBC> <디스커버리>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된 여행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약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발탁된 사연

출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여행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모델로 활동하던 헨리 골딩의 인생이 바뀐 건 2018년부터다. 제목부터 번쩍번쩍한 그의 배우 데뷔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만난 것. 그가 연기한 닉 영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의 상속자지만, 자신이 지닌 배경에 기대지 않는 현명함을 지닌 인물이다. 어떤 일에서든 여자친구를 최우선으로 두는 백마 탄 왕자님의 정석.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크레이지 리치’한 존재감을 뿜어야 하는 역할이었던 닉 영은 좀처럼 존 추 감독을 만족시키는 배우가 등장하지 않아 캐스팅에 난항을 겪던 캐릭터였다.

출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그때 등장한 것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투자자 리사 킴. 그녀는 5년 전 여행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알게 된 헨리 골딩을 떠올렸고, “그의 카리스마, 영국식 억양 등이 닉 영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출연을 제안받은 헨리 골딩은 자신이 연기를 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해 여러 차례 오디션을 거절했다. 후에 인터뷰에서 밝힌 바로는 “자신보단 ‘진짜 배우’가 이 배역에 더 잘 어울릴 거라 믿었다”고.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존 추 감독은 헨리 골딩의 SNS 계정에 친구 추가를 걸면서 계속 연락을 취했고, 결국 헨리 골딩은 감독의 설득에 넘어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작으로 할리우드 로코킹 되다

출처: <VOGUE BRITISH>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흥행은 2018년 북미 박스오피스가 기록한 하나의 사건으로 남았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출연진 전원이 아시아계 배우인 작품 최초로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영화가 기록한 북미 흥행 수익은 1억 7453만 달러. <오션스 8> <레디 플레이어 원>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 대형 할리우드 영화들을 앞지른 성적이다. 영화의 화제성에 비례해 출연 배우들에 대한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것도 당연한 일. 젠틀하고 스마트한 데다 로맨틱 가이의 면모까지 지닌 헨리 골딩은 ‘할리우드 로맨스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할리우드 로맨스의 신선한 얼굴, 데뷔작으로 ‘로코킹’의 수식어를 단 그는 곧바로 수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후속작을 채워나갔다.

폴 페이그 감독은
헨리 골딩을 좋아해?

출처: <부탁 하나만 들어줘>

“폴 페이그의 조카가 된 것 같아요” 헨리 골딩의 말처럼 그는 폴 페이그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듯하다. 퍼펙트 가이 닉 영 역으로 할리우드에 발을 들인 헨리 골딩은 바로 그해 겨울 폴 페이그 감독의 신작 <부탁 하나만 들어줘>를 통해 스크린을 찾았다. 그가 맡은 역할은 워킹맘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남편 숀. 작가인 숀은 풍부한 감수성을 핑계 삼아 틈만 나면 바람을 피우던 캐릭터다. 비겁하고 얄미운 헨리 골딩의 얼굴이 돋보인 작품. 데뷔작의 상속자 이미지를 깨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점이 인상 깊다.

출처: <라스트 크리스마스>

폴 페이그 감독과 두 번째 만난 작품이 바로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라스트 크리스마스>. <왕좌의 게임>의 ‘용엄마’에서 사랑스러움의 진수를 보여준 케이트로 변신한 에밀리아 클라크와 호흡을 맞췄다. 런던을 배경으로 한 크리스마스 로맨스 드라마. 좋게 말하면 클래식하고, 나쁘게 말하면 빤한 이 작품을 보다 더 신선하게 만든 것이 바로 동양계 캐릭터, 톰의 존재감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다양성 문제를 해결할 배우의 탄생이라고 봐도 좋겠다.

제작사 ‘롱하우스 프로덕션’ 대표님

출처: <GQ>

영화 속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었던 헨리 골딩은 올해 6월, 현실 대표님이 됐다. 중국의 ‘스타라이트 컬처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손을 잡고 ‘롱하우스 프로덕션’을 설립한 것. 롱하우스 프로덕션은 두 편의 영화 제작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해외매체 <콜라이더>는 롱하우스 프로덕션이 2010년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액션 스릴러 <후프 해링턴스 그레이티스트 히츠>(Harrington’s Greatest Hits), 골딩이 직접 각본 작업에 참여한 액션 어드벤쳐 영화 <디 인헤리턴스>(The Inheritance)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헨리 골딩은 “아시아, 런던,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살면서 직접 보고 경험한 독특한 이야기들을 내가 작업하는 영화, 그리고 개발 중인 아이템의 재료로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들떠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차기작은?

출처: <더 젠틀맨>(The Gentlemen)

롱하우스 프로덕션이 준비하는 작품 외에도 헨리 골딩의 차기작은 여럿이다. 우선 내년 1월 <더 젠틀맨>(The Gentlemen)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약 범죄를 소재로 한 가이 리치 감독 연출의 액션 영화로 매튜 맥커너히, 콜린 파렐, 휴 그랜트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출연했다. 현재는 <지.아이.조> 시리즈의 스핀오프, <스네이크 아이즈>(Snake Eyes)를 촬영 중. <지 아이 조> 시리즈에서 스톰 쉐도우(이병헌)와 앙숙 사이로 묘사됐던 닌자 캐릭터, 스네이크 아이즈의 이야기를 다룬 솔로 영화로 헨리 골딩이 새로운 스네이크 아이즈로 발탁됐다. <지. 아이 조> 시리즈와 상관없는 독립적인 영화로, 이 영화에선 이병헌 대신 앤드류 코지가 스톰 쉐도우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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